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레벨로 회귀한 무신-580화 (580/583)

<2레벨로 회귀한 무신 580화>

시간이 2시간 전으로 되돌아 간 이후.

[인류, ‘식민지’상태에서 해방되다]

[순식간에 진행된 대학살, 생존자의 핸드폰에 담겼던 참혹한 광경.]

[시간이 되돌아 간 이유는? 다행히 엘프는 되돌아오지 않아]

[죽었을 때의 기억에 PTSD를 호소하는 사람들]

금방,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오 죽다 살았네

-아니 진짜 죽었다가 살았음……

-엘프 ㅅㅂ 찬양했던 게 살면서 제일 병신 짓이었네

-엘프가 하늘에서 폭격하는데 도시 하나 날아가는 거 진짜 순식간이더만

-너무 순식간이라 어떻게 죽었는지 기억도 잘 안 나더라

-그거 복 받은 거임…… 나 불타 죽어서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

-근데 누가 시간 되돌린 거야?

-글쎄……?

이번 대학살과 관련된 기사에 폭발적으로 달리는 리플.

죽었을 때의 기억을 지닌 사람들은, 엘프를 증오하면서.

시간을 되돌린 이가 누군지 궁금해 했다.

그리고.

-아…… 이제 여자 하프 엘프만 봐도 PTSD 옴……

-아까 길거리로 다시 되돌아 왔는데, 사람들이 여자 하프 엘프 보자마자 비명 지르며 도망다니던데;

-남자 하프 엘프는 성지한 님이랑 어설프게 닮아서 완전 이상하드만 ㅋㅋㅋㅋ

-ㄹㅇ 성지한 님 기억 되살아난 후엔 얼굴 볼 때마다 웃음벨임

-뭔 웃음벨이야 불쾌하기 짝이 없구만 ㅡㅡ 국가가 나서서 짭들 죄다 원래 얼굴로 성형시켜야 해

엘프들이 인류에게 남긴 유산.

남녀 하프 엘프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엘프와 똑같이 생긴 여자 하프 엘프에 대해서는, 공포와 더불어 혐오를 받고 있었지만.

남자 하프 엘프는 성지한과 닮아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그런 면이 덜했다.

-근데 시간 되돌린 거…… 성지한 님이 한 거 아닐까?

-사실 그 분말곤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긴 하지

-그러고 보니 달에서 보이던 세계수 문양도 사라졌음

-오…… 그럼 이그드라실도 죽은 건가?

그러면서 슬슬 거론되는 나오는 성지한.

전 세계의 시간을 되돌리는 대규모의 이적을 행할 수 있는 이는.

아무리 떠올려 봐도, 그밖에 없었다.

그가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인류가 식민지 상태에서 해방되고, 달의 세계수 문양도 사라진걸 보며.

사람들은 과연 성지한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 기록말살형 찬성했는데…… 그런데도 나서서 정리해 주시네 ㅠㅠㅠ

-식민지 시절에 술 취해서 길가에 있는 돌덩이에 노상방뇨했는데…… 그게 성지한 님 동상이었음 ㅅㅂ;;

-병신아 빨리 깨끗히 청소해 ㅡㅡ

-안 그래도 박박 닦고 있다……

-광화문 큰바위 볼 때마다 저거 왜 저기있나 했는데…… 성지한 석상이었구나

-그…… 직접 말씀하신 건 없나 아직?

그럼에도 아직 확실하게 나온 건 아무것도 없어서.

사람들이 성지한 쪽의 소식만 기다리고 있을 즈음.

-어. 대기 길드 공식 채널에서 영상 떴대!

-오 진짜네?

-가자

배틀튜브에 사람들이 기다리던 성지한의 영상이 떠올랐다.

* * *

이하연이 업로드한 배틀튜브 영상.

거기에선 몇 번이고 실패하다가 청색으로 변한 거대한 금륜이 되돌아가자.

무너진 건물과 대지에 널부러진 시체들이 일어나는 장면이 그대로 나오고 있었다.

-아…… 역시 성지한 님이 맞았구나

-금륜이 돌아가면서 사람들이 일어서는 게…… 나도 저렇게 살았던 거네

-기록말살형 찬성했는데 괜히 더 죄송하네 ㅠㅠ

-애초에 배틀넷에 남아선 안 됐다니까; 성지한님 말씀대로 탈퇴했어야 했는데……

-그때 그런 소리 하면 미친놈 취급 받았음; 수명이 반으로 주니까……

성지한에게 목숨을 빚진 고마움을 느끼며, 사람들은 예전의 선택을 후회했다.

브론즈리그에서 탈출할 수 있을 때, 배틀넷에서 빠져나왔어야 했는데.

배틀넷의 혜택에 눈이 멀어, 이게 무슨 꼴인가.

한편 영상은 더 나아가.

성지한이 남자 하프 엘프 둘을 인간으로 되돌리는 것까지 보여 주었다.

그리고.

“각국에서는 남자 하프 엘프들을 즉시 모아 주십시오. 내일, 준비가 된 국가부터 방문하도록 하겠습니다.”

성지한의 통보를 마지막으로 영상은 끝이 났다.

-와…… 남자 하프 엘프들은 그럼 사람 될 수 있겠네?

-여자 하프 엘프는 해당사항 없는 거지?

-ㅇㅇ 그런 듯

-저게 진짜 성지한 님이지…… 하여간 가짜들만 보다가 진짜 보니 눈이 호강한다 ㅎㅎ

-근데 좀 차갑게 변하신 듯…… 오랜만에 봤는데 저 말씀만 하고 끝이네

-저기요…… 쌍욕 안 뱉으신 것만 해도 다행 아닐까요?

-ㄹㅇㅋㅋ 이 새끼들아 발목 좀 그만 잡아라 ㅅㅂ 이래도 양반임 솔직히

대기 길드에서 올라온 영상을 보고, 사람들이 다양한 반응을 보이며.

조회수가 실시간으로 폭발하고 있을 무렵.

“마, 마스터. 호주 총리께서 전화 오셨습니다.”

“저. 일본 총리실에서도 바로 준비하겠다고, 덧붙여 길드 마스터에게 드릴 말씀이 있다고 전화가…….”

대기 길드의 사무실에선, 각국의 정상들이 급히 연락을 해옴에 따라 업무가 마비 상태였다.

“……내 이럴 줄 알았지만. 어째 생각보다 반응이 빠르네.”

“다들 기록말살형에 OK하지 않았습니까. 오너님한테 지금이라도 이미지를 쇄신하고 싶을 테죠.”

“아. 하기야.”

대기 길드를 찍어눌러 가며, 기록말살형 찬성을 주도했던 각국의 지도자들.

헌데 그 강대한 세계수 연합이 패퇴하고.

성지한은 인류를 되살리는 기적을 내보였으니, 이들이 전전긍긍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 이성 그룹 쪽에서도 연락이 왔습니다만…….”

“국가 지도자 아니면 다 컷 해. 지금 바쁘다고.”

“아. 네.”

“특히 이성은 앞으로도 계속 무시해 버려.”

식민지 시절 때는 대기 길드의 사정이 어려워져,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었던 본가 그룹.

하나 이제는 상황이 180도 달라져 있었다.

이하연은 예전에 알려진, 남자 하프 엘프의 명단을 정리하면서.

길드 직원들에게 말했다.

“아. 그리고 적당한 나라들은, 남자 하프 엘프 다 모아야 연락 받아 주겠다고 해. 귀찮게 왜 자꾸 전화야.”

“어…… 어느 정도면 적당한 나라죠?”

“음…… 일본 급?”

“……일본 윗급 나라 별로 없지 않아요?”

“그래. 기준이 애매하구나…… 좋아. 미국 중국 빼곤 다 컷해.”

미중 빼고는 전화를 다 무시하라니.

그래도 되는 걸까?

길드 직원은 불안한 표정으로 이하연을 바라보았지만.

“오너님 복귀하셨는데, 지들이 어쩔거야? 우린 오너님께서 지시한 일만 잘하면 돼. 남자 하프 엘프 모으는 게 최우선이니까, 그렇게 통보하도록 해.”

“아…… 알겠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대응 방침을 정했다.

길드 사무실의 직원들은 처음엔 이거 너무 강하게 나가는 거 아닌가 싶었지만.

“으으…… 내가 영국 총리실을 까 버렸어. 뒷감당 되나 이거……?”

“근데 다들 순순히 받아들이던데? 오히려 나한테 미리 준비 못해 죄송하다면서, 빨리 모집하겠다고 하더라.”

“그야 당연하지. 오너님 복귀한 이상, 이쪽이 슈퍼 갑이야.”

“하긴 오너님…… 전 세계의 시간도 되돌리시는 분인데.”

“예전에 국가 주도로 다들 기록말살형 찬성했잖아. 눈치는 저쪽에서 봐야지.”

각국 정상들이 오히려 죄송하다고, 준비하고 오겠다고 나오자.

어디가 갑이고 어디가 을인지 확실하게 파악했다.

그렇게 직원들이 점차 자신감 있게 대응하고 있을 무렵.

부르르르…….

이하연은 자신의 폰에 떠오른 이름을 보곤 미간을 찌푸렸다.

미국, 중국 빼곤 컷하라고 했는데.

‘미국 대통령이 전화를 해 오네.’

아무래도 이쪽은, 자신이 직접 받아야겠지.

삑.

이하연이 전화를 연결하자.

[길드 마스터. 축하합니다. 그분께서 돌아오셨군요!]

미 대통령은 호들갑을 떨며, 그녀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평소 이렇게까지 하이톤인 양반은 아니었는데.

이하연은 한쪽 입꼬리만 올리면서, 그에게 답했다.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예전보다 참 많이 밝아지셨네요.”

[하하……! 그분이 안 계실 때는 워낙 상황이 안 좋았으니까요. 하나 이젠 인류의 구원자께서 오셨으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죠!]

“구원자라…… 기록말살형을 주도하신 분께 들으니 참 신선하네요.”

성지한 기록말살형의 찬성 여론을 주도하고.

반대하던 이하연과 대기 길드 쪽을 권력으로 찍어 눌렀던 미국 대통령.

식민지 치하가 초반에는 평화로웠기에.

인류의 세계수 연합 식민지 편입을 주도했던 대통령은, 높은 지지율로 재선도 할 수 있었다.

이하연이 이 일을 지적하자.

그는 헛기침을 내뱉었다.

[흐, 흠흠. 그 건에 관해선…… 할 말이 없군요. 다만…… 기록말살형의 찬성을 주도한 건 어디까지나 제 독단적인 선택이었습니다. 다 죽는 것보다는 낫다고 보았기에 결단을 내린 것이니…… 그 일에 대한 책임은 모두 저에게 있습니다.]

이하연은 그 말을 듣곤 피식 웃었다.

그래도 일국의 대통령이라고, 혼자 책임지려 하는 건가.

그녀는 나름대로 비장하게 이야기하는 대통령에게 찬찬히 답했다.

“그 건에 대한 판단은 오너님께서 내릴 겁니다. 그러니 남자 하프 엘프를 모으는 일만 일단 주력해 주세요.”

[예. 저희는 이미 남자 하프 엘프들을 모두 모아두었습니다. 언제든지 오셔서 작업하시면 됩니다.]

“아…… 벌써요?”

[예. 뉴욕의 하프 엘프 센터에, 남자 하프 엘프 6515명이 모여 있습니다.]

미국에서 남자 하프 엘프를 가장 많이 영입했다고 듣긴 했지만.

그래도 2만여 명 중 1/4이 넘게 모여 있네.

“알겠습니다. 즉시 보고드릴게요. 미국의 협조에 감사드립니다.”

이하연이 그렇게 대답하고, 전화를 끊으려 하자.

[저. 그…… 혹시 그분께서 여자 하프 엘프는 정화하지 않으십니까?]

미국 대통령은 황급히 이하연에게 질문했다.

‘그러고 보니 딸이 하프 엘프였지.’

미 대통령 일가 사진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던 여성 하프 엘프.

세계수 연합에게 진심으로 충성했기에 이런 은총을 내려 주셨다면서.

우주수의 위대함에 대해 연설하곤 박수갈채를 받곤 했지.

그 때 쏠쏠하게 써먹다가, 이제 여자 하프 엘프가 사람들에게 혐오받을 거 같으니까.

이쪽에 부탁하는 건가.

“……말씀은 드려 볼게요.”

[아……! 감사합니다! 길드 마스터!]

“그럼 보고를 드려야 해서, 이만.”

뚝.

이하연은 전화를 끊곤 한숨을 쉬었다.

“기록말살형을 주도한 주제에 염치도 없네 진짜…… 그동안 딸 팔아서 지지율 유지했으면서.”

그녀가 그렇게 투덜거리고 있을 때.

스으윽.

그녀의 등 뒤로 성지한이 모습을 드러냈다.

“딸? 딸이랑 무슨 상관입니까?”

“아. 오, 오너님…… 오셨어요?”

“예. 준비된 나라가 얼마나 있나 궁금해서요.”

“미국은 준비 끝났다고 해요. 아마 그…… 검의 전당에서 청을 모을 때. 하프 엘프 센터에서 남자 하프 엘프들을 모아 뒀던 거 같아요.”

“그거 잘됐네요.”

“그리고 딸은…… 그. 미국 대통령 딸이 여자 하프 엘프예요.”

“아.”

식민지 시절엔, 엘프랑 어떻게든 엮이려 했을 테니까.

딸이 여자 하프 엘프인 건 대통령으로서도 쓸 만한 카드였겠군.

“그래서 여자 하프 엘프들도 봐달랍니까?”

“네. 기록말살형 찬성 여론을 주도한 인간이 저러니까. 좀 그러네요…….”

성지한은 슬쩍 웃었다.

과거의 기록말살형 건 따위야.

현재 울드에 비하면 사소한 문제지.

거기에.

‘여자 하프 엘프한테도 건질 게 있을지 모르니까.’

세계수 연합이 남긴 지구에 두 유산.

한 번, 체크는 해 볼 만했다.

“뭐, 여자 하프 엘프들도 봐 보죠. 일단은.”

“아…… 봐 주시게요?”

“예. 한 번 모아 보라고 하세요.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말고.”

이하연은 성지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미국 측에 다시 연락했다.

그리고, 몇 시간 후.

포탈을 열어 하프 엘프 센터로 이동한 성지한은.

‘……뭐 이렇게 많아?’

거대한 센터 건물을 꽉꽉 채우고도 모자라.

밖에서 줄을 서고 있는 여성 하프 엘프들을 보면서 헛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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