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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 (45)화 (46/401)

제45화

오토의 명령을 받은 쿤타치 공국의 병사들은, 경비병들을 처리한 후 저택을 서서히 포위해나갔다.

“소가주님.”

콘라드의 친위대장이 오토에게 보고했다.

오토에 대한 호칭이 <도련님>에서 <소가주님>으로 바뀌어 있다는 것은, 콘라드가 오토를 사실상 후계자로 지목했다는 이야기였다.

“포위 완료했고, 공격 준비 끝났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그럼, 저택으로 진입을 시작해도 되겠습니까?”

그때.

‘그럴 리가.’

카미유는 오토가 저택으로 병사들을 들여보내지 않으리라는 걸 확신했다.

그리고 그런 카미유의 생각은 옳았다.

“아뇨.”

오토가 고개를 저었다.

“대기합니다.”

“항복을 권유하시려는 겁니까?”

“하겠어요?”

“예?”

“쟤들도 바보가 아닌데, 어차피 항복해도 목이 달아나리라는 걸 모를까요?”

“그거야 그렇습니다만….”

“저택 안으로 병력을 들이미는 건 위험부담이 너무 큽니다.”

“그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냥 건물 통째로 날려버리죠.”

“……!”

“우리 소중한 병력들을 사지로 내몰 순 없잖아요? 좀 처맞다 보면 알아서 기어 나오겠죠.”

“아, 알겠습니다.”

친위대장은 즉시 마법사들에게 폭격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통째로 날려버리라니… 생포 따위엔 관심도 없으시다는 말인가?’

친위대장은 오토의 성향에 속으로 놀라워했다.

카미유는 놀라지 않았다.

‘역시.’

카미유는 오토가 조금의 손해도 용납하지 않는, 철저한 이기주의자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았다.

불필요한 손해를 보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오토가 사지나 다름없는 위험지역에 병력을 들여보낼 리 없지 않겠는가?

“폭격 준비가 완료되었습니다.”

친위대장이 보고하고.

“그럼 쏘세요.”

오토가 즉시 폭격을 명령했다.

펑! 퍼엉! 펑펑! 펑! 펑!

그러자 하비에르·쿠조 부자의 저택을 향해 무시무시한 마법 폭격이 퍼부어지기 시작했다.

오토의 말마따나, 저택을 통째로 날려버릴 기세로….

“아, 그리고.”

오토가 친위대장에게 덧붙였다.

“여기 이 앞에 방어 마법진들 좀 깔아주세요. 예를 들면… 적의 자폭에 대비한?”

“예? 알겠습니다.”

친위대장은 오토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일단은 명령에 따르기로 했다.

* * *

펑! 퍼엉!

우지끈!

와르르르르르!

폭격이 쏟아지는 하비에르·쿠조 부자의 저택 안.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하비에르는 다짜고짜 폭격에 크게 당황했다.

안 그래도 예상하지 못한 시기에 너무 빨리 숙청이 시작되어 넋이 나가 있던 상황.

그 와중에 무지성으로 폭격까지 퍼부어대니,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잘 가지 않을 정도였다.

“콘라드 이 인간 같지도 않은 놈이… 그래도 혈육을 숙청하는데 최소한의 대우조차 갖추지 않는단 말인가!!!”

하비에르는 적들이 항복 권유 혹은 저택 내부로 병력을 들여보내 생포를 시도하는 등 최소한의 예우는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래서 거기에 대비해 저택 내부에 특별한 마법 결계를 설치해 적들을 교란시키고, 혼란 틈타 탈출할 계획까지 세워둔 참이었다.

그런데 적들이 저택 내부로 들어오기는커녕, 먼 거리에서 폭격을 해댈 줄이야….

펑! 퍼엉!

그 와중에도 폭격은 끊임없이 날아들었고, 저택에 설치되어 있던 방어막도 완전히 깨지기 일보 직전이 되었다.

안 그래도 모든 폭격을 막아내기 힘든데, 방어막까지 깨진다면 이대로 폭격에 맞아 허무한 죽음을 맞이하리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

“백기….”

하비에르가 부들부들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백기를… 내걸어라… 저들에게… 우리의 항복을… 알려라….”

하비에르가 그런 결정을 한 이유는, 이제는 정말 답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항복하지 않는다면 폭격이 계속 쏟아질 테고, 그러면 하비에르·쿠조 부자만 죽는 게 아니었다.

가족들.

시종·시녀들.

그리고 저택 내부를 지키는 병사들과 기사들까지.

죽지 않아도 될 사람들마저 다 함께 죽게 될 터.

“시종들과 시녀들부터 내보내겠다고 전하라.”

“예….”

하지만 하비에르의 항복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머, 먼저… 나오시랍니다.”

“뭣이?”

“두 분이 먼저 나오시지 않으면 폭격을 멈추지 않겠다고….”

그때.

콰아앙!

포탄 한 발이 방어막을 부수며, 하비에르가 머물고 있던 방의 한쪽 벽면을 완전히 무너뜨려 버렸다.

펑! 펑펑! 펑!

그 와중에 다른 곳에도 포탄이 작렬하면서, 저택이 초토화되기 시작했다.

하비에르·쿠조 부자가 먼저 나오기 전까지는 폭격을 멈추지 않겠다는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이 피도 눈물도 없는… 작자가…!!!”

그것도 잠시.

“내… 곧 나가겠다고… 이르라… 잠시만 시간을… 달라고….”

“그리… 전하겠습니다….”

결국, 하비에르는 아들 쿠조와 함께 가장 먼저 저택을 나서기로 했다.

적들을 저택 안으로 끌어들여 한 명이라도 저승길 길동무로 삼고, 운이 좋다면 콘라드도 노려보려고 했건만….

하지만 피도 눈물도 없는 콘라드는 최후의 발악마저도 허락하지 않고 있었다.

사실은 콘라드가 아닌 오토의 전술적 판단이었지만 말이다.

* * *

그로부터 약 10분 후.

저벅저벅!

하비에르는 아들 쿠조와 함께 반쯤 무너진 저택을 나섰다.

척! 퍼억!

그러자 저택을 포위하고 있던 쿤타치 공국의 병력들이 일제히 무기를 치켜들고 하비에르와 쿠조 부자를 포위했다.

“어디 계시오? 형님?”

하비에르가 콘라드를 찾았다.

“내가 여기 있소. 형님이 그렇게나 제거하고 싶었던 우리 부자가 이렇게 항복하고 나오지 않았소이까? 이제 모습을….”

그때.

“이노옴…!”

콘라드 대신 오토가 모습을 드러내자 하비에르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근본도 없는 잡종은 꺼져라. 네놈과는 할 말이 없느니라.”

하비에르는 오토에게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다는 듯 오직 콘라드만을 찾았다.

그러나….

“죄인은 그 입을 다물라.”

친위대장이 나서서 하비에르의 말을 가로막았다.

“소가주님이시다. 비록 대역죄인이나, 위대한 쿤타치 가문의 일원이라면 마땅히 예를 갖추라.”

“뭐, 뭣이? 소, 소가주우…?”

“그렇다. 대공 전하께서 후계자로 지목하셨으니, 이분이 이제 소가주이시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

하비에르가 미친 듯 웃음을 터뜨렸다.

“이 빌어먹을 영감탱이가… 그새를 못 참고… 크흐흐… 고작 하룻밤 만에…? 그것도 직접 오지 않고… 저 빌어먹을 애송이를…? 크흐흐… 크하하하하하하!”

하비에르는 허무함에 반쯤 미쳐버린 듯했다.

오토의 등장으로 인해 지난 수십 년 동안 쌓아 올렸던 야망이 결실을 맺기 직전에 산산조각이 나버렸으니….

심지어, 숙청에도 콘라드 본인이 직접 등장하지는 못할망정 오토를 대신 보냈다?

지금 콘라드는 하이베르·쿠조 부자를 노골적으로 무시하고 있었다.

상대할 가치가 없다며.

“오냐… 콘라드… 네놈이 날 그렇게 무시한다면… 그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크흐흐흐…!”

뒤이어 하비에르의 몸이 붉게 달아오르며 마나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곁에 있던 쿠조도 그런 하비에르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푹 떨구더니, 이내 곧 자신이 가진 마나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진압군은 하비에르·쿠조 부자의 최후의 발악을 보고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왜?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

우웅!

뭔가를 시도하려는 하비에르·쿠조 부자의 발밑에 갑자기 여러 겹의 마법진들이 생겨났다.

“이, 이 무슨!”

“아버님!”

하비에르·쿠조 부자는 자신들이 가진 마나가 갑작스레 고갈되자 엄청나게 당황했다.

최후의 발악으로 가진 모든 마나를 폭발시켜 자폭하려 했는데, 갑자기 생성된 마법진들이 모든 마나를 빠르게 흡수해버렸던 것이다.

“응. 자폭 못 하게 하면 그만이야.”

오토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냉랭한 미소를 지었다.

“마, 말도 안 되는….”

“아아….”

자폭에 실패한 하비에르·쿠조 부자는 털썩 주저앉아 절망했다.

‘지옥… 이게 바로 지옥이구나….’

끝도 없는 구렁텅이에 빠졌다는 말이 이런 건가 싶었다.

빠져나갈 구석?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았다.

오토의 등장 이후 하비에르·쿠조 부자는 원하는 바를 단 하나도 이루지 못했다.

그렇다고 최선을 다해 무언가를 해본 것도 아니었다.

워낙에 빠르게 숙청이 이루어진 바람에 뭔가 해볼 시간적 여유조차 없었으니까.

“소. 가. 주. 로서 명령한다. 반역자들을 체포하라.”

오토는 절망한 하비에르·쿠조 부자 앞에서 보란 듯 명령을 내렸다.

“예! 소가주님!”

그러자 콘라드의 친위대원들이 하비에르·쿠조 부자를 치욕스럽기 짝이 없는 자세(!)로 꽁꽁 묶어버렸다.

“가자. 이 반역자 놈들아.”

오토는 생포한 하비에르·쿠조 부자를 끌고 성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 * *

1시간 후.

“껄껄껄~!!!”

콘라드는 오토가 하비에르·쿠조 부자를 생포해온 것을 보고 아주 통쾌하다는 듯 시원하게 웃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눈엣가시와 같았던 놈들이 굴욕적인 자세(!)로 꽁꽁 묶인 채 질질 끌려왔으니, 속이 시원하다 못해 뻥 뚫리는 건 당연한 일!

“잘했다! 아주 잘했어!”

콘라드가 오토를 칭찬했다.

“쉽지 않은 일이었을 터인데, 아주 고생했느니라.”

“예?”

오토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눈을 끔뻑였다.

“고생 별로 안 했는데….”

“음?”

콘라드가 눈썹을 치켜떴다.

“저놈들을 생포하는데 고생을 안 했다? 아군 피해도 만만치 않았을 터인데?”

“어… 그게… 아군 피해가….”

오토가 우물쭈물 대답하자 카미유가 슬쩍 거들었다.

“대공 전하께 아룁니다. 기사 셋과 병사 아홉 명이 중상을 입긴 했으나, 생명에 크게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닙니다. 그밖에 부상을 입은 기사와 병사들이 스무 명 정도 있으나, 대부분 1주일 안에 완전히 회복될 정도로 가벼운 부상입니다.”

“고작 그 정도 피해밖에 입지 않았단 말이냐?”

“예, 대공 전하.”

“사망자는?”

“없습니다.”

“허!”

콘라드는 이 믿을 수 없는 결과에 혀를 내두르며 놀라워했다.

숙청이 기습적으로 이루어졌다고는 하지만, 하비에르·쿠조 부자는 결코 호락호락하게 당해줄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소가주께서 이번 작전을 어떻게 지휘하셨느냐 하면….”

카미유가 오토를 대신해서 작전 내용을 콘라드에게 보고했다.

“허어!”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콘라드는, 매우 놀랍다는 표정으로 오토를 돌아보았다.

“네 녀석이 저놈들의 머리 꼭대기 위에 있었구나!”

“하하… 뭐 그렇죠? 하하하….”

오토가 멋쩍은 듯 웃었다.

‘암요. 머리 꼭대기 위에 있고말고요. 이 정도야 식은 죽 먹기죠.’

게임에서 하비에르·쿠조 부자와 수 차례 대립해본 적이 있는 오토로서는, 고전하고 싶어도 고전하는 게 불가능한 일이었다.

‘성역을 열고 무적황제의 권능을 손에 넣은 것으로도 모자라, 저 두 놈까지 이렇듯 간단하게 해치워버릴 줄이야…. 이런 녀석이 아니고서야 어찌 위대한 우리 쿤타치 가문을 믿고 맡길 수 있겠는가? 없던 자식 복이 말년에 터지는구나!’

오토의 능력을 본 콘라드는 혈통 따위 아무래도 좋았다.

지독한 실력지상주의자인 콘라드로서는, 오토가 혈육이 아니라고 해도 후계자 자리를 넘겨줄 의향이 있었던 것이다.

가짜 족보를 만들어서라도 말이다.

콘라드는 덩실덩실 춤이라고 추고 싶었지만, 자신의 체면과 품위를 생각해 꾹 참고 오토에게 말했다.

“그래, 네 녀석의 일 처리가 이리도 시원시원하니 저 두 놈에 대한 처리까지 맡길 생각이다.”

“맡겨만 주시면 확실하게 모시겠… 아니 만족시켜드리겠습니다.”

오토가 하비에르·쿠조 부자를 바라보며 마치 악마와 같은 미소를 지었다.

‘개똥도 약에 쓸데가 있다지. 후후후.’

오토는 아직 하비에르·쿠조 부자를 처형할 생각이 없었다.

오토가 생각하기에, 하비에르·쿠조 부자도 딱 한 번의 이용가치 정도는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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