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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 (17)화 (18/401)

제17화

오토는 다음 날 오후가 돼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다.

<카이로스의 징벌>을 사용한 대가로 어마어마한 후유증이 덮쳐오면서, 완전히 탈진해버렸던 것이다.

“으윽….”

눈을 뜬 오토.

“이제 정신이 드십니까?”

곁을 지키던 카미유는 오토가 깨어나자 미소를 지었다.

“여기 어디야?”

“영주님의 침실입니다.”

“침실…?”

벌떡 일어난 오토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내가 왜 침실에 있어…?”

“예?”

“맞다! 지금 며칠이야?”

오토가 화들짝 놀라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콘도르는? 콘도르 왔어?”

“기억이 안 나십니까?”

“으응?”

“콘도르는 영주님께서 처치하셨잖습니까.”

“그, 그랬나?”

“일단 이것 좀 드십시오.”

카미유가 오토에게 따뜻한 홍차 한 잔을 건넸다.

“호로로록.” 

오토는 차를 한 잔 마시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서야 어제 일을 겨우 기억해내었다.

‘맞다. 그랬지. 내가 콘도르와 싸웠지. 어휴. 필름이 잠깐 끊겼었나 보네.’

안도의 한숨을 쉰 오토.

“근데… 여긴 왜 이렇게 아프냐… 으으….”

오토가 뒤통수를 부여잡고 낑낑거렸다.

손으로 더듬어보니 뒤통수에 커다란 혹이 나 있었다.

“아무래도 뇌진탕을 일으키신 것 같습니다.”

“뇌진탕?”

“저한테 부지깽이로 치라고 하셨잖습니까.”

“아.”

오토가 그제야 혹이 난 이유를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 맞다. 그랬지. 그래서 이렇게 아픈 건가?”

“아무래도 머리를 세게 얻어맞으셨으니….”

카미유가 갑옷걸이에 걸린 오토의 갑옷을 가리켰다.

자세히 보니 투구의 뒤통수가 심하게 찌그러져 있었다.

판금으로 만든 투구가 저렇게 찌그러질 정도면, 카미유가 부지깽이로 뒤통수를 얼마나 세게 후려쳤는지 충분히 짐작이 갔다.

“아니.”

오토가 인상을 팍! 썼다.

“투구가 찌그러질 정도로 후려쳤다고?”

“예…?”

“이참에 죽이려고 그랬던 거 아냐?”

“아닙ㄴ….”

“아니긴 뭐가 아니야!”

오토가 으르렁거렸다.

“아주 작정하고 후려쳤구만!”

“절대 아닙니다.”

“그런데 투구가 저렇게 찌그러졌다고? 어? 아예 대가리를 깨버릴 작정이었던 거 같은데?”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어쩔 수가….”

“그래서 투구가 찌그러질 정도로 팼냐!”

“…죄송합니다.”

“솔직히 일부러 더 세게 쳤지?”

“아닙니다.”

“에이. 거짓말하지 말고. 솔직히 말해봐. 감정 실은 거 아니야?”

“아닙니다.”

“감정 실은 거 같은데….”

“맹세합니다.”

“흠.”

오토가 의심이 가득한 눈길로 카미유를 노려보며 말했다.

“이번 한 번은 넘어가 주겠어.”

“…….”

“내가 속아준다, 속아줘.”

“…….”

“아주 틈만 나면 하극상이라니까?”

카미유는 솔직히 좀 억울했지만, 오토의 업적을 생각해 더는 말대답하지 않았다.

오토는 충분히 대단한 일을 해냈다.

무시무시한 괴물이 되어 돌아온 콘도르.

그와 목숨을 걸고 싸웠고, 결국 이겼다.

영주임에도 목숨을 걸고 나서서 영지를 지켜냈으니,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누구보다 훌륭한 군주라 해도 과언이 아닐 터.

갈굼을 좀 당하면 어떤가?

오토는 영지를 구해낸 영웅인데.

하지만 카미유는 몰랐다.

사실 오토가 구한 건 이곳 오르트 영지뿐 아니라 이 세계 전체를 구해낸 것이라는 걸….

* * *

“아. 맞다.”

오토가 카미유를 돌아보며 물었다.

“나한테 줄 거 없어?”

“혹시 이걸 말씀하십니까? 콘도르의 시체 위에 떠 오른 걸 제가 회수했습니다.”

카미유가 품속에서 검은색 구슬을 꺼내 오토에게 건네주었다.

[알림: <공포의 보주>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타락한 콘도르는 각성에 필요한 세 가지 보주 중 하나인 <공포의 보주>를 드랍하는 일종의 보스 몬스터였던 것이다.

오토가 콘도르를 죽일 수 있었음에도 살려두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

“뭘 하려고 하십니까?”

“나중에 말해줄게.”

“알겠습니다.”

“부지깽이도 줘.”

“여기 있습니다.”

카미유가 오토의 머리에 혹을 낸 흉기(?)를 건네주었다.

“그런데 그 부지깽이… 정체가 뭡니까?”

카미유가 물었다.

“이거?”

오토가 피식 웃었다.

“별거 아냐. 그냥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해주는 물건이지.”

“정신을 번쩍 차리게 해줍니까? 그 부지깽이가?”

“응.”

오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신지배 같은 효과에 특효약이라고나 할까… 이래저래 쓸모가 많아.”

이 부지깽이는 오르트 영지의 영주 침실에 놓여 있던 비품 중 하나로, 겉보기엔 평범한 부지깽이로밖엔 안 보였다.

하지만 실제론 특별한 효과를 숨기고 있었다.

[각성의 부지깽이]

정신을 차리게 해주는 부지깽이.

이 부지깽이로 머리통을 얻어맞으면 정신이 번쩍 든다.

분류 : 둔기 (부지깽이)

등급 : 유니크

내구도 : 487 / 500

공격력 : 1

주문력 : 0

부가효과 : 없음

특수효과 :

- [각성] 대상에 걸린 매혹·세뇌·환각·만취·수면 등을 해제함.

- [여긴 어디? 나는 누구?] 1% 확률로 뇌진탕을 일으킴.

주의사항 : 자칫 대상의 머리통을 부술 수 있으므로 사용하는 데 적절한 힘 조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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