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화
카미유가 쓰러진 뒤.
“쯧쯧.”
몽둥이를 든 카이로스가 오토를 향해 혀를 찼다.
“무능한 놈 같으니.”
“뭐 인마?”
오토가 눈을 부라렸다.
“내가 왜 무능해?”
“부하 하나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놈이 무능한 게 아니면 뭐가 무능하단 것이냐?”
카이로스가 오토를 향해 히죽거렸다.
“부하가 자발적으로 따라오게 만들지는 못할망정 기절시켜서 강제로 데려가다니. 쯧쯧쯧.”
“야 이!”
오토가 버럭 성질을 냈다.
“쟤가 고분고분 말을 듣는 애냐? 아무리 좋게 말해도 안 듣는데 나더러 어쩌라고?”
“그건 네놈이 무능해서 그런 것이다.”
카이로스가 피식 코웃음을 쳤다.
“옛날엔 말이다. 짐이 한마디만 하면 부하들이 껌뻑 죽었느니라. 죽으라고 하면 진짜 죽으려는 놈들도 많았노라. 껄껄!”
“아, 그러셔요?”
“그렇다! 짐의 말이 곧 법이고 진리였느니라!”
“그러셨겠지.”
“뭣이?”
오토의 빈정거리자 카이로스가 눈에 쌍심지를 켰다.
“하긴~ 사이비 교주 출신이니까~”
“사이비… 교주?”
“너 말년엔 미쳐 가지고 교황이 되겠답시고 새로운 교단을….”
오토의 입에서 카이로스의 과거―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가 흘러나왔다.
카이로스는 본래 어느 교단의 수도승 출신으로서, 꽤나 종교적인 인물이기도 했던 것이다.
“개소리!”
카이로스가 화가 나 소리쳤다.
“감히 짐을 사이비 교주 따위와 비교하다니! 짐은 단지 교단을 개혁하려고 했을 뿐이다!”
“응~ 그러다 실패했지~”
“……!”
“자기 말 한마디면 부하들이 껌뻑 죽는단 양반이 의형제란 놈한테 배신이나 당했죠?”
“이… 이이…!!!”
“퍽이나 유능하다~ 유능해~”
카이로스는 오토의 말에 꽤나 약이 올랐지만,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런 말도 못 했다.
오토의 말이 대부분 사실이라서, 반박하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너도 짐이나 싸셔. 쟤는 말안장에 잘 묶어두고.”
오토는 손가락으로 기절해 있는 카미유를 가리키며 카이로스에게 명령하고는, 다시 짐을 싸기 시작했다.
<화합의 성서>란 성물을 찾기 위해서.
* * *
<영지전쟁>은 한 세력의 군주가 되어 영지를 경영하면서 다른 세력과 맞서 싸우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었다.
그러나 단순히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라고 정의할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RPG적인 요소도 상당히 강했기 때문이었다.
<영지전쟁>을 플레이하는 게이머는 자신이 선택한 군주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게 가능하다.
또한, 여러 가지 아이템을 통해 캐릭터의 스펙을 강화시킬 것 또한 가능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게이머는 <성물>이라는 특수한 아이템을 통해 자신이 경영하는 세력에 다양한 효과를 부하는 게 가능했다.
예를 들면 <풍요로운 자의 풍년 토템>이란 4성(★★★★) 등급의 성물 아이템은 특정 지역의 식량 생산량을 무려 200퍼센트나 늘려준다.
3성(★★★) 등급의 성물 아이템인 <첫 번째 우산>은 특정 지역에 비를 내린다.
이렇듯 성물 아이템들은 게이머가 경영하는 세력에 여러 가지 효과를 부여할 수 있기에, 그 가치와 효용성이 어마어마했다.
특히나, 특정 성물들에는 기적에 가까운 권능이 담겨 있었다.
그 대표적인 예시가 오토가 이번에 찾으러 간다는 <화합의 성서>였다.
5성급 성물인 <화합의 성서>의 효과는 다음과 같았다.
[화합의 성서]
갈등과 분열을 넘어 하나로.
- 대현자 엘돌로곤
설명 : 대현자 엘돌로곤이 만든 성스러운 경전.
분류 : 성물
등급 : ★★★★★
효과 : 군주를 중심으로 세력 내 모든 백성들이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며, 서로 화합하고 협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