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 (68)화 (69/401)

제68화

‘내가 뭔 치과의사도 아니고.’

오토는 드래곤의 요구가 황당했다.

그러나 먹고 사는 게 어디 쉬운 일이던가?

- 죽는 건 쉬워. 사는 게 어렵지.

그래, 사는 게 어렵지.

암, 그렇고말고.

오토는 죽고 싶지 않았으므로, 드래곤의 제안을 수락했던 것이다.

“어우야.”

가까이서 선 드래곤의 어금니는 심각하게 썩어 있었고, 뿌리에는 염증이 심해 잇몸이 퉁퉁 부어 있었다.

악취도 고약한 걸 보니 충치가 대단히 심각한 게 분명했다.

‘이 정도면 진짜 뒤지게 아팠겠는데?’

오토는 치과의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상식이라는 게 있는 사람.

드래곤이 충치로 인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눈으로 보고 나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지경.

아무래도 잇몸과 어금니 사이에 박힌 동물의 뼈―음식물―가 염증을 일으켰고, 그로 인해 충치가 생긴 모양이었다.

“우선 잇몸 사이에 박힌 뼈부터 뽑아야겠는데요?”

- 그렇게 하라.

“아프실 텐데 괜찮으시겠어요?”

- 참아보도록 하겠다.

“그럼 뽑습니다?”

- 알겠다.

“어디 보자….”

도대체 무슨 동물의 뼈인지….

오토는 거의 기둥만 한 크기의 뼈를 품에 안고, 있는 힘껏 힘을 주었다.

쑤욱!

그러자 뼈가 뽑히면서 엄청난 양의 고름과 피가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드래곤이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악!”

오토도 비명을 질렀다.

화르르르르!

드래곤의 목구멍 안쪽에서 뿜어져 나온 화염이 오토를 스쳐 지나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우웅!

드래곤의 성대에서 터져 나온 비명이 강력한 음파가 되어 오토를 덮쳤다.

그 결과.

[알림: 투구의 내구도가 0이 되었습니다!]

[알림: 투구가 파괴되었습니다!]

[알림: 투구의 내구도가 0이 되었습니다!]

[알림: 투구가 파괴되었습니다!]

(중략)

착용하고 있던 모든 아이템들의 내구도가 0이 되어 바스러졌다.

주르륵….

귓가에서는 피가 철철 흘러나왔다.

오싹!

하마터면 죽을 뻔했다는 게 느껴지자 소름이 돋았다.

단순히 비명을 지르는 것만으로도 이런 데미지를 줄 수 있다니….

“어, 어르신!”

오토가 다급히 소리쳤다.

“저 죽을 뻔했습니다! 갑자기 불을 뿜고, 음파를 쏘시면 어떡합니까!”

- 으음. 너무 아파서 그만 소리를 지르고 말았구나. 흠흠.

“참으셔야죠. 그러다 저 죽습니다. 소리 지르시는 건 그래도 참을 수 있는데, 불까지 뿜으시면 저 타죽습니다.”

- 미, 미안하구나.

“아프시더라도 꾹 참아주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 알겠다.

“꼭이요.”

- 걱정 마라.

“예, 어르신.”

오토는 드래곤에게 신신당부를 해놓고, 잇몸 사이에서 뽑은 동물의 뼈를 밖으로 가지고 나가 툭 내던졌다.

그리고는 카미유에게 말했다.

“가서 포션 있는 거 싹 긁어봐.”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보면 몰라? 치과치료 하잖아! 치과치료!”

“…악어새가 되기로 하신 겁니까?”

카미유는 오토의 말에 어이가 없었다.

멸종되었다고 알려진 전설의 생명체의 이빨을 치료해주다니….

“악어새고 나발이고 포션이나 진통제 같은 것 좀 가져오라고! 싹 긁어와!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 깨끗한 천이나 솜 같은 것도 있으면 가져오고! 독한 술도 가져오고! 소독약 있으면 더 좋고!”

“알겠습니다.”

카미유는 일단 오토의 명령에 따랐다.

드래곤의 이빨을 치료해야 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이상 지금은 오토를 믿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 *

의학적 지식이 없는 일반인인 오토가 할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았다.

오토가 치과의사도 아니고, 뭐 얼마나 고급 치료를 할 수 있겠는가?

‘에라, 모르겠다. 대충 뽑고, 닦고, 꿰매면 되겠지.’

오토는 될 대로 되란 심정으로 드래곤의 충치를 치료하는 데 최선을 다했다.

현실이었다면 의료법 위반으로 쇠고랑을 찰 행동이었지만, 이곳은 지구가 아닌 게임 속 세상.

면허가 없다 한들 잡아갈 사람도 없을 터.

“저… 어르신. 어금니가 너무 심하게 썩어서 뽑아야 할 거 같은데요?”

- 뽀, 뽑는다고?

“네. 살짝만 건드려도 흔들거리는 게….”

- 쿠오오오오오!

오토가 썩은 어금니를 건들자 드래곤이 또다시 비명을 내질렀다.

충치가 너무 심해서, 살짝만 건드려도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던 것이다.

“제, 제발! 제발 좀 참으십쇼! 저 죽는단 말입니다!”

- 아, 알겠다. 너무 아파서 그만… 끄응….

“그냥 시원하게 뽑고 소독하죠? 그럼 안 아프실 겁니다. 아마도…?”

- 그, 그리하라.

오토는 드래곤의 허락이 떨어지자 내친 김에 썩은 어금니까지 뽑았다.

하지만 드래곤의 어금니를 뽑는다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흔들거린다 한들, 아직 어금니가 잇몸에 단단히 박혀 있어서 어지간한 힘으로는 뽑기가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래서 오토는 드워프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약 30분 후.

“하나, 둘, 셋 하면 당기는 겁니다! 다들 아시겠죠!”

오토가 밧줄을 움켜쥔 드워프들에게 소리쳤다.

“하나! 둘! 셋!”

그러자 수십여 명의 드워프들이 일제히 밧줄을 잡아당겼다.

-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드래곤은 드워프들이 썩은 어금니에 매달린 밧줄을 잡아당기자 고통에 몸부림까지 쳐가며 비명을 질렀다.

덕분에 오토는 또 죽을 뻔했다.

콰직!

드래곤이 입을 다무는 바람에 몸이 두 동강 날 뻔했던 것이다.

‘무슨 놈의 드래곤이 이렇게 엄살이 심해!!!’

오토는 차마 드래곤에게 대놓고 말할 용기가 없어서, 속으로 절규했다.

어쨌거나 결과는 좋았다.

쑤욱!

썩은 어금니가 빠지고.

콸콸콸!

시뻘건 피와 누런 고름이 쏟아져 나왔다.

“다됐습니다! 쫌만 참으십쇼!”

- 아, 알겠노라. 끄응!

오토는 양동이로 드래곤의 혀 밑에 고인 피와 고름을 퍼냈다.

그런 뒤 썩은 어금니가 빠진 부위를 소독하고, 포션을 들이붓고, 꿰맸다.

“어르신. 끝났습니다.”

자신의 땀과 드래곤의 피와 고름을 흠뻑 뒤집어쓴 오토가 드래곤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좀 어떠세요?”

- 으음! 좀 아프긴 하지만 치통은 확실히 사라졌구나!

“그, 그렇습니까?”

- 네 덕분에 지난 200년 동안의 치통이 말끔하게 나았도다!

“며칠만 참으시면 욱신욱신거리는 것도 금방 나으실 겁니다. 아마도요…?”

오토는 치과의사가 아니었기에 이 치료의 결과를 100퍼센트 예상할 수 없었다.

그래서 결과에 대해 자신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게 최선이었다.

치과의사처럼 충치를 제거하고 때우거나, 신경치료를 하거나, 혹은 임플란트를 박아 넣을 능력이 없으니 이렇게라도 고통을 없애주는 수밖에.

- 음! 덕분에 고통에서 해방되었구나. 특별히 내 단잠을 깨운 것을 용서해주도록 하마.

“가, 감사합니다.”

- 내 특별히 너에게 상을 내리겠다.

“네…?”

- 보답으로 내 피와 어금니를 가져가게 해주마.

“네…?”

- 어차피 내겐 필요 없는 것이니, 너에게 상으로 주겠노라.

바로 그때.

“오오오오오오오!”

“아앗!”

“지금이다!”

드워프들이 개떼처럼 몰려들기 시작했다.

* * *

드래곤이 오토에게 피와 썩은 어금니를 주자 드워프들은 완전히 미쳐버리고 말았다.

“드, 드래곤의 어금니라니!”

“오오오오오!”

에드함과 에릭슨은 반쯤 썩은 어금니가 마치 금붙이라도 된 것처럼 붙들고 놓질 않았다.

그건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었다.

드래곤의 신체는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는, 아주 값비싼 재화라고 알려져 있었다.

피는 연금술에서 최고로 치는 재료였고, 뼈·이빨·가죽·발톱은 무기와 방어구를 만드는데 최적화된 재료라고 알려져 있었다.

고기는 불로불사의 영약이라 했으며, 눈은 마법 아이템을 만드는데 최고의 재료라고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심장은… 마나의 집약체로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물질보다 고농축 마나가 깃들어 있는 에너지 덩어리라고 했다.

굳이 비유하자면 생체 원자로라고나 할까?

물론 드래곤의 신체를 이용해 뭔가를 만든다는 게 1,000년도 더 된 이야기라 확실치는 않았다.

그러나 오래된 고대의 문서들에는 드래곤의 신체를 활용하는 방법이 기록되어 있었기에, 아예 신빙성이 없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었다.

당장 대륙에서 이름난 아이템들의 경우 드래곤의 신체 일부분을 이용해 만들어졌다고 알려져 있기도 했고.

그러니 드워프들이 미쳐 날뛰는 건 당연했다.

드래곤의 사체를 이용해 뭔가를 제작한다는 건 평생 단 한 번 겪기도 힘든 일생일대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누가 드워프 아니랄까 봐.”

오토는 미쳐버린 드워프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다시 드래곤을 향해 넙죽 엎드려 절했다.

“어르신의 선물에 감사드립니다.”

- 껄껄! 뭘 이 정도 가지고.

“아닙니다. 제가 큰 무례를 저질렀는데 목숨도 살려주시고, 선물까지 주시니 아주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 아니다. 와이번 뼈가 잇몸에 박혀서 고생한 게 200년이다. 너무 아파서 억지로 잠들었었는데, 네 덕분에 고통에서 해방되었구나. 정말 고맙다.

“아이고오! 별말씀을!”

- 그런데….

“예, 말씀하십시오.”

- 네놈은 누구냐?

“아, 예. 저는….”

오토가 드래곤의 물음에 자기 자신을 소개하려 할 때.

- 감히 내 단잠을 깨우다니.

“예…?”

- 네놈이 그러고도 무사할 수 있을 것 같으냐?

“아니, 방금 고맙다고 선물까지 주셨으면서 갑자기 왜 그러시는 겁니까?”

오토는 드래곤의 갑작스러운 태세 전환에 크게 당황했다.

- 그게 무슨 소리냐! 위대한 드래곤인 내가 왜 하찮은 인간 따위에게 고맙단 인사를 하겠느냐!

“……?”

- 네놈이 지금 나를 능멸….

그때.

끔뻑끔뻑!

드래곤이 말을 잇다가 말고 멍청한 표정으로 두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갑자기 왜 이래…?’

고개를 갸웃거리는 오토.

- ㅇ….

드래곤이 다시 입을 열었다.

- 응애.

“……?”

- 아빠?

“뭐라고요?”

- 아빠아아아아!

드래곤이 오토를 향해 그 거대한 대가리를 들이밀었다.

“으악!”

오토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날렸다.

자칫 잘못했다간 드래곤의 머리에 짓눌려 압사당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 아빠아아!

“아니, 저한테 왜 이러세요….”

오토는 너무나도 당황스러워 울먹이기까지 했다.

“제가 왜 아빠입니까?”

- 아빠 어디 갔다 오셨어요? 응애? 나, 애기 드래곤. 아빠 기다리느라 외로워쪄. 응애.

“히이이익?!”

- 응애.

“제발 이러지 마십쇼… 저 무섭습니다….”

바로 그때.

“아무래도 이거.”

카이로스가 슬쩍 나서서 의견을 내었다.

“치매 아니냐?”

“치, 치매애?!”

“조금 전 벌어졌던 일도 기억 못 하지 않느냐. 게다가 아기처럼 네놈에게 응석을 부리는 걸 보니 치매가 아니면 설명이 안 되지 않느냐.”

“아.”

카이로스의 의견은 꽤 합리적이었다.

‘그렇지. 치매에 걸리면 기억력도 안 좋아지고. 자기가 누구인지,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른다고 했지? 갑자기 아기처럼 행동하기도 한다고 했고. 심하면 벽에 똥칠까지….’

바로 그 순간.

- 끄응!

드래곤이 갑자기 쪼그려 앉더니, 힘을 주기 시작했다.

“……!”

오토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다음 순간.

“아, 안 돼에에에에에에에에!”

오토의 입에서 다급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더니, 치과치료에 이어서 진짜 더러운 꼴을 보게 될 판국이었기 때문이다.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