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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239화 (240/401)

제239화

순간 바토리는 이게 뭔 개소린가 싶어 눈을 끔뻑이며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

도대체 이게 뭔 소리인지.

‘마정석이랑 이오타 왕국이 무슨 상관이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에르제베트 왕국과 칼리프 왕국은 아주 오랜 시간 거래를 해 온 사이였고, 외교적으로도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 온 나라들이었다.

그렇기에 바토리는 칼리프 왕국의 반응을 더더욱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유가… 뭐라고 하더냐.”

바토리가 신하에게 물었다.

“칼리프 왕국이 어째서 그런 소리를 했느냐는 말이다.”

“예, 전하. 그것이….”

신하가 대답했다.

“칼리프 왕국에서 말하기를, 칼리프 왕국과 이오타 왕국은 피로 맺어진 혈맹이라 하옵니다.”

“혈맹…?”

“예, 전하. 이오타 왕국은 그 어떠한 나라와도 비교할 수 없이 소중한 혈맹이라, 그런 나라에 무역 제재를 가하는 본국에 마정석을 수출할 수 없다 하였사옵니다.”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이냐? 이오타 왕국과 칼리프 왕국이 어째서 혈맹이 될 수 있다는 것이야?”

바토리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오타 왕국은 갑자기 툭 튀어나온 신흥강국이라, 국제적으로 큰 활약을 한 적이 없었다.

게다가 내륙국가인지라, 바다 건너 자리한 칼리프 왕국과는 접점이 더더욱 없기도 했다.

그런데 무슨 혈맹이란 말인가?

바토리의 입장에서는 개 풀 뜯어먹는 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이오타 왕국과 칼리프 왕국 사이에 본국이 모르는 은밀한 관계가 있는 것이냐?”

“그것은 잘 모르겠사옵니다. 두 나라의 관계에 대해 파악된 바가 전혀 없사옵니다.”

“으음.”

바토리는 분노를 억누르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칼리프 왕국에 특이사항이 있긴 했었지.’

바토리가 알기에, 칼리프 왕국의 왕세자 살라딘이 순교하고 왕세손이 차기 술탄으로 지목되었다고 했다.

‘그 과정에 이오타 왕국이 개입했다는 말인가?’

그렇게밖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게 아니고서야 칼리프 왕국과 이오타 왕국이 밀접한 관계를 가질 만한 계기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비열한 배신자들 같으니.”

바토리가 이를 부득 갈았다.

“그간 본국과 쌓아 온 우호적인 관계를 깨고, 이오타의 편을 들다니. 참으로 배은망덕한 놈들이로다.”

“그, 그러하옵니다.”

“이 괘씸한 놈들 같으니.”

바토리는 분노에 치를 떨었다.

그렇다고 해서 칼리프 왕국과의 마정석 거래를 엎어 버리지는 못했다.

시기가 너무나도 절묘했다.

만약 이 사실을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미리 다른 수입처를 찾아봤을 터였다.

여름부터 마정석을 적극적으로 수입해 비축을 많이 해 놓으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겨울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

이제 와 다른 수입처를 알아보기엔 가격도 가격이거니와, 물량 수급도 쉽지 않을 게 분명했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다는 말도 있듯이, 믿었던 칼리프 왕국이 이렇게 나오자 엄청나게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것이다.

칼리프 왕국과 이오타 왕국이 서로 혈맹인지 전혀 몰랐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부들부들…!!!

바토리는 이를 악문 채 분노했다.

하지만 딱히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

지금 칼리프 왕국에서 마정석을 수입하지 않으면, 올 겨울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는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칼리프 왕국에… 전하라.”

바토리가 씹어내듯 입을 열었다.

“이오타 왕국에 대한 무역 제재를 풀어줄 터이니… 예정대로 마정석을 수출하라고.”

“예, 전하.”

결국, 바토리는 이오타 왕국에 대한 무역 제재를 풀 수밖에 없었다.

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자원이자 전략물자인 마정석은 철혈의 암사자라는 바토리마저도 굴복시킬 수 있는, 매우 위협적인 무기였던 것이다.

* * *

한편, 오토는 이오타 왕국에서 매우 편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에르제베트 왕국이 무역 제재를 가해서 괴롭히고 있었지만, 오토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룰루랄라.”

서류를 들여다보는 오토의 입에서는 흥겨운 콧노래까지 흘러나오고 있었다.

“기분이 좋아 보이십니다.”

카미유가 오토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당연히 좋지.”

오토가 씩 웃으며 대답했다.

“지금쯤 우리 암사자님께서 엄청나게 화가 나셨을걸? 큭큭큭!”

“……?”

“소식이 들릴 때가 됐는데.”

때마침 전령이 찾아와 오토에게 소식을 전했다.

“전하, 에르제베트 왕국에서 가한 무역 제재를 풀었다고 하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오토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대꾸하고는, 전령을 돌려보냈다.

“어떻게 하신 겁니까?”

“뭐가?”

“무역 제재 말입니다.”

“아, 그거.”

오토가 카미유의 물음에 대답했다.

“압둘 2세한테 편지를 보내서 에르제베트 왕국에 마정석 수출하면 죽여 버리겠다고 말했어.”

“…….”

“마수드한테는 부탁한다고 보냈고. 후후후.”

카미유는 그제야 오토가 어떤 마법을 부렸는지 깨달았다.

오토는 칼리프 왕국 사람들에게 대천사로 오해(?)를 받고 있었다.

살라딘이 승천할 때 경전을 건네준 존재로서, 신의 대리인이라고 여겨졌던 것이다.

그러니 오토의 한 마디면 칼리프 왕국이 에르제베트 왕국과 거래를 중단해 버리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어느 안전이라고 오토의 말을 거역한다는 말인가?

무려 신의 대리인의 명령인데.

“곧 겨울인데 어디 한번 x돼 봐라. 큭큭큭.”

“……?”

“아주 애간장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괴롭혀 줘야지. 흐흐.”

카미유는 오토가 섬뜩한 미소를 짓자 오싹! 소름이 끼쳐 흠칫 몸을 떨었다.

오토가 저런 표정을 지을 때면 얼마나 악랄한 짓을 저지르는지 경험으로써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 *

그로부터 며칠 후.

“…방금 뭐라 했느냐.”

바토리는 또 다시 제 귀를 의심했다.

“마정석 값을 올려 받겠다고 했느냐?”

“그, 그러하옵니다.”

“이게 말이 되느냐!”

바토리가 버럭 소리쳤다.

“기존에 거래해 오던 가격이 있는데! 한두 푼 올리는 것도 아니고! 무려 2배를 올리는 게 말이 되느냐는 말이다!”

“소, 송구하옵니다! 전하!”

“이… 이이…!!!”

바토리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옥좌의 팔걸이를 내리쳤다.

콰앙!

팔걸이가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나가면서, 옥좌의 절반이 허물어졌다.

“이 개 같은 칼리프 놈들이! 감히 과인을 우롱해!!!”

바토리의 분노는 가히 어마어마했다.

노련한 암사자인 바토리는, 지금 상황이 어째서 벌어진 것인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오토 드 스쿠데리아! 이 개 같은 놈이! 감히 칼리프 왕국을 조종해서 과인을 가지고 놀아?! 이 얼굴만 번지르르한 뺀질이 같은 놈!!!”

바토리는 뒤에 자리한 흑막이 오토라는 걸 100퍼센트 확신했다.

그게 아니고서야 지난 수십 년 동안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 왔던 칼리프 왕국이 이런 변덕을 부릴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식으로 마정석을 가지고 장난을 치면, 당장은 괜찮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칼리프 왕국에 큰 손해였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칼리프 왕국에 대한 신용도가 크게 떨어질 테고, 에르제베트 왕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와의 무역에도 악영향을 끼칠 게 분명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식으로 나온다?

이는 이오타 왕국과 칼리프 왕국의 관계가 단순한 혈맹이 아닌 그 이상이라는 뜻이었다.

돌아가는 정황을 보면 오토 드 스쿠데리아가 칼리프 왕국을 마음대로 조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었던 것이다.

“값을… 올려 주도록.”

결국, 바토리는 이번에도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겨울이 시작되는 시기.

이제 와 다른 수입처를 알아보기엔 너무 늦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며칠 후.

“어떻게든… 내 어떻게든 오토 드 스쿠데리아 그놈을 갈기갈기 찢어 죽일 것이다!!! 반드시!!!”

바토리는 또 다시 분노했다.

어찌나 화가 났느냐 하면, 눈가의 실핏줄이 터져서 피눈물이 줄줄 흐를 정도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칼리프 왕국이 이오타 왕국에 대한 관세를 아예 매기지 않는, 무관세 혜택을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칼리프 왕국은 마정석을 매우 찔끔찔끔 적은 양만을 공급해오고 있었다.

그건 바토리가 약속을 어기는 순간 언제든 마정석의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뜻으로, 허튼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는 경고였다.

“이오타 왕국에 대한 관세를… 매기지 마라.”

바토리는 이번에도 굴복했다.

지금 바토리에게 선택권 같은 건 없었다.

이번 겨울이 지날 때까지, 바토리가 할 수 있는 건 질질 끌려다니는 것뿐이었다.

마정석이라는 자원이 걸린 이상 아쉬운 건 바토리였기 때문이다.

* * *

오토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물 들어올 때 저어야지. 영차, 여엉차.”

오토는 에르제베트 왕국이 무관세 혜택을 제공하자 매우 교활한 방법을 생각해내었다.

“에고 님.”

“예, 전하.”

“에르제베트 왕국이 우리한테 무관세 혜택을 줬잖아요?”

“그렇습니다요.”

“그럼 에르제베트 왕국을 통과하는 물류를 우리 쪽에서 독점하는 건 어때요?”

“……!”

“이번 겨울만이라도 우리 쪽에서 에르제베트 왕국을 통과하는 물류를 독점하면, 단기간에 엄청난 부를 쌓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저, 전하.”

에고가 존경스럽다는 표정으로 오토를 바라보았다.

“어찌 그리 비열하십니까요?”

오토는 어쩌면 불경스럽게 들릴 수 있는 에고의 발언을 전혀 기분 나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토는…… 오히려 좋아했다.

“큭큭큭. 칭찬 감사합니다. 그런 극찬을 해 주시니 부끄럽네요. 후후.”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쿄쿄쿄!”

오토와 에고가 서로 마주 보며 웃었다.

“큭큭큭!”

“쿄쿄쿄!”

카미유는 그런 오토와 에고를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완전히 돈에 미친 악마들 같군.’

카미유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었다.

“…….”

“…….”

호위를 위해 자리를 지키고 있던 기사들 역시 오토와 에고의 그 사악한 모습에 눈을 질끈 감았을 지경이었다.

“그럼, 부탁드립니다. 큭큭큭!”

“알겠습니다요. 쿄쿄쿄!”

오토의 명령을 받은 에고는, 에르제베트 왕국과 거래하는 모든 상단에 연락을 넣었다.

에르제베트 왕국이 이오타 왕국에 무관세 혜택뿐 아니라 자유로운 물류의 이동을 보장했다고.

그러자 상단들은 즉시 이오타 왕국에 자신들의 물건을 위탁했다.

이오타 왕국을 통해 거래하면, 기존에 내던 관세에서 3분의 2 정도의 위탁 수수료로 내면 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오타 왕국은 에르제베트 왕국을 통과하는 거의 모든 물류를 독점하게 되었고, 막대한 금액의 위탁수수료를 챙기게 되었다.

물 들어올 때 영차영차 노 저어야 한다던 오토의 말처럼, 단기간에 천문학적인 무역흑자를 벌어들이게 된 것이다.

이는 에르제베트 왕국이 챙겨야 할 세금을 이오타 왕국이 대신 챙겼다는 이야기였고, 당연히 바토리는 분노에 치를 떨었다.

눈 뜨고 코 베인 기분.

바토리의 입장에선 도둑이 코앞에서 재산을 강탈해 가는데, 그저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나 마찬가지였다.

“두고… 보자.”

바토리는 광기에 찬 눈을 번득이며, 즉시 정보국으로 향했다.

“내 네놈을 결코 가만두지 않을 터이니.”

정보국에 도착한 바토리는 정보국장과 간부들을 들들 볶았다.

이렇게 당하고만 있을 순 없었다.

이오타 왕국 내부에 혼란을 일으키려던 계획을 앞당겨야 했다.

“우리의 공작은 어떻게 되었느냐! 오토 드 스쿠데리아에 적대적인 인물들의 포섭은 끝났는가? 왜 아직 소식이 없느냐는 말이다!”

“예, 전하.”

정보국장이 진땀을 뻘뻘 흘리면서 바토리에게 보고했다.

“현재 오토 드 스쿠데리아에 적대적인 인물들과 다수 접촉하여, 어느 정도 포섭이 끝난 상황이옵니다.”

“그게 정말인가?”

“예, 전하.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옵소서. 조만간 그들로 하여금 오토 드 스쿠데리아를 압박하고, 나아가 반란까지 일으킬 수 있도록 공작을 진행해 보겠사옵니다.”

“좋다.”

바토리는 그제야 겨우 분노를 억누르고, 만족스럽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살기등등해 섬뜩해 보이는 미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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