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2화
단 1도 망설이지 않고 탈출을 결심한 국왕은, 탈출하기 직전 특단의 조취부터 취했다.
“이, 이게 뭣들 하는 것이냐!”
왕세자는 근위기사들이 갑자기 자신을 체포하고 수갑을 채우자 엄청나게 당황했다.
“왜 나를 체포하는 것이냐! 내가 누군지 모르는 것이냐!”
“그것이….”
기사단장은 차마 말을 꺼내지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이 와중에 왕세자 저하를 체포해 감옥에 가둬두라니.’
하지만 그는 기사단장.
그 어떤 불합리한 명령이 떨어지더라도, 목숨을 걸고 수행해야할 의무가 있는 것.
“왕세자 저하. 부디 무례를 용서하소서. 국왕 전하의 명령이옵니다.”
“왜? 아바마마께서 왜 나를 체포하라고 명령하셨단 말이냐!”
“모시겠습니다.”
“대답하라! 왜 내가 체포되는 것인지!”
기사단장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왕세자에게 수갑을 채우고, 중요한 죄수들을 가두어두는 왕궁 내 감옥에 가두었을 뿐.
하지만 체포당한 사람은 비단 왕세자뿐만이 아니었다.
“놔라! 놓으란 말이다!”
“내가 누구인 줄 아느냐! 나는 왕족이다! 감히 날 체포하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왜 이러시는 겁니까? 제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고!”
평소에는 죄수 한 명 없어 파리만 날리던 왕궁 내 감옥에 호황이 찾아왔다.
왕족이라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직계부터 방계까지 싹 다 잡혀 들어왔던 것이다.
“아.”
왕세자는 왕족들이 줄줄이 감옥으로 들어오는 걸 보고, 그제야 자신이 왜 체포되었는지를 깨달았다.
“큭큭… 큭큭큭….”
왕세자의 입에서 광기 어린 비웃음이 흘러나왔다.
“예… 아바마마… 평생… 벽에 똥칠할 때까지 왕 해쳐먹으십쇼… 아니… 뒈지시면 아예 박제로 만들어 옥좌에 앉혀드리지요… 애비 같지도 않은 이 X발놈아….”
왕세자를 포함한 왕족들이 체포된 이유는, 국왕의 권력욕 때문이었다.
탈출하기 전.
‘혹시나 내가 붙잡힌다면….’
국왕은 혹시라도 자신이 생포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떠올렸다.
‘총사령관 이놈이 나를 배신하면… 나는 폐위를 당할 것이 아닌가?’
살짝 비약이 섞여 있긴 했지만,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1. 국왕이 적들에게 생포 당한다.
2. 총사령관이 기회를 틈타 기존의 국왕을 폐위시키고, 왕세자 혹은 다른 왕족을 새로운 국왕으로 추대해 옹립한다.
3. 국왕은 왕위를 빼앗겨 선왕이 되고, 모든 권력을 잃게 된다.
4. 총사령관이 새로운 권력자로서 섭정이 되고, 마그리트 왕국을 장악한다.
5. 이용 가치가 없어져 버린 국왕이 적들의 손에 참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