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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210화 (211/401)

210화

“우리 아우가.”

카이로스가 입을 열었다.

“이 형님이 예전 같지 않을까 걱정이 많았나 보구나?”

“……!”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아우야.”

그 순간.

쩍!

쩌억!

아르곤 대제의 검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카이로스가 맨손 악력만으로 대검을 부서뜨리고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시퍼런 오러가 활활 타오르고 있는 대검을.

뚝!

뒤이어 대검이 부러졌다.

“악!”

아르곤 대제는 너무나도 놀라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후들후들!!!

공포에 질린 아르곤 대제의 두 다리가 사시나무처럼 떨리기 시작했다.

만약 카이로스가 전성기 시절의 무력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면…….

오싹!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아르곤 대제가 제아무리 환생했다 하더라도, 전성기 시절의 카이로스를 상대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당시엔 아르곤 대제와 맞먹는 무력을 지닌 충신들이 여러 명 있었기에 겨우 카이로스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지, 일대일로는 언감생심 꿈에서조차 이겨본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아우가 요즘 소화가 잘 안 되나 보구나.”

“그, 그게 무슨….”

퍼억!

카이로스가 아르곤 대제의 왼쪽 복부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크악!”

아르곤 대제가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졌다.

하필 맞아도 콩팥이 있는 부위를 제대로 맞는 바람에 그 고통이 어마어마했던 것이다.

“크악… 크아아아아악!”

아르곤 대제가 비명을 지르며 데굴데굴 굴렀다.

“폐하!”

“폐하아아!”

기사들이 아르곤 대제를 구하려 달려들었지만, 그건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살행위였다.

콰앙!

카이로스가 주먹을 날리고.

펑!

아르곤 대제를 구하려던 기사들이 산산조각으로 터져 나갔다.

주먹이 닿은 것도 아니었다.

주먹에서 뿜어져 나온 에너지가 그들을 터뜨려 버렸을 뿐….

“히, 히익?!”

아르곤 대제는 부하들이 터져 나가는 걸 보고, 그만 바지에 오줌까지 지리고 말았다.

저 정도 위력이라면, 전성기 시절 카이로스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거기가.”

카이로스가 아랫배를 움켜쥔 아르곤 대제에게 말했다.

“네놈이 이 형을 기습할 때 찔렀던 바로 그곳이라는 건 기억하겠지?”

“그, 그건.”

“대가를 치를 시간이다.”

콰직!

카이로스가 아르곤 대제의 머리채를 움켜쥐었다.

“감히 짐을 배신한 대가를 치러라.”

다음 순간.

퍽! 퍼억!

카이로스가 아르곤 대제의 얼굴에 펀치를 날리기 시작했다.

“컥! 커헉! 꾸웨에에엑!”

아르곤 대제는 제대로 된 반항조차 해 보지 못하고, 카이로스의 주먹질에 일방적으로 죽빵을 얻어맞았다.

환생해서 쌓은 무력?

그건 아무짝에도 쓸모없었다.

카이로스가 전성기 시절의 무력을 선보인 이상 아르곤 대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얻어맞는 게 전부였던 것이다.

* * *

오토, 카미유, 그리고 마검사들의 전투력은 가히 엄청났다.

아르곤 대제의 부하들은 몇 분도 채 버티지 못하고 눈 깜짝할 사이에 몰살당해 버리고 말았다.

살아 있는 사람은 없었다.

단 한 명도.

‘흡수.’

오토는 대학살의 서를 펼치고, 죽은 이들의 영혼에너지를 빨아들였다.

스으으!

그러자 대학살의 서에서 은은한 초록색 빛이 흘러나왔다.

- 더 다오, 더.

속삭임이 들려왔다.

‘어?’

오토는 정체 모를 목소리가 들려오자 놀랐다.

‘이건 뭐지?’

그건 남자의, 여자의 목소리도 아니었다.

정의할 수 없는 어떠한 메시지 같았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끊임없이 무언가를 갈망하고 있었다.

- 더 죽여라, 더. 더 많이 죽이란 말이다.

- 강해지고 싶지 않은가? 그렇다면 죽여라. 누구든 좋다. 죽여서, 그 영혼을 흡수하라.

그건 살인에 대한, 영혼에너지에 대한 목마름이었다.

대학살의 서가 오토로 하여금 더 많은 살인을 해서, 그 영혼들을 흡수하도록 유혹하고 있었던 것이다.

- 전지전능한 힘을 얻고 싶지 않은가? 신이 되고 싶지 않느냐는 말이다.

- 모든 지식을 너에게 알려 주겠다.

- 무적의 힘을 주겠다.

목소리는 끊임없이 속삭이며, 오토를 유혹했다.

하지만 오토는 흔들리지 않았다.

“응, X까.”

오토는 그 목소리를 단번에 거절했다.

“그 정도 유혹에 넘어갈 것 같았으면 애초에 책을 가질 생각도 안 했지.”

오토는 너무나도 쉽게 유혹을 떨쳐내었다.

그건 오토가 특별히 정신력이 강하다거나, 혹은 욕심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알기 때문이었다.

대학살의 서는 말 그대로 소유자를 전지전능하게 만들어 주는 물건이지만, 남용했을 경우 어떤 끔찍한 일이 벌어지는지 오토는 너무나도 잘 알았다.

게임을 통해 조금만 조심성 없이 대학살의 서를 아무 때고 남발했다간 캐릭터가 통제 불능이 되어 미쳐 날뛰거나, 혹은 업보가 쌓여 사냥당한다는 걸 경험으로써 알았던 것이다.

그 끝이 결코 아름답지 못하리라는 걸 알기에, 오토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전하.”

카미유가 다가와 오토에게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뭐가?”

“혹시.”

카미유가 노파심에 물으려던 때.

“그런 거 아냐.”

“예?”

“피에 미친 거 아니라고.”

오토는 카미유가 뭘 걱정하는지 알아채고, 그를 안심시켜 주었다.

“단순히 열 받았을 뿐이야. 이 새끼들이 저지른 짓들에.”

오토가 널브러진 시신들을 슥 둘러보며 다소 사나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이 힘없는 사람들에게 저질렀던 짓을 생각해 보면, 아직도 분이 다 풀리지 않았던 것이다.

왜?

이 세계는 오토가 살던 세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자들이 훨씬 더 무력하니까.

“이런 놈들한테 자비란 사치에 불과해.”

오토가 딱 잘라 말했다.

“여태 저질러 온 악행들이 우리가 아는 것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 않을걸.”

“동의합니다.”

“그러니까 죽인 것뿐이지, 특별히 광기가 치밀어 오른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예, 전하.”

카미유는 오토의 말에 안심했다.

“그나저나.”

오토가 저 멀리 카이로스와 아르곤 대제를 바라보며 발걸음을 옮겼다.

“빨리 구경하러 가자.”

“예, 전하.”

오토는 느긋하게 카이로스와 아르곤 대제의 대결(?)을 지켜보기로 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게 싸움 구경이라는데, 돈 주고도 보지 못한 진귀한 광경을 놓칠 순 없지 않겠는가?

* * *

아르곤 대제에 대한 카이로스의 구타는 그야말로 무차별적이고, 무자비했으며, 또한 잔혹했다.

“컥! 커헉!”

아르곤 대제가 연신 피를 토했다.

그럴 때마다 피 묻은 강냉이… 가 아니라.

피 묻은 치아들이 우수수! 튀어나왔다.

아예 주둥이를 뭉개버리겠다는 생각인지, 카이로스는 주먹으로 아르곤 대제의 치아를 모조리 부숴놓았다.

“컥! 커헉! 혀, 형님… 폐하! 커허어억!”

아르곤 대제는 그렇게 쳐 맞는 와중에도 카이로스에게 자비를 바란다는 눈빛을 보냈다.

“이, 이 아우가… 크악! 주, 죽을 죄를… 악!”

“죽을 죄를 지었으면 죽어야지 않겠느냐.”

“크아아아아아악!”

과거 대륙을 통일했던 대제국 크라레스의 초대 황제는, 그렇게 자신이 배신했던 옛 주군이자 의형제에게 끔찍한 구타를 당해야만 했다.

전성기 시절의 힘을 드러낸 카이로스에게는 도저히 반항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네놈을 죽여야 한다고 했지. 하지만 짐은 네놈을 죽이지 않았다. 의형제인 네놈을 어찌 내 손으로 죽이겠느냐.”

“크으아아아악!”

“그 대가로 짐은 모든 걸 잃었다. 그뿐이겠느냐? 짐의 부하들까지 비참해지고 말았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 업보는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한참 동안이나 아르곤 대제를 패던 카이로스는, 잠시 목이 말랐는지 해골 술잔을 꺼내 술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리고는 남은 술은 그대로 아르곤 대제의 머리 위에 부어 버렸다.

“이 술잔이 무엇으로 만든 줄 아느냐?”

“…….”

“네놈의 두개골로 만든 것이니라. 크흐흐흐흐.”

아르곤 대제는 그런 카이로스의 말에 벌벌 떨며 아무런 말도 못했다.

얼마나 피맺힌 원한이었으면 해골로 술잔까지 만들었을까.

하지만 아르곤 대제에게 받을 빚이 있는 사람은 비단 카이로스뿐만이 아니었다.

“옛날부터 네놈 목을 썰어 버리고 싶었지.”

“이 x같은 새끼야!”

“그때 네놈의 배를 갈랐어야 하는데!”

아가토, 힐데가르트, 막시무스가 아르곤 대제를 둘러싸고 무차별적인 발길질을 날렸다.

그마저도 아르곤 대제를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이고 싶은 걸 애써 참고 있는 거였다.

왜냐하면, 아르곤 대제의 몸은 하나였으니까.

모르긴 몰라도, 아르곤 대제를 죽이고 싶은 사람들을 줄 세워 놓으면 대륙의 끝과 끝을 몇 번이나 오가고도 남을 지경일 것이다.

카이로스 역시도 아르곤 대제를 죽이고 싶은 마음을 꾹 억누르고 살려두고 있는 거였다.

그냥 쳐 죽이기엔 너무나도 아까운 기회였다.

무려 450년 만의 복수가 아니던가?

또한, 아르곤 대제를 향해 이를 가는 사람은 더 있었다.

“너 이 새끼.”

아리엘이 나타나 아르곤 대제를 향해 발길질을 퍼부어대기 시작했다.

“너 때문에.”

“으아악!”

“내가.”

“악!”

“450년 동안.”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악!”

“노처녀로.”

“아악!”

“살았잖아.”

“커헉!”

“이 x새끼야.”

아리엘은 마치 도깨비방망이처럼 가시가 잔뜩 돋아난 방망이로 아르곤 대제를 패고, 패고, 또 팼다.

“죽어, 죽어어어어어어어엇!!!”

“크아아아아악!”

아르곤 대제로 인해 사랑(?)하는 남자를 잃은 여자의 분노는, 다른 이들로 하여금 오금을 지리게 만들 정도로 무시무시했던 것이다.

“그, 그만! 여보! 그만하시오!”

“황후마마! 참으십시오!”

“언니! 참아요! 제발!”

“형수님! 이대로 죽여 버리면 안 됩니다! 에헤이!”

오죽했으면 카이로스, 아가토, 힐데가르트, 그리고 막시무스가 이성을 잃고 미쳐 날뛰는 아리엘을 뜯어말려야 했을 지경이었다.

내버려두었다가는 아리엘이 아르곤 대제를 다진 고깃덩이로 만들어 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어? 저러다 애 죽으면 어떡하려고 그래? 잠깐 있어 봐.”

오토는 아르곤 대제가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마법사들을 불러왔다.

그런 뒤 아르곤 대제에게 치료 마법을 걸도록 했다.

“크윽.”

치료 마법을 받은 아르곤 대제가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켰다.

여러 명의 마법사들이 동시에 치료 마법을 걸자 금방 회복한 것이다.

심지어 오토는 품속에서 <그 젤리>를 꺼내 아르곤 대제에게 먹이기까지 했다.

그러자 아르곤 대제는 언제 두들겨 맞았냐는 듯 상처 하나 없이 멀끔한 모습이 되었다.

죽기 직전의 사람도 되살린다는 <그 젤리>의 효능은 결코 허언이 아니었던 것이다.

“내, 내 몸이 왜…?”

아르곤 대제는 죽어가던 자신이 팔팔해진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자신의 몸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그만큼 <그 젤리>의 효능은 막강해서, 이런 상황에서도 놀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자.”

오토가 카이로스를 돌아보았다.

“이제 다 나았으니까 하던 거 계속해라. 죽이지만 말고. 애 상태 안 좋으면 또 말해. 아직 많아.”

오토가 <그 젤리>가 가득 든 주머니를 흔들어 보였다.

실제로 <그 젤리>는 엄청나게 많았다.

젤리의 원료(?)를 생산(?)하는 사람(?)의 배설량(?)이 엄청나게 많아서 생산량(?)도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오토가 자신을 치료해 준 이유를 깨달은 아르곤 대제의 얼굴이 시퍼렇게 물들었다.

패고, 치료하고.

또 패고, 또 치료하고.

이 과정을 반복하겠단 뜻이라는 걸 알아차린 것이다.

“이… 이이….”

아르곤 대제가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오토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이 악마 같은 새끼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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