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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152화 (153/401)

152화

갑작스러운 공격에 잘랄라바드는 대혼란에 빠졌다.

칼리프 왕국이 제아무리 1년 365일 동안 내전이 끊이지 않는 나라라지만, 무역항인 잘랄라바드에 이런 대규모 공격이 가해진 것은 역사적으로도 매우 드문 일이었다.

애초에 잘랄라바드의 방어가 그리 허술한 것도 아니었고.

덕분에 잘랄라바드 시찰에 나섰던 살라딘 왕세자 일행은 큰 위기를 맞았다.

“왕세자 전하를 모셔라!”

“신속히 이동하라!”

칼리프 왕국의 기사들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대응하는 한편 살라딘 왕세자를 안전한 장소로 대피시키기 위해서 노력했다.

하지만 그것조차 여의찮았다.

펑펑! 펑!

펑펑펑!

잘랄라바드 곳곳에서 일어난 폭발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커다란 건물이 있는 곳이면 어김없이 폭발이 일어나 사람들을 덮쳤고, 엄청난 인명피해를 발생시켰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더러운 파미르족을 공격하라! 파미르족의 왕자를 죽여라!”

“오늘만을 기다렸다! 위대한 누리스탄족이여! 파미르족들을 모조리 처단하라!”

“외국인이라 해서 살려 두지 마라! 살아 있는 생명체라면 모조리 죽여라!”

이번 공격을 기획하고 실행한 주범인 누리스탄족의 전사들 수백여 명이 나타나 무차별적인 학살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런 누리스탄족의 공격은 매서웠다.

강한 전투력도 전투력이지만, 칼리프인들의 가장 큰 특징은 저항에 있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

“파미르족의 왕자여!”

한 누리스탄족 전사가 왕세자 일행을 향해 내달렸다.

“이런 씨발!”

“안 돼에에에에에에!”

기사 세 명이 황급히 인간 방어벽을 형성하던 순간.

“누리스탄을 위하여!”

퍼엉!

누리스탄족 전사의 외침과 함께 강력한 폭발이 일어나 방어벽을 형성했던 기사들을 덮쳤다.

그 결과.

“이 개새끼들 같으니!”

“크흑!”

왕세자 일행은 방어벽을 형성했던 기사들이 산산조각이 난 것을 보고 이를 갈았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함께했던 동료들이었건만….

하지만 슬퍼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누리스탄을 위하여!”

“누리스탄을 위하여!”

“누리스탄을 위하여!”

마정석을 이용해 만든 폭탄조끼를 걸친 누리스탄 전사들이 사방에서 몰려들고 있었다.

그들의 목표는 단 하나.

오직 왕세자인 살라딘 왕자를 제거하는 것.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누리스탄족 전사들은 자신들의 목숨을 아끼지 않았다.

폭탄조끼를 터뜨려 자폭하는 한이 있어도….

“전하! 가십시오! 가셔야 합니다! 저희가 막겠습니다!”

“유수프 경! 어찌 그대를 두고 간다는 말이오!”

“왕세자 전하께서 사셔야 합니다! 어서 가십시오! 뭣들 하느냐! 왕세자 전하를 모셔라!”

유수프가 기사들에게 명령했다.

“전하!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가셔야 합니다!”

기사들이 살라딘 왕세자를 억지로 잡아끌었다.

“놔라! 놓으란 말이다! 당장 놓지 못하겠는가! 어찌 나 혼자만 살아서 도망치란 말인가!”

살라딘 왕세자는 있는 힘껏 저항했지만, 여러 명의 기사들이 달라붙어 끌고 가는 통에 버텨내질 못했다.

“왕세자 전하를 모시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유수프는 끌려가는 왕세자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어 예를 취하고는, 미련 없이 돌아섰다.

그리고는 검을 움켜쥐고, 기사들과 함께 덤벼드는 누리스탄족 전사들과 맞섰다.

“유수프 경! 유수프 겨어어엉!”

살라딘 왕세자가 적들과 싸우는 유수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절규하던 순간.

퍼어어어엉!

커다란 폭발이 일어나 유수프와 그를 따르던 기사들을 집어삼켰다.

“아아… 아아아!”

살라딘 왕세자의 입에서 비탄과 절규가 터져 나왔다.

갓 걸음마를 떼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자신의 곁을 지켜온 충신을 이렇게 잃다니….

“유수프 경… 유수프 겨어엉!”

살라딘 왕세자는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가셔야 합니다! 왕세자 전하!”

“전하를 업어라! 어서!”

기사들은 기절 직전의 왕세자를 들쳐 업고 전속력으로 질주했다.

* * *

황급히 상륙한 오토는 즉시 명령을 내려 아군을 지휘했다.

“카이로스.”

“말해라.”

“영혼기사들 좀 빌려 줘.”

“음?”

“한 개 분대에 두 명씩만 붙여 줘. 그래야 자폭 공격을 막지.”

“내 부하 놈들을 방패막이로 삼자는 말이냐?”

“어차피 안 죽잖아. 영혼기사들 방어력 정도면 충분히 버티고도 남을 것 같은데?”

“그렇겠군.”

카이로스도 오토의 의견에 적극 동의했다.

“하긴. 칼리프 놈들이 예전부터 지독하기로 유명했지. 좋은 판단이다, 뺀질이.”

카이로스는 오토의 전술적 판단을 인정하고는, 이오타 왕국군 1개 분대에 영혼기사 2명을 붙여 주었다.

“카심.”

“예, 여기 있습니다.”

“귁! 귁귁귁!”

“우리 군을 지휘해서 카미유 경을 찾으세요. 카미유 경부터 찾는 게 우선입니다.”

“예! 전하!”

“절대 적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마시고, 될 수 있는 한 원거리 공격으로 대응하세요. 누가 달려들거든 영혼기사들을 앞세워 방패막이로 삼으세요. 자폭 공격에 휘말렸다간 끝장입니다.”

오토는 칼리프인들이 심심하면 폭탄조끼를 터뜨린다는 걸 알았기에, 카심에게 당부에 당부를 거듭했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카심은 오토가 임무를 맡겨주자 기다렸다는 듯 병사들을 이끌고 움직였다.

카심에게 부하들을 맡긴 오토는, 카이로스와 함께 카미유를 찾아 나섰다.

‘개죽음이지.’

오토는 자살폭탄테러에 당한다는 게 얼마나 허무하고, 또 허탈한 죽음인지 너무나도 잘 알았다.

아끼던 사람이 폭발에 휘말려 한순간에 사라졌을 때의 그 감정이란….

‘제발 죽지 마. 설마 여기서 죽는 건 아니겠지.’

오토는 카미유가 걱정되었다.

카미유의 전투 스타일상 적들과 근접할 수밖에 없는데, 만약 폭탄조끼라도 터진다면 크게 위험할 수 있었다.

만약 재수라도 좀 없다면….

오싹!

오토는 상상만 해도 끔찍해서,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이 난리 통에 사람을 찾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펑펑!

펑! 펑펑!

곳곳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있었다.

“꺄아아아악!”

“으악!”

“죽어라! 이 더러운 외국인 놈들아!”

외국인과 내국인을 구별할 것 없이, 무차별적인 학살이 벌어지고 있었다.

“더러운 외국인 놈들! 우리 땅을 더럽히다니!”

때마침 누리스탄족 전사 하나가 오토 일행을 향해 달려오며 자폭 공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퍼엉!

자폭 공격은 아가토·힐데가르트·막시무스에게 눈곱만큼의 피해도 입히지 못했다.

“끌끌끌! 가소로운 녀석 같으니!”

“어머? 그걸 지금 공격이라고 한 거니?

“간지럽구먼! 껄껄!”

<옵시듐>으로 만든 갑옷에 깃들어 있는 영혼기사들의 방어력이란, 가히 어마어마했다.

자폭 공격에도 작은 흠집조차 하나 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저 약간의 그을음이 남고, 펑! 하고 터져 버린 적의 파편만이 묻었을 뿐….

“끌끌끌! 뺀질이라 그런지 역시 머리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굴러가는구나.”

“뭐 인마?”

“감히 짐의 부하들을 방패막이로 삼을 생각을 하다니.”

“감히는 개뿔. 써먹을 만하니 써먹는 거지.”

오토는 그렇게 말하고는 계속해서 카미유를 찾아다녔다.

그러던 중.

“전하!”

저 멀리서 카미유가 웬 청년 하나를 들쳐 업고 오토를 향해 소리쳤다.

“형!”

카미유의 생존을 확인한 오토의 표정이 밝아졌다.

혹시나 자폭 공격에 휘말리진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에 불과했던 모양이었다.

“괜찮아?”

“보시다시피 전 괜찮습니다.”

카미유는 살짝 그을리긴 했지만, 매우 멀쩡했다.

“다행이네. 근데 누구… 헉?”

오토는 카미유가 데리고 있던 청년을 알아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설마 그 사람… 살라딘 왕자 아냐?”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이 사람을 어디서 만난 건데?”

“쓰러져 있는 걸 발견하고, 내버려두면 안 되겠다 싶어 데리고 왔습니다.”

“맙소사.”

오토는 카미유가 군주 캐릭터 중 하나인 살라딘 왕세자를 주워 온 걸 보고 어이가 없었다.

지난번에는 카심이 군주인 펭이를 주워오더니, 이번에는 카미유가 또 다른 군주인 살라딘 왕자를 주워올 줄이야….

“옆에 누구 없었어?”

오토가 카미유에게 물었다.

“다른 기사들은? 왕세자가 혼자 있지는 않았을 텐데?”

“적들의 공격에 의해 전멸한 모양입니다. 제가 발견했을 때 주변에 아무도 없었습니다.”

“혹시 유수ㅍ….”

그때.

“유수프… 경….”

기절해 있는 왕세자의 입에서 잠꼬대에 가까운 넋두리가 흘러나왔다.

“아.”

오토는 왕세자의 넋두리에서 자초지종을 파악하고는, 크게 탄식했다.

‘유수프가 죽었구나.’

게임을 통해 이 세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쌓았던 오토는, 살라딘 왕자에게 유수프의 죽음이 어떤 의미인지를 너무나도 잘 알았다.

‘하필 이럴 때 여기서 이렇게 만나네. 휴우.’

오토는 속으로 한숨을 푹! 내쉬고는, 카미유를 돌아보았다.

“함대로 복귀하자.”

“예, 전하.”

그러자 카이로스가 끼어들었다.

“이대로 그냥 복귀하자는 말이냐? 전투가 한창인데?”

“의미 없어.”

오토가 딱 잘라 말했다.

“도와준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러려고 했지.”

“근데 왜 이제 와서 발을 빼겠다는 것이냐?”

“곧 끝나니까.”

“으음?”

“이전 전쟁이 아냐. 반란 같은 게 아니라고. 그냥 테러지. 괜히 휘말려 봤자 우리 피만 흘릴 뿐이야. 나는 내 사람들이 더 소중해.”

오토는 그렇게 말하고는, 함대가 있는 방향을 향해 미련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 * *

오토의 예상은 정확했다.

한동안 계속되던 공격은, 어느 순간 뚝 끊어져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았다.

잘랄라바드 시내를 휘젓던 적들도 자취를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반쯤 불타는 도시와 비탄에 잠긴 사람들의 흐느낌만이 남았을 뿐….

“왜 철수한 것이냐?”

카이로스는 철수 명령이 떨어진 이유가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오토에게 따져 물었다.

“왜긴. 놈들은 이미 목적을 달성했으니까. 정확히는 반반이지만.”

“반?”

“놈들 목적은 항구를 점령하려던 게 아냐. 그럴 거였으면 아예 군대를 끌고 왔겠지. 봐.”

오토가 불타는 잘랄라바드를 가리켰다.

“군대가 보여?”

“안 보인다.”

“기껏 휘저어 놓고 왜 군대를 안 보냈겠어?”

“그, 그거야.”

카이로스는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다.

“놈들 목적은 애초에 점령 같은 게 아니었어. 그래서 전쟁이 아니라고 한 거야.”

“그럼 뭐냐?”

“어휴.”

오토가 카이로스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주 조지고 부수는 것밖에 모르지?”

“뭣이?”

“아이고오, 오그마 선생님.”

오토가 탄식했다.

“이런 머저리를 데리고 어떻게 사셨습니까? 얼마나 속이 썩어 문드러지셨을까요? 아아!”

“이 뺀질이 놈이!”

“생각 좀 해라, 생각을.”

오토가 카이로스에게 쏘아붙였다.

“반란군 쟤들이 뭔 힘이 있어서 이 커다란 항구도시를 점령하겠어.”

“으음?”

“그럴 힘이 있었으면 대놓고 전투를 벌였겠지. 뭐 한다고 폭탄을 설치해 두고, 자폭 같은 걸 하겠냐고.”

오토가 답답하다는 듯 카이로스에게 설명했다.

“놈들의 일차적인 목표는 칼리프 왕국의 신뢰를 깎아 먹는 거였어.”

“신뢰를?”

“세계 각국의 무역선들이 드나드는 항구에서 이런 큰 사고가 터졌는데, 너 같으면 계속 거래하고 싶겠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놈들 목표는 칼리프 왕국의 국가신용도를 박살내는 거야. 치안이 불안하다는 인식을 심어 줘서, 무역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길 바라는 거라고.”

“오호?”

“그럼 당연히 국가 재정이 위태로워지겠지. 중앙정부인 왕실은 흔들릴 테고.”

“일종의 게릴라 활동이라는 것이냐? 뺀질이 네놈 말은?”

“정답.”

오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일차적인 목표가 그거였고. 이차적인 목표가… 여기 있네.”

오토가 아직도 기절해 있는 살라딘 왕세자를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계속 첩보활동을 벌이면서 혹시나 제거하거나 생포할 고가치 표적이 있는지 각을 봤을 거야. 그러던 중에 왕세자가 시찰을 왔고. 이때다 싶어서 뻥! 하고 폭탄을 터뜨렸겠지. 아주 오랫동안, 철저하고 준비하고 계획된 공격이야.”

“음! 그렇구먼!”

“아쉽게도 카미유가 구해 준 덕분에 이차적인 목표는 달성 실패네. 사실 그래도 상관은 없겠지. 일차적인 목표는 이미 달성했으니까.”

오토가 불타는 잘랄라바드를 가리키며 말할 때였다.

“…여긴.”

기절해 있던 살라딘 왕세자가 천천히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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