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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 (88)화 (89/401)

제88화

아무칸이 누군가의 부하라는 건 엄청난 충격이었다.

‘도대체 저자가 누구이기에?’

‘아무칸의 주군이라고?’

헬무트의 병사들, 마그리트 왕국군, 그리고 케레이트 부족의 전사들은 상황이 짐작조차 가지 않아 혼란스러워했다.

하지만 그것조차 콩기라트 부족이 느낀 충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조, 족장!”

“족장! 도대체 뭐 하시는 겁니까?”

콩기라트 부족의 전사들은 아무칸의 돌발행동에 충격을 받다 못해 경악했다.

“족장! 족장이 왜 대륙인에게 무릎을 꿇는 겁니까!”

“설명을 해 보십시오! 족장!”

벌떼처럼 몰려든 콩기라트 부족 전사들이 아무칸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모두 조용!”

아무칸이 버럭 소리쳤다.

“다들 혼란스러우리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받아들여라! 나는 대륙에서 이분께 패배했고, 은혜를 입어 부하가 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아무칸의 충격적인 커밍아웃에 콩기라트 부족 전사들은 입을 떡 벌린 채 아무 말도 못했다.

“주군께서는 우리 콩기라트 부족이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시고, 몸소 나서 주셨다! 그 결과가 어떠한가? 신묘한 계략으로 주변 세력들을 움직이셨고, 뛰어난 무력으로 토그릴을 쳐부수셨다! 우리 콩기라트 부족은 마땅히 주군의 은혜를 알아야 할 것이다!”

아무칸의 말을 들은 콩기라트 부족의 전사들은 처음에는 얼떨떨해하며 잘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콩기라트 부족의 전사들은 들어라!”

아무칸의 어머니 메르키트가 나섰다.

“저분은 족장이던 내 아들을 부하로 두신 분이며! 우리 부족을 위기에서 구해 주신 분이시다! 그러니 저분이야말로 진정한 콩기라트 부족의 족장이 아니더냐!”

그러자 콩기라트 부족의 전사들이 하나둘 메르키트의 말에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다.

메르키트는 전대 족장이던 아무칸의 아버지가 전사하자 그를 대신해 부족을 이끈 전적이 있는 철의 여인.

지금은 콩기라트 부족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지혜로운 존재로서 받아들여지는 인물이니만큼, 그 발언의 무게감은 엄청났다.

그 결과.

“족장을 뵙습니다!”

“족장을 뵙습니다!”

“족장을 뵙습니다!”

콩기라트 부족의 전사들이 오토를 향해 넙죽 엎드려 절했다.

“조, 족장? 갑자기?”

오토는 콩기라트 부족까지 흡수할 생각까지는 전혀 하고 있지 않다가, 갑자기 족장으로 추대되자 살짝 당황했다.

‘나 그냥 교역로 사건 때문에 빡쳐서 복수하러 온 건데…?’

그때.

“나의 군사들이여!”

이에 질세라 헬무트도 나섰다.

“우리가 자유를 되찾을 수 있었던 이유 역시 콩기라트 부족과 같다! 우리가 마그리트 왕국군을 쳐부수고 식민지 신세를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인 오직 저분 덕분이다! 우리 역시 은혜를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헬무트는 그렇게 소리치고는, 오토에게 다가와 한쪽 무릎을 꿇었다.

“받아만 주신다면,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네…?”

“은혜를 갚을 기회를 주십시오.”

“어… 그게….”

“설마.”

헬무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제가 충성을 저버렸던 적이 있어서 꺼려지시는 것입니까? 물론 그러실 수도 있겠지요. 한번 충성을 저버린 자를 신뢰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테니….”

“아, 아뇨! 그건 아니고요!”

오토가 화들짝 놀라 손사래를 쳤다.

“그냥 놀라서 그렇죠! 놀라서! 갑자기 그러시니까….”

“그럼… 받아주시는 것입니까?”

“물론입니다.”

오토가 미소를 지었다.

‘이게 되네?’

헬무트는 부하로 삼기가 매우 어려운 캐릭터였다.

반란을 일으킨 계기가 마그리트 왕국의 학대에 가까운 착취 때문이라서, 신하로 삼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

하지만 헬무트를 신하로 삼는다면, 이보다 든든한 지휘관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헬무트에게 성물인 <변경백의 결의>를 쥐어주고 방어 임무를 맡긴다면, 해당 지역은 어지간해선 뚫리지 않는 철옹성으로 돌변하기 때문이다.

“다스리던 영토는 이제 국경으로서의 역할을 잃었습니다. 아십니까?”

오토가 헬무트에게 물었다.

“예, 알고 있습니다.”

“더 이상 유목민들과 싸울 이유도, 그들로부터 마그리트 왕국을 지킬 필요도 없겠죠. 그러니 늘 전쟁으로 척박했던 영토를 윤택하게 발전시키는 것도 가능하겠죠?”

“그, 그 말씀은….”

“기존에 소유하고 있던 영토를 고스란히 영지로 하사하고, 통치권을 드리겠습니다.”

“……!”

“변경백 헬무트는 이제 없습니다. 이오타 왕국의 귀족이자 장성급 장교 헬무트만 있을 뿐입니다.”

“신, 헬무트 데 발데마르.”

헬무트가 오토에게 고개를 조아렸다.

“앞으로 충성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그러자 알림창이 주르륵! 떠올랐다.

[알림: <헬무트 데 발데마르>를 등용하시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알림: 헬무트의 잠재력이 약화되었습니다!]

[알림: 헬무트의 시나리오가 삭제되었습니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알림: 107레벨 달성!]

(중략)

[알림: 110레벨 달성!]

헬무트 역시 주인공 캐릭터 중 하나라서, 등용에 성공하자 막대한 경험치가 주어지며 오토의 레벨이 올랐다.

‘좋네.’

그렇게 오토는 콩기라트 부족의 족장에 등극하는 데 이어 100인의 군주 캐릭터 중 하나인 헬무트까지 부하로 맞이하는 겹경사를 누리게 되었다.

* * *

토그릴의 전사로 인해 하브르 초원 일대의 세력 구도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우선 가장 큰 변화는 케레이트 부족이 와해되어 버린 거였다.

우선 부족민의 3분의 2 정도가 즉시 콩기라트 부족에게 항복했다.

그리고 나머지 3분의 1은 여러 개의 작은 세력으로 사분오열되었다.

그 덕분에 콩기라트 부족은 하루아침에 가장 큰 세력으로 거듭났으며, 사실상 하브르 초원의 패권을 차지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나머지 크고 작은 부족들을 토벌하고 복속시키는 건 시간문제에 불과했기에, 하브르 초원을 통일하는 건 기정사실이었다.

“아무칸.”

오토는 전투가 끝난 후 벌어진 연회에서 아무칸에게 명령을 내렸다.

“예, 전하.”

“나 따라오지 말고 당분간 여기 머물면서 하브르 초원을 완벽하게 장악해. 어려운 임무 아니니까 믿고 맡겨도 되지?”

“물론입니다!”

“좋아.”

“아, 그리고….”

아무칸이 부하들에게 눈짓해 실제 말 크기의 거대한 석상 하나를 가져와 오토에게 바쳤다.

“케레이트 부족에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조각상입니다.”

“아.”

오토는 그 조각상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프리아모스 테라코타]

설명 : 하브르 초원의 유목민 부족 중 하나인 케레이트 부족에 전해져 내려오는 말 조각상.

어째 조금… 이 아니라.

아주 많이 민망하게 생긴 조각상이다.

등급 : ★★

효과 :

- 말 번식력 +200%

- 말 성장 속도 +20%

- 말 체격 +20%

- 조각상이 설치된 목장에서 태어난 말들은 질병에 면역

특이사항 : 이 성물은 옮길 수 있으므로, 원하는 곳에 설치해 사용하면 됩니다.

주의사항 : 이 성물이 설치한 곳에 서식하는 말들은 1년 365일이 발정기이므로, 매우 사나우니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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