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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 (74)화 (75/401)

제74화

쏴아아아아!

쏟아지는 화살 비.

그러나 오토 일행에게 화살 공격 따위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마검사들이 왼손을 들어 일제히 하늘을 가리켰다.

우웅!

그러자 마검사들의 손바닥에서 원형 방어막이 생겨나 서로 합쳐지더니, 오토 일행의 머리 위에 커다란 원반 형태의 방어막을 이루었다.

팅! 팅팅! 팅! 팅! 팅팅!

화살 비는 마검사들의 방어막을 뚫지 못하고, 이리저리 튕겨져 나갔다.

“역시.”

오토는 마검사들의 활약상에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쿤타치 가문의 마검사들.

검술이면 검술.

마법이면 마법.

하나만 잘하기도 어려운 두 가지 분야를 모두 섭렵한 자들의 능력이란, 그야말로 다재다능했다.

실제로, 같은 레벨이라면 쿤타치 가문의 마검사 한 명이 평범한 기사 다섯 명 이상을 상대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기도 했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공격이라.”

오토의 입가에 냉랭한 미소가 떠올랐다.

“아무칸.”

“예, 전하.”

“가서 조져버려.”

“예!”

아무칸은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마주 오는 마그리트 왕국의 기병들을 향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어르신 좀 부탁해.”

오토는 카이로스에게 쿠란을 맡기고, 아무칸을 뒤따라 질주했다.

굳이 싸울 필요는 없었다.

왜?

카미유와 쿤타치 가문의 마검사들에게 맡기면 되니까.

그런데도 직접 나섰던 이유는, 실전 경험이 절실했기 때문이었다.

‘많이 싸워봐야 돼. 아직 한참 부족해.’

오토는 앞으로 수없이 많은 전투를 치러야 했고, 수없이 많은 강자들과 맞서 싸워야 했다.

앞길이 구만리인지라 틈날 때마다 전투 경험을 쌓아서, 스스로를 단련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도 간다.”

카미유는 오토가 달려 나가는 걸 보고, 마검사들을 이끌고 오토를 도와주려 했다.

하지만 카이로스는 그런 카미유의 행동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냥 둬라.”

“예?”

“뺀질이가 실전 경험 쌓고 싶어서 그러는데, 도와주면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

“그런 겁니까?”

“군주가 강해질 수 있도록 돕는 것도 기사의 의무다.”

“알겠습니다.”

카미유는 카이로스의 말을 알아듣고는, 나서지 않기로 했다.

오토의 성장은 카미유로서도 간절히 바라는 바이기에….

* * *

“아, 아무칸?!”

마그리트 왕국의 기병대를 이끌던 지휘관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오는 자가 아무칸이란 사실을 깨닫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초원의 악마, 아무칸.

그 무시무시한 전투력은 초원뿐 아니라 마그리트 왕국에도 악명이 높았다.

이곳 하브르 초원에서 절대 마주치지 말아야 할 인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후퇴 명령을 내리기엔 이미 거리가 너무 가까워진 상황.

“이 쓰레기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아무칸이 버럭 소리치며 돌진해오던 마그리트 왕국 기병의 머리를 뎅겅! 날려버렸다.

“아, 아무칸?”

“이런 빌어먹을!”

마그리트 왕국의 기병들은 상대가 아무칸인 걸 확인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우리 부족의 영토에 발을 들여놓은 죄… 죽으로 갚아라.”

아무칸이 으르렁거렸다.

“크르르르르!”

“컹! 컹컹!”

그러자 거의 호랑이만 한 덩치를 지닌 늑대 정령 수십여 마리가 나타나 마그리트 왕국 기병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야 이! 너 혼자 다 해 먹는 게 어딨냐!”

오토는 아무칸이 혼자서 적들을 모조리 쓸어 담으려 하자 빽! 소리를 질렀다.

실전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지만, 더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으아아악! 내 경험치이이이이이!’

오토는 자신의 소중한 경험치(?)들이 아무칸에 의해 죽어 나가자 마음이 다급해졌다.

‘에라, 모르겠다!’

오토는 황급히 전투 현장에 뛰어들자마자 에드함에게 선물 받은 <타오르는 화갑 세트>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화륵! 화르르륵!

그러자 갑옷 곳곳에서 시뻘건 불길이 피어오르며 강력한 열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알림: <화염방출>이 완료되었습니다!]

눈앞에 메시지가 떠오른 순간.

화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타오르는 화갑 세트> 곳곳에서 시뻘건 화염이 뿜어져 나와 마그리트 왕국의 기병들을 덮쳤다.

그 결과.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중략)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경험치가 오르고.

[알림: 축하드립니다!]

[알림: 레벨이 올랐습니다!]

[알림: 101레벨 달성!]

레벨도 올랐다.

“어우야.”

오토는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주변이 온통 숯덩이들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마그리트 왕국의 기병들이었던.

‘엄청 센데???’

과연 드워프들이 만든 물건이라 그런지 <타오르는 화갑 세트>의 파괴력은 어마어마했다.

물론 마법 방어력이 높은 이들에게는 통하지 않을 테지만….

“크으으으으윽!”

그 증거로 마그리트 왕국 기병대를 지휘하던 장교는 아직 살아있었다.

물론 온몸에 심한 화상을 입은 상태라 오래 살지는 못할 것 같았지만.

모르긴 몰라도 마법 저항력을 올려주는 아이템을 착용하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마그리트 왕국군이 왜 여기서 얼쩡거리는 거지?”

“우, 우리는 그저 정찰을….”

“믿겠냐?”

오토가 피식 코웃음을 쳤다.

“무슨 놈의 정찰이 콩기라트 부족의 영토를 이렇게 대놓고 돌아다녀? 내가 바보인 줄 알아?”

“크윽….”

“너… 헬무트의 부하지.”

오토가 슬쩍 찔러보았다.

“……!”

장교의 눈빛이 흔들렸고, 오토는 그 미세한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맞네. 헬무트가 케레이트 부족과 손잡은 거네.”

결론을 내린 오토가 냉랭한 미소를 지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무칸이 끼어들었다.

“헬무트… 그자가 케레이트 부족과 손을 잡았다는 말씀이십니까?”

“어.”

오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아니면 지금 이런 상황에서 마그리트 왕국군 기병대가 여길 왜 돌아다니겠어?”

“하지만….”

“응~ 반박해도 돼. 근데 안 들을 거야~ 내 말이 다 맞아.”

오토가 딱 잘라 말했다.

헬무트.

마그리트 왕국의 국경을 지키는 변경백.

하브르 초원의 유목민 전사들로부터 마그리트 왕국을 수호하는 자.

하지만 그 정체는 게임 영지전쟁의 주인공 캐릭터인 100인의 군주들 가운데 하나.

그리고 그런 헬무트의 메인 시나리오는 반란을 일으켜 왕위에 오르는 것부터 시작했다.

* * *

변경백[邊境伯, Margrave].

주로 외세의 침범이 잦은 국경지대에 자리한 영지를 다스리는 영주.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를 다스리는 존재이니만큼, 변경백들은 뛰어난 군사적 역량과 무력을 두루 갖춘 유능한 인물이었다.

헬무트 후작 역시 그러한 변경백들 중 하나였다.

헬무트 드 발데마르.

대대로 하브르 초원과 국경을 마주하는 지역을 다스리던 발데마르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작위를 물려받고 변경백이 된 이후 단 한 번도 유목민들의 침입을 허용한 적이 없었다.

오죽했으면 발데마르 가문 역사상 가장 뛰어난 변경백이라 평가받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뛰어난 능력과는 별개로, 조국에 대한 헬무트의 애국심과 충성심은 그리 높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불만이 쌓일 대로 쌓여서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왜?

마그리트 국왕들은 대대로 발데마르 가문을 착취해왔으니까.

거의 200년 동안이나.

몇 달 전.

“방금 뭐라 했소?”

헬무트가 모린 백작을 향해 되물었다.

모린 백작은 마그리트 국왕의 오른팔과 같은 인물이었다.

“기사 50명과 병사 1,500명을 또 데려가겠다는 것이오? 거기에 더해서 식량까지?”

“언성을 낮추시지요, 후작 각하.”

모린 백작이 히죽 웃으며 헬무트를 달랬다.

“오해를 살까 두렵습니다.”

“오해? 무슨 오해 말이오?”

“발데마르 가문은 대대로 유목민들의 침공을 막아온 충신 중의 충신이 아닙니까? 그리 언성을 높이시면 사람들이 국왕 전하께 대한 후작 각하의 충성을 오해할지도 모릅니다.”

“…….”

“힘드신 것은 압니다. 잘 알지요. 국왕 전하께서도 늘 후작 각하께 고마워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상황이 어려우니 후작 각하께라도 도움을 청할 수밖에요.”

“도대체 뭐가 어렵다는 말이오? 지금 우리나라가 전쟁 중인 것도 아니질 않소? 이렇게 아무 이유도 없이 병력과 물자를 빼가도 되는 거요?”

헬무트가 울분을 토했다.

“어려운 건 우리요! 늘 병력 부족과 식량 부족에 시달리면서! 꾸역꾸역 유목민들의 침공을 막아내고 있소! 그걸 뻔히 알면서도….”

“지금 국왕 전하께 불만을 드러내시는 겁니까?”

“그, 그건 아니지만….”

“후작 각하.”

모린 백작이 차가운 목소리로 헬무트를 압박했다.

“후작 각하께서는 국왕 전하의 신하입니다. 발데마르 가문은 대대로 왕가에 충성을 바친 유서 깊은 명가입니다.”

“…….”

“그런 발데마르 가문의 현 가주께서 국왕 전하께서 행하시는 일에 불만을 드러내셔서 되겠습니까?”

“크흠.”

“좋은 게 좋은 것이지요. 국왕 전하를 도와드리는 게 나쁜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충성을 다하십시오.”

마그리트 국왕에게 있어 발데마르 가문의 군사력은 큰 부담이었다.

그렇다고 발데마르 가문을 숙청하자니 내전이 벌어질 게 뻔하고.

내전을 틈타 유목민들이 침공해올 것도 두렵고.

그래서 마그리트의 역대 국왕들은 감시와 견제를 통해 발데마르 가문을 강하게 옥죄었다.

높은 세율을 부과하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병력을 빼앗아 갔으며, 잊을 만하면 식량과 각종 물자를 뜯어갔다.

때문에, 발데마르 가문의 다스리는 지역은 200년 동안 조금도 발전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이었다.

유목민들의 침공으로부터 국경을 지켜내는 것만 해도 버거운데, 조금 성장할 만하면 국왕에게 삥(?)을 뜯기는 통에 늘 아등바등 궁핍한 생활을 해야만 했던 것이다.

“아, 그리고.”

모린 백작이 덧붙였다.

“혹시 궁금해하실까 봐 말씀드립니다만, 따님께서는 아주 잘 지내고 계십니다.”

“……!”

“최근에 아카데미에서 아주 우수한 성적을 거두셨더군요. 국왕 전하께서도 아주 어여삐 여기고 계십니다.”

그 순간.

‘죽이… 고… 싶… 다….’

헬무트는 이성을 잃고 모린 백작을 베어버릴 뻔했다.

헬무트의 딸은 수도에 있는 아카데미에 유학을 가 있었는데, 그건 말이 유학이지 사실상 볼모로 붙잡혀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딸을 언급하다니….

‘이런 배은망덕한… 대대로 국경을 지키며 왕국에 봉사해온 우리 가문을 이런 식으로 취급하다니… 더는… 더는 참을 수 없다.’

그날 이후.

“나는… 혁명을 일으킬 생각이다.”

헬무트는 자신의 측근들을 모아놓은 자리에서 폭탄선언을 했다.

계속 이렇게 왕가에게 착취당하면서 부당한 대우를 받느니, 목숨을 걸고 나라를 뒤엎어보려는 것이다.

그로부터 몇 주 뒤.

“만나서 반갑소.”

몸소 하브르 초원 깊숙한 곳까지 간 헬무트는, 비밀리에 유목민 족장과 만나 얼굴을 마주했다.

대를 이어 싸워오던 적인 유목민들의 족장과 만나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한다는 건 매우 충격적인 사건이었지만, 헬무트는 개의치 않았다.

이미 반란을 일으키기로 한 이상 못할 게 뭐가 있겠는가?

마그리트 왕국에 대한 충성심 따위 개나 줘버린 지 오래인데.

“나 역시 반갑소이다. 이렇게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누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소.”

하브르 초원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을 거느리고 있는 자.

케레이트 부족의 족장 토그릴이 헬무트를 향해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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