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 (9)화 (10/401)

제9화

오토는 나즈락의 본거지를 공격하기 직전 이오타 영지의 군대에 합류했다.

“영주님을 뵙습니다.”

카미유는 보란 듯 오토에게 한쪽 무릎을 꿇고, 기사가 군주에게 올리는 예법을 올렸다.

이오타 영지의 장병들로 하여금 카미유가 여전히 오토에게 충성하고 있단 걸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고생했어.”

오토가 카미유를 일으켜주었다.

“진짜인 모양인데?”

“저 천하의 개망나니가 목숨을 걸고 정보를 빼내 오다니….”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군.”

이오타 영지의 장병들은 그 모습을 보고 크게 놀랐다.

오토가 보여주는 행동이 지금까지 알던 영주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다.

‘전쟁터라니. 젠장.’

한편, 오토의 속은 바짝 타들어 가는 중이었다.

후들후들!

두 다리가 떨렸다.

쿵쾅쿵쾅!

심장은 당장에라도 터질 것 같았다.

‘으으으.’

김도진은 그저 게임 <영지전쟁>을 열성적으로 플레이하던 고인물에 불과했다.

그런 그가 실제로 전쟁을 경험해봤을 리 없으니, 패닉에 빠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정신 바짝 차려야 된다.’

두려움을 무릅쓰고 전투에 참가한 까닭은, 민심 때문이었다.

현재 이오타 영지의 장병들은 오토에 대한 충성심이 매우 낮았다.

또한, 오토를 신뢰하지도 못했다.

하지만 전투에 참가해 함께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영주가 전장에 나서서 목숨을 걸고 장병들과 함께 싸운다면, 충성심은 물론 신뢰도도 크게 올라간다.

그러한 이유로, 오토는 용기를 내어 몸소 전투에 나섰던 것이다.

“괜찮으십니까?”

카미유가 오토에게 속삭였다.

“실전은 처음이시잖습니까.”

“괘, 괜찮아.”

“목소리가 떨리고 계십니다.”

“그, 그래? 하하… 하하하하….”

“정 힘들면 뒤에서 지휘만 해도 됩니다. 영주가 직접 나서서 싸울 필요는 없습니다. 전장에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아버지는 장병들과 함께 싸우셨잖아.”

“그거야 그렇습니다만….”

“직접 나서서 싸우는 모습을 보여줘야 돼. 그래야 장병들이 앞으로 날 믿고 따르지.”

오토는 그렇게 말하며 평생 잡아본 적도 없는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는 검을 하늘 높이 치켜들고 힘껏 소리쳤다.

“이오타!”

그런데.

“…….”

“…….”

“…….”

장병들 중 아무도 오토의 외침에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오토가 안 하던 짓을 하자 다들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눈만 끔뻑끔뻑 눈치만 보고 있었던 것이다.

“야 이! 대답 좀 해! 이것들아! 이오타아아아아아!!!”

오토가 빽! 하고 소리쳤다.

“이, 이오타!”

어느 기사 하나가 얼떨결에 소리쳤다.

“이오타!”

“이오타!”

“이오타!”

뒤이어 장병들의 목소리가 하늘 높이 울려 퍼졌다.

“전군! 돌격하라! 사악한 언데드들을 섬멸하라!”

오토는 그렇게 소리치며 그 누구보다 먼저 나즈락의 본거지를 향해 달려나갔다.

문제는 의욕만 너무 앞섰다는 것.

철푸덕!

오토는 나 홀로 달려나가던 중 돌부리에 걸리는 바람에 볼썽사납게 나자빠지고 말았다.

“…….”

“…….”

“…….”

이오타 영지의 장병들은 그런 오토의 모습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전군. 돌격하라.”

카미유가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말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뒤이어 이오타 영지의 장병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나즈락의 본거지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조금은 삐걱대긴 했지만, 그렇게 전투는 시작되었다.

그리고 오토는….

“바, 밟지 마! 으악! 밟지 말라고 이것들아!”

아군에게 밟혀 죽지 않기 위해 이리 구르고 저리 굴러야만 했다.

* * *

완벽한 빈집털이.

나즈락의 본대가 오르트 영지군과 싸우는 중이라, 성역을 방어하는 언데드 몬스터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전투는 이오타 영지의 압승으로 전개되었다.

하지만 전투가 마냥 쉬웠던 건 아니었다.

“으아아악!”

“사, 살려 줘! 으악! 여, 여기 좀 봐 줘!”

“크아아악!”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장병들이 죽어 나갔다.

‘이게… 실전이라는 건가.’

전쟁의 참상을 직접 목격한 오토는, 그만 얼어붙고 말았다.

눈앞에서 사람의 팔, 다리가 떨어져 나가고 목이 날아가는 광경이 펼쳐지니 몸이 잘 움직여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전투 경험도 없는 데다가, 캐릭터의 스펙도 너무 낮았다.

사실 전쟁터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적은 사정을 봐주지 않는 법.

- 겔겔겔!

해골병사 하나가 오토를 향해 덤벼들었다.

“조심!!!”

카미유가 버럭 소리치며 오토를 향해 덤벼들던 해골병사의 허리를 두 동강 내버렸다.

“정신 바짝 차리십시오! 방심하면 죽습니다! 극복해야 합니다!”

“나, 나도 알아!”

“아버님께서 검술을 가르쳐주시질 않으셨습니까! 기억해내십시오! 몸이 기억할 겁니다!”

“그, 그래!”

오토가 이는 악물었다.

‘여긴 내가 살던 세상이 아니다. 사람이 죽어 나가는 건 일상이고, 매일 같이 피 튀기는 전쟁이 벌어지는 세계야. 고작 이런 작은 전투에서 정신을 못 차리면… 앞으로 살아남을 수가 없어.’

정신을 다잡았다.

꽈악!

검을 쥔 손아귀에 힘을 더했다.

- 겔겔겔!

또 다른 해골병사가 오토에게 덤벼들었다.

‘에라 모르겠다!’

오토는 덤벼드는 해골병사를 향해 있는 힘껏 검을 휘둘렀다.

빠각!

둔탁한 소리와 함께 해골병사의 척추가 반으로 갈라졌다.

‘됐어!’

오토는 자신이 해냈다는 것에 만족했다.

최소한 덤벼드는 해골병사 한 마리 정도는 해치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자신감이 붙었던 것이다.

‘그래! 할 수 있어!’

그러자 두려움이 씻은 듯 사라지고 주변 상황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해골병사 정도는 해치울 수 있어!’

오토는 내친김에 근처에 있던 해골병사를 표적으로 삼고, 뒤통수를 향해 검을 내리쳤다.

틱!

[알림: Miss!]

캐릭터의 명중률이 워낙에 낮다 보니 공격이 빗나가고 말았다.

“어…?”

당황한 오토.

- ……?

해골병사가 고개를 쓱 돌려 오토를 노려보았다.

오싹!

눈이 마주치자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쒜에엑!

해골병사가 휘두른 미늘창이 오토의 코앞으로 날아들었다.

카강!

오토는 본능적으로 검을 들어 그 공격을 막았지만, 이어지는 해골병사의 공격에는 속수무책이었다.

뚝!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검이 부러지는 참사까지 일어났다.

철푸덕!

또다시 나자빠진 오토.

- 네 이노옴….

해골병사의 입에서 귀에 익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즈락의 영혼이 해골병사에게 빙의해 오토에게 말을 건넨 거였다.

- 감히 이 나를 배신하고… 이곳 성역에 군대를 이끌고 와…?

“헉?”

- 내 여기서 소멸하는 한이 있어도… 네놈만은 끝장을 낼 것이야!

그 순간.

‘ㅈ… ㅈ됐다.’

오토는 정말로 큰일 났다는 걸 깨달았다.

슥, 스윽, 슥, 슥, 슥.

그와 동시에 주변에 있던 모든 언데드 몬스터들이 고개를 돌려 오토 하나만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알림: 경고, 경고!]

[알림: 나즈락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알림: 나즈락의 권속들이 오직 당신을 노립니다!]

[알림: 도망치십시오!]

[알림: 저들은 당신이 죽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어그로가 끌렸다.

성역에 존재하는 모든 언데드 몬스터들이 오토를 향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토는….

“사, 사람 살려어어어어어어어!!!”

살기 위해 뛰어야만 했다.

* * *

- 나의 권속들이여! 저놈만은 반드시 잡아 죽여야 한다! 죽여라! 반드시!

수백 마리의 언데드 몬스터들이 일제히 오토를 향해 달려들었다.

“으아아아아악!”

오토는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공격을 피해 달아나고, 또 달아났다.

“영주님께서 위험하시다!”

“모두 영주님을 보호하라!”

그러자 이오타 영지의 장병들이 나서서 오토에게 덤벼드는 언데드 몬스터들과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어딜!”

카미유도 오토를 노리던 해골병사를 해치우며 오토 지키기에 나섰다.

“카미유!”

오토가 카미유에게 소리쳤다.

“가! 어서!”

“그게 무슨 말인가!”

“성역 깊숙한 곳에 초상화가 있을 거야! 언데드의 군주의 영혼은 그 초상화에 담겨 있어! 그러니까 가! 가서 초상화를 찢어버려!”

“하지만….”

“어떻게든 살아남을 테니까 걱정 말고 가! 빨리!”

오토가 그렇게 소리친 이유는, 나즈락의 영혼을 소멸시키는 것만이 이 위기를 극복할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었다.

나즈락을 처치하지 않으면 언데드 몬스터들이 끊임없이 젠 된다.

젠 된 언데드 몬스터들이 오토를 노리리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

그래서 나즈락을 처치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카미유가 나서야만 했다.

나즈락의 초상화를 지키는 고위급 언데드 몬스터들을 처치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카미유였기 때문이다.

“명령… 받들겠습니다. 부디 무사하시길.”

결국, 카미유는 오토를 지키는 대신에 성역 깊숙한 곳에 자리한 나즈락의 초상화를 파괴하기로 했다.

띠링!

그러자 퀘스트창이 떠올랐다.

[알림: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살아남아라! 오토 드 스쿠데리아!]

내용 : 카미유가 나즈락의 초상화를 파괴할 때까지 살아남을 것.

타입 : 타임어택 퀘스트

진행률 : 0% (0/1)

보상 : 파괴의 보주

제한시간 : 600초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