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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 (64)화 (65/401)

제64화

여관을 나선 아무칸과 50인의 전사들은, 즉시 카슈미르 산으로 향했다.

오토의 예상대로 화합의 성서를 찾으러 가는 게 분명했다.

두두두두두두두!

그런 아무칸과 50인의 전사들은 엄청나게 거대한 말을 타고 달렸는데, 그 속도가 그야말로 무시무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콩기라트 부족이 탄 말들은 결코 평범한 말이 아니었다.

<타타르> 품종이라 부르는 이 말들은, 하브르 초원의 특산품(?)이었다.

엄청나게 큰 덩치와 힘, 속도, 그리고 뛰어난 지능을 가진 타타르 품종은 대륙에서도 유명한 명마[名馬]였다.

아무칸이 <위대한 정복자 칸>으로 거듭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도 바로 이 타타르 품종의 말들이었다.

아무칸은 타타르 품종을 탄 기병들을 이끌고 전 대륙을 휩쓸며 정복 활동을 벌여나갔던 것이다.

“거 더럽게 빠르네.”

오토는 아무칸과 50인의 전사들이 아예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 걸 보고 혀를 내둘렀다.

그만큼 아무칸 일행의 기동성이 엄청나게 빨라서, 쫓아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하긴. 저러니까 초반 깡패지.’

오토는 아무칸의 군주 특성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100인의 군주 캐릭터 중 하나인 <위대한 정복자 아무칸>은 초반 강캐로 유명했다.

압도적인 기동성을 자랑하는 기병대로 다른 세력들을 눈 깜짝할 사이에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는 게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칸은 게임 <영지전쟁>을 가장 빠르게 클리어하는 게 가능한 캐릭터 중 하나였다.

오죽하면, 클리어 타임어택 기록도 100인의 군주들 중에서 가장 빠를까.

물론 그런 장점이 있는 만큼 단점도 명확한 캐릭터가 아무칸이긴 했다.

초반 강캐답게, 아무칸의 잠재력은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다.

게다가 아무칸이 경영하는 세력인 콩기라트 부족 역시 기술의 발전이 매우 더디고, 고점도 낮았다.

그래서 초반에 빠르게 승부를 내지 못하면, 아무칸은 힘이 점점 더 빠지는 캐릭터였다.

게임 플레이타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다른 세력들의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고 뒤처지다가, 결국엔 손쉽게 사냥당하는 신세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미래의 이야기.

바꾸어 말하면, 지금 이 시점에서는 아무칸이 가장 강력한 군주 중 하나라는 이야기.

‘조심해야지.’

오토는 그 사실을 모르지 않았기에, 아무칸을 상대함에 있어 주의를 기울이기로 했다.

물론 아무칸을 손쉽게 해치울 계획을 세워놓긴 했지만….

“우욱!”

그때.

“우웨에에에에에에엑!”

카이로스가 말리는 말 위에서 토하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숙취 때문에 속이 뒤집힌 상태였는데, 말을 타고 달리는 바람에 속에서 위액이 역류해버린 것이다.

“야 이! 더럽게 뭐 하는 짓거리야!”

“우웨에에에엑!”

“꼴좋다~ 550살 먹고 말 위에서 토하기나 하고~ 추하다~ 추해~”

“그러니까… 짐이 해장은 하고 출발하자고… 우웨에에에에에에엑!”

절레절레.

오토는 차마 그 더러운 꼴을 보기 싫어서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 * *

같은 시각.

두두두두두두두!

카슈미르 산을 향해 달려가던 아무칸은, 문득 속이 좋지 않아 입을 꽉 다물었다.

카이로스와 마찬가지로, 아직 숙취가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말을 탔더니 속이 뒤집어진 것이다.

‘전사들 앞에서… 그런 추태를 보일 순… 없다.’

아무칸은 기를 쓰고 구토를 참았다.

하지만 참는다고 참아지는 게 아니었다.

두두두두두두두!

타타르 품종의 엄청난 질주로 인해 몸이 끊임없이 흔들렸고, 그럴수록 속은 더 뒤집어졌다.

“으으… 으으으으….”

아무칸은 한계가 찾아오는 걸 막을 수가 없었다.

울컥!

의지와는 상관없이, 속 깊은 곳에서 위액이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아무칸은 어떻게든 버텼지만, 그건 더욱 추한 꼴을 만들어냈을 뿐이었다.

“으으… 으으으으으으으으…!!!”

이를 악문 채 신음하는 아무칸.

찌이익!

뒤이어 이빨 사이로 누런 위액이 분수처럼 뿜어졌다.

그냥 속 시원하게 토하면 될 것을, 굳이 이를 악물고 버티는 바람에 더욱 추한 꼴이 연출된 것이다.

가오가 육체를 지배하는 바람에 생긴 부작용이라고나 할까?

“…….”

“…….”

“…….”

아무칸의 곁을 달리던 전사들은, 그 모습을 보고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아무리 존경하는 족장이라지만, 체면 때문에 저런 모습까지 보일 줄이야….

하지만 그 누구도 아무칸에게 말을 걸지 않았으며, 고개를 돌려 먼 산을 바라보았다.

존경하는 족장 아무칸의 체면을 지켜주기 위해서 아무것도 보지 못한 척을 해준 것이다.

‘두고 보자… 다음번엔 네놈을 고주망태로 만들어 다시는 술을 입에도 못 대게 해줄 것이다… 으윽!’

아무칸은 카이로스를 향한 복수심을 불태우며, 계속해서 카슈미르 산을 향해 나아갔다.

* * *

카슈미르 산속에 동굴을 파고 살아가는 붉은 모루 부족은, 각종 무기와 방어구 제작에 진심인 대장장이 드워프들이었다.

이들은 카슈미르 산속 깊은 곳에서 채굴되는 각종 광물을 이용해 다양한 무기와 방어구들을 만들어 내왔다.

그렇게 만들어진 무기와 방어구들 중 몇몇은, 영웅들의 손으로 흘러 들어가 역사서에 이름을 남기곤 했다.

자신이 만든 무기나 방어구가 역사에 기록되는 게 대장장이 드워프들의 사명.

그래서 붉은 모루 부족의 드워프들은, 오늘도 열심히 광물을 채굴하고 무기나 방어구를 만들어내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평생 단 하나.

자신의 이름을 건 역작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하지만 그런 붉은 모루 부족에게도 위기가 찾아왔으니, 아무칸과 콩기라트 부족 전사들의 습격이 바로 그것이었다.

“비상! 비상이오!”

“적들이 쳐들어오고 있소!”

“사나운 야만인들이 마을을 향해 다가오고 있소이다! 다들 전투를 준비하시오!”

드워프들은 난데없는 비상에 크게 당황했다.

“야만인들이…?”

“아니! 도대체 어떻게 야만인들 따위가 우리 마을을 찾아냈단 말인가!”

붉은 모루 부족의 마을은 카슈미르 산속 깊은 동굴에 자리했다.

또한, 마을로 찾아오기 위해서는 미로와 같은 갱도를 통과해야 한다.

그래서 드워프들은 지난 수백 년 동안 침략자들이 마을까지 온다는 생각 자체를 못 했다.

드워프들의 보물을 노린 침략자들이 종종 나타나긴 했지만, 그들 모두 미로처럼 얽히고설킨 갱도를 헤매다 굶어 죽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야만인들의 습격이라니?

드워프들이 우왕좌왕 혼란에 빠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전투 준비! 전투를 준비하라!”

“빨리, 빨리!”

드워프들이 허겁지겁 전투를 준비했지만, 적들은 그보다 더 빨랐다.

“컹! 컹컹!”

“으르르르!”

송아지만 한 덩치를 가진 푸른 늑대들이 마을 입구를 지키던 드워프들을 덮쳤다.

그 늑대들은 살아 있는 생명체가 아닌 영적인 에너지로 이루어진 존재들로서, 매우 강력한 소환수들이었다.

또한, 늑대보다 몇 배는 뛰어난 후각을 지녔기에 사냥감을 추적하는데 아주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 덕분에 아무칸과 콩기라트 부족은 미로 같은 갱도를 헤매지 않고 곧장 드워프들의 마을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이다.

“으악!”

“으아아아악!”

마을 입구를 지키던 드워프들은, 늑대 정령들에게 속절없이 무너졌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늑대 정령들이 드워프들을 죽이지 않고 앞발로 지그시 눌러 제압만 했다는 것.

“모두 무기를 버리고 항복하라.”

“항복하면 목숨은 살려줄 것이다.”

뒤이어 나타난 콩기라트 부족의 전사들이 드워프들을 향해 경고했다.

“도대체 왜들 이러는 것이냐!”

붉은 모루 부족의 족장이자 마을의 촌장인 에드함이 공기라크 부족 전사들을 향해 버럭 소리쳤다.

“네놈들이 이런다고 우리들이 굴복할 것 같으냐! 덤벼라! 네놈들의 골통을 모조리 쪼개줄 터이니!”

자신이 만든 방어구와 거대한 도끼로 무장한 에드함은, 결코 항복하지 않겠단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드워프들은 죽일 수 있을지언정 굴복시키기는 쉽지 않은 종족.

그렇기에 드워프들 사전에 곱게 항복하는 방법 같은 건 없었던 것이다.

“싸우겠다는 말인가?”

아무칸이 늑대 정령들을 거느리고 나타나 말했다.

“좋다. 너희들의 의지를 존중하지. 위대한 하브르 초원의 전사들이여.”

“예! 족장!”

“놈들을 모조리 제압하라. 단, 죽이지는 마라. 난쟁이들은 매우 유용한 노예이니.”

“예!”

아무칸의 명령을 받은 콩기라트 부족의 전사들이 일제히 드워프들을 향해 덤벼들었다.

* * *

드워프들은 기본적으로 엄청난 전투력을 지닌 종족이기도 했다.

비록 키는 작지만, 드워프들의 근력과 지구력은 인간보다 2배 이상 강했다.

게다가 자신들이 직접 제작한 고급 무기와 고급 방어구로 무장하고 있었기에, 템빨 역시 어마어마했다.

강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스펙을 지닌 종족이 바로 드워프들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칸과 콩기라트 전사들의 전투력은 그런 드워프들을 압도할 수준이었다.

“크핫핫핫! 가소로운 난쟁이들 같으니!”

“네놈들은 이제 우리 부족의 노예일 뿐이다!”

콩기라트 부족의 전사들은, 가공한 전투력을 선보이며 드워프들을 차례차례 제압해나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으르렁!”

“컹! 컹컹!”

족장 아무칸이 소환한 50마리의 늑대 정령들 역시 맹활약하며, 드워프들을 제압하는 데 큰 도움이 되어주었다.

물론 그중 가장 큰 활약을 한 사람은 역시 족장인 아무칸이었다.

이도류.

두 자루의 큰 칼[大刀]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아무칸은, 붉은 모루 부족의 족장 에드함을 순식간에 제압해버렸다.

게임 <영지전쟁>의 대표적인 초반 강캐답게, 지금 이 시점에서는 가히 어마어마한 전투력을 발휘했던 것이다.

애초에 붉은 모루 부족이 드워프들 중에서는 전투력이 특별히 강한 부족이 아니기도 했고.

“마지막 경고다.”

아무칸이 만신창이가 된 에드함의 목에 서슬이 시퍼렇게 선 칼을 들이대며 말했다.

“모두 항복하라. 그럼 이 늙은이의 목숨만은 살려줄 것이다.”

“저, 절대로… 항복하지… 마라… 붉은 모루… 부족이여….”

그러나 에드함은 자신의 목이 뎅겅 날아갈 판국임에도 죽일 테면 죽여 보란 식이었다.

“죽을지언정… 굴복하지 마라… 노예가 되는 것보다는 죽는 게 나을 것이니….”

“성가시군, 난쟁이들은.”

아무칸은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에드함의 목을 진짜로 뎅겅! 썰어버리려 했다.

하브르 초원 최고의 전사인 아무칸은 두 번 말하는 법이 없었다.

죽이라면?

죽인다.

그게 초원의 법칙.

아무칸은 자신이 뱉은 말의 무게를 위해서, 에드함을 죽이고자 했다.

그러나….

쒜에에에에엑!

어디선가 철퇴 한 자루가 날아들어 무시무시한 속도로 아무칸의 머리통을 노렸다.

“……!”

아무칸은 본능적으로 에드함을 내팽개치고, 두 자루의 칼을 교차시켜 철퇴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했다.

콰앙!

철퇴와 교차된 두 자루의 칼이 충돌하며 큰 소리와 함께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이 무슨.”

충격으로 인해 밀려난 아무칸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인상을 와락 구겼다.

고작 철퇴 한 자루에 실린 힘이 마치 거대한 바윗덩어리가 날아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동작 그만.”

어두운 갱도를 빠져나오며 모습을 드러낸 카이로스가 히죽 웃었다.

“여긴 짐이 접수할 터이니, 네놈은 곱게 돌아가 해장이나 해라. 끌끌끌.”

그와 동시에 카미유가 수십여 명의 마검사들을 이끌고 아무칸과 콩기라트 부족 전사들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남의 영토에….”

마지막으로 오토가 에릭슨을 데리고 나타나 아무칸을 향해 경고했다.

“허락도 없이 들왔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네놈은….”

아무칸이 오토를 알아보고는 입을 열었다.

“나와 같은 여관에 묵던 놈이로군.”

“정답.”

“안 그래도 뺀질이 같아 보여서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그 순간.

빠직!

오토의 이마에 힘줄이 돋아났다.

뭐?

뺀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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