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화
오토에게 말을 걸어온 은발 미청년의 이름은 <율리우스 데 오버하우저>라고 했다.
그는 전 대륙을 무대로 활동하는 <오버하우저 상단>의 주인으로서, SSS등급 영웅 유닛이었다.
또한, 과거 카이로스를 뒤통수치고 대륙을 통일했던 아르곤 대제의 직계 후손이기도 했다.
물론 그가 아르곤 대제의 직계 후손이란 사실은 철저한 비밀이라서, 지금 시점에서는 오직 오토만이 아는 사실이었지만….
- 뭣이? 저놈이 아르곤의 후손이란 말이냐?
‘응.’
- 당장 몸을 내놓아라! 내 저놈을 두들겨 패기라도 해야겠으니!
카이로스는 율리우스가 아르곤 대제의 후손이란 이야기를 듣자마자 거품을 물고 발광했다.
‘아! 좀! 참아!’
- 어떻게 참으란 말이냐! 내 아르곤 그놈에게 복수를 못 할지언정! 후손인 저놈을 두들겨 패기라도 해야 할 것이 아니냐!
‘못 패거든?’
오토가 딱 잘라 말했다.
‘건드렸다가는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죽어.’
- 뭐라…?
‘진짜 다 죽어. 여기 있는 사람 전부. 외조부님까지.’
오토는 율리우스에 대해서 너무나도 잘 알았다.
‘율리우스… 희대의 빌런이지.’
오토가 율리우스는 일종의 흑막 같은 캐릭터였다.
율리우스는 겉으로는 전 대륙을 무대로 활동하는 상인으로 위장하고 있었지만, 그 실체는 대륙통일을 꿈꾸는 야심가였다.
게다가 콘라드보다 더 강한,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무력을 숨기고 있는 절대강자이기도 했다.
상인으로 활동하는 이유부터가 훗날 대업을 이루기 위한 자금과 세력을 티 나지 않게 모으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나중에 설명해줄 테니까 좀 참아.’
그때.
“괜찮으십니까?”
율리우스는 오토가 카이로스와 이야기하느라 멍하니 서 있는 걸 보고 조금 걱정된다는 듯 다시 말을 걸어왔다.
“아, 예. 괜찮습니다. 잠깐 머리가 어지러워서요.”
“이런… 피곤하셨나 봅니다.”
“아닙니다. 이젠 괜찮습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저는 오토 드 스쿠데리아라고 합니다.”
“율리우스 데 오버하우저입니다. 오버하우스 상단을 맡고 있습니다.”
“한데 여긴 어쩐 일로….”
“우연히 지나가던 길에 콘라드 대공 전하를 뵙고자 들렀는데, 공교롭게도 파티가 열려 운 좋게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이번에 쿤타치 가문의 소가주가 되셨다지요. 축하드립니다.”
“별말씀을….”
“실례지만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같이 한잔하시면서 말씀 좀 나눌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죠.”
그렇게 오토는 자신이 예상했던 것보다 이른 시기에 율리우스와 더불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 * *
오토는 율리우스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쪽 변방에 새 교역로를 개척한 군주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게 오토 님이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율리우스는 오토가 오우거들을 토벌해 새로운 교역로를 개발한 것을 언급하며, 오토를 띄워주었다.
“그런 분이 쿤타치 가문의 성역까지 여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과찬이십니다.”
“앞으로 자주 교류하며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고 싶군요.”
“저 역시 바라던 바입니다. 율리우스 님과 같은 거상이시라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남다를 테니까요.”
대화는 그리 알차지 않았다.
게임 속 캐릭터에 빙의해버린 오토.
힘을 숨긴 채 때를 기다리는 율리우스.
두 사람 모두 허심탄회하게 터놓고 대화를 주고받을 만한 입장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저 이 기회에 안면을 트는 것 정도랄까?
“혹시… 나중에 도움을 요청할 일이 있으면 연락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아?”
“상단을 운영하다 보면 이런저런 사건사고가 터지기 마련이라… 때론 손이 부족해서 사태를 해결하기가 힘이 듭니다. 그럴 때 소가주님과 같은 유능하신 분의 힘이 필요하기 마련이지요. 아, 물론 무료로 봉사해달라는 염치없는 부탁을 드리는 건 아닙니다. 소가주님께서 저희 상단을 도와주시는 만큼, 저희 역시 소가주님께 다양한 지원을 해드리겠습니다.”
그러자 오토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떠올랐다.
[알림: <율리우스의 제안>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율리우스의 제안]
내용 : 율리우스가 부탁을 들어주고 보상을 받자.
타입 : 일반 / 반복
보상 : (변동)
참고 : 율리우스가 운영하는 오버하우저 상단은 규모가 엄청나게 크므로, 보상 역시 매우 후할 것이다.
계속해서 퀘스트를 수행해나가다 보면, 율리우스와의 호감도가 쌓여 더욱 큰 보상을 얻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