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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128화 (129/401)

128화

‘저게 뭐야?’

오토는 카이로스가 황금 눈알을 장착(?)하자 당황했다.

‘저거 그냥 평범한 가짜 눈 아니었나?’

오토가 알기에, 카이로스의 가짜 눈알은 특별한 아이템이 아니었다.

그건 게임으로 플레이할 당시에도 그랬고, 이 세계에 빙의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아이템 정보를 확인해 봐도 딱히 특이사항이 없었다.

[카이로스의 황금 눈]

식인황제 카이로스가 살아생전 착용했다던 가짜 눈.

순금으로 제작되어 있으며, 뒤쪽에는 알 수 없는 문양이 새겨져 있다.

타입 : 의안 (눈)

착용제한 : 식인황제 카이로스 전용

내구도 : 1 / 1

특이사항 : 카이로스의 위생상태가 썩 좋지 않아서, 때가 잔뜩 끼어 있다.

다시 봐도 딱히 특별할 것은 없었다.

‘내가 실험도 해 봤는데? 저거 아무것도 아니던데? 카이로스 전용이라는 게 이런 의미였어?’

이 또한 게임과 현실의 차이인 모양.

“흐흐흐흐!”

카이로스가 황금 눈알이 스며들어 황금색으로 빛나는 오른쪽 눈을 빛내며, 선원들을 슥 훑어보았다.

“어디 보자… 어떤 놈이 거짓말을 하는고?”

카이로스가 제일 앞줄 첫 번째 선원을 향해 다가갔다.

“네놈이 해적들에게 정보를 팔아넘겼느냐?”

“아, 아닙니다!”

“음.”

카이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합격.”

뭔데…?

“다음!”

카이로스가 그 옆에 있던 선원을 불러 눈을 마주쳤다.

“흐흐흐흐. 짐 앞에서 거짓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짐은 다 아는 수가 있느니라. 흐흐흐흐.”

“저는 아닙니다!”

“음! 네놈도 합격!”

카이로스는 마치 선원들의 영혼을 하나하나 꿰뚫어보기라도 하는 듯이, 그들과 눈을 마주쳤다.

그러던 중.

“콜록, 콜록!”

감기라도 걸렸는지, 선원 중 하나가 기침소리를 내었다.

움찔!

왜인지 모르겠지만, 카이로스가 순간 멈칫! 했다.

하지만 이내 곧 심문(?)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한 30명쯤 눈을 마주쳤을 때.

“네놈이 해적들과 내통했느냐?”

“내가 미쳤수? 그러다 걸리면… 꾸웩!”

쿠당탕탕!

피식 코웃음을 치며 대답하던 선원이 외마디 비명을 카이로스의 발길질에 나가떨어졌다.

“이런 고얀 놈 같으니. 감히 짐 앞에서 거짓말을 하다니.”

그러자 영혼기사 아가토·힐데가르트·막시무스가 기다렸다는 듯 나서서 나자빠진 선원을 붙들었다.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거짓을 고해 올리는가.”

“네놈이 우리 폐하 심안을 피해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니?”

“대갈통 속에 마귀가 가득하구나!”

하지만 선원은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지 않았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요! 나는 해적들과 내통하지 않았소! 증거 있소? 이건 모함이오! 모함!”

“모함이라.”

카이로스가 씩 하고 웃었다.

“네놈이 선술집에서 라게티라는 놈을 만나 금화 세 개에 정보를 팔았다는 걸 짐이 모를 것 같으냐?”

“……!”

“큭큭큭! 성공 보수는 잊지 말라고? 이번 건은 진짜 대박 같으니까! 큭큭! 무장도 형편없고 화물만 잔뜩 싣기로 한 걸 보면 피 한 방울 안 흘리고도 꿀꺽할 수 있을 거야! 큭큭큭!”

카이로스가 범인의 말투를 흉내 내었다.

“이래도 기억이 안 나느냐? 크흐흐흐흐!”

“그, 그걸 어떻게!”

범인은 카이로스가 자신이 했던 말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고스란히, 말투까지 따라 하는 걸 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하도 럼주를 퍼마셔 대는 바람에 새빨갰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을 정도면, 얼마나 놀랐는지는 두말하면 잔소리.

“봤느냐? 짐이 얼마나 위대한지?”

카이로스가 보란 듯 뻐기며 오토를 돌아보았다.

“…어떻게 했냐?”

오토는 솔직히 좀 놀랐다.

설마 카이로스가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볼 수도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아아. 모르는 것인가, 이것은 『심안』이라고 하는 것이니라.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기술이지.”

카이로스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 해 보였다.

* * *

같은 시각.

와지르 대공은 늘 그렇듯 이오타 왕국의 내정을 돌보며, 오토를 대신해 국정운영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국왕인 오토가 직접 외부로 나가 발로 뛰며 영업(?)을 해 오고 건수(?)를 물어오는 사람이라면, 와지르 대공은 내실을 다지는 사람.

겉으로는 그 활약상이 티가 나지 않았지만, 이오타 왕국이 무섭게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누가 뭐래도 와지르 대공이었다.

와지르 대공이 만든 행정 시스템 덕분에 이오타 왕국이 굴러갈 수 있었던 것이다.

슥, 스윽.

쿵.

서류에 사인을 하고, 옥쇄로 도장을 찍는 와지르 대공의 입가에는 잔잔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똑똑.

“대공 전하, 다과를 준비해 왔습니다.”

시녀장 올리브가 직접 차와 간식거리들을 가져왔다.

“잠시 숨 좀 돌리십시오.”

“오, 자네 왔나. 고맙네. 끌끌끌.”

“일이 즐거우신 모양입니다.”

와지르 대공에 대한 올리브의 태도는 매우 공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올리브와 와지르 대공은 아라드 제국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와지르 대공은 전 세계적으로도 정치가·행정가·외교관으로서 존경받는 인물.

그 고집 세고 자존심이 강한 올리브조차 우러러볼 수밖에 없는 거인이었다.

“일이 즐겁다라… 그렇게 보이나?”

“웃고 계시질 않습니까.”

“내가?”

“예, 대공 전하.”

“끌끌끌. 즐겁지, 즐겁고말고. 직접 밭을 갈고, 씨를 뿌려 농사를 짓는 기분일세. 왜 은퇴한 사람들이 소소하게나마 농사를 짓는지 알겠어.”

“즐거우시다니 다행입니다.”

“그러게 말일세. 말년에 이런 즐거움을 누릴지 누가 알았겠는가.”

“그래도 너무 과로하시지는 마십시오. 연세도 있으시잖습니까.”

“과로는 무슨. 일이 너무 즐거워서 10년은 젊어진 기분이거늘. 끌끌끌.”

와지르 대공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올리브가 준비해 준 차를 마시며 눈으로는 계속해서 서류를 읽어나갔다.

그러던 중.

“음?”

와지르 대공은 주변국들의 정세를 파악한 최신 보고서를 읽던 중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눈을 빛냈다.

“이 무슨….”

“왜 그러십니까?”

“주변국들의 정세가 심상치 않구먼.”

“예?”

“허어. 이런 말도 안 되는.”

혀를 내두르는 와지르 대공의 뇌리에 오토가 했던 말이 스쳤다.

“예를 들면… 왕이 폭군이라서 백성들이 고통받고 있는 나라라든가. 아니면 작년 농사를 망쳐서 대기근이 든 나라라거나. 뭐 그것도 아니면 갑자기 커다란 자연재해가 일어나서 나라가 쑥대밭이 됐다거나.”

이오타 왕국의 주변 3국의 정세가 심상치 않았다.

작년 농사를 망친 나라는 겨울 식량난이 일어나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고.

500년 만의 폭설이 내린 나라는 눈에 파묻혀서 행정 시스템이 완전히 마비되었으며.

희대의 폭군이 왕으로 있는 나라는 무시무시한 폭정으로 인해 백성들이 하루가 멀다고 신음할 뿐더러,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반란이 일어나는 중이라고 했다.

‘이쯤 되면 예언이 아닌가?’

와지르 대공은 오토의 통찰력―사실 예언에 가까웠지만―에 놀라며 보고서를 좀 더 들여다보았다.

그러던 중 유독 와지르 대공의 눈길을 잡아끄는 부분이 있었다.

“음. 슬레인에 망조가 단단히 들었구먼.”

“슬레인 왕국이라면… 카미유 경이 고결한 기사라는 칭호를 얻은 곳 아닙니까?”

“그렇지.”

와지르가 올리브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곳 기사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2년 동안 견습기사로서 복무했지. 그 시절 카미유란 기사는 정말 대단했어. 견습기사 주제에 말일세.”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끌끌. 일개 서자에 불과했던 놈이 왕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다 카미유 덕분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슬레인의 현 국왕은….”

“희대의 폭군이지.”

와지르가 불쾌하다는 듯 냉랭한 말투로 올리브의 말을 받았다.

“그놈은 광기 그 자체. 이 세상에 순수한 악이 존재한다면, 아마 그놈일 것이다.”

“카미유 경이 많이 상심하시겠습니다.”

“상심이라… 그것이 기사의 숙명일 테지. 기사란, 기사도란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존재 아니겠나? 누굴 모시느냐에 따라 삶이 천국과 지옥을 오갈 수밖에 없으니.”

“그렇기에 존경받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 그런 것이겠지.”

와지르가 씁쓸하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카미유 그 녀석 성격에 이 사태를 그냥 두고만 볼지는 의문이구먼. 얼마나 괴로워할꼬. 본인의 업보라 생각할 터인데. 쯧쯧쯧.”

와지르가 안타깝다는 듯 혀를 찼다.

과거 카미유가 슬레인 왕국의 기사 아카데미에서 유학하던 시절부터 봐 왔고, 그간의 행적을 너무나도 잘 알았기에….

* * *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

오토는 궁금증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 가짜 눈이 그런 거였어? 사람 마음속을 꿰뚫어 보는? 그럼 역사서가 완전히 잘못된 건 아니었네?”

역사서에 의하면, 식인황제 카이로스는 말년에 완전히 미쳐 버려서 사람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는 <심안>이란 기술로 신하들을 압박했다고 했다.

“끌끌끌. 뺀질이 네놈이 뭘 알겠느냐. 짐과 같이 지고한 경지에 오른 이들에게는 한 길 사람 속을 꿰뚫어 보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니라.”

“뭐래.”

오토가 입을 삐죽였다.

“그러신 분이 의동생한테 뒤통수를 맞으셨어요?”

“뭣이?”

카이로스가 눈을 부라렸다.

“네놈이 뭘 안다고 지껄이는 것이냐! 짐은….”

“보나마나 그 가짜 눈알에 뭔가 특별한 능력이 있는 거겠지. 근데 100퍼센트 신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급이 좀 되는 상대한테는 안 통하는 거 아냐?”

“그, 그걸 뺀질이 네놈이 어찌!”

“그랬으면 뒤통수는 안 맞았겠지.”

눈치 빠른 오토는 카이로스의 <심안>이 가진 비밀을 귀신같이 파악해내었다.

정황상 <심안>이 완벽했다면 카이로스가 이 모양 이 꼴이 되지 않았을 것이므로….

“뭐. 그래도 잡기술치곤 쓸 만하네.”

“뭐라?”

“아무튼, 덕분에 범인 잡았네. 고생했어.”

그렇게 카이로스의 대활약(?)으로 범인을 잡아낸 오토 일행은, 계속해서 항해를 이어나갔다.

첫 번째 행선지는 <집게섬>이라 불리는, 대륙 남부에 자리한 무인도.

앞으로 이오타 왕국 해상무역의 핵심 요충지가 될 곳으로서, 그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전하, 근처에 항구도시가 있답니다. 해적들에게 붙잡혀 있던 사람들을 거기 내려주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

오토는 카미유의 건의에 지도를 펼쳐보았다.

“들렀다 가면 시간이 좀 걸리겠는데?”

“그럼 배를 하나 내어주고 호위 병력을 조금 붙여 주는 건 어떻습니까?”

“아, 그러면 되겠다.”

오토는 카미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자, 보자….”

주변 인물들을 슥 훑어보던 오토의 시선이 블랙 와이번 <까막이>를 안고 있는 카심에게서 딱 멈췄다.

“카심?”

“예, 여기 있습니다.”

카심이 <까막이>를 내려놓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

사실 카심은 이번 원정에 참여하지 않았어야 정상이었다.

오토에게 포상휴가를 받았던 카심은, 본가가 있는 쿤타치 공국에 갔었다.

그런데 막상 가 보니 집이 텅 비어 있었다.

가족들이 따뜻한 남쪽 나라로 휴양을 떠나면서, 카심에게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카심은 눈물을 머금고 휴가를 미뤘고, 이오타 왕국으로 복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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