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화
퍼억!
철퇴가 아무칸의 광활한 등짝을 내리찍었다.
“컥!”
피를 토하는 아무칸.
“뭐? 뺀질이이이? 넌 뒈졌다.”
오토는 광기에 번들거리는 눈을 부릅뜬 채 아무칸을 신나게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등이 넓어서 그런가? 때릴 데가 많네.”
“커헉!”
“허리 펴라. 척추 나간다.”
“으아악!”
“어쭈? 똑바로 안 대?”
아무칸을 향한 오토의 매타작은 아주 무자비하기 이를 데 없었다.
적으로 만났으니 목숨을 걸고 싸운 것까지는 이해했다.
그러나 권위를 무시하고 뺀질이라며 흉을 본 것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으아아아아악!”
아무칸은 생전 처음 경험해보는 구타에 비명을 지르며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무자비하고 흉악하기로 소문 난 하브르 초원의 전사.
그중 정점에 달한 아무칸조차도 무차별적으로 퍼부어지는 철퇴 세례 앞에서는 버텨낼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쯧쯧.”
카이로스는 아무칸을 패는 오토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저 형편없는 놈 같으니.”
“왜 그러십니까? 어르신. 혹시….”
카미유는 카이로스가 오토의 품위 없는 행동을 지적하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아주 큰 오산이었다.
“저렇게 패서 어떻게 제대로 된 고통을 주겠느냐?”
“예…?”
“자고로 팬다는 것은.”
카이로스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약하게. 일정한 힘으로. 빠르게. 기계적으로 패야 하느니라.”
“예? 그게 무슨….”
“핵심은 마나를 미세하게 흘려보내서 맞는 놈의 신경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니라. 그럼 고통이 족히 3배 이상 증폭된다, 이 말이다.”
“…….”
“그래야 맞는 놈도 크게 안 다치고 아프기만 한 법. 어째 네놈의 주군이란 놈은 패는 것도 제대로 못 한단 말이냐? 에잉. 쯧쯧쯧. 허접한 놈 같으니.”
카미유는 카이로스의 말을 듣고 정신이 혼미해져서 눈을 질끈 감았다.
‘무슨 고문 기술자도 아니고.’
명색이 과거의 절대자이자 대륙의 3분의 1일 거머쥐었던 황제라는 작자가 악랄한 고문기술자 같은 소리나 지껄일 줄이야….
‘이놈이나 저놈이나.’
카미유는 오토와 카이로스가 똑같은 부류의 인간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건 사실이었다.
오토나 카이로스나 누가 봐도 하나 같이 나사 빠진 놈들.
군주로서의 위엄과 체통이라고는 쥐뿔도 찾아보기 힘든, 내키는 대로 막 나가는 인간들이었기 때문이다.
* * *
30분 후.
“헉, 허억….”
오토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헐떡거렸다.
무슨 고기 다지듯 아무칸을 패다가 제풀에 지쳐버린 것이다.
“이거 맷집 보소? 기절도 안 하네?”
오토가 질렸다는 듯 아무칸을 내려다보았다.
“끅, 끄윽….”
놀랍게도, 아무칸은 아직 정신줄을 붙들고 있었다.
물론 만신창이가 되긴 했지만, 오토가 힘 조절을 한 덕분에 죽지는 않은 것이다.
카이로스였다면 더 기술적(?)으로 팼을 테지만….
[알림: <아무칸>을 처치하셨습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97레벨 달성!]
[알림: 98레벨 달성!]
[알림: 99레벨 달성!]
[알림: 100레벨 달성!]
군주 캐릭터인 아무칸을 이긴 덕분에 경험치가 엄청나게 많이 올라서, 그에 따라 4레벨이 한꺼번에 올라 100레벨이 되었다.
[알림: 아무칸의 잠재력이 약화되었습니다!]
[알림: 콩기라트 부족의 잠재력이 약화되었습니다!]
[알림: 아무칸의 시나리오가 삭제되었습니다!]
오토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창이 의미하는 건 아무칸이 100인의 군주로서의 지위를 잃고, 게임 스토리라인에서 빠지게 되었다는 걸 의미했다.
이는 군주가 다른 군주에게 제압을 당하면 벌어지는 현상.
고유의 시나리오와 각종 퀘스트, 혜택 등을 더는 누릴 수 없다는 뜻이었다.
물론 희대의 쓰레기 캐릭터이자 가진 거라고는 쥐뿔도 없는 오토 드 스쿠데리아에게는 전~혀 해당 사항이 없는 이야기였지만.
“어떻게 합니까?”
카미유가 오토에게 물었다.
“뭘 어떻게 해?”
“편하게 해줍니까?”
카미유가 슬쩍 검 자루에 손을 올려다 놓았다.
“나, 나를?”
오토가 화들짝 놀라 물러섰다.
“…….”
카미유는 오토가 개소리를 지껄이자 짜증이 팍! 났지만, 애써 마음을 다스리고는 말없이 아무칸을 가리켰다.
“대가는 충분히 치른 것 같습니다만.”
하기야, 비 오는 날 먼지 나듯 두들겨 맞았으니 대가는 어느 정도 치른 셈.
이제는 소원대로 목숨을 거둬주는 것도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딱히 죽일 필요는 없으니까 대충 치료해줘.”
“괜찮으시겠습니까?”
“졌다고 복수할 놈이 아냐. 그런 부분에서는 꽤 괜찮은 놈이거든. 나머지도 살아 있는 애들은 굳이 죽이지는 마. 그럴 필요까지 없어.”
“알겠습니다.”
오토의 명령이 떨어지자 마검사들은 아무칸과 콩기라트 부족 전사들에게 다가가 치유 마법을 걸어주고, 응급조치를 실시했다.
‘이제 된 건가?’
오토가 그런 생각을 할 때 즈음.
“정말 고맙소.”
붉은 모루 부족의 족장이자 이 마을의 촌장 에드함이 오토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런 에드함의 머리 위에는 황금색 느낌표(!)가 떠올라 있었다.
* * *
드워프들은 은혜를 입으면 반드시, 몇 배로 갚아주는 종족.
[드워프의 보은]
내용 : 에드함에게 말을 걸고, 보상을 받자.
진행율 : 0% (0/1)
보상 : 화합의 성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