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 (29)화 (30/401)

제29화

오토는 에고가 북부의 대도시로 떠날 때 다음과 같은 부탁―22화 참조―을 한 적이 있었다.

“혹시 금속으로 된 거울 좀 많이 구해다 주실 수 있나요?”

그리고 궁금해하는 카미유에게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금속으로 된 거울은 어디에 쓰시려고 그러십니까?”

“내년 초에 쓸 일이 있어서 그래. 어떻게 쓰는지는 그때 가서 보면 알아.”

금속으로 된 거울.

그게 바로 앙겔레스를 손쉽게 처치할 방법이었다.

즉, 오토는 앙겔레스를 상대하기 위해 거의 두 달 전부터 미리 준비를 해두었던 것이다.

“치, 치워… 치우란 말이다아!!!”

앙겔레스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고통스러워했다.

‘괴롭겠지.’

오토는 그런 앙겔레스를 바라보며 냉랭한 미소를 지었다.

오토는 과거 <영지전쟁>을 플레이하며 앙겔레스의 앞에서 번번이 무릎을 꿇었다.

앙겔레스가 워낙에 강력한 흑마법사인지라, 무슨 수를 써도 도저히 처치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앙겔레스와의 전투를 약 500번쯤 치렀을 무렵.

쨍그랑!

오토는 앙겔레스가 주변에 있는 유리, 거울 등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물건이라면 뭐든 닥치는 대로 때려 부순다는 걸 알아챘다.

‘뭐지? 날 공격하는 것보다 왜 거울을 먼저 깨는 거지?’

오토는 곧 연구에 들어갔고, 결국 앙겔레스의 공략법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앙겔레스의 약점은 다름 아닌 <자신의 본모습을 보는 것>이었던 것이다.

* * *

“거울! 거우우우울! 다 부숴버려야 해! 모조리!”

앙겔레스는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거울들을 깨부수려 했다.

정작 적인 오토에게는 신경조차 쓰지 못한 채….

- 저 못생긴 괴물이 뭘 하는 것이냐?

철퇴에 깃든 카이로스의 영혼이 오토에게 물었다.

‘보면 몰라? 거울 부수려고 하잖아.’

- 그러니까 거울을 왜 부수려고 하냐는 말이다.

‘자기 모습이 싫은가 보지.’

- 음?

‘나 같아도 싫을 것 같은데?’

- 하긴. 저 괴물은 짐이 평생 본 몬스터들 중에서도 가장 추악하고 못생겼구나.

앙겔레스의 본모습은 엄청나게 끔찍했다.

기본적으로 150킬로그램은 될 것 같은 살덩이 몸매.

젖가슴은 거의 골반까지 늘어져 있었다.

게다가 탈모가 있는지 머리숱이 무척이나 적었고, 코는 들창코였고, 두 눈은 마치 단춧구멍 같았으며, 입은 귀밑까지 찢어져 있었다.

거기에 더해 피부에는 온통 노란 고름이 가득해서, 피와 섞여 줄줄 흘러내리기까지 했다.

- 근데 괴물이면 괴물답게 외모에 신경 안 쓰면 되는 것 아니냐? 왜 어울리지도 않게 저러는 거냐?

‘아, 그게.’

오토가 카이로스의 물음에 대답했다.

‘쟤가 좀 심한 외모지상주의자거든.’

- 음?

‘어떻게 된 일이냐면….’

오토가 카이로스에게 앙겔레스에 대한 배경 설정을 말해주었다.

본래 앙겔레스는 지독한 추녀로 태어나 스스로의 외모에 극심한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마법 재능만큼은 뛰어났던 그녀는, 자신의 재능을 알아봐 주는 스승을 만나 마법에 입문하게 되었다.

앙겔레스는 마법에 입문하자마자 두각을 드러내며 뛰어난 마법사로 성장해나가기 시작했다.

그 후 마법 실력을 어느 정도 갖춘 앙겔레스는, 곧장 자신의 외모를 뜯어고치기에 나섰다.

처음에는 꽤 괜찮았다.

마법과 외과적 수술을 통해 외모를 어느 정도 아름답게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앙겔레스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더 예뻐져야 해… 더….”

자신의 외모를 가꾸어나가는데 점점 더 집착하기 시작한 앙겔레스.

집착이 광기로 바뀌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스스로의 외모를 개조하기 위해 급기야는 사악한 흑마법과 인간을 이용한 생체실험에까지 손을 대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뭐든 과하면 그 끝이 좋지 않은 법.

앙겔레스는 흑마법의 부작용으로 지금과 같이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몰골의 괴물이 되어버렸다.

“다 죽여 버릴 거야… 다….”

결국 타락해버린 앙겔레스는 스승과 함께 마법을 공부하던 학생들까지 모조리 죽여 버린 뒤 도망쳤고, 이오타 영지 근처에 자리한 서쪽 숲으로 숨어들게 되었던 것이다.

- 쯧쯧. 좋은 재능을 지니고도 제 인생을 스스로 망쳐버렸군. 어리석은 것 같으니.

‘아무튼, 나 쟤 좀 처치해야 하니까 힘 좀 빌려줘.’

- 언제쯤 날 안식에 들게 해줄 건가? 이 안에 갇혀 있자니 슬슬 답답하다.

‘6개월 안에 해방시켜 줄게.’

- 알겠다.

뒤이어 철퇴로부터 강력한 힘이 뿜어져 나와 오토에게 힘을 실어주기 시작했다.

‘간다.’

오토는 즉시 앙겔레스를 향해 달려들어 철퇴를 미친 듯 휘둘렀다.

“이 개새끼가!”

앙겔레스는 오토의 공격에 반격을 하려는 듯싶다가도, 이내 곧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정신이 팔렸다.

“못생겼어! 너무 못생겼어! 아니야! 이건 내 모습이 아니란 말이야!”

앙겔레스는 오토를 공격하다가도 거울을 파괴하기 위해 한눈을 팔았다.

자신의 외모에 대한 집착과 혐오감이 병적으로 심하다 보니, 이런 급한 상황에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것이다.

퍽! 퍼억!

그 덕분에 오토는, 앙겔레스를 마치 샌드백처럼 일방적으로 두들겨 팰 수 있었다.

오토가 만들어낸 이 거울의 방 자체가 앙겔레스를 붙잡아두는 역할을 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퍽! 퍼억!

“캬악! 이 개 같은… 아, 안 돼! 거울! 거울을 부셔야 돼!”

퍼억!

“이 빌어먹을 놈이! 네놈을 가만두지… 아니야! 저건 내 모습이 아니야!”

퍼억!

“네놈이 정녕… 제, 제발 거울을 치워줘! 제발!”

약간의 시간이 흐른 뒤.

털썩!

마침내 앙겔레스가 쓰러졌다.

“거울… 거울을… 부숴야 돼… 거울을….”

앙겔레스는 머리가 반쯤 으깨져 숨이 넘어가기 직전임에도 불구하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만 집착했다.

“쯧쯧.”

오토는 그런 앙겔레스를 바라보며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 저러네. 그러니까 쉽게 이길 수 있는 거지만.”

만약 거울의 방에서 싸우는 게 아니라면, 앙겔레스는 결코 이길 수 없는 상대.

철퇴에 깃든 카이로스의 영혼이 힘을 빌려준다고 해도 이기는 게 불가능했던 것이다.

치명적인 약점을 알고 있어서 천만다행이었다.

- 그만 저 추악한 괴물을 끝내라. 도저히 못 봐주겠군.

“그러려고.”

오토는 망설임 없이 앙겔레스를 향해 철퇴를 휘둘렀다.

“캑!”

그러자 앙겔레스가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더니, 축 늘어졌다.

그리고 두 번 다시 움직이지 못했다.

[알림: <마녀 앙겔레스>를 처치하셨습니다!]

알림창이 떠오르고.

스으으!

오토의 몸이 전직 임팩트로 인해 황금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알림: <지지리도 못난 놈> 저주가 해제되었습니다!]

저주가 풀리고.

[알림: 레벨이 정상화합니다!]

[알림: 1레벨 달성!]

-99로 고정되어 있던 레벨이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알림: 경험치가 35만 올랐습니다!]

저주가 풀리자 아무리 강력한 적을 처치하더라도 들어오지 않던 경험치가 정상적으로 들어왔다.

[알림: 레벨이 올랐습니다!]

[알림: 2레벨 달성!]

(중략)

[알림: 레벨이 올랐습니다!]

[알림: 30레벨 달성!]

오토는 앙겔레스를 처치한 경험치 덕분에 1레벨에서 30레벨까지 급성장을 이루었다.

드디어 성장 잠재력이란 존재하지 않던 -99레벨 쓰레기 캐릭터 신세를 벗어나 사람 구실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야 사람 노릇 좀 제대로 하겠네.’

오토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아직 각성 전이라 드라마틱하게 강해지지는 못했지만,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감지덕지했던 것이다.

* * *

카이로스는 오토의 변화를 가장 먼저 눈치챘다.

- 네놈… 달라졌군.

‘응?’

- 저주에 걸려 있었던 건가?

‘오? 그게 느껴져?’

- 짐을 뭐로 보는 건가. 짐의 안목은 누구보다 뛰어나다.

역시 대륙의 3분의 1을 집어삼킨 황제의 짬밥은 어디 안 가는 모양이었다.

- 하지만 네놈은 여전히 쓰레기다.

‘뭐, 인마?’

- 그나마 성장할 수 있게 된 건 다행이나 벼룩은 뛰어봐야 벼룩일 터. 애초에 강해질 생각보다는 통치에만….

‘시끄러!’

오토는 마음속으로 카이로스에게 소리를 빽! 지르고는 앙겔레스의 시체로 다가갔다.

앙겔레스의 시체 위에는 붉은색 구슬이 하나 떠올라 있었다.

[증오의 보주]

강력한 흑마법사이자 마녀인 앙겔레스가 지니고 있던 구슬.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는 알 수 없다.

타입 : 보석 (구슬)

등급 : 유니크

내구도 : 무한 (∞)

특이사항 : 고대 문헌들을 뒤지다 보면 이 구슬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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