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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 (5)화 (6/401)

제5화

핵심은 생존.

각성 전까지 어떻게든 살아남는 게 최우선적인 과제.

그러니 갑옷이라도 입고 다닐 수밖에.

문제는 오토가, 그러니까 게이머 김도진이 갑옷을 입어본 적이 없었다는 것.

“으윽….”

태어나 처음으로 입어본 갑옷은 매우 무거웠고, 불편했으며, 또 답답했다.

게다가 캐릭터의 근력이 워낙에 낮아서, 움직이기조차 쉽지가 않았다.

때문에, 오토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뒤뚱뒤뚱 우스꽝스럽게 걸어 다녀야만 했다.

‘이제 어지간한 암살 위협에서는 안전하겠지.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을 확률도 현저히 줄어들 테고.’

선택은 옳았다.

와장창!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날벼락> 효과가 발동, 성벽에서 벽돌 하나가 떨어져 오토의 머리를 강타했다.

그러나 투구를 쓴 덕분에 머리통이 박살 나는 불상사를 피할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죽어! 이 개새ㄲ… 헉?!”

모퉁이를 돌던 중 평소 오토에게 앙심을 품고 있던 경비병에게 암살당할 뻔했지만, 이 역시 무사히 넘어갔다.

평범한 단검 한 자루로는 갑옷으로 중무장하고 있는 오토를 죽이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냥 추방시켜.”

오토는 자신을 암살하려 했던 경비병에게 자비를 베풀어주었다.

“영주님! 그러시면 안 됩니다! 이놈은 영주님을 죽이려 했던 놈입니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겠지.”

“하지만….”

“용서를 빌어야 할 사람은 나다.”

오토는 그렇게 말하고는 붙잡힌 경비병에게 다가가 손을 꼭 잡아주었다.

‘쳇. 내가 저지르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사과해야 하다니. 하여간 천하의 X새끼라니까.’

오토는 속으로 투덜거리면서도, 붙잡힌 경비병의 마음을 달래주려 애썼다.

그의 이름은 한센.

1년 전 여동생이 오토에게 몹쓸 짓을 당했단 이유로 앙심을 품게 된 자였다.

“한센. 나는 네 여동생과 가족에게 용서받지 못 할 짓을 저질렀다. 네가 날 죽이려 한 것도 이해해. 그건 정당한 복수다. 인정해.”

“…….”

“내가 저지른 죄… 깊게 뉘우치고 있다. 그러니 나는 너를 벌하지 않을 거다. 가족들과 함께 이곳을 떠나.”

오토는 시종들에게 금화가 가득 든 주머니를 가져오게 해서 한센에게 쥐여 주기까지 했다.

“이런다고… 이런다고 뭐가 달라집니까? 돈 몇 푼 쥐여 주면 내 여동생이 입은 상처가 없던 일이 되는 겁니까?”

“그럴 리가.”

오토가 고개를 저었다.

“난 단지 속죄하려는 거다. 돈은 최소한의 성의 표시이자 사과의 의미고. 복수하고 싶다면 언제든지 다시 와라. 언제든 받아줄 테니.”

오토는 그렇게 말하고는 회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마음에도 없는 사과하기 참 힘드네.’

하지만 오토 드 스쿠데리아가 되어버린 이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캐릭터가 가진 업보마저도 이제는 게이머 김도진의 몫이 되어버린 것일 테니까.

* * *

“영주님께서 드십니다.”

시종의 목소리와 함께 어전 문이 열리고, 오토가 입장했다.

“으응?”

“갑자기 갑옷은 왜….”

“허허.”

신하들은 갑옷으로 중무장한 오토를 보고 황당해했다.

전시상황도 아닌데 왜 갑옷을 입고 등장한단 말인가….

“다들 좋은 아ㅊ… 으악!”

우당탕! 하는 소리와 함께 오토가 볼썽사납게 나뒹굴었다.

“…….”

“…….”

다들 할 말을 잃었다.

‘분명히 뭘 잘못 처먹은 게 분명하다.’

‘도대체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군.’

신하들은 오토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다.

천하의 둘도 없는 개망나니가 갑자기 정신을 차린 것도 이상하고.

최측근이었던 피제로를 갑자기 처형해버린 것도 이상했다.

‘저러다가 또 무슨 개지랄을 떨지 모른다. 조심하자.’

‘사람은 쉽게 안 바뀌는 법이지. 언제 본성을 드러낼지 모르니 긴장해야겠군.’

신하들은 오히려 더 긴장했다.

그들이 아는 오토는 상상을 초월하는 사이코패스.

그래서인지 달라진 모습이 더욱 두렵게만 느껴졌던 것이다.

“…또 무슨 바람이 불어서.”

카미유는 아예 눈을 질끈 감고, 피곤하다는 듯 안면을 감쌌다.

“끄응.”

오토가 힘겹게 몸을 일으키더니 뒤뚱뒤뚱 옥좌로 가 앉았다.

“오늘 아침 안건은 뭐죠?”

“예, 영주님.”

카미유가 대답했다.

“현재 우리 영지의 재정 상태가 좋지 못합니다.”

“그러시겠지.”

“예?”

“계속하세요.”

“예.”

카미유가 오토에게 보고서를 올렸다.

“재정이 안 좋은 정도가 아닙니다. 이대로라면 30일 안에 파산할지도 모릅니다.”

이오타 영지의 재정 상황은 최악이었다.

[이오타 영지]

민심 : 41 / 100 주의

식량 :  9 / 100 매우 위험

재정 :  7 / 100 매우 위험

치안 : 37 / 100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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