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화
오토 드 스쿠데리아로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에고 상단>이라는 상인들의 행렬이 영지에 잠시 머무르다 간다.
에고 상단은 에고란 이름의 고블린이 운영하는 곳으로, 비록 규모는 작지만 성장 잠재력이 아주 큰 곳이었다.
에고의 사업수완이 워낙에 좋아서, 장차 전 대륙을 아우르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지간한 플레이어들은 어떤 군주로 플레이하든 이 에고 상단과 거래를 트고, 신뢰를 쌓고자 노력하기 마련이었다.
오토는 그것을 너무나도 잘 알았기에, 에고 상단이 지나쳐가는 걸 그냥 두고만 볼 순 없었다.
때마침 상황도 타이밍도 매우 좋았다.
늦가을이 되면 에고 상단의 행렬이 오토 드 스쿠데리아가 통치하는 영토를 지나쳐갔던 것이다.
에고 상단은 대륙의 북서부에 자리한 대도시로 향신료를 포함한 사치품을 배송 중이었는데, 하필 중간에 도적 떼를 만나는 바람에 납품 기일을 맞추는 게 불가능해진 상황이었다.
그래서 에고 상단이 납품 기일에 맞춰 화물을 배송을 배송하려면 오우거들의 번식지를 반드시 지나쳐야 했다.
만약 플레이어가 오우거들을 토벌해 해당 지역을 교역로로 개발했다면, 에고 상단과 거래를 트면서 좋은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게 된다.
오토가 깨어나자마자 헐레벌떡 움직인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저기 있다!’
오토는 영지 안에 에고 상단의 행렬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걸 발견하고 황급히 그곳으로 달려갔다.
“앗! 영주님이다!”
“오오오!”
그러자 영지민들이 오토를 발견하고는 너도나도 감탄했다.
왜?
오토의 활약상이 알려진 상태였으니까.
오토가 철퇴로 어검술을 사용해 키메라를 퇴치했다는 전설적인 무용담이 삽시간에 영지 전체로 쫙 퍼져나가면서, 오토를 바라보는 영지민들의 시선이 달라져 있었던 것이다.
물론 오토는 그걸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어차피 앞으로 더욱 놀라운 모습을 계속 보여줄 것이었기에, 영지민들의 시각이 좀 달라졌다고 해서 기고만장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영주님을 뵙습니다.”
한 기사가 오토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으며 보고했다.
“마침 보고를 드리려던 참이었습니다. 저들은 에고 상단이란 상단에 소속된 상인들인데….”
“북서부의 대도시로 가는 중인데 납품 기일에 늦을 것 같다고요?”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그래서 오우거들의 번식지를 지나쳐가고 싶다고 이야기하던가요?”
“마, 맞습니다.”
“그럴 줄 알았어요.”
오토는 기사를 향해 씩 한 번 웃어 보이고는, 에고 상단에 소속된 상인들에게로 다가갔다.
“영주님께서 상단의 책임자를 만나보고자 하십니다.”
카미유가 오토를 대신해 에고 상단의 책임자를 불렀다.
그러자 하얀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늙은 고블린 한 마리가 다가와 말했다.
“소인이 에고 상단의 단주인 에고입니다요.”
카미유는 늙은 고블린이 자신의 이름을 밝히며 말을 걸어오자 흠칫! 놀랐다.
고블린은 어느 정도 지능이 있는 몬스터이긴 했다.
그러나 이렇듯 인간의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고블린은 난생처음이었다.
“그러니까… 당신이 상단의 주인이란 말씀이십니까?”
“예, 그렇습니다요.”
에고는 카미유의 당혹스러워하는 반응이 익숙하다는 듯 태연하게 고개를 조아렸다.
“반갑습니다.”
그때, 오토가 에고를 향해 악수를 청했다.
“영주 오토 드 스쿠데리아라고 합니다.”
“…예에?”
이번에는 에고가 흠칫 놀랐다.
아무리 시골 깡촌에 자리한 영지라고는 하지만, 영주쯤 되는 자가 한낱 고블린 따위에게 선뜻 악수를 청한다는 게 놀라웠던 것이다.
띠링!
그러자 오토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당신에 대한 에고의 호감도 상태가 <놀라움>이 되었습니다!]
[알림: 에고의 호감을 얻었습니다!]
‘바로 이거지.’
오토는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 * *
에고는 돌연변이 고블린이었다.
고블린임에도 불구하고 평범한 인간 이상의 지능을 갖고 태어난 것이다.
그 뛰어난 지능 덕분에, 에고는 고블린 사회에 녹아들지 못했다.
뛰어난 지능을 지닌 에고로서는 동족들이 왜 굳이 인간들을 습격해서 잡아먹어야 하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또한, 고블린들의 문화와 습성도 에고에게는 매우 비합리적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에고는 고블린들의 사회를 떠나게 되었고, 우연히 한 용병과 인연이 닿아 인간의 언어를 배우게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높은 지능을 지녔다고 한들, 고블린인 에고가 인간 세상에 녹아들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태생이 고블린이라는 이유로 온갖 차별과 무시를 당하기 일쑤였고, 때로는 인간들에게 죽임을 당할 뻔한 적이 수백 번도 넘었다.
하지만 에고는 꾸역꾸역 살아남았고, 열심히 모은 돈으로 자그마한 규모의 상단 하나를 꾸리기에 이르렀다.
인간 승리!
아니, 고블린 승리!
온갖 차별·박해·편견·음해·시련·역경 등을 딛고 인간들의 사회에 당당히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러나 에고는 여기서 만족할 수 없었다.
고블린인 그가 인간들의 사회에서 막강한 힘을 갖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돈이 필요했다.
오랜 세월 인간들의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인간들이 돈 앞에 굽신굽신 허리와 고개를 숙인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상대가 고블린일지라도!
그래서 에고는 상단을 장차 전 대륙을 아우르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고야 말겠단 포부를 품고 있었다.
실제로 그럴 만한 능력이 있기도 했고.
‘영주가 고블린인 나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다니….’
에고가 내심 놀라면서 오토가 내민 손을 맞잡았다.
“아이고, 영주님. 에고 상단을 책임지고 있는 에고라고 합니다요.”
에고가 굽신굽신 허리를 굽히며 고개를 조아렸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소인도 영주님을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요. 영주님께서 이렇게 선뜻 행차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요.”
“몸 둘 바를 모르다뇨. 귀하신 분이 오셨는데.”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요?”
“어디 조용한 데서 차라도 한잔하면서 말씀 나누실래요?”
“아이고, 황송합니다요. 물론입죠.”
자리를 옮긴 후.
“화물 배송 일정이 빡빡하시죠?”
“그렇습니다요.”
오토의 물음에 에고가 풀 죽은 표정을 지었다.
신용은 곧 상단의 생명과도 같은 것.
정해진 기일 내에 화물을 배송하지 못한다면 상단의 신뢰도가 크게 깎일뿐더러, 막대한 배상금을 물어내야 해서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럼 여길 지나가시죠.”
오토가 지도를 꺼내 오우거들의 번식지였던 지역을 가리켰다.
“예에?”
그러자 에고의 눈이 휘둥그렇게 커졌다.
“그곳은 오우거들의 득실거리는 곳 아닙니까요? 게다가 지금은….”
“오우거들의 번식 철이라고요?”
“그렇습니다요. 지금 거기를 지나가는 건….”
“자살행위라고요?”
“그렇습니다요.”
“물론 그랬죠. 어제까지는.”
“무슨 말씀이십니까요?”
“어제부로 오우거들을 토벌했거든요. 이제 이 지역에 오우거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을 겁니다. 씨를 말려버렸거든요.”
“그게 정말이십니까요?”
에고의 표정이 밝아졌다.
만약 오우거들의 번식지였던 지역을 통과할 수만 있다면, 약속된 날짜까지 화물을 배송하는 게 가능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이 은혜는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요.”
“좋습니다.”
오토가 미소를 지었다.
“특별히 통행료는 무료로 해드릴 테니까, 저랑 거래 하나만 하시죠.”
“예에…?”
“이거.”
오토가 붉은색 포션 하나를 테이블 위에 탁! 하고 내려놓았다.
“대량으로 유통할 계획인데… 가능하시겠죠?”
오토가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포션의 정체는 웅담초 열매를 원료로 한 자양강장제였다.
* * *
[로이드 포션]
웅담초 열매를 원료로 만든 포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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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이 전혀 없다는 게 최고의 장점이며, 30일 간격으로 계속 마시다 보면 포션의 효과를 영구적으로 획득할 수 있다. (10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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