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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 (58)화 (59/401)

제58화

오토가 알렉스 공작을 부추기는 데 성공하자 대규모 전면전 계획이 수립되었다.

작전 내용은 간단했다.

첫째, 알렉스 공작이 이끄는 반란군이 왕세자의 진압군 진영을 향해 무지성으로 진격한다.

둘째, 전투가 벌어진다.

셋째, 이오타의 군대가 왕세자가 이끄는 진압군의 뒤를 친다.

“좋아, 아주 좋아.”

알렉스 공작은 작전 계획에 크게 만족했다.

이대로만 된다면 전투에서 크게 승리할 테고, 그럼 알렉스 공작이 왕위에 오를 터.

이보다 더 좋은 시나리오는 단언컨대 없었다.

물론 그게 알렉스 공작의 의도대로 이루어졌을 경우에 한해서겠지만 말이다.

“1주일 후에 작전을 개시하도록 하겠다.”

“예, 공작 전하.”

그로부터 1주일 뒤.

“전군! 진격하라!”

알렉스 공작이 이끄는 2만여 명의 반란군이 왕세자의 군대가 자리한 곳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한편, 오토는 알렉스 공작과 약속했던 대로 왕세자의 군대가 주둔 중인 곳으로 돌아갔다.

그런 오토를 5천 명으로 이루어진 이오타 왕국의 군대가 뒤따랐다.

- 애송이, 어떻게 할 셈이냐.

카이로스가 오토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긴. 전투가 벌어지면 구경해야지.”

- 음?

“일단 알렉스 공작과 왕세자가 서로 맞붙으면 피 터지게 싸울 거 아냐.”

- 뒷짐 지고 있다가 한꺼번에 뒤통수를 치겠다는 것이냐? 두 놈 다?

“바로 그거지.”

- 허어.

카이로스가 혀를 내둘렀다.

- 네놈은 어찌 그리도 비열하단 말이냐?

“응?”

- 아주 간악하기가 짝이 없구나.

“고마워.”

- 뭣이?

“고맙다고.”

- 짐이 네놈을 칭찬한 줄 아느냐?

“그게 칭찬이지 뭐야?”

- 칭찬…?

“비열하다는 건 좋은 거야. 나쁜 게 아니라. 이 험난한 세상 착해 빠져서 어떻게 살아?”

- 멍청한 소리!

카이로스가 버럭 호통쳤다.

- 힘! 절대적 강함! 적들을 모두 쳐부수는 무력! 그것만 있다면….

“넌 그게 돼서 아르곤 대제한테 뒤통수 맞았냐?”

- 그, 그건….

순간 말문이 막혀 아무 말도 못 하는 카이로스.

“니 말대로 절대적 강함을 이뤄서 적들을 모두 쳐부술 정도면, 뒤통수 같은 거 맞아도 끄떡도 없을 거 아냐.”

- …….

“니가 말하는 강함은 이상이야. 내가 쓰는 방법은 현실이고. 물론 나도 그렇게 강해지고 싶지 않은 건 아냐. 단지 지금은 내가 약하니까, 이런 방법을 쓸 수밖에 없는 거고. 그리고 이렇게 해야….”

- ……?

“우리 군인들이 한 명이라도 덜 죽을 거 아냐.”

- 으음!

“명령을 내리는 건 난데, 싸우다 죽는 건 병사들이라고. 그럼 단 한 명이라도 덜 죽게끔 판을 짜야 되는 거 아냐?”

- 듣고 보니 네 말이 옳다.

카이로스는 오토의 말에서 뭔가 깨달은 게 있는지, 순순히 인정했다.

- 짐의 생각이 짧았다. 어쩌면 네놈이 짐보다 더 나은 군주일지도 모르겠군.

“엥?”

- 짐도 한때는 네놈과 같은 생각을 하던 시절이 있었거늘….

그렇게 말하는 카이로스의 목소리에는 살아생전의 후회가 담겨 있어서, 어딘가 모르게 씁쓸하게 들렸다.

“이제 와 후회해서 뭐 하냐? 앞으로 잘하면 되지.”

- 음?

“너한테 맞는 육체를 구하게 되면, 새 삶을 살게 될 거 아냐. 그때 잘하면 되잖아.”

- 새 삶이라….

“복수가 전부는 아닐 텐데? 복수하고 나면? 그땐 뭐 할 건데?”

- 아직 생각해본 적 없다.

“그럼 지금부터 생각해봐. 아르곤 대제의 후손을 엿 먹인 후에 뭘 하고 살아갈지.”

- 뭘 하고 살아갈 것인가….

오토는 자기도 모르게 카이로스에게 삶의 화두를 던진 것도 모르고, 저 멀리 전장을 바라보았다.

“진격하라!”

“모두 돌격하라!”

때마침 알렉스 공작이 이끄는 반란군이 왕세자의 군대가 방어선을 구축한 곳을 향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내달리고 있었다.

로샨 왕국 내전의 대미를 장식할 영혼의 한타가 시작된 것이다.

* * *

“…도대체 왜?”

왕세자는 반란군이 갑자기 들이닥치자 이것들이 왜 이러나 싶었다.

휴전을 위한 협정서를 작성하고 있는 와중에 이렇듯 먼저 쳐들어올 줄이야?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제 인내심을 잃은 것이오? 숙부? 그 대가는 결코 작지 않을 것이오.”

왕세자는 기왕 이렇게 된 김에 걸어오는 싸움을 피하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좋았다.

지금은 왕세자가 이끄는 진압군 쪽이 더욱 유리했다.

전술적으로 유리한 지형에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어서, 반란군이 들어와 준다면 아이고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먹기에 좋았던 것이다.

“오냐! 어디 한 번 와보아라! 모조리 부숴줄 터이니! 전군! 전투 준비! 반란군 놈들을 쳐부술 준비를 하라!”

“전투 준비!”

왕세자의 군대는 저 멀리서 들이닥치는 반란군들을 상대할 준비를 했다.

몇 분 후.

콰앙!

양측 기병들이 서로 충돌하면서, 전투가 시작되었다.

전쟁의 승패가 걸린 영혼의 한타인 만큼, 전투는 매우 치열했다.

그러나 왕세자 측이 유리한 지형에서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었기에, 반란군의 피해가 압도적으로 클 수밖에 없었다.

“아니!”

최후의 전투이니만큼 몸소 전장에 나섰던 알렉스 공작은, 피해가 점점 누적되어가자 마음이 다급해졌다.

“이오타의 군대는 도대체 언제 온다는 말인가!”

전투가 시작된 지 30분.

뜸은 들 만큼 들었다.

이쯤 되면 오토가 짜잔! 하고 나타나 왕세자 군대의 뒤를 치는 게 정상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이오타의 군대는 나타나지 않았다.

“신호탄, 신호탄을 쏴 올려라! 어서!”

피유우우우웅- 펑!

피유우웅- 펑펑!

신호탄을 몇 개나 쏘아 올렸지만, 그래도 이오타의 군대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전투는 더욱 무르익었고, 반란군은 돌이킬 수 없는 큰 피해를 입고 말았다.

“이… 이이…!!!”

알렉스 공작은 그제야 상황을 깨닫고 분노했다.

온다던 이오타의 군대가 지금까지 코빼기도 비치지 않는다면, 그 이유야 뻔했다.

“오토 드 스쿠데리아… 이 개 같은 놈이 나를 속였구나!”

아차 싶었다.

승리에 눈이 멀어 오토를 덥석 믿었던 게 화근이었다.

“설마….”

알렉스 공작은 오토가 왕세자와 손잡고 자신을 속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고서야 반란군이 전멸하기 직전까지 이오타의 군대가 나타나지 않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두두두두두두두두!

이오타 왕국의 기병들이 달려오는 것을 본 알렉스 공작의 표정이 다시 밝아졌다.

그래, 조금 늦었으면 어떠랴?

와준 것만 해도 감지덕지였다.

“왔구나, 왔어! 드디어 왔구나! 그래, 내 믿고 있었노라!”

알렉스 공작은 환호했다.

늦은 걸 그냥 넘어가 줄 생각은 없었다.

괘씸하기에 전투가 끝나면 책임을 묻고, 보복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으아아악!”

“아악!”

이오타의 기병대가 진압군 병사들을 무차별적으로 휩쓸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 * *

“힘을 내라! 적들을 모조리 쓸어버려라! 이 전투로 전쟁은 끝이 나게 될 것이다!”

루이블랑 왕세자는 목청껏 소리치며 진압군을 이끌고 있었다.

“왕세자 전하! 만세!”

“만세!”

진압군 병사들은 만세를 부르짖으며, 무서운 기세로 반란군들을 휩쓸었다.

무리한 돌격으로 병력의 반 이상을 꼬라박아버린 반란군은, 그런 진압군 병사들의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학살을 당했다.

그러던 때.

두두두두두두두두두!

저 멀리서 이오타 왕국의 깃발을 단 대규모 병력이 빠른 속도로 접근해오기 시작했다.

“왜 이오타의 군대가 여기에…?”

이오타의 군대를 본 루이블랑 왕세자의 표정이 일순간 멍~ 해졌다.

게다가 얼마 전 국왕인 오토 드 스쿠데리아가 의문의 죽음을 맞이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 안 돼….”

루이블랑 왕세자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절망했다.

이오타의 군대가 뜬금없이 이 전투에 나타났다는 것은,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었다.

“알렉스… 이 개 같은 놈이 외세를 끌어들였구나! 네놈이 그러고도 로샨 왕가의 일원이냐!”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질러 보았지만, 저 멀리 있는 알렉스 공작에게 들릴 리 없었다.

그러는 사이.

“으아아악!”

“악!”

“사, 살려줘어어어어!”

무섭게 휘몰아친 이오타의 군대가 진압군 병사들을 닥치는 대로 도륙 내기 시작했다.

“아….”

그 처참한 광경을 본 왕세자는, 싸울 의지를 잃고 검을 늘어뜨렸다.

하지만 뒤이어 기이한 광경이 펼쳐졌다.

“으아아아악!”

“컥!”

왕세자가 이끄는 진압군의 진영을 박살 낸 이오타의 군대가, 반란군 병사들까지 닥치는 대로 도륙 내기 시작했다.

“이 무슨…?”

왕세자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오타가 왜 반란군을 공격하는 거지?”

그렇다면….

“아.”

왕세자는 그제야 깨달았다.

이오타 왕국이 어느 쪽에도 붙은 게 아니라는 걸.

반란군과 진압군은 서로 싸우던 물고기일 뿐이고, 이오타 왕국은 그걸 뒤에서 지켜보며 흐뭇한 미소를 짓던 어부였던 것이다.

“집안싸움을 하다가 정작 도둑이 들어오는 걸 막지 못했구나….”

왕세자가 탄식하는 사이.

“으아아악!”

“후, 후퇴하라! 후퇴!”

“제발… 으아악!”

이오타의 군대는 반란군과 진압군할 것 없이 무차별적인 살육을 벌이며, 이 전투의 승리를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어나갔다.

* * *

이오타 왕국군의 전투력은 그야말로 발군이었다.

강인한 체력.

높은 전술 이해도.

드높은 사기.

거기에 더해서, 말단 이등병들까지도 마나를 운용한다는 건 어지간한 강대국들조차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다.

그러니 이오타 왕국군의 전투력이 뛰어난 건 너무나도 당연했다.

“크하하하하하!”

“약해 빠진 로샨 놈들! 어딜 도망가느냐!”

“모조리 쓸어주마!”

이오타 왕국군은 마치 양 떼 무리에 풀어놓은 맹수와 같이, 적들을 닥치는 대로 쓸어버리며 그간 자신들이 갈고 닦은 전투력을 보란 듯 과시했다.

“이야. 진짜 잘 싸우네.”

오토는 그런 이오타 왕국군을 바라보며 흐뭇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 좋으십니까?”

“좋지, 안 좋아? 우리 군이 저렇게 잘 싸우는데?”

“동의합니다.”

카미유도 정말 오래간만에 미소를 지었다.

그저 오합지졸에 불과했던 병사들이 저렇게까지 성장할 줄이야….

이오타 왕국이 코딱지만 한 시골 영지에 불과했던 시절에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 일이었다.

“가자.”

오토가 말에서 내려 발걸음을 옮겼다.

“병사들 전쟁터로 내몰고 뒤에서 뒷짐만 지고 있는 말자고.”

“물론입니다.”

카미유와 함께 전장에 뛰어든 오토는,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날뛰며 자신의 무력을 몸소 증명해내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중략)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그에 따라 경험치도 오르고.

[알림: 89레벨 달성!]

[알림: 90레벨 달성!]

레벨도 올랐다.

[알림: 해금!]

[알림: 90레벨을 달성해 <석화의 눈> 스킬이 해금되었습니다!]

바로 그때.

“죽어라!”

“어딜 감히 이오타의 버러지 따위가!”

때마침 반란군 소속 기사 3명이 오토를 향해 덤벼들었다.

스으으으!

그와 동시에 오토의 눈으로부터 회색 섬광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결과.

“모, 몸이… 으윽!”

“내 다리가 왜…?”

“크윽!”

회색 섬광에 노출된 기사들의 몸이 돌이 되어 굳어가기 시작했다.

즉, 스킬의 이름 그대로 석화[石化]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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