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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 (70)화 (71/401)

제70화

화합의 성서는 대현자 엘돌로곤의 관 속에 들어 있었다.

오토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봉인되어 있는 엘돌로곤의 무덤을 깨부쉈다.

와르르!

석관이 무너지고.

스으으!

이제는 백골이 된 엘돌로곤의 유해가 밝게 빛나는가 싶더니, 새하얀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드워프의 환영이 나타났다.

- 약속된 자여.

엘돌로곤의 환영이 오토에게 말을 걸었다.

문제는 오토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는 것.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오토는 너무나도 지쳐있었다.

치매 드래곤 쿠란을 어르고 달래느라 진이 다 빠져서, 엘돌로곤의 환영과 말 섞을 기운이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쿠란의 썩은 잇몸에서 흘러나온 피·침·가래 범벅이 된 것으로 모자라 배설물까지 뒤집어쓴 상태인지라, 사람의 몰골이 아니었다.

- 그대는 어찌하여 내 안식을 방해….

“그냥 주시죠.”

오토가 엘돌로곤의 환영의 말을 끊고, 손을 내밀었다.

“제가 지금 좀 피곤하거든요? 얼른 씻고 쉬고 싶으니까, 그냥 주세요.”

- …….

“평생에 걸쳐 연구하고 완성한 화합의 성서를 이용해서 세계 평화를 이루라는 거 아닙니까.”

- 그, 그걸 어떻게 아는가?

엘돌로곤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다 알고 왔으니까 알죠. 설마 모르고 왔겠어요?”

- 그, 그건….

“화합의 성서를 만든 이유도 그거잖아요. 드워프들이 허구한 날 서로 헐뜯고, 싸우고, 욕하고, 반목하니까.”

붉은 모루 부족 출신 드워프 마법사인 엘돌로곤은, 매우 특이한 인물이었다.

드워프임에도 마법을 익혀 대현자의 칭호를 얻었다는 것만 봐도, 그가 변종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었다.

드워프들이 갖는 종족 특성에서 완전히 벗어난 존재였던 것이다.

그런 엘돌로곤은, 드워프들이 특유의 성격 탓에 서로 화합하지 못하고 부족사회를 이루며 살아가는 걸 가슴 아파했다.

심지어 같은 부족 안에서도 서로 싸우는 게 일상이다 보니, 드워프들은 세력을 이루지 못한 채 뿔뿔이 흩어져 살곤 했다.

그래서 엘돌로곤은 화합의 성서를 만들어서, 드워프들이 서로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기를 바랐던 것이다.

“화합의 성서를 주시면, 제가 드워프 왕국을 건설해드리죠.”

- ……!

“드워프들이 서로 사이좋게 지내면서 창작 욕구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지상낙원. 그게 엘돌로곤 님이 바라시는 거 아닙니까?”

- 그, 그렇다.

“그리고 그 드워프 왕국의 수도 중앙에는 엘돌로곤 님의 동상이 세워질 겁니다. 드워프 대통합을 이끌어낸 성인으로 추앙받게 되실 테죠.”

- 과연 약속된 자… 모든 것을 알고 나를 찾아왔구나.

엘돌로곤은 오토가 자신의 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는 걸 깨닫고, 약속된 자라는 것을 인정했다.

오토가 엘돌로곤이 평생에 걸쳐 만든 성물인 화합의 성서의 주인이 될 사람이라는 것을….

- 좋다. 그대에게 내 평생에 걸쳐 완성한 경전을 주겠노라.

“감사합니다.”

그와 동시에 커다란 책 한 권이 두둥실 떠올랐다.

[알림: <성물 : 화합의 성서> 아이템을 획득하셨습니다!]

엘돌로곤은 오토에게 화합의 성서를 주고는,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 약속된 자여. 부디 그대가 나의 염원을 이루어주기를 바란다. 그대가 이 경전을 사악한 의도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 굳게 믿는다.

“걱정 붙들어 매십쇼.”

- 그럼 그대를 믿고 안식에 들겠다. 그대의 앞길에 찬란한 영광이 깃들기를. 그대가 이 경전의 힘으로 세계 평화를 이루기를 간절히 바라노라….

엘돌로곤은 그 말을 끝으로,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좋죠, 세계 평화.”

오토가 씁쓸한 목소리로 혼잣말했다.

“수백만 명쯤은 죽어야 한다는 게 문제지.”

평화의 이면에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피가 흐른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았으므로….

* * *

화합의 성서를 얻은 오토는, 드워프들의 극진한 대우를 받으며 휴식을 취했다.

지칠 대로 지친 터라, 곧바로 산을 내려가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틀을 푹 쉰 오토는, 붉은 모루 부족의 족장이자 마을 촌장인 에드함으로부터 선물을 받게 되었다.

“부디 받아주시오. 은인께 드리는 선물이오.”

“헉?”

오토는 뜻하지 않게 선물을 받게 되자 살짝 당황했다.

설마하니 선물까지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우리 붉은 모루 부족에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보물이오. 그대에게 드리리다.”

“이건….”

에드함이 준 선물은, 타오르는 붉은색 바탕에 황금색 장식이 된 갑옷 세트였다.

[타오르는 화갑 세트]

카슈미르 산에서 채굴되는 철을 연마하여 만든 갑옷.

붉은 모루 부족에 속했던 한 드워프 대장장이가 만든 아이템으로, 화속성 에너지를 담고 있다.

타입 : 방어구 (갑옷 세트)

등급 : 유니크

내구도 : 5,000 / 5,000

레벨제한 : 80

효과 :

- 방어력 +3,000

- 항마력 +3,000

- 힘 +100

- 지능 +100

- 공격력 +5%

- 주문력 +5%

- 화염방출 (재사용 대기시간 6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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