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 (47)화 (48/401)

제47화

오토가 제일 먼저 향한 곳은 마나운용법들이 보관되어 있는 책장이었다.

그 책장에는 수십 가지가 넘는 다양한 마나운용법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보자….”

오토는 책장을 훑어보더니 총 4권의 책을 꺼내 품속에 넣었다.

[알림: <그라마톤의 서 : 전사의 길>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그라마톤의 서 : 마법사의 길>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그라마톤의 서 : 투사의 의지>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그라마톤의 서 : 현자의 지혜>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무슨 책들입니까?”

“한 천재가 만들어낸 마나운용법들이지. 앞으로 우리 군에 가르치려고.”

“천재? 누굽니까?”

“그라마톤 폰 쿤타치라고. 한 300년 전쯤에 활동하셨던 조상님이야. 특이하게 평생 마나운용법만 연구하다 돌아가셨대. 이 마나운용법들을 유산으로 남기고.”

“효과가 뭡니까?”

“무술과 마법을 사용하는데 필요한 마나운용법들이야. 개나 소나 배울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성장 속도도 빠르고, 안정성도 뛰어나.”

“그럼 엄청 좋은 거 아닙니까?”

“대신 큰 기대는 하면 안 돼. 고위급 마나운용법은 아니라서.”

“하지만 입문이 쉽다는 건 엄청난 장점 아닙니까?”

“맞지. 개나 소나 마나를 운용할 수 있게 되고, 단기간에 강해질 테니까.”

“그 말씀이 사실이라면… 병사들과 마법사들의 전투력이 단기간에 강해질 것 같습니다.”

“강해지기만 하겠어? 양산도 가능해. 그만큼 배우기가 쉬워.”

마나를 사용할 줄 아는 병사들과 마법사들을 양산한다?

상상만 해도 무시무시한 일이었다.

보통의 병사들은 마나를 운용할 줄 모르는 게 정상인데….

“투사의 의지와 현자의 지혜는 중급자들을 위한 거야. 기사들과 정식으로 마법을 배운 마법사들이 더 빠르게 강해질 수 있게 해줘.”

“도대체 쿤타치 가문은 이런 어마어마한 마나운용법들을 왜 이런 창고에 처박아둔 겁니까?”

“고정관념이 심해서? 집착도 심하고.”

“……?”

“쿤타치 가문은 마법과 검술을 하나로 융합하는 데만 광적으로 집착했거든. 강한 마검사를 배출해내는 데만 신경 썼지, 대규모 병력을 운용하겠단 것에는 관심이 없던 거야.”

“아….”

“애초에 이 마나운용법들의 가치도 몰라봤고.”

오토가 씩 웃었다.

“하지만 난 다르지. 이 마나운용법들을 우리 병사들에게 가르칠 거거든. 전투력이 최소 3배 이상은 강해질 거야.”

“그, 그럴 것 같습니다.”

카미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역사상 그런 군대는 단 한 번도 존재했던 적이 없었다.

병사들 개개인이 마나를 사용하고, 기초적인 마법까지 사용할 수 있다?

만약 그런 군대가 있다면….

어쩌면….

‘꿈은 아닐지도 모른다.’

카미유는 대륙통일을 이루겠다는 오토의 말이 허언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 *

<그라마톤의 서>를 챙긴 오토는 병사들에게 가르칠 각종 무기술과 마법에 관한 책들도 챙겼다.

오토가 챙긴 것들은 하나같이 기초적이었지만, 배우기가 쉽고 성장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부터 이걸 배워.”

오토가 카미유를 향해 책 한 권을 내밀었다.

“이게 뭡니까?”

“광속검.”

“광속… 검?”

“형한테 잘 어울릴 거야.”

오토는 그간 연구를 통해 카미유에게 어떤 검술이 잘 어울리는지를 알고 있었다.

오토의 경험상 카미유가 <광속검>을 익히면 엄청난 속도로 강해지고, 결국에는 SSS등급 영웅 유닛까지 성장했던 것이다.

“자, 봐.”

오토가 책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스으으!

그러자 책으로부터 홀로그램처럼 사람의 형상이 떠오르더니, 검술 자세를 보여주었다.

“책 한 권 가지고 검술을 익히는 건 불가능하지? 근데 이 책은 가능해. 마법으로 작성한 책이라, 좋은 스승 없이도 검술을 배울 수가 있어. 마나운용법에 대한 내용도 있으니까, 같이 익혀.”

“맙소사….”

“쿤타치 가문이 괜히 쿤타치 가문이겠어? 이런 엄청난 저력이 있는 곳이야, 여기는.”

오토는 미소를 지으며 카미유에게 <광속검>이 담긴 스킬북을 건네주었다.

“그럼 이제 장비 챙기러 가자.”

“아, 알겠습니다.”

카미유는 예기치 않게 <광속검>이라는 고위급 검술을 얻게 된 것이 얼떨떨한 모양이었다.

“자, 이것도.”

오토가 카미유에게 갑옷 세트 한 벌과 검을 건네주었다.

“심해의 의지 세트라고. 사용자가 강해질수록 장비 능력치가 계속 올라가.”

“이런 귀한걸….”

“검은 나중에 더 좋은 거 구해줄 테니까, 우선 그거 써. 빙룡의 송곳니라고. 형한테 잘 어울릴 거야.”

“손에 착 감입니다.”

“어련하겠어.”

오토는 피식 웃고는, 이제는 자신이 착용할 아이템을 찾아 나섰다.

사실 이곳 쿤타치 가문의 보물창고에서 졸업템, 즉 오토가 쭉 사용할 만한 아이템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성장 속도가 워낙에 빨라서, 어떤 아이템을 사용하든 금방금방 교체해주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충대충 있는 걸 인벤토리 쓸어 담았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기만 하면 되었다.

[알림: <생명채굴장치>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파르티잔의 요람>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중략)

[알림: <주문저장 팔찌>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알림: <방패 : 자업자득>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오토는 대충 쓸 만한 아이템들을 죄다 인벤토리에 때려 넣었다.

그런 뒤 <광전사의 대검>이란 투박하고 거대한 검 하나와 <잡초의 의지 경갑 세트>란 이름의 갑옷을 입었다.

‘이거면 150레벨까지는 문제없지.’

오토는 게임을 클리어하기 위해 오랜 시간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고, 레벨에 따른 최적의 아이템 세팅도 알고 있었다.

‘이건 무조건 챙겨야지.’

오토는 마지막으로 작은 구슬 하나를 챙겼다.

[알림: <비열한 죽음구슬>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오토는 구슬을 즉시 입에 날름 머금었다.

그러자 구슬이 스르륵! 하고 입 안에 녹아들었다.

“뭐 하십니까?”

카미유는 오토가 덜컥 구슬을 집어먹자 눈살을 찌푸렸다.

“애도 아니고 왜 구슬을….”

그때.

“퉤!”

오토가 뭔가를 뱉어내고.

타앙!

무언가 카미유의 얼굴 근처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움찔!

카미유는 무언가 날아오자 반응하려 했지만, 늦은 뒤였다.

등 뒤의 벽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만약 저 무언가가 미간을 꿰뚫었다면?

오싹!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저한테… 뭘 뱉은 겁니까?”

“침.”

“침이… 벽을 뚫습니까?”

“이건 뚫어.”

오토가 입을 떡 벌렸다.

그러자 입 안에서 녹았던 <비열한 죽음구슬>이 다시 형상을 갖추었다.

“뭐 그리 더럽고, 치사하고, 비열한 무기가 다 있습니까?”

“극찬할 것까진 없고.”

“이게 칭찬으로 들리십니까?”

“그럼 칭찬이지. 더럽고 치사하고 비열한 건 좋은 거야. 그만큼 상대방이 열받았단 뜻이잖아.”

“…….”

“아무튼, 챙길 건 다 챙겼으니까 이제 야식 먹으러 가자.”

오토는 쿤타치 가문의 고급 디저트들이 꽤나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 * *

다음 날 아침.

“이제 어찌할 생각이냐?”

“일단 돌아가서 제 할 일을 하고자 합니다.”

“허.”

콘라드는 오토의 대답을 듣고 표정을 굳혔다.

“너는 이제 위대한 쿤타치 가문의 후계자다. 이 할아비의 뒤를 이어 쿤타치 가문의 가주가 되고, 나아가 이 땅의 왕이 되어야 할 몸이다. 그걸 모르느냐?”

“압니다.”

“그런데도 그 시골 촌구석으로 되돌아가겠다는 말이냐?”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음?”

“제 목표는 대륙을 통일하는 겁니다.”

“대륙통일이라….”

“여기는 지정학적 위치와 주변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큰일을 도모하기엔 부적합합니다.”

오토의 말은 사실이었다.

쿤타치 공국 주변에는 강대국들이 워낙 많아서, 세력을 키우려 들었다가는 어그로가 끌려서 집중포화를 얻어맞을 수도 있었다.

“일단 이오타 왕국으로 복귀해서 조용히 힘을 기르겠습니다.”

“으음.”

“그때까지만 기다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성역을 탐사하는 일은 앞으로도 틈틈이 진행할 테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네 뜻이 그러하니, 일단은 말리지 않겠다.”

콘라드는 오토가 나름대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단 이야기를 듣고, 이오타 왕국으로의 복귀를 허락했다.

“마검사 30명. 기사 100명. 그리고 마법사 20명을 같이 보내겠다. 그밖에 금전적 지원도 아끼지 않을 터이니, 필요하면 언제든 이 할아비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좋다.”

“헉?!”

“손주 놈이 대업을 이루겠다는데, 할아비로서 이 정도는 해주어야겠지.”

콘라드의 지원은 엄청난 거였다.

마검사·기사·마법사와 같은 고급 인력들은 하루아침에 뚝딱 양성해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최소한 5년에서 10년 정도 꾸준히 교육하고 훈련시켜야 만들어지는 고급인력인 것이다.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신흥국인 이오타 왕국에게 있어서, 콘라드의 지원은 마치 가뭄에 단비와도 같았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할아버님!”

“끌끌끌. 뭘 이 정도 가지고. 이 할아비는 네 녀석에게 뭐든 해줄 수 있다. 실망시키지만 말아다오. 알겠느냐?”

“성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오냐, 내 기대하마.”

콘라드는 오토의 호언장담을 결코 허무맹랑한 헛소리로 여기지 않았다.

지난 1주일 동안 오토가 보여주었던 능력이라면, 충분히 대업을 이룰 만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 * *

그날 밤.

콘라드는 이오타 왕국으로 돌아갈 오토를 위해 성대한 파티를 열어주었다.

- 애송이! 제발 한 번만 기회를 다오! 짐이 어찌 파티에 빠지겠느냐! 저번에도 짐의 부탁을 거절하지 않았더냐!

잠잠하던 카이로스는 파티가 시작되자마자 아주 난리를 쳐대며 몸을 바꿔 달라고 떼를 썼다.

다른 때는 조용히 잠들어 있을 수 있었지만, 술과 고기가 넘쳐나는 파티만큼은 참을 수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내가 미쳤냐? 너한테 또 몸을 빌려주게?’

어림도 없지.

암, 그렇고말고.

‘으으. 그날 숙취만 생각하면. 아직도 속이 뒤집어질 것 같네.’

오토는 카이로스에게 몸을 빌려주었다가 숙취로 죽을 뻔한 걸 떠올리며 몸서리쳤다.

- 제발… 딱 1시간만 허락해다오….

‘싫다니까?’

- 네놈은 양심도 없는 것이냐? 짐이 네놈 목숨을 어디 한두 번 구해ㅈ….

그때.

“안녕하십니까.”

웬 은발의 미청년이 오토를 향해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어?”

오토는 그 은발의 미청년의 얼굴을 보고 흠칫 놀랐다.

‘얘가 왜 여기 있어?’

쿤타치 가문에서 만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의 등장.

하지만 놀란 사람은 비단 오토뿐만이 아니었다.

- 저, 저놈은 뭐냐!

카이로스가 버럭 소리쳤다.

- 저놈… 도대체 누구냐! 누구냔 말이다!

‘뭐야? 갑자기 왜 그래?’

- 당장 몸을 빌려줘라! 당장! 내 저놈이 누구인지 꼭 확인을 해봐야겠으니!

‘아 좀! 가만히 있어!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 지독히도 닮았구나… 지독히도….

‘……?’

- 아르곤… 짐을 배신한 놈… 짐이 평생을 곁에 두고… 의형제로 삼은 놈 말이다….

‘아.’

오토는 그제야 카이로스의 말뜻을 알아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뭔 말하는지 알겠네. 닮았다 이거지? 그럴 수도 있겠네.’

- 음?

‘쟤가 아르곤 대제의 후손이거든.’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