<2레벨로 회귀한 무신 573화>
이그드라실이 적색의 관리자가 ‘숨을 곳’을 없애겠다고 선포한 이후.
-아니, 우주수께서 왜 인간한테서 적색의 관리자를 찾으시지?
-어. 그, 근데 뿌리가 내린 빛에서, 뭔가 느낌이……
-아 지금 액정 터치하는 것도 불편해짐; 손가락이 무거워
-아니 미친놈들아 뭔 우주수께서야 쟤가 지금까지 세뇌했다고 ㅡㅡ
녹색 빛에 잠겨 있던 사람들은, 빠르게 변화를 느끼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실체가 없던 빛에.
무언가 무게감이 느껴지기 시작했으니까.
-아 망했네 이 초록빛에서 벗어나야 할 거 같은데……
-어딜 벗어나…… 사방이 빛임
-ㄹㅇ 적색의 관리자 빨리 튀어나와라 ㅡㅡ
-근데…… 안 나오면 어떻게 되는 거야? 진짜 다 죽어???
-설마……
강제로 배틀튜브를 시청하게 된 인류가 그렇게 빛의 변화를 보며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을 때.
“여긴 안 건드리겠다더니, 빛이 슬금슬금 들어오네.”
소드 팰리스의 맨 위 층.
펜트하우스의 거실에선, 윤세아가 미간을 찌푸린 채 주변을 바라보고 있었다.
창 밖의 세상은 완전히 초록빛으로 물들어 있었지만.
이 집의 거실만은, 빛이 들어오지 않았었다.
사실, 맨 처음 세계수의 뿌리가 내려앉은 곳은 소드 팰리스 건물 전체였지만.
윤세아가 청검 ‘김지훈’을 훌륭하게 업그레이드 시키자, 이그드라실은 펜트 하우스에 뿌리의 빛을 거둬들이며.
나름대로 안전을 보장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이그드라실의 배려에 혜택을 받는 윤세아의 부모를 포함하여.
“우, 우주수께서 갑자기 왜 이러시는 거죠?”
“넌 여기까지 와서 무슨 소리니…… 하아. 진짜. 오너님 기억 안 나?”
“오너님은 아가씨 아니었습니까?”
대기 길드의 길드 마스터인 이하연과, 그녀를 호위하는 임가영이 있었다.
성지한에 대한 기억을 되찾지 못한 채, 여전히 현 상황을 혼란스러워하는 임가영과는 달리.
“……세아야. 다시 한번 고마워. 이리로 대피시켜 줘서.”
이하연은 화면을 바라보다 윤세아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언니는 삼촌에 대한 기억 되찾았으니, 특별히 데려온 거야.”
“……너무 늦었지. 다시 기억하는 거.”
최근, 세계수 연합에서 가한 기록말살형이 이그드라실의 폭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기억을 되찾게 된 이하연.
그녀는 길드 창고에서 보관해 두었던 성지한 구명 관련 자료를 보고는, 왜 여기서 자신이 술을 먹었는지를 깨달았다.
기록말살형을 당해 기억은 잃었어도.
당시 대기 길드 차원에서 기록말살형 반대운동을 하다가, 실패한 게 한이 되었는지.
매번 거기만 가면 음주 욕구가 치솟았던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게 기억난 이후엔.
어느새 그녀는 업무도 다 때려치고, 술병만 잔뜩 든 채 창고에 들어가 있었다.
“거기서 술 먹고 오너님 소리 하는 거 내가 못 들었으면, 안 데려왔을지도.”
“으음…… 넌 진짜. 창고에서 술주정하는 걸 어떻게 들었어?”
“랭킹 1위 괜히 한 게 아니라고.”
그러면서 윤세아는 시선을 임가영 쪽으로 돌렸다.
“가영 언니는…… 기억은 못 찾았지만, 언니랑 한 세트니까 특별히 덤으로 넣어 줬고.”
“……고마워. 그런데 세아야. 혹시 오너님 소식은, 못 들었니?”
“그건…….”
윤세아가 그 질문에 잠시 대답을 하지 않고 있을 때.
“아니. 아가씨.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임가영이 놀란 눈으로, 배틀튜브 화면 안을 가리켰다.
“왜? 무슨 일인데?”
“이그드라실님 앞쪽에, 불길이 피어올랐어요!”
“불길이……?”
이그드라실의 앞쪽.
청검이 꽂혀있는, 검의 전당 가운데에.
거대한 불꽃이, 치솟기 시작했다.
그리고 거기서 모습을 드러낸 건, 불에 감싸인 한 인간.
적색의 관리자였다.
* * *
“정말로…… 나왔, 군요?”
이그드라실은 놀란 눈으로 적색의 관리자를 바라보았다.
아니, 얘는 왜 나왔지?
‘인류를 모조리 터뜨리고, 내가 힘을 낭비할 때 모습을 드러낼 줄 알았는데.’
목적을 위해선, 자신의 일족도 거침없이 희생시켰던 적색의 관리자.
그가 설마 인류를 살리기 위해, 나설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가정이었다.
거기에.
청검이 가득한, 이 검의 전당은 적색의 관리자에 있어, 최악의 환경.
인류를 위해 자신의 힘을 제약하는 이 장소에 강림한다?
이건.
상식선에서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래. 그가 적색의 관리자라면…… 이곳에 올 리가 없어.’
그래서.
인류를 터뜨리고 난 후, 나타날 적색의 관리자의 위치를 감지해서.
원거리에서 폭격하기 위해, 검의 전당의 구조고 바꿔놨거늘.
어떻게 여기에 자신만만하게 모습을 드러낼 수 있지?
이그드라실이 믿기지 않는 눈으로, 김지훈의 청검을 꾸욱 쥐었을 때.
사아아아…….
검의 손잡이에서 청량한 감각이, 그녀의 손에 퍼져 나갔다.
강렬하게 느껴지는, 청의 기운.
그것은 손을 매개로 그녀의 몸 안쪽까지 퍼져 나가고 있었다.
‘왜 이래? 이건.’
눈앞에 나타난 적색의 관리자를 잡기 위해 본능적으로 청검을 들었는데.
이 검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청의 기운을 몸 안에 불어넣고 있었다.
주인의 의지를 역행하는 김지훈의 청검.
이그드라실은 이 움직임을 컨트롤하려고 했지만.
스스스…….
청은 검을 매개로, 순식간에 그녀의 몸을 장악해 나갔다.
지금까진, 한 번도 말썽을 부리지 않았던 청검이 대체 왜 이러지?
이그드라실은 검을 손에서 떼려 했지만.
“……아니. 왜 안 돼?”
청검은 말을 듣지 않았다.
왜 하필 청이.
지금 와서 말썽인가.
직면한 적, 적색의 관리자에게 써야 할 청이.
왜 하필 지금?
혼란스러워하는 그녀의 눈에, 적색의 관리자의 모습이 다시 들어왔다.
성지한의 육체를 쓰는, 적색의 관리자.
그래…….
그 알맹이는, 분명 청색의 관리자 성지한이었다.
적색의 함정에 들어가, 결국 그에게 몸을 빼앗긴.
‘……근데 만약 그게 아니었다면?’
적색의 관리자가 성지한을 이기는 건, 그녀의 상식선에서 당연한 일이었다.
아니.
온 우주의 성좌에게 물어본다 해도, 모두가 적색의 관리자의 손을 들어줬겠지.
그래서 성지한이 이겼을 거라고는 지금껏 전혀 가정하질 않고 있었다.
거기에 지금껏 드러난 정황도.
모두 적색의 관리자의 행동과 일치하지 않았던가.
목소리며, 말투까지도.
그래서 당연히.
그가 성지한일 거란 가정은 지금까지 하지 않았는데…….
“당신. 설마. 청색의 관리자인가요……?”
이그드라실이 자기가 말하고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묻자.
“오랜만이군. 이그드라실.”
스스스…….
불길이 멎더니, 그 안에서 성지한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가 청검을 바라보자.
치이이익……!
이그드라실의 전신에, 일제히 푸른 선이 그어졌다.
“다, 당신. 이 검도 설마…….”
“청 모으느라 수고 많았다. 이그드라실. 답례를 해 주지.”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김지훈의 청검에서, 폭발적으로 솟아나는 청.
단순히 몸 안에 흘러오기만 하던 푸른 기운은, 이제 하나하나가 칼날이 되었다.
치이이익……!
순식간에 해체되는, 이그드라실의 육신.
살점 하나만 남아도 재생하는, 엘프의 몸뚱아리였지만.
청색의 선은, 재생할 매개체를 하나도 남겨두지 않은 채.
이그드라실의 몸을 완전히 소멸시켰다.
그리고.
그녀가 든 청검이, 땅에 떨어지자.
“…….”
스으윽.
성지한은 그리로 손을 뻗었다.
김지훈의 청검이 그의 손에 쥐어지고.
검의 전당에 모여 있던, 청의 기운도 모조리 그에게 흡수되기 시작했다.
남산 아래까지, 빼곡하게 꽂혀 있던 청검이 일제히 사라지고.
그들이 모아 두었던 청의 기운이, 성지한에게로 모였다.
[스탯 청이 4359 오릅니다.]
이그드라실이, 세계수 연합의 총력을 다해서 수거했던 스탯 청.
70억에게 흡수한 이 능력, 결국 정제되서 스탯으로 들어온 건 이 정도인가.
[스탯 청의 등급이 SSS에 근접했습니다.]
[‘기프트 - 청색의 대기’가 SSS급으로 업그레이드 됩니다.]
[스탯 청의 상한선이 1000 오릅니다.]
‘……등급은, 결국 오르진 않았군.’
그나마 청색의 대기가 업그레이드 되어서 한계가 늘어난 걸,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나.
성지한의 눈빛이 깊게 가라앉았다.
스탯 청이 SSS등급이 되었으면, 청만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었을 텐데.
‘스탯 양만으로는, SSS에 도달할 수가 없나…….’
이래서는 청홍을 사용할 수밖에 없겠군.
그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그드라실은 산산조각 났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아바타.
그녀의 본체는.
저 하늘 위에서 녹색으로 빛나는 태양이었다.
그리고.
[후. 후후…… 후후후.]
하늘에서는.
아바타가 청에 의해 산산조각 났음에도.
오히려 웃음을 멈추지 않는, 이그드라실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당신이, 당신이 적색의 관리자를 이겼을 줄이야? 정말 상상치도 못했군요.]
“…….”
성지한은 그녀의 말에 굳이 대꾸를 하지 않고, 청홍을 쥐었다.
휙!
그리고 가볍게, 검을 내지르자.
화아아악……!
검의 전당.
더 나아가, 서울 시내를 잠식했던 녹색의 빛이 일제히 걷혀나갔다.
그렇게 일검이 보인 힘은, 초절했지만.
‘겨우, 이 정도인가.’
성지한은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무극멸신武極滅神
천마신공天魔神功
일검파천一劍破天
스르르릉……!
청홍에서 청광이 피어오르고.
성지한의 검 끝이, 단 한 번 하늘을 향했다.
그러자.
-와…… 노, 녹색 빛이……
-걷혔다. 뿌리의 빛이 사라졌어!
-베, 베이징에도 없어졌습니다.
-도쿄도…… 예전처럼 푸른 하늘이에요!
남산에서 휘두른 검이.
한반도는 물론, 주변국을 침식한 이그드라실의 빛까지 없애고 있었다.
일검파천으로, 동북아시아에 내려앉은 이그드라실의 뿌리를 모조리 거둬들인 성지한.
하나.
‘부족하다.’
아무리 동방삭의 무를 이었고, 청의 힘이 훌쩍 뛰어올랐다 한들.
이그드라실이 대응하기 전에, 지구 전역에 내려앉은 뿌리의 빛을 없애는 건 무리였다.
[그만.]
그리고.
[그만. 그만. 그만. 그만. 그만. 그만.]
이그드라실의 다급한 음성과 함께.
지이이이잉…….
하늘에선, 수많은 화면이 떠올랐다.
거기서 나온 건.
녹색의 빛에 완전히 잠겨 버린 사람들.
특이, 몸이 약한 노약자들을 화면에서 부각시킨 이그드라실은.
[당신. 숨어 있어도 되는데 나온 건…… 역시 인류를 위해서겠죠?]
“…….”
[맞잖아요? 인류 터뜨리는 걸 눈 감았으면 당신이 쉽게 승리했을 텐데 나온 걸 보면. 후후. 이제부터 가만히 있어요. 안 그러면, 이 사람들…… 싹 다 터뜨려 버릴 테니까.]
성지한을 협박했다.
“뭘 원하지?”
[당신, 저랑 좀 어디 가야겠어요. 당신이 적색의 관리자로 행세할 때, 감히 손대었던 그분에게로 말이에요.]
“내가 순순히 갈 것 같나. 인질 때문에?”
[가서 그분과 한 번만 접촉하면 된답니다. 인류의 안전은 보장하도록 하죠. 어차피 이들은 이제 가치가 없으니까.]
그분이라 함은, 울드를 말하는 건가.
성지한은 그녀랑 접촉하라는 이그드라실의 말을 듣고는, 생각했다.
‘이그드라실이 왜 갑자기 폭주하나 했더니…… 울드가 영향을 끼친 거였나?’
갑자기 전 인류에게 뿌리를 내리더니, 적색의 관리자를 찾으려던 이그드라실.
왜 저러는 지 목적이 궁금했는데, 아무래도 배후에는 울드가 연관이 있는 것 같았다.
“그분과 접촉이라…… 나한테 일방적으로 공허를 넘기더니, 좀 숨이 붙었나 보지?”
[후후…… 그건, 오시면 알게 될 거랍니다.]
그러면서 인류의 영상을 더 띄우는 이그드라실.
하나 성지한은 이에 신경 쓰지 않고 이을 열었다.
“네가 왜 이런 짓을 했는지, 좀 알겠군. 울드 때문이었나.”
[다, 당신. 어떻게 그분의 이름을……?]
“글쎄.”
이그드라실의 의문에, 굳이 답하지 않은 그는.
청홍을 들었다.
“그럼, 이제 정리하지.”
스스스……
청홍의 테두리에서 푸른 빛이 사그라들고.
무극멸신武極滅神
진청개문鎭靑開門
명멸明滅
그 안에 봉인되어 있던 힘이 개방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