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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 (89)화 (90/401)

제89화

사람은, 아니 생명체라면 누구나 죽음을 두려워하기 마련.

삶에 대한 의지를 완전히 잃어버린 자들이 아니라면, 생명은 매우 소중하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

<최후의 심장>은 그 소중한 생명을 한 개 더 갖게 해 주는, 그 무엇보다 가치 있는 아이템이었다.

만약 <최후의 심장>이 경매장에 나온다면, 이 세상 모든 부자들과 권력자들이 눈이 시뻘게져서 달려드리라….

‘이게 왜 이 양반한테서 나오지?’

오토는 에고가 <최후의 심장>을 건넨 걸 의아해했다.

‘하긴. 그럴 수 있지.’

하지만 딱히 이상할 건 없었다.

본래 <최후의 심장>은 게임 플레이 중 아주 아주 낮은 확률로 획득할 수 있었는데, 획득 경로가 랜덤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열어 본 상자에서 튀어나오기도 하고, 뜬금없이 고블린이 드랍하기도 하는 등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그저 아주 낮은 확률로 획득 가능하든 것 외엔 이렇다 할 정보가 존재하지 않는 아이템이었다.

심지어 오토도 단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어서, 다른 게이머들이 찍어 올린 스샷으로 이런 아이템이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을 뿐이었다.

“이런 귀한 걸 저에게 주시는 이유가 뭡니까? 억만금과도 맞바꿀 수 없을 만큼의 가치를 지닌 물건인데요.”

“솔직히 소인의 목숨이 얼마나 값어치가 있겠습니까요?”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생명은 누구한테나 소중한 거 아닙니까?”

“물론 소인 스스로에게는 목숨이 소중합니다요. 하지만 소인은 목숨값이 똑같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요.”

“음.”

다소 위험한 발언이라, 오토는 딱히 맞장구치지 않고 에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소인, 고블린으로 태어나 인간들의 세상에서 온갖 멸시와 차별을 받으며 살아왔습니다요.”

“알죠.”

“소인에게 소원이 있다면… 여러 종족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더라도 불합리한 차별 없이 사는 세상입니다요. 불행히도 소인에게는 그런 세상을 만들 만한 능력이 없습니다요. 그래서 내심 소인의 바람을 이뤄 줄 만한 군주를 찾고 있었습니다요.”

“아?”

“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국가들에서는 소인이 바라는 세상을 만들기가 너무나도 어렵습니다요. 이미 뿌리 깊게 박힌 차별의식과 문화를 소인 하나가 노력한다고 해서 어찌 바꾸겠습니까요? 하지만 전하께서는 다르십니다요. 전하께서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 주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요.”

“아!”

오토는 에고가 무슨 의도에서 <최후의 심장>이란 어마어마한 값어치를 지닌 아이템을 선뜻 선물로 내놓았는지 깨달았다.

대의.

고블린 상인 에고는 자신이 꿈꾸는 이상향을 위해 <최후의 심장>을 오토에게 바친 거였다.

즉, 자신의 목숨값보다 오토의 목숨값을 더욱 값어치 있다 판단했던 것이다.

게다가 신흥국의 군주라서, 에고의 바람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인물이기도 했고.

“전하, 부디 소인의 꿈을 이뤄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요.”

“너무 큰 믿음을 주셔서… 주신 믿음만큼 꼭 보답하도록 할게요.”

…라고 말하긴 했지만 사실 에고의 바람은 오토에게 그리 어려운 게 아니었다.

‘이거 완전 공짜인데?’

오토는 <화합의 성서>를 가지고 있었기에, 백성들이 차별의식을 갖지 않도록 계몽하는 게 가능했다.

실제로, 지금의 이오타 왕국에서는 출신성분이나 신분에 따른 차별이 거의 없었다.

백성들이 오토와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고 지향하기에, 갈등 없는 사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선물은 고맙게 잘 받을게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전하를 믿습니다요.”

그렇게 오토는 <최후의 심장>이라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값어치 있는 아이템을 손에 넣음으로써 하브르 초원에서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 * *

오토가 하브르 초원의 패권을 차지하자 마그리트 왕국은 스스로 무너졌다.

더 이상 유목민들의 침공을 막아낼 여력도 없는데다가, 왕을 포함한 왕족들이 싸그리 포로가 된 덕분에 주인 없는 나라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오토는 왕을 포함한 왕족들을 모조리 이오타 왕국으로 끌고 가 볼모로 삼기로 했다.

지금 당장 마그리트 왕국 전체를 꿀꺽 삼키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서, 천천히 흡수·합병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 결과.

[알림: 111레벨 달성!]

[알림: 112레벨 달성!]

[알림: 113레벨 달성!]

(중략)

[알림: 120레벨 달성!]

하브르 초원의 패권을 차지한 것과 마그리트 왕국을 장악에 성공한 대가로, 무려 10레벨이 한꺼번에 올랐다.

[알림: 120레벨을 달성하여 성역에서 무적황제의 새로운 권능을 습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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