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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131화 (132/401)

131화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끊임없이 분열한 식인 게들은, 어마어마한 속도로 불어났다.

단 한 마리가 눈 깜짝할 사이에 수천 마리로 늘어난 것이다.

“야 이 미친놈아!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랬잖아아아아아아!”

오토가 카이로스를 향해 버럭! 소리쳤다.

상륙 전.

오토는 분명히 경고했다.

절대, 아무것도.

함부로 건드리지 말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사고를 칠 줄이야….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딱!

식인 게들이 집게발을 딸깍이며 오토 일행을 덮쳐 오기 시작했다.

식인 게들은 비록 밤톨만 한 크기에 불과했지만, 이동속도와 공격속도가 어마어마하게 빨랐다.

“절대 공격 금지! 그냥 뛰어! 싸우면 더 불어나니까!”

오토가 다급히 소리쳤다.

“저, 저게 뭐냐!”

사고를 친 장본인인 카이로스도 놀라 소리쳤다.

“왜 안 죽고 분열을 하냔 말이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닥치고 일단 뛰어!”

오토 일행은 어느새 수만 마리로 불어난 살인 게들을 피해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필사적으로 도망쳐야만 했다.

그게 <집게섬>이 전략적 요충지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무인도로 남아 있는 이유였다.

섬을 빙 둘러친 백사장에 서식하는 식인 게들은, 어떠한 마법에 의해 만들어진 불사의 존재였다.

게다가 단 한 마리만 죽여도 무한으로 증식하기에, 싸움은 무의미했다.

일단 백사장에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무한으로 증식하는 식인 게들에게 산 채로 뜯어 먹히는 수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뛰어! 무조건 뛰어! 계속! 멈추지 마!”

오토 일행은 거의 1킬로미터 이상 도망친 뒤에야 겨우 식인 게들을 따돌리는 데 성공했다.

그것도 마나를 끌어올리면서까지 전속력으로 달렸으니 망정이지, 그러지 않았다면 누구 하나 산 채로 뜯어 먹혔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헉, 허억!”

“헉헉!”

안전한 장소까지 도망친 오토 일행은, 숨을 헐떡거리며 휴식을 취했다.

“우웨에에에에에엑!”

개중에는 토하는 사람마저 있을 지경.

그만큼 식인 게들을 피해 달아나는 게 어려웠다는 증거였다.

“야 이!”

오토가 카이로스를 향해 드롭킥을 날렸다.

“컥!”

방심하고 있던 카이로스가 오토의 드롭킥에 맞아 저 멀리 나가떨어졌다.

“내가 아무것도 건드리지 말랬잖아!”

“미, 미안하다.”

카이로스도 자신이 지은 죄를 알았기에, 오토에게 얻어맞은 것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제발 경거망동 좀 하지 마십시오!”

“예전부터 그런 찐빠 좀 내지 말라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그 새를 못 참고!”

“어떻게 된 게 예나 지금이나 똑같으십니까?”

아가토·힐데가르트·막시무스.

영혼기사 트리오도 카이로스를 갈궈대었다.

카이로스가 사고를 친 게 이번 한 번이 아니라는 증거였다.

물론 옛날에야 본인이 사고를 쳤더라도 그 압도적인 실력을 앞세워 위기를 극복했을 테지만.

“하여간. 후우.”

오토는 카이로스를 향해 눈을 한번 흘기고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카이로스의 경솔한 행동 때문에 사소하고도 앙증맞은 사고가 있었지만, 어쨌거나 다친 사람이 없어 천만다행이었다.

“이 섬, 어떻게 장악하는 겁니까?”

카미유가 오토에게 물었다.

“식인 게들을 처리하지 못하면 무역거점으로 활용할 수 없잖습니까.”

“다 방법이 있어.”

“뭡니까? 그 방법이라는 게.”

“섬의 주인만 처치하면 돼. 그럼 식인 게들은 알아서 소멸해.”

“섬의 주인… 말씀이십니까? 여긴 무인도라고 하셨잖습니까.”

카미유는 오토가 말한 <섬의 주인>을 사악한 마법사쯤으로 알아들은 모양이었다.

“무인도 맞는데?”

“예?”

“섬의 주인이 있다고는 했지, 그게 사람이라고는 얘기한 적이 없는데?”

“그럼 사람이 아닌 겁니까?”

“섬의 주인은.”

오토가 대답했다.

“사람 아니고 게야.”

“게… 말씀이십니까?”

“응. 어마어마하게 큰 게.”

“얼마나 크기에 어마어마하다고 그러십니까?”

“얼마나 크냐면….”

오토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한 100미터쯤은 될걸?”

“맙소사.”

카미유는 그만 기가 질려 버렸다.

* * *

고대 생명체인 <푸르푸르>는 어마어마한 덩치를 지닌 ‘게’ 였다.

푸르푸르는 주로 작은 섬을 통째로 차지하고, 둥지로 삼는 습성이 있었다.

하지만 여느 생명체가 그렇듯이,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푸르푸르들도 하나둘 멸종해갔다.

이제 남은 개체는 이곳 집게섬의 주인뿐.

“그래서 이 섬에 식인 게들이 서식하는 거였습니까?”

“응.”

오토가 카미유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푸르푸르가 서식하는 섬은 섬 자체가 백사장으로 둘러싸여 있고, 식인 게들이 서식해.”

“아. 저도 얼핏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

오토가 놀랐다.

푸르푸르는 워낙 오래전에 잊힌 생명체.

지금에 와서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아주 오래된 책에서 섬 하나를 통째로 차지하고 사는 거대한 게에 대해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맞아.”

“근데 여기 푸르푸르가 살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특징이 드러나잖아.”

“특징…?”

“아까 말했잖아. 섬이 백사장으로 빙 둘러싸여 있다고. 식인 게가 서식하고.”

“아.”

“사람들은 푸르푸르에 대해서 잘 모르니까, 그냥 무시무시한 식인 게들이 서식하는 곳인 줄만 알았던 거야.”

“이제 이해가 됩니다.”

카미유가 푸르푸르에 대해 알고 있는 덕분에, 평소처럼 두리뭉실하게 둘러댈 필요가 없어 좋았다.

“그래서 그 초거대 꽃게를 사냥하겠다는 것이냐?”

카이로스가 눈을 빛냈다.

초거대 생명체를 사냥한다니 호승심이 끓어오른 모양.

“꽃게는 아니고.”

“음?”

“코코넛 크랩 알아?”

“그 가재와 거미를 섞어 놓은 것 같이 생긴 게를 말하는 것이냐? 야자수 나무 근처에 사는?”

“어.”

“당연히 안다. 남부 휴양지의 별미 아니겠느냐. 맥주와 궁합이 기가 막….”

“됐고요.”

오토는 술주정뱅이의 헛소리를 들어줄 생각이 없었으므로, 카이로스의 말을 냉정하게 끊어 버렸다.

“너 이번에도 머저리 같은 짓 하기만 해?”

“뭣이?”

“아까 기억 안 나냐? 너 때문에 우리 다 뒈질 뻔했잖아.”

“그, 그건.”

“팍 씨.”

오토는 카이로스를 향해 눈을 흘기고는, 주변을 돌아보며 말했다.

“자자. 다들 모여 봐. 힘든 싸움이 될 거야.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게를 상대하는 일이니까. 근데 의외로 쉬울 수도 있어. 각자 맡은 임무만 잘 수행해내면….”

작전 회의가 시작되었다.

* * *

작전 회의가 끝난 후.

“각자 위치로.”

“위치로!”

오토의 명령이 떨어지자 카미유, 카이로스, 마검사들, 그리고 영혼기사들이 일제히 흩어졌다.

“후우.”

오토는 긴 호흡을 내쉬고는, 정글 깊은 곳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약 1시간쯤 걸었을 무렵.

‘여기 어딘데.’

섬 중심부에 도달한 오토는, 주변을 슥 둘러보았다.

‘저기다.’

오토는 눈에 뜬금없이 불쑥 솟아있는 검은색 기둥이 들어왔다.

그 거대한 기둥은 매우 특이했다.

바위도 아니고.

그렇다고 흙도 아니고.

도대체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른 타이밍이지만.’

본래 시나리오대로라면 오토가 이곳 <집게섬>을 장악하는 건 빨라도 1년 후의 일.

사실 지금 시기에 푸르푸르를 혼자서 사냥하기란 어림도 없었다.

그러나 카미유, 카이로스, 마검사들, 그리고 영혼기사들이 있기에 충분히 해볼 만했다.

‘어차피 정면 대결로 싸워 이길 상대는 아니니까. 혼자면 어려워도 여럿이면 쉽지.’

검을 들었다.

촤라락!

오토가 검은 기둥을 베었다.

기둥이 워낙에 거대해서 겨우 흠집을 낸 수준에 불과했지만….

번쩍!

기둥 끄트머리가 벌어졌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갑자기 지진이 일어났다.

쩍! 쩌억!

땅이 갈라지고.

우지끈!

커다란 나무들이 힘없이 쓰러졌다.

휘이이이이이이이!

시커먼 흙먼지가 자욱하게 흩날렸다.

오토가 밟고 선 땅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땅이 솟아오른 게 아니었다.

거대한 게.

땅속에 숨어 있던 고대 생명체인 푸르푸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푸르르르르르르르르!”

화가 난 푸르푸르의 입에서 위협적인 울림이 터져 나왔다.

오토는 푸르푸르의 머리 위에 있었다.

오토가 베었던 기둥은, 사실 땅속에 숨어서 잠들어 있던 푸르푸르의 눈.

부웅!

푸르푸르가 자신의 머리를 향해 집게발을 휘둘렀다.

표적은 머리 위에 올라선 오토.

‘찍히면 죽어.’

오토가 미리 몸을 날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앙!

마치 핵폭탄이라도 터진 것만 같은 굉음이 울려 퍼졌다.

휘청!

흔들흔들 푸르푸르의 몸이 흔들렸다.

스스로 제 머리를 때린 덕분에 잠시 기절한 모양.

“지금이야아아아아아아아!!!”

오토가 <야만용사의 함성>을 이용해 온 섬이 떠나가라 고함을 질렀다.

신호가 떨어지자 흩어져 있던 동료들이 <푸르푸르>의 다리를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푸르푸르의 다리들에는 날카로운 가시와 수북한 털이 잔뜩 나 있어서, 타고 오르는 건 어렵지 않았다.

“푸르르르르!”

정신을 차린 푸르푸르가 오토를 떼어내기 위해 미친 듯 몸부림을 쳐댔다.

쿵! 쿠웅! 쾅! 콰앙!

우르릉!

와르르르르르!

그 거대한 덩치를 지닌 게가 몸부림치자 집게섬이 쑥대밭이 되어갔다.

몸길이 100미터짜리 초거대 괴수의 몸부림이란, 작은 섬 하나를 순식간에 초토화시킬 정도로 어마어마했다.

‘그래, 계속 몸부림쳐라.’

오토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푸르푸르의 눈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푹! 푸욱!

오러가 실린 검이 푸르푸르의 눈알을 인정사정없이 찔러 대었다.

“크윽.”

오토는 마치 로데오 선수처럼 푸르푸르의 털을 움켜쥔 채 이를 악물고 버텼다.

동료들이 각자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푸르푸르의 시선을 끌어줄 필요가 있었기에.

“푸르… 푸르르르르르르르르!”

푸르푸르가 몸부림을 쳐서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걸 깨달았는지,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쏘옥!

계속해서 오토에게 공격당하던 눈도 껍질 안으로 감추었다.

그리고는 입가에 나 있는 작은 다리들을 맞부딪쳐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딱딱! 딱! 따닥! 딱딱! 딱! 딱! 딱! 딱딱! 딱! 딱딱딱! 딱!

그 결과.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저 멀리 백사장으로부터 시뻘건 파도가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그건 파도가 아니었다.

식인 게.

어지간해서는 백사장을 벗어나지 않던 식인 게들이 <푸르푸르>의 부름을 받아 몰려들고 있었다.

어찌나 많았는지, 족히 수백억 마리는 되는 것처럼 보였다.

괜히 파도가 몰려드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 게 아니었다.

위기.

식인 게들이 이곳을 덮치는 순간 오토 일행은 끝장이었다.

왜?

식인 게들에게 뜯어 먹혀 뼈밖에 남지 않을 테니까!

* * *

오토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럴 줄 알았지.’

오토는 식인 게들이 몰려오는 걸 보고, 기다렸다는 듯 푸르푸르의 입가로 이동했다.

우웅!

가진 마나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스으으!

<석화의 응시> 스킬을 켠 오토의 눈이 회색으로 물들었다.

지이이이잉!

넓게 퍼져 나간 회색 섬광이 소리를 내던 작은 다리들을 강하게 쬐었다.

푸석!

푸스슥!

푸르푸르의 작은 다리들이, 돌이 되어 바스러졌다.

딱, 따악….

딱딱, 따아악, 딱….

식인게들을 부르던 딱딱거리는 소리가 점점 잦아들더니 몰려들던 식인 게들이 다시 백사장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우지끈!

푸르푸르의 몸뚱이가 기우뚱! 기울어져 한쪽으로 주저앉았다.

다리 하나가 뚝! 부러지면서 꺾이는 바람에 중심을 잃고 쓰러진 것이다.

‘됐어.’

오토가 미소를 지었다.

‘약점은 다리야. 껍질은 딱딱한데다가 충격을 흡수하기 때문에 공격해 봐야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불과해. 하지만 다리는 달라. 정확히는, 마디와 마디 사이. 껍질이 덮고 있지 않은 부분을 노려. 나무를 벤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거야.’

아무리 덩치가 크다 한들 게는 게.

다리 몇 개만 잘라 주면, 아무것도 못하는 게 현실.

이제 푸르푸르는 끝장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오토의 동료들에 의해 다리의 마디가 다 잘린 뒤 앉은뱅이가 되어 천천히 해체당할 운명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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