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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203화 (204/401)

203화

“쩝.”

오토가 입맛을 다셨다.

“아깝긴 해도 이만하면 해볼 만하지.”

오토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마검사들을 물리치고 앞으로 나섰다.

“전하, 위험합니다.”

“뺀질아, 괜찮겠느냐?”

카미유와 카이로스가 오토를 걱정했다.

리볼트가 뿜어내는 마나의 양으로 봤을 때, 아무리 오토라도 상대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쪽 눈이 없잖아.”

오토가 카미유와 카이로스를 돌아보았다.

“이만하면 일대일로 해볼 만하지 않겠어?”

오토는 리볼트와 일대일로 맞서 싸울 생각이었다.

‘지금 나한테 필요한 건 실전이야. 강한 상대와 싸워서 이겨야 더 성장할 수 있다.’

사실 리볼트라면 매우 훌륭한, 아니 과분한 상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라면, 지금의 오토가 리볼트를 이길 확률은 단 10퍼센트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쪽 눈을 잃은 리볼트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충분히 해볼 만해.’

왼쪽 시야가 완전히 없어져 버린 이상 리볼트는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을 터.

그러니 나름 강함의 균형이 맞춰진 상태라고 볼 수 있었다.

“크윽!”

한편, 리볼트는 피가 철철 흐르는 왼쪽 눈을 움켜쥐며 고통스러워했다.

“이 비열한 새끼가…!”

“너도 비열한 건 피차일반이잖아.”

“……?”

“거짓으로 항복해 온 주제에 누가 누구한테 비열함을 논해?”

어느새 검을 뽑아든 오토가 리볼트를 향해 다가섰다.

“…….”

리볼트는 오토의 지적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아무런 말도 못했다.

거짓으로 항복한 놈이나.

갑자기 침을 찍! 뱉어 기습을 가한 놈이나.

둘 다 비열하긴 거기서 거기라, 누가 누굴 욕할 입장이 아니긴 했으니까.

“죽여 버릴… 것이다.”

리볼트가 오토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아니.”

오토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너를 죽이겠지.”

다음 순간.

쒜에엑!

오토가 매섭게 검을 휘두르며 리볼트에게 선제공격을 시도했다.

대결은 시작부터 매우 치열하게 전개되었다.

오토는 강했다.

“오오!”

“전하의 무력이 어느새!”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하게 만들 정도로, 오토가 선보인 실력은 매우 뛰어났다.

언제 어느 틈에 저런 검술 실력을 쌓아올렸는지, 성장 속도가 말도 안 될 지경이었다.

그러나 리볼트는 더 강했다.

“전하!”

“위험합니다!”

진정한 실력을 드러낸 리볼트는 가히 압도적인 무력을 선보이며 오토의 공세를 모조리 막아내고 오히려 위협적인 반격까지 가했다.

‘살얼음판 같다.’

오토는 리볼트와 검을 섞으며, 당장에라도 목이 날아갈 것만 같은 느낌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크윽!’

리볼트의 강함은 가히 어마어마해서, 한 번, 한 번의 공격이 그야말로 위협적이었다.

“죽여주마.”

리볼트가 검을 휘둘렀다.

촤라라락!

사나운 칼날 폭풍이 휘몰아치며 오토를 덮쳤다.

“……!”

오토는 리볼트가 뿜어낸 칼날 폭풍을 피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몸을 날렸다.

그러던 그때.

“어딜.”

어느새 오토의 코앞에 나타난 리볼트가 검을 휘둘렀다.

촤라락!

리볼트의 검이 오토의 오른쪽 어깻죽지를 갈랐다.

“크악!”

오토의 입에서 고통에 찬 비명이 터져 나왔다.

* * *

리볼트에게 일격을 허용한 오토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며 수세에 몰렸다.

“크윽!”

피가 철철 흐르는 건 나중 문제.

‘오른팔을 못 쓴다.’

하필 검을 쥐는 쪽 어깨에 치명상을 입은 덕분에, 오토는 제대로 검술을 펼칠 수가 없었다.

“알량한 실력을 믿고 감히 날 죽이겠다 말했는가?”

승기를 잡은 리볼트는 수세에 몰린 오토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며, 승부의 종지부를 찍으려 했다.

“전하!”

지켜보던 카미유가 황급히 나서려던 때.

“둬라.”

카이로스가 카미유를 가로막았다.

“비키십시오.”

“그냥 두라 했느니라.”

“전하께서 위험하십니다.”

“이건 뺀질이 녀석의 선택이 아니더냐. 성장을 위해 목숨을 걸고 강자와 맞서 싸우겠다는데, 그걸 막으려 드느냐?”

“하지만….”

“믿어라.”

카이로스가 카미유에게 말했다.

“네 녀석의 주군을 믿으란 말이다. 진정한 강함은 죽을 고비를 숱하게 넘겨야 완성되는 것이다.”

“…….”

“걱정 마라.”

카이로스가 카미유를 안심시켰다.

“이렇게 죽을 놈 같았으면 벌써 예전에 시체가 되어 나뒹굴었을 테니.”

“…알겠습니다.”

카미유는 애써 오토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접었다.

오토가 선택한 싸움.

강해지기 위해 리볼트라는 강자와 나 홀로 맞서기로 결심한 오토의 결정을 존중하기로 한 것이다.

‘이기십시오, 제발.’

카미유는 두 주먹을 꽉 움켜쥐고, 오토와 리볼트의 대결을 지켜보았다.

오토가 해낼 것이라 믿으며.

* * *

한편, 아르곤 대제는 매우 빠르게 세력을 불려 나가고 있었다.

과거 대제국을 일구었던 아르곤 대제의 수완이란 가히 엄청나서, 세력을 불리는 속도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아르곤 대제가 이끄는 군대는 전투에 나설 때마다 로우레딘 왕국군을 보란 듯이 쳐부수는 기염을 토했다.

오버하우저 상단에서 오랜 세월 육성해낸 기사들과 병사들의 전투력이란, 여느 강대국의 정규군에 못지않았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아르곤 대제가 로우레딘 왕국을 접수하는 건 그야말로 시간문제라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좋기만 했던 분위기는 갑작스레 날아든 소식들로 인해 싸늘해지고 말았다.

“…뭐라?”

아르곤 대제의 눈에서 시퍼런 살기가 번뜩였다.

“식량 가격이 올라?”

“그, 그러하옵니다.”

“심지어 우리 군의 보급도 떨어져가고 있다?”

신하들은 아르곤 대제의 질책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로우레딘 왕국에 식량을 공급하고 있던 상단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일제히 가격을 올려 버리면서, 아르곤 대제의 세력은 크나큰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안 그래도 가진 모든 자원과 자금을 탈탈 털어 시작한 일인데, 벌써부터 밑천이 드러나게 생긴 것이다.

“이 빌어먹을 상인 놈들 같으니. 감히 짐을 상대로 장사를 해?”

예나 지금이나 상인으로도 활동했었던 아르곤 대제는, 상인들의 의도를 너무나도 쉽게 간파해 버렸다.

지금 로우레딘 왕국은 식량의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터무니없이 적어서,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의해 식량 가격이 폭등하기에 매우 좋은 상황이었다.

그러니 상인들로서는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상인들 입장에서는 로우레딘 왕국의 백성들이 굶어 죽든 말든 돈만 벌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그게 냉혹한 경제의 법칙이기도 했고.

아르곤 대제도 그러한 현실을 너무나도 잘 알았지만, 문제는 현재 세력 내 백성들을 먹여 살리는 게 다름 아닌 아르곤 대제 본인이라는 것.

이대로라면 백성들에게 식량을 나눠주다가 군대의 보급이 끊길 판국이었다.

‘지금 상황에 보급이 끊기면….’

그건 최악이었다.

기껏 세력을 형성했는데, 여기서 식량이 바닥나 버린다면 모든 게 물거품이었다.

이미 소모해 버린 식량과 군자금도 회수할 수 없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 아르곤 대제로서는 빚을 내어 자금을 끌어다 쓸 수도 없단 점이었다.

빚을 갚느라 상단의 자산을 모조리 처분해 버린 터라 담보로 잡을 만한 게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폐하.”

글렌이 입을 열었다.

“소인이 한 말씀 올려도 되겠사옵니까.”

“말하라.”

아르곤 대제는 글렌의 계책에 벌써 여러 번 당해 보았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일단 들어보기로 했다.

애초에 글렌이 나쁜 의도가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단지 일이 더럽게 꼬일 뿐이기도 했고.

“이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자원은 사람이라 하였사옵니다, 폐하.”

“사람…?”

“예, 폐하.”

“설마.”

아르곤 대제의 얼굴이 굳었다.

지금 글렌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노예매매를 하자는 것인가?”

“예, 폐하.”

글렌이 머리를 조아렸다.

“지금은 그 방법밖엔 없사옵니다.”

“으음.”

“지금 자금 상황으로 저 많은 입들을 다 먹이는 건 불가능하옵니다. 노예매매를 이용하면, 식량을 축내는 버러지들도 치워 버리고 자금까지 확보하실 수 있사옵니다. 이것이야말로 일석이조가 아니겠사옵니까.”

글렌의 말에는 설득력이 있었다.

만약 백성들을 노예로 팔아치운다면, 식량의 소모가 줄뿐더러 자금력도 확보가 된다.

물론 이래저래 신경 쓸 게 많아서, 오래 할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지만.

“사하라 왕국에 아는 노예상인이 있사옵니다.”

“사하라 왕국?”

“예, 폐하. 사하라 왕국은 술탄 셰에라자드가 노예매매를 장려하는 국가라, 출신 성분을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받고 있사옵니다.”

“사하라 왕국이라….”

“대량으로 노예를 공급한다고 하면, 그쪽에서도 매우 좋아할 것이옵니다.”

“은밀하게 잘 해결할 수 있겠는가?”

“물론이옵니다, 폐하.”

글렌은 자신감을 보였다.

그간 온갖 더럽고 추잡한 일을 도맡아 왔던 덕분에, 그쪽 방면으로는 도가 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것이다.

“좋다.”

아르곤 대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믿고 맡겨 볼 터이니, 일을 추진해 자금을 마련해 보도록.”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폐하!”

글렌은 이번만큼은 일을 잘 성사시켜서, 다시 아르곤 대제의 신임을 얻으리라 다짐에 다짐을 거듭했다.

* * *

위태위태 한동안 수세에 몰렸던 오토는, 즉시 검을 왼손으로 바꾸어 잡았다.

‘할 수 있다.’

무적검술은 완벽한 검술.

왼손과 오른손을 가리지 않았다.

비록 평소 오른손을 주로 사용해 어색하게 느껴지긴 했지만, 왼손으로 검을 든다고 해서 전투력이 급감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다고 네놈이 버틸 수 있을 것 같은가.”

리볼트는 시퍼런 오러가 활활 타오르는 검으로 오토를 몰아붙였다.

‘할 수 있다.’

오토의 눈이 회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스으으으!

석화의 빛이 리볼트를 덮쳤다.

“어딜!”

화아악!

리볼트가 마나를 뿜어내어 석화의 빛에 저항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스으으!

오토의 두 눈에서 상대방을 중독 시키는 보라색 빛이 뿜어져 나왔다.

석화의 눈과 맹독응시를 동시에 사용한 것이다.

“…크윽!”

오토가 본격적으로 마법을 사용하자 리볼트는 크게 당황했다.

제아무리 마나를 뿜어내 마법에 저항한다 한들 한계란 있는 법.

어느새 중독되어 버린 리볼트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해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쩍!

쩌억!

몸 곳곳이 작게나마 석화(石化)하면서, 검술을 펼치는 동작이 더욱 부자연스러워졌다.

‘지금.’

오토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강해져라.”

나지막하게 흘러나온 목소리가 오토를 강화시켰다.

자신과 아군을 강화시키는 용맹의 함성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회복하라.”

자신과 아군을 회복시키는 불굴의 함성이 흘러나오자 오토의 상처가 눈에 띄게 치료되기 시작했다.

“굴복하라.”

뒤이어 적을 느려지게 만드는 야만의 함성이 리볼트에게 강력한 슬로우 효과를 걸었다.

“크으으으윽!”

석화, 중독, 슬로우에 걸린 리볼트는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계속해서 마나를 뿜어내 저항해 보려 했지만, 마법의 위력이 워낙에 강력해서 버티는 것에도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그게 마검사의 무서운 점이었다.

단순히 검술 실력뿐 아니라 각종 마법까지 사용하기에,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엄청나게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검술과 마법을 동시에, 그것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게 불가능에 가까워서 그렇지.

하지만 오토는 그 불가능이 가능한 사람이었다.

검술과 마법에 특화된 육체인 신마지체의 소유자인데다가, 무적의 검술과 무적황제의 권능까지 갖춘 존재인 것이다.

‘그래.’

오토는 깨달았다.

‘나는 마검사. 검술로만 승부하지 않는다.’

진정한 마검사란 검술과 마법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면서 싸우는 존재.

오토는 리볼트와의 대결에서 마검사의 전투 방식에 대해 본격적으로 눈을 뜨게 되었다.

“크윽… 크으으윽!”

각종 효과에 의해 약해진 리볼트가 허우적거리던 그때.

“지금부터 내 차례야.”

오토가 리볼트의 왼쪽으로 파고들었다.

그곳은 사각지대.

비열한 죽음구슬에 의해 왼쪽 눈이 없는 리볼트로서는, 왼쪽으로 파고드는 오토를 자세히 보는 게 불가능했다.

그 결과.

촤라락!

오토의 검이 리볼트의 가슴팍을 사선으로 갈랐다.

< 엘리제 삽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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