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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176화 (177/401)

176화

“핫산, 핫산이라고 합니다.”

“핫산?”

가만?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누구였더라?’

주요 등장인물 중에 핫산이란 이름을 가진 캐릭터가 있는지 기억을 되새겨보았다.

주인공 캐릭터만 100명.

주연 캐릭터는 수백 명이 넘어서 그걸 다 기억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핫산이란 이름을 가진 캐릭터 중에서 비중이 있는 캐릭터가 하나 있긴 했다.

라시드.

훗날 마수드의 라이벌로서 칼리프 왕국의 패권을 두고 일전을 벌일 자.

그의 휘하에 아주 유명한 하사신이 하나 있었는데, 그의 이름이 바로 핫산이었다.

“너 혹시.”

에이, 설마.

“예?”

“혹시 이름이 핫산이고, 성이 알리냐?”

오토가 도저히 믿을 수 없단 표정으로 하사신에게 물었다.

“그,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하사신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되물었다.

그러나 놀란 건 하사신이 아니라 오토 쪽이었다.

“너 진짜 핫산이냐?”

“예?”

“진짜 핫산 알리냐고.”

“그, 그렇습니다만.”

“동명이인 아니야? 하사신 중에 너 말고 다른 핫산 없어?”

“제가 알기로는 저밖에 없습니다만.”

하사신.

아니, 핫산이 대답했다.

“물론 다른 조에 제가 모르는 핫산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제가 아는 선에는 없습니다.”

“그래, 그렇지?”

“예?”

“네가 조직원들을 다 아는 게 아니잖아. 다른 핫산이 있을 수도 있잖아.”

“그건 맞습니다.”

“괜히 놀랬네. 휴우.”

오토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토가 아는 핫산은 SSS등급의 영웅 캐릭터였다.

하사신 핫산 알리.

산상노인 라시드의 검.

이명[異名]은 죽음의 천사.

훗날 세계대전에서도 수없이 많은 고가치표적을 암살해내게 되는, 가장 유명하고 무시무시한 암살자였다.

암살자는 본래 음지에서만 활약하기 마련.

그런데 암살자의 이름이 그렇게 유명하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전공을 이룩해 양지로 발돋움했다는 뜻이었다.

‘그래, 핫산 알리일 리가 없지. 그런 SSS등급 영웅을 캐릭터를 줍는 게 말이 안 되잖아. 내가 운이 그렇게 좋을 리도 없고.’

핫산 알리와 같은 SSS등급 영웅을 우연찮게 획득한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일이라서, 오토는 혹시나 하는 기대를 접었다.

“그나저나 넌 앞으로 어떻게 할래?”

오토가 물었다.

그간 이상하게 정이 들어서 그런지, 죽여 버리자니 마음에 좀 걸렸다.

딱 봐도 그렇게 나쁜놈 같지도 않았고.

“저는.”

핫산이 잠시 생각을 해 보다가 대답했다.

“대천사님을 따라가고 싶습니다.”

다른 칼리프인들처럼, 핫산은 오토를 아난의 대리인인 대천사 지브라일이라고 오해하고 있었다.

“어차피 포로로 잡힌 이상 하사신으로 활동할 수 없습니다. 돌아가 봤자 나약한 놈이라고 버려질 게 뻔합니다.”

“제때 스스로 목숨을 못 끊어서?”

“예.”

핫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이번이 다섯 번째 임무였습니다. 성공했으면 고급 하사신 훈련 과정의 기회가 주어졌을 겁니다. 하지만 이미 물 건너갔습니다. 임무에 실패한 이상 저에게는 더는 기회가 없습니다.”

“그래, 그럼.”

오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랑 가자.”

“저를… 받아주시는 겁니까?”

“어차피 갈 데도 없잖아. 같이 가자. 일자리도 줄게.”

“……!”

“대신 헛짓거리하면 그땐 진짜 죽여 버릴 테니까, 딴마음 먹을 거 같으면 지금 얘기해. 믿어 줬는데 배신당하면 기분 더러우니까.”

“절대 그럴 일 없습니다!!!”

“아이고, 귀청이야.”

오토는 핫산이 버럭 소리치자 인상을 와락 구겼다.

“칼리프인으로서 대천사 지브라일님의 현신이신 분을 어떻게 배신하겠습니까!”

“야 이.”

오토가 핫산을 윽박질렀다.

“목소리 안 낮춰? 귀청 떨어지겠다.”

“죄, 죄송합니다.”

“가는 길에 잘 생각해 봐. 앞으로 뭘 할 수 있을지.”

“예.”

“그나저나 진짜 언제 가냐. 어휴.”

이오타 왕국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눈앞이 캄캄해지는 오토였다.

* * *

잘랄라바드에서 다시 뱃길에 오른 오토 일행은, 꼬르륵 군도를 경유해 이오타 왕국으로 향했다.

검은 함대에 속한 군함들은 꼬르륵 군도에 놔두기로 했다.

내륙국가인 이오타 왕국에 검은 함대는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에 붉은 여신과 화물을 실은 화물선들만을 이끌고 이오타 왕국으로 향했다.

빠른 복귀를 위해서는 주변 선박들의 이동속도를 높여 주는 붉은 여신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꼬르륵 군도를 떠나 이오타 왕국으로 가던 중.

“카심.”

오토가 카심을 불러 임무를 맡겼다.

“예, 여기 있습니다.”

“귁! 귁귁귁!”

카심이 한쪽 무릎을 꿇고 오토의 명령을 기다렸다.

‘뭐지?’

오토는 순간 카심에게 꼬리가 달려 있고, 그 꼬리가 프로펠러처럼 돌라간다는 듯한 착시현상을 보고 눈을 끔뻑였다.

당연하게도, 카심에게 꼬리 같은 건 없었다.

그저 명령을 기다리는 초롱초롱한 눈빛만이 있었을 뿐.

“집게섬으로 가서 작업 중인 우리 드워프 양반들 모시고 오세요. 마침 거기 까막이도 있잖아요.”

“예! 전하!”

마침 카심도 블랙 와이번 까막이를 꽤 오랫동안 보지 못해서 그리워하던 참이었다.

지난 번 파도에 휩쓸려 조난당했을 당시 까막이와 헤어지게 되어서, 아직도 재회하지 못했던 것이다.

까막이는 집게섬으로.

카심은 우연찮게 해골섬으로 흘러들어가게 바람에 졸지에 이산가족(?)이 되어 버린 것이다.

“까막이 데리고 복귀하시면 그간의 노고를 치하하는 자리를 마련해 드릴게요. 정말 고생하셨으니까.”

“예! 전하!”

“그럼, 얼른 다녀오세요.”

“예!”

카심은 오토의 명령이 떨어지자 펭이와 함께 선단을 이탈해 집게섬으로 향했다.

“…별일 없겠지?”

오토는 내심 카심이 신경 쓰였다.

또 이상한데서 조난을 당하거나, 혹은 낙오할까 봐 걱정이 된 것이다.

카심은 아픈 손가락 같은 존재였으므로.

‘그래도 운 하나는 끝내주게 좋은 사람이니까. 별일이야 있겠어. 어려운 임무도 아닌데.’

하지만 괜한 걱정이란 생각도 들었으므로, 오토는 카심에 대한 걱정을 접었다.

얼마 전 유령마적단의 보물창고를 털어오는 임무도 별 탈 없이 무사히 완수하지 않았던가?

‘믿자. 카심도 강하니까.’

오토는 그렇게 생각하며, 저 멀리 카심이 탄 배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 * *

오토의 명령에 따라 집게섬으로 향한 카심은, 그곳에서 새끼 블랙 와이번 까막이와 재회했다.

“까악! 까아아악!”

까막이는 카심을 보자마자 뒤뚱뒤뚱 달려와 안겼다.

“아이고! 내 새끼! 벌서 이렇게 컸구나! 잘 있었냐? 오구오구!”

“까악! 까아아악!”

까막이는 못 본 사이 송아지만 한 크기로 성장해 있었다.

지난 2달 사이에 덩치가 거의 2배 이상 불어나 있었던 것이다.

“귁! 이 친구도 친구냐! 귁!”

“친구라고 하긴 좀 그렇고.”

카심이 펭이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어쩌다 보니 내가 키우게 된 자식이다.”

“귁?”

“나한테 각인해 버리는 바람에. 하하하하.”

“귁! 이 친구 카심 많이 좋아하는 거 같다! 귁!”

“그러엄.”

카심이 까막이의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 새낀데. 당연하지. 그나저나 못 본 사이에 많이 컸구나. 내 새끼.”

“까악! 까아악!”

“그래, 아빠 왔다. 아빠 왔어.”

카심이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간 까막이가 얼마나 보고 싶었던지….

하지만 카심을 기다리고 있던 건 까막이뿐만이 아니었다.

“기사님!”

이오타 왕국으로 데려가기로 약속했던 소녀 마리안느가 울면서 뛰쳐나와 카심의 품에 뛰어들었다.

“헉!”

“흑흑! 기사님! 다신 못 보는 줄 알았어요! 살아계셨군요! 살아계셨어요! 흑흑흑!”

“하하. 하하하.”

카심은 마리안느의 갑작스러운 기습에 꽤나 당황했지만, 그녀를 다독여 주었다.

“제 걱정 많이 하셨습니까? 하하하!”

“흑흑흑! 바다에 빠져 돌아가신 줄 알았어요! 흑흑!”

마리안느의 얼굴은 말이 아니었다.

그녀는 카심이 물고기밥이 줄 알고 식음을 전폐한 채 시름시름 앓다가, 며칠 전 소식을 듣고 겨우 기운을 차린 상태.

그만큼 카심이 마리안느에게 정신적 지주이자 유일한 희망이었던 것이다.

“아이고, 울지 마십시오. 전 괜찮습니다.”

“흑흑. 다행이에요. 정말 다행이에요. 흑흑흑.”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레이디. 하하하.”

카심은 그 후로도 한참 동안이나 마리안느를 달래주어야만 했다.

그렇게 재회의 시간이 지나간 후.

“다들 본국으로 복귀합니다! 모두들 배에 타십시오!”

카심은 집게섬에 있던 사람들을 데리고 이오타 왕국으로 향했다.

곧 꼬르륵 군도에 있는 해군이 이곳 집게섬으로 와서 본격적인 해군기지 건설에 나설 예정이었으므로, 더는 머무를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 * *

한편, 아르곤 대제는 밀무역선들이 복귀했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항구로 나갔다.

‘이걸로 한숨 돌리겠군. 하마터면 정말 큰일 날 뻔했군. 대금을 제날짜에 갚지 못할 위기였으니.’

하지만 위기는 어디까지나 위기일 뿐.

밀무역을 떠났던 배들이 다시 돌아온 이상 대금을 제때 갚지 못할 일은 없었다.

밀무역은 위험부담을 큰 만큼 되돌아오는 이익도 엄청나기 마련.

이번에 밀무역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대금을 갚으면, 오버하우저 상단은 더 이상 재정적인 위기를 겪지 않아도 되었다.

그래서 아르곤 대제는 이번 밀무역에 참여한 이들을 직접 치하하기 위해 항구로 나선 거였다.

“폐하.”

이번 밀무역을 추진한 장본인이자 아르곤 대제의 책사인 글렌이 말했다.

“저기 보시옵소서. 우리 상단의 배들이 다가오고 있사옵니다.”

“나 역시 보고 있다, 글렌.”

아르곤 대제가 미소를 지었다.

“무사히 돌아온 것을 보니 기쁘기 그지없구나.”

“감축 드립니다, 폐하.”

글렌이 고개를 조아렸다.

“밀무역이 잘 성사되었으니 우리 상단의 자금난도 해결이 될 것이옵니다. 게다가 시기도 매우 좋사옵니다.”

“시기가 좋다?”

“마지막으로 들어온 보고에 따르면, 칼리프 왕국의 무역항인 잘랄라바드에 큰 사달이 났다고 하옵니다.”

“사달이라? 반란 세력이 무역항을 공격한 것이냐?”

아르곤 대제는 글렌의 말을 아주 귀신같이 알아들었다.

그 역시 칼리프인들이 심심하면 서로 싸워 대는 전투민족이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았기에, 사달이 났다는 말만 듣고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유추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하옵니다.”

글렌이 미소를 지었다.

“반란 세력이 잘랄라바드를 공격한 덕분에 여러 나라 무역선들의 발이 묶였다는 소식이옵니다. 그렇다는 말은….”

“마정석! 마정석의 가격이 당분간 폭등하겠구나!”

“역시 현명하시옵니다!”

“하하하하하!”

아르곤 대제가 크게 웃었다.

“역시 하늘은 나를 버리지 않았구나! 내가 하늘을 버리지 않는 이상! 하늘은 나를 버리지 않는다! 하하하하하!”

과정이 어떻게 됐든, 대륙 통일의 위대한 업적을 이룩해 본 적이 있는 아르곤 대제는 스스로를 특별한 존재라고 여겼다.

항상 천운[天運]이 함께하는, 선택받은 존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마정석 가격이 폭등하면 우리 상단은 더 큰 이문을 남길 수 있을 터! 위기가 아니라 기회였구나! 기회! 하하하하하!”

바로 그때.

퍼엉!

밀무역선 한 척으로부터 대폭발이 일어났다.

“이 무슨!”

소스라치게 놀라는 아르곤 대제.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속도를 줄이지 않은 나머지 밀무역선들이 하나둘 항구와 충돌하며, 대폭발을 일으켰다.

펑펑! 펑! 펑펑펑!

퍼어어엉!

폭발에 휘말린 항구가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덕분에 항구에 정박해 있던 다른 상단의 무역선들도 졸지에 큰 피해를 입고 말았다.

거의 30척에 달하는 밀무역선들이 항구와 충돌하며 대폭발을 일으키는 바람에, 정박해 있던 다른 상단의 무역선도 무사하지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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