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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234화 (235/401)

234화

슈우우우우우우우우우!!!

바루나의 물기둥은 마치 제습기처럼, 주변 일대의 수분을 빨아들였다.

그런 바루나의 물기둥의 힘은, 뒤틀린 황야 전체로 퍼져 나갔다.

그 결과.

쩍!

쩌억!

뒤틀린 황야에 득실대던 괴수들은, 빠르게 수분을 잃어 가며 마치 진흙으로 빚은 석상처럼 변해 버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쩍!

쩌어어억!

땅 위로 솟구쳐 올랐던 데우칼리온의 그 거대한 대가리 역시도 수분을 잃고 진흙으로 빚은 석상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바루나의 물기둥이 사실 악신 데우칼리온을 봉인하기 위한 장치라던 설리번의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게 데우칼리온이 딱딱하게 굳어 버리면서, 사태는 일단락되었다.

악신 데우칼리온의 봉인에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오토는 만족할 수 없었다.

우웅!

오토는 자신이 가진 마나.

그리고 대학살의 서에 충전되어 있는 마지막 영혼에너지를 끌어 모아 최후의 주문을 외웠다.

“प्............”

다음 순간.

촤라락!

정말이지 거대한, 수백 미터는 될 법한 빛의 검이 하늘에서 뚝! 떨어져 내려서 데우칼리온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쿠웅!

둘로 쪼개진 데우칼리온의 머리가 허물어지며, 흙먼지를 피워 올렸다.

[알림: 경험치가 올랐습니다!]

데우칼리온을 처치하자 경험치가 오르고.

[알림: 레벨이 올랐습니다!]

[알림: 레벨이 올랐습니다!]

[알림: 레벨이 올랐습니다!]

[알림: 레벨이 올랐습니다!]

[알림: 레벨이 올랐습니다!]

(중략)

[알림: 레벨이 올랐습니다!]

오토의 레벨이 눈 깜짝할 사이에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털썩!

오토가 쓰러졌다.

“전하!”

카미유가 황급히 오토에게로 달려갔다.

“…….”

완전히 기절해 버린 오토는 미동조차 없었다.

한계 이상으로 금지된 마법을 사용한 덕분에 완전히 탈진해 버린 것이다.

“전하, 전하!”

카미유는 오토를 흔들어 깨워 보려다가,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호흡이 없다!’

카미유는 오토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걸 확인하고, 황급히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

한계 이상으로 주문력을 끌어올려 금지된 마법을 연거푸 펼친 것 때문에 생명력에까지 큰 타격을 입었던 것이다.

* * *

“전하, 전하!”

카미유가 계속해서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오토는 도무지 숨을 쉴 줄을 몰랐다.

“빌어먹을!”

카미유는 급한 대로 품속에 있던 젤리를 한 움큼 꺼냈다.

젤리의 효능·효과는 죽어가는 사람조차 살려낼 만큼 엄청난 것.

그러나 호흡 없는 사람에게 젤리를 그냥 먹였다가는…….

‘씹어서 넘기지 못할 거다. 기도가 막히면 심장이 다시 뛴다고 해도 질식할 것이다.’

그러나 방법을 고민하기엔 시간이 너무나도 촉박했다.

카미유는 경험상 심장이 오랫동안 멈춘 사람들은 다시 깨어난다 해도 정상으로 되돌아오기 힘들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카미유는…….

우물우물!

급한 대로 물을 입에 머금고, 젤리를 으적으적 씹어 녹였다.

그런 뒤 오토의 입가에 젤리 즙을 천천히 흘려보냈다.

침과 젤리 즙과 물이 섞인 액체라 매우 더럽다 느껴질 수 있었다.

게다가 젤리의 원료를 떠올려 보면, 어지간히 비위가 좋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참기가 힘들 지경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가릴 때가 아니었다.

젤리의 성분을 흡수하지 못하면, 오토는 이대로 심정지로 죽어 버릴지도 모르는 노릇이었다.

사람 목숨이 중요하지, 더럽고 안 더럽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제발 일어나십시오! 제발!’

카미유는 간절히 기원하며, 오토의 입가에 계속해서 젤리 즙을 흘려보냈다.

그 결과.

번쩍.

오토가 눈을 떴다.

“우웨에에에에엑!”

뒤이어 카미유의 얼굴에 토를 했다.

“…….”

졸지에 오토가 토해낸 것을 얼굴에 뒤집어쓰게 된 카미유가 눈을 질끈 감았다.

“으응?”

오토는 지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뭐야? 방금 내가 카미유 얼굴에 ㅌ….”

“조용히… 하십시오.”

카미유가 여전히 눈을 질끈 감은 채 대답했다.

“내가 토를 한 것 같….”

“그냥 아무 말도 하지 마십시오.”

“…으응?”

“하.”

카미유가 긴 한숨을 토해내며 품속에서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문질러 닦았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욕이라도 했을 텐데, 카미유는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꾹 참았다.

“깨어나셔서 다행입니다.”

카미유가 오토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이대로 승하하시는 줄 알았습니다.”

“여기서 죽을 순 없지.”

오토가 카미유가 내민 손을 맞잡고 몸을 일으켰다.

“나 근데 기절했던 건가? 기억이 잘 안 나서.”

“심정지셨습니다.”

“아?”

“겨우 살려냈습니다.”

“그, 그래?”

“복귀하시면 어르신께 감사하십시오.”

“아.”

오토는 그제야 상황을 파악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힘을 너무 과하게 쓰긴 했지.’

막판에 영혼에너지가 모자라서 무리를 좀 했더니 생기, 그러니까 생명력까지 같이 빨려 버린 모양이었다.

‘하여간 위험한 물건이라니까.’

오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카미유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덕분에 살았네. 고마워.”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겸손하긴.”

오토는 피식 웃고는, 카미유와 함께 나란히 걸었다.

“그럼 이제 대홍수는 일어나지 않는 겁니까?”

“아마 그러지 않을까? 데우칼리온이 죽었으니까.”

“그렇다면 정말 다행입니다.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오토와 카미유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저 멀리 카심의 와이번 무리를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털썩!

오토는 몇 걸음 가지 못하고 다시 쓰러져 버렸다.

생명력의 소모가 너무나도 과해서, 완전히 탈진해 버린 것이다.

* * *

이오타 왕국으로 실려 온 오토는 며칠 동안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오토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심장은 뛰었지만, 호흡은 매우 약했다.

생명력의 소모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커서, 어마어마한 후유증을 떠안게 된 것이다.

그렇게 오토가 혼수상태에 빠진 사이.

“생명력의 보충이 시급하다.”

오토를 찾아왔던 엘리제는, 그와 같은 진단을 내렸다.

“젤리로도 부족합니까?”

카미유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생명력의 소모가 너무 커서, 생명력을 담아내는 능력 자체가 매우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

“그 젤리 말이다.”

엘리제가 오토의 치료에 쓰인 젤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더욱 강력하게 만들 순 없는 건가?”

“예?”

“지금 약혼자를 치료하려면, 지금 젤리의 약효의 10배 이상이 필요하다.”

“그, 그건.”

카미유는 당황했다.

젤리는 죽어가는 사람도 되살려낼 수 있는 영약으로서, 이 세상에 이보다 더욱 강력한 약효를 가진 치료제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 젤리보다 10배나 더 강력한 약효를 가진 영약이 필요하다?

그렇다는 말은, 오토를 살리는 게 불가능하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젤리보다 더욱 강력한 약효를 지닌 치료제를 어디 가서 찾는다는 말인가?

“아가씨, 그 말씀은….”

“혹시 젤리의 원료가 뭔지 아나?”

“원료 말씀이십니까?”

“원료를 원액 그대로 먹인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순간.

“…….”

“…….”

“…….”

오토의 침대를 지키던 모든 이들이 침묵에 빠졌다.

‘원료라면… 헉!’

‘그, 그걸 먹여야 한다고?!’

‘맙소사.’

이오타 왕국의 수뇌부들이라면, 젤리의 원료가 무엇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왜들 그런 반응인가.”

엘리제가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카미유가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사실 젤리의 원료가….”

“……?”

“…입니다.”

카미유가 엘리제의 귓가에 젤리의 생산자(?)가 누구인지 이야기해 주었다.

“…….”

엘리제는 순간 말문이 막혀 아무런 말도 못했다.

설마하니 젤리가 그런 것(?)으로 만들어졌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그만 할 말을 잃어버린 것이다.

“어, 어쨌든 다행이다.”

뭐가 다행인데?

“원료가 확실하다면… 약혼자를 치료하는 건 그,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

다행인 거 맞아?

“일단 알아보겠습니다.”

카미유가 미소를 지으며 병실을 나섰다.

넌 또 왜 웃는데?

* * *

이틀 후.

비장한 표정으로 오토의 침상에 모인 이들은 올리브의 손에 들린 대접과 오토를 번갈아 보고 있었다.

올리브는 아주 조심스러운 자세로 카미유의 도움을 받아 오토의 입을 살짝 벌린 뒤 젤리 원액(?)을 조심스레 흘려 넣었다.

모두가 이 광경을 숨죽인 채 지켜보길 잠시.

꿀꺽.

“음냐 음냐. 초코우유…”

“오오!!”

“차도가 있습니다, 엘리제 님!”

원액(?)이 흘러들어가고 얼마 뒤, 오토로부터 반응이 있던 것이다.

다시금 조용해지긴 했지만, 오토의 상태가 좋아진 것은 확실했다.

그렇게 신이 난 오토의 충신(?)들은 그날 원액 한 대접을 다 먹이고 말았다.

* * *

다음날.

“…으윽.”

한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있던 오토는, 문득 정신이 들어 눈을 떴다.

“정신이 드십니까?”

카미유가 미소를 지으며 오토를 반겼다.

“여긴….”

“왕궁 내 병동입니다.”

“아.”

“한동안 쭉 혼수상태셨습니다.”

“나… 괜찮은 거야?”

“괜찮을 겁니다.”

카미유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뭐지?’

오토는 순간 카미유의 머리에 작은 뿔이 두 개 나 있는 것 같이 보여서, 눈을 끔뻑끔뻑 떴다 감았다.

“어? 엘리제 님도 계시네요?”

오토는 엘리제가 와 있는 걸 발견하고, 넌지시 말을 건넸다.

“그, 그렇다.”

엘리제가 오토의 시선을 피했다.

“곧 다 나을 거다. 그러니까 조금만 힘내라.”

“네…?”

바로 그때.

“전하, 약 드실 시간이옵니다.”

시녀장 올리브가 나타나 다소곳한 자세로 오토의 곁으로 다가왔다.

어느새 오토를 대하는 올리브의 태도는 180도 달라져 있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오토가 군주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서, 올리브 역시 왕 대접을 해 주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오토는 정말 많이 달라져 있었다.

한낱 시골 영지의 악덕영주에 불과했던 오토는, 어느새 신흥강국의 왕이 되어 있었다.

게다가 만백성의 존경을 받는 성군이라 평가를 받고 있기까지 했다.

그러니 올리브로서는 오토를 인정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전하, 드시고 기운을 차리셔야 하옵니다.”

“으으으으!”

오토는 올리브의 180도 달라진 태도에 경기를 일으키며 괴로워했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뭐 잘못이라도 했나요?”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옵니까? 소녀는 그저 시녀장으로서 최선을 다해 전하를 보필할 뿐이옵니다.”

“으으! 으으으!”

오토는 할 수만 있다면, 당장 침대를 벗어나 올리브에게 무릎을 꿇고 빌고만 싶었다.

올리브의 달라진 태도가 너무나도 낯설어서, 도저히 적응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전하, 약 드실 시간이옵니다.”

올리브는 그런 오토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는, 그릇에 담긴 시커멓고 걸쭉한 액체를 한 숟갈 떴다.

갓 만들었는지, 그 정체불명의 검고 걸쭉한 액체에서는 허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 하시옵소서.”

올리브가 액체를 한 숟갈 떠서 오토의 입가에 가져다 대었다.

“이, 이건 뭐죠?”

“약이옵니다.”

“어떤… 약이죠?”

“전하의 원기를 보충해 줄 명약이옵니다. 그러니 눈 딱 감고 드시옵소서.”

그 순간.

‘뭐지?’

눈치 빠른 오토는 침대를 둘러싼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카미유가 웃고 있었다.

카심과 펭이는 조마조마하다는 듯 안절부절못하고 있었고.

엘리제는 차마 보기 힘들다는 듯 고개를 아예 돌려 버린 상태였다.

“끌끌끌.”

심지어, 평소 코빼기도 비추지 않던 와지르 대공이 흥미롭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웃고 있었다.

‘이, 이건 함정이다!’

오토는 본능적으로 일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어서 여길 빠져나ㄱ….’

바로 그때.

덥석!

올리브가 오토의 턱주가리를 붙잡고, 입을 강제로 벌렸다.

“그억! 어어억! 어어어어억!”

오토가 발버둥 쳤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꽈아아악!

올리브의 악력은 가히 상상 이상이라, 강철조차 맨손으로 찌그러뜨릴 정도.

제아무리 오토라 할지라도 생명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올리브의 그 무시무시한 힘을 버텨낼 수 있을 리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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