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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 (43)화 (44/401)

제43화

“혼내지… 않으십니까?”

“내가 왜 너를 혼내겠느냐?”

콘라드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오토의 물음에 답했다.

“내 손주가 쿠조 그놈을 손봐주었는데?”

“아?”

“크핫핫핫~!”

아무래도 콘라드는 쿠조를 단단히 벼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동안은 후계자가 없어서 하비에르와 쿠조 부자를 건드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네 녀석이 쿠조를 손봐주었으니 이 할아비는 아주 기분이 좋구나!”

“하하… 하하하하….”

“아주 잘했다!”

“좋게 봐주시니까… 감사합니다. 헤헤헤헤.”

“그래! 그럼 이 할아비는 가 볼 테니 해장 잘하도록 해라. 그러다 속 버린다, 이 녀석아.”

“…….”

“많이도 먹었구먼. 끌끌끌!”

콘라드는 오토가 토해낸 토사물들을 힐끔 보더니, 피식 웃고는 자리를 떠났다.

“다행입니다.”

카미유가 오토에게 말했다.

“불호령을 내리실 줄 알았는데, 무사히 잘 넘어갔습니다.”

“그, 그러게….”

“그나저나 어쩌실 작정이십니까?”

“뭐가?”

“하비에르와 쿠조 부자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그렇겠지.”

오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쯤이면 아주 부들부들 떨고 있을걸? 빡쳐서?”

“벌집을 건드리셨는데… 뒷감당이 됩니까?”

“내가 건드렸어? 카이로스 그 자식이 그랬지?”

“그건 그렇습니다만….”

“상관없어.”

오토가 딱 잘라 말했다.

“어차피 피는 봐야 돼.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터진 거긴 한데… 잘 대응해야지.”

“몸조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거야 당연하지. 일단 그 문제는 접어두고, 대련이나 하러 가자.”

“오늘도 합니까? 숙취도 심하신 거 같은데 오늘은 좀 쉬시는 게….”

“속 좀 안 좋다고 쉬면, 어느 세월에 강해져?”

“그거야 그렇습니다만….”

“솔직히 말해.”

오토가 뱀눈을 뜨고 카미유를 노려보았다.

“나 쉬게 해놓고 혼자 수련하려고 그러지?”

“예…?”

“나한테 따라잡힐까 봐 무서워서, 혼자 숨어서 수련하려는 거 아니야?”

“아닙니다만?”

카미유는 속으로 뜨끔! 했지만, 아닌 척 정색했다.

“전하께서 단기간에 강해지셨다는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저를 따라잡으시려면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과연 그럴까?”

“오십시오.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전하와 저의 차이를.”

“콜.”

그렇게 오토는 숙취―사실 아직도 반쯤 취해 있었지만―를 이겨내고, 꾸역꾸역 훈련장으로 가 카미유와 대련을 했다.

‘빨리 강해지려면 이 악물고 열심히 해야 돼.’

지금은 <무적검법>의 숙련도를 올리는 게 관건.

카미유 같은 훌륭한 대련 상대가 있는데, 시간을 낭비할 순 없었다.

“간다?”

“얼마든지.”

그렇게 대련이 시작되고.

“우웨에에에에엑!”

오토는 대련 시작 10분 만에 거하게 토하면서 훈련장 바닥을 나뒹굴었다.

숙취에 시달리는 주제에 격렬하게 움직인 대가로 그만 속이 뒤집어지고만 것이다.

- 쯧쯧쯧. 아주 약골이로군.

‘뭐 인마?!’

- 짐이 한창때는 밤새 달리고도 1시간 자고 전쟁터로 나가곤 했다!

‘꼰대 같은 소리 하지 말고 닥치고 있어! 너 내가 다시 몸 빌려주나 봐라! 으으으!’

오토는 두 번 다시는 카이로스가 술을 마시게 해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 * *

한편, 하비에르는 어젯밤 벌어졌던 사건으로 인해 분노로 눈이 뒤집어져 있었다.

“이 개새끼가 감히 내 아들을…!!!”

흠씬 두들겨 맞고 들어온 쿠조의 몰골은 그야말로 끔찍했다.

얼굴 뼈 절반이 부러지고, 코는 완전히 뭉개졌으며, 이빨도 10개가 넘게 부러져서 돌아온 것이다.

그것도 후계자 자리를 위협하는 <어디서 굴러먹다 왔는지 모를 놈>에게 말이다.

“아, 아버님….”

얼굴에 붕대를 칭칭 감은 쿠조가 하비에르를 향해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놈은… 악마입니다… 악마….”

“뭣이…?”

“저는 봤습니다… 지옥 한복판에 선 악귀를… 히… 히이이이익!!!”

쿠조가 정신이상자처럼 발작을 일으켰다.

식인황제 카이로스의 환상을 보고 공포에 지배되어버리는 바람에, 아직까지도 제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이다.

“정신 차려라! 이놈아! 정신 차려!”

“으악! 으아아아아악!”

“이런 빌어먹을!”

하비에르는 쿠조가 PTSD를 일으키며 괴로워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도대체 얼마나 강한 놈이기에?’

한편으로는 의문도 들었다.

쿠조는 쿤타치 가문의 차기 후계자로 지목되었던 인물이니만큼, 꽤 실력 있는 마검사였다.

비록 역대 후계자들 중에서는 최약체라고 평가받고 있기는 했으나, 근본도 없는 시골뜨기에게 간단히 제압될 만한 인물은 결코 아니었다.

“그래… 그렇겠지… 쥐뿔도 없는 놈이 성역을 열었을 리는 없겠지…. 나름대로 믿는 구석이 있을 터… 하지만 거기까지다. 내 아들을 이렇게 만든 네놈이 무사할 것 같으냐?”

하비에르는 그리 혼잣말하고는, 즉시 지하로 내려갔다.

하비에르의 저택 지하에는 매우 비밀스러운 연구시설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곳은 온갖 끔찍한 마법과 생체실험이 이루어지는 무시무시한 곳이었다.

하비에르는 연구실에서 가장 위험하고 끔찍한 물건들을 보관해놓은 장소로 가서, 검은색 램프 하나를 꺼내 들었다.

“어둠보다 더 어두운 자여… 황혼과 함께 강림하는 자여….”

하비에르가 주문을 외우고.

스으으으!

램프에서 시커먼 안개가 뿜어져 나와 하나의 형상을 이루었다.

- 나를 불렀는가….

“크루거… 암살의 망령이여….”

- 누군가의 죽음을 바라는 자여… 누구를 죽이고 싶어 나를 불렀는가….

“오토 드 스쿠데리아라는 놈을 죽여다오.”

- 오늘 밤… 너의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다….

크루거란 이름의 검은 안개는 그리 말하고는 환풍구를 통해 연구실을 빠져나갔다.

“흐흐흐… 이 개 같은 놈….”

하비에르가 섬뜩한 미소를 흘렸다.

“내 아들을 건드린 대가는 오직 죽음으로밖에 치를 수 없을 것이다… 크흐흐흐흐흐!”

하비에르는 오토에 대한 암살이 성공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죽음의 악령 크루거는 하비에르가 콘라드를 암살하기 위해 준비했던 존재.

가주인 콘라드야 성공 가능성이 희박해 아껴두었다지만, 오토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아직 애송이에 불과한 오토 정도라면 크루거 정도로도 충분히 암살할 수 있으리라 판단되었던 것이다.

* * *

그날 저녁.

성안에서는 성대한 파티가 열렸다.

콘라드가 오토를 정식으로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던 것이다.

“나는 공국의 왕이자 위대한 쿤타치 가문의 가주로서, 여기 있는 이 아이를 우리 쿤타치 가문의 일원으로 정식으로 인정하는 바이다. 혹시 나의 결정에 대해 불만이 있는 자가 있는가?”

콘라드가 물었고.

“찬성하옵니다!”

“찬성하옵니다!”

“찬성하옵니다!”

반대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쿤타치 가문의 혈족·가신·기사 등 신분과 직급에 관계없이 모두 오토를 쿤타치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했다.

비록 성이 쿤타치로 바뀌지는 않았지만 <성역>을 열고 그 안에서 무적황제의 검술과 권능을 획득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받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한편, 이 파티에 참석한 하비에르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이 간사한 새끼들 같으니!’

하비에르는 자신의 편에 섰던 자들이 오토에게로 가 인사를 건네며 안면을 트는 걸 보고, 눈에 쌍심지를 켰다.

“반가우이! 이제야 정식으로 만나게 되는구먼? 허허허!”

“도련님을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인물이 아주 수려하십니다! 어찌 그리 잘생기셨습니까! 하하하하!”

확실히 판세가 달라져 있었다.

아직 하비에르와 쿠조 부자를 지지하는 몇몇 충신들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이들이 새로이 후계자 후보로 오른 오토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게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쿤타치 가문은 과거 있었던 여러 가지 사건들로 인해 전력이 크게 약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 더러운 박쥐 같은 것들… 네놈들이 잡은 게 썩은 동아줄임을 곧 알게 될 것이다…. 네놈들을 똑똑히 기억해두지…. 우리 부자를 배신한 대가를 결코 작지 않을 것이야…. 크흐흐흐흐!’

하비에르는 오늘 밤 오토가 죽고 나면, 배신자들을 모조리 숙청하리라 다짐했다.

한편, 오토는 카이로스가 보채는 바람에 애를 먹고 있었다.

- 애송이! 이 훌륭한 술과 음식들을 앞에 두고, 어떻게 깨작거릴 수 있단 말이냐!

‘아 좀! 지금 바쁜 거 안 보여?’

- 딱 30분만 양보해라!

‘내가 미쳤냐? 오늘 아침부터 지금까지 숙취 때문에 얼마나 고생한 줄 알아? 지금도 목구멍에서 술 냄새가 난다고!’

오토는 카이로스의 부탁을 무시하고는, 계속해서 쿤타치 가문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눈도장을 찍어나갔다.

저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줘야 콘라드에게 이곳 쿤타치 공국을 물려받은 다음이 편할 테니, 지금은 사교적으로 행동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 * *

그날 밤.

쿤타치 가문에서의 데뷔(?)를 성공적으로 마친 오토는,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

“어디 전쟁이라도 나가십니까?”

카미유가 장비를 착용하고 있는 오토에게 물었다.

“전쟁은 무슨. 그냥 대비라고 해두자.”

“어떤 대비 말입니까?”

“암살.”

“아.”

“하비에르와 쿠조는 절대 그냥 안 넘어갈 거야. 모르긴 몰라도 오늘 밤에 암살자가 올걸?”

“그럼 저도 준비하겠습니다.”

“그래야지.”

오토와 카미유는 밤늦은 시간까지 자지 않고, 무장을 한 채 대기했다.

‘뭐가 올까?’

오토는 하비에르가 어떤 암살자를 보낼지 정확하게 알지는 못했다.

하비에르가 오토를 암살하는 패턴은 다섯 가지.

‘크루거만 안 왔으면 좋겠는데.’

바로 그때.

픽!

방 안을 밝히던 촛불 하나 꺼졌다.

“……!”

그뿐만이 아니었다.

마정석으로 이루어진 전등들 역시도 하나둘 픽! 픽! 하고 꺼지며 그 빛을 잃었다.

“지랄 같네.”

오토는 빛을 밝혀주는 물건들이 꺼지는 걸 보고는 이를 부득 갈았다.

“뭡니까?”

“제일 상대하기 까다로운 놈.”

“예…?”

“조심해. 까딱하면 죽어.”

오토의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아 온 세상을 암흑천지로 물들였다.

단 한 줌의 빛도 없는 완벽한 어둠.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비명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으악!”

“악!”

오토와 카미유의 거처를 지키는 친위대원들의 비명이었다.

“비상, 비상이다!”

“적이다!”

“불을 켜라!”

친위대원들은 시야가 없는 가운데 마법을 부려서 붉을 밝히려 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 어떤 방법으로도 빛을 밝힐 수가 없어서, 시야를 확보하는 게 불가능했다.

“카미유, 내 옆에 붙어.”

“예, 전하.”

오토는 카미유가 옆에 붙자마자 즉시 <칼립소의 눈> 스킬체계의 <투시> 스킬을 사용했다.

스으으으!

오토의 두 눈이 짙은 초록색으로 물들고.

우웅!

어두컴컴했던 시야가 흑백화면처럼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투시> 스킬은 단순히 사물을 꿰뚫어 보는 것만이 아니라, 현실의 야간투시경처럼 어둠 속에서도 선명하게 사물과 지형지물을 구별할 수 있게 해주었던 것이다.

‘어디냐.’

오토는 <투시> 스킬을 켠 채로 주변을 경계했다.

그러던 중.

‘온다.’

오토는 무언가 희미한 형체가 문을 통과해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걸 발견하고, 카미유를 옆으로 밀쳤다.

촤라락!

뒤이어 희미한 형체가 그림자로 이루어진 날카로운 검을 휘둘렀다.

채앵!

뒤이어 오토의 검과 그림자 검이 맞부딪혔다.

- ……!

희미한 형체가 멈칫! 움직임을 멈췄다.

- 설마… 내가 보이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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