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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241화 (242/401)

제241화

오토에게 영혼을 강탈당한 첩보원들은, 본국인 에르제베트 왕국에 계속해서 거짓 정보를 보냈다.

오토에게 적대적이었던 반동분자들 역시 거짓 정보에 따른 움직임을 보이며, 에르제베트 왕국 정보국을 교란했다.

덕분에 바토리는 이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전하! 거의 대부분의 인물들과 접촉에 성공했고, 포섭에 성공했다고 하옵니다!”

“그런가?”

정보국장의 보고하자 바토리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로서는 계속해서 오토에게 당하기만 하다가, 되갚아 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

좋아하는 건 당연했다.

“그들에게 지원을 아끼지 마라. 이오타 놈들이 눈치채지 못할 선에서, 돈과 인력을 아끼지 마라. 알겠느냐.”

“물론이옵니다.”

“두고 보자, 오토 드 스쿠데리아.”

바토리는 서쪽에 있을 오토를 생각하며 이를 갈았다.

지금은 이제 막 겨울이 시작되었기에, 에르제베트 왕국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칼리프 왕국이 마정석을 무기로 에르제베트 왕국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인지라, 지금은 대놓고 뭔가를 하기엔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일단은 겨울이 지날 때까지는 이오타 왕국에 간첩들과 반동분자들을 심어 두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것이다.

물론 그마저도 다 간파당했고, 사실은 거짓 정보를 듣고 있었지만 말이다.

“주변국들의 움직임은 어떤가?”

바토리가 정보국장에게 다시 물었다.

“늘 그렇듯 특이사항 없이 정세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사옵니다.”

“좋구나.”

바토리가 흡족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본국은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나라. 본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는 주변국들에 대한 외교, 그리고 정보 공작이 매우 중요한 것이다.”

“지당하신 말씀이옵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 본국을 만만히 보는 자들이 생겨났을 것이다. 감시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명심하겠사옵니다! 전하!”

에르제베트 왕국이 간첩을 이용해 정보 공작을 벌인 건 비단 이오타 왕국뿐만이 아니었다.

바토리는 정보국을 적극 활용해서, 주변 세력들을 알게 모르게 뒤에서 조종하고 있었다.

비록 강대국이지만,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간첩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었다.

괜히 바토리의 진정한 무기는 무력이 아닌 정보전이란 평가가 나오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 * *

한편, 오토 일행은 카심이 지휘하는 와이번 무리를 타고 우르크 평원으로 향했다.

“우르크 평원에는 왜 가는 겁니까?”

카미유가 오토에게 물었다.

“에르제베트 왕국 입장에서 가장 위협적인 상대가 누구야?”

“그야…”

카미유가 대답했다.

“우르크 평원의 오크들 아니겠습니까?”

“근데 뭘 물어?”

“오크들을 포섭해서 에르제베트 왕국을 공격하게끔 만드시려는 겁니까?”

“좀 달라.”

오토가 고개를 저었다.

“포섭이라고 하면 좀 그렇고. 그냥 친구가 되려는 거지.”

“친구… 말씀이십니까?”

“응.”

“오크가 친구가 될 수 있는 종족이었습니까?”

카미유가 그렇게 말한 이유는, 이 세계의 오크들이 매우 야만적이고 포악한 종족이기 때문이었다.

“될 수 있지.”

오토가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는 듯 대답했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데?”

“예에?”

“뭘 모르네. 쯧쯧.”

오토가 한껏 으스대며 말했다.

“오크란 말야. 생각보다 꽤 괜찮은 놈들이거든. 의외로 순박한 면도 있고. 의리도 있는 편이고. 솔직히 말해서 인간보다 나을 때도 많은데?”

“그걸 저더러 믿으라는 겁니까?”

“이래서 선동과 날조가 무섭다니까.”

“……?”

“오크 만나 본 적 있어?”

“없습니다.”

“근데 그걸 어떻게 알아?”

카미유는 순간 말문이 막혀 대답하지 못했다.

실제로, 오크는 만나기가 매우 어려운 종족 가운데 하나였다.

아주 옛날.

오크는 대륙 곳곳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종족이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오크들이 사람을 잡아먹고 죽이는 일들이 빈번하게 벌어지면서, 대륙인들은 대대적인 토벌에 나섰다.

오크들을 지적생명체가 아닌 몬스터로 취급한 것이다.

덕분에 오늘날 오크들은 우르크 평원을 터전 삼아 모여 살게 되었고, 대륙에서는 더는 오크들을 찾아보기가 힘들게 되었다.

“들리는 얘기가 있지 않습니까.”

카미유가 입을 열었다.

“오크들에 대한 이야기 말입니다.”

“그래서?”

“오크들은 기본적으로 매우 사납고 흉포한데다가, 식인을 꺼리지 않는 종족이잖습니까.”

“봤어?”

“예…?”

“오크가 사람 잡아먹는 거 본 적 있냐고.”

카미유는 이번에도 말문이 막혔다.

오크가 사람을 잡아먹었다는 기록은 역사서에서 매우 흔하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을 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인다.”

오토가 입을 열었다.

“오크에 대한 선입견은 누군가 악의적으로 씌운 누명이라는 생각, 해 본 적 없어?”

“……?”

“오크는 호전적이고 용맹한 종족이지만. 그렇다고 야만스러운 종족은 아니야. 오히려 전사로서의 명예를 중시하는 종족이지. 사람 같은 거, 안 잡아먹어.”

“무슨 말씀이십니까?”

“쉽게 말해서 오크에 대한 선입견은 옛날 사람들이 만들어 낸 실체 없는 공포 같은 거라고.”

“그게 정말입니까?”

“응.”

오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우리 인간들과의 영역 다툼에서 밀린 거야. 아주 옛날에는 대륙 곳곳에서 무리를 짓고, 부족을 이루면서 살았거든.”

“음.”

“그러다 보니 우리 인간들과 이런저런 마찰이 생길 수밖에 없었어. 서로 문화와 관습이 다르니까.”

“그래서 어떻게 된 겁니까?”

“뭘 어떻게 되긴 어떻게 돼. 인간들이 대대적으로 오크 토벌에 나섰고, 살아남은 오크들이 우르크 평원에 자리를 잡은 거지.”

“그런 걸 어떻게 아시는 겁니까? 사람들은 모르는 정보잖습니까.”

“그러니까 평소에 독서 좀 하란 말야, 독서 좀.”

“……?”

“선동과 날조가 가득한 승자들의 기록 말고. 사실이 적혀 있는 책들이 얼마나 많은데.”

…라고 말하긴 했지만 당연하게도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오토는 오크란 종족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었지만, 그건 책을 통해서 습득한 정보가 아니었다.

게임 영지 전쟁의 주인공 캐릭터인 100인 군주들은 인간들만 있지 않았다.

사악한 언데드인 나즈락과 펭족의 왕자 펭이처럼 인간이 아닌 군주들도 여럿 있었다.

그래서 오크인 군주도 존재했고, 당연히 오토도 그 캐릭터를 플레이해본 경험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오크들의 역사에 대해 잘 알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내 말이 뻥 같으면 직접 가서 만나 봐. 그럼 알게 될 거야. 오크들이 얼마나 괜찮은 종족인지.”

“알겠습니다.”

카미유는 독서 좀 하라는 오토의 말에 솔직히 억울했지만, 일단은 꾹 참았다.

평소 오토가 책을 들여다보는 꼴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 * *

야심한 밤.

오토 일행은 쥐도 새도 모르게 우르크 평원의 어느 인적 드문 장소―원래 인적이라고는 없지만―에 착륙했다.

와이번들은 야간비행에도 매우 능했고, 기본적으로 활강 비행을 하는지라 소음도 거의 없었다.

즉, 은밀하게 침투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이동수단이었던 것이다.

“일단 숨어서 대기하세요. 필요하면 신호탄을 터뜨리겠습니다.”

“예, 전하.”

오토의 명령을 받은 카심은 와이번 무리를 이끌고 날아올라 어디론가 사라졌다.

와이번들과 함께 숨어 있을 적당한 장소를 찾아 떠난 것이다.

“이제 어떡합니까?”

“어떡하긴.”

오토가 카미유의 물음에 대답했다.

“저기.”

오토가 저 멀리 불이 켜진 군락을 가리켰다.

그곳은 딱 봐도 오크들이 득실득실할 것 같았다.

못해도 최소 몇만 단위의 오크들이 있을 것 같은, 도시였던 것이다.

“가서 족장을 만날 거야.”

“족장… 말씀이십니까?”

“응.”

오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그람이라고. 꽤 괜찮은 사람… 이 아니라. 꽤 괜찮은 오크야.”

“아는 사입니까?”

“어쩌면?”

오토는 그렇게 대답하고는 나 홀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녀올 테니까 여기서 대기해.”

“혼자는 안 됩니다.”

“혼자 움직이는 게 편해.”

“아.”

카미유는 오토의 두 눈이 초록색으로 물들어 있는 걸 보고 고집을 꺾었다.

오토의 투시 능력은 엄청나서, 밤에는 거의 유령에 가까운 기동이 가능했다.

카미유가 같이 움직이는 게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을 만큼.

“별일 없을 테니까 걱정 마. 다녀올게.”

“그럼,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위험해지면 언제든 신호탄을 터뜨리셔야 합니다.”

“알겠어.”

오토는 그렇게 말하고는 즉시 오크들의 도시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날 건드렸으면 대가를 치러야지.’

오토는 바토리를 떠올리며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차근차근 무너뜨려 줄게.’

이곳 우르크 평원은 에르제베트 왕국에게 있어 가장 큰 경계 대상이었다.

오크들은 전투력이 매우 뛰어난 종족이라서, 만약 전쟁이 벌어지게 되면 엄청나게 위협적인 상대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에르제베트 왕국은 먼 옛날부터 알게 모르게 우르크 평원에 개입을 해 왔고, 정세를 뒤에서 조종하고 있었다.

즉, 이곳 우르크 평원에 사는 오크들은 자신들이 에르제베트 왕국의 손아귀에 놀아나는지도 모른 채 살아왔던 것이다.

오토는 그 체계를 깰 생각이었다.

‘우르크 평원에 대한 통제력을 잃으면 어떻게 반응할까? 아주 볼만하겠지?’

오토는 오크들로 하여금 에르제베트 왕국의 더럽고 비열한 공작을 깨닫게 해 줄 생각이었다.

그렇게 되면, 에르제베트 왕국은 이오타 왕국뿐 아니라 우르크 평원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일 터.

‘손이 열 개라도 부족하게 만들어 주지. 후후후.’

제아무리 강대국이라도 신경 쓸 곳이 하나둘 늘어나다 보면, 결국엔 무너지게 되는 법.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오토는 바토리가 경제 제재, 그리고 정보전으로 자신을 엿 먹이려 했던 걸 똑같은 방식으로 되갚아줄 생각이었다.

오토 역시 전쟁을 벌이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은 마찬가지이기도 했고.

* * *

야심한 밤.

천둥발굽 부족의 족장 바그람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언제까지 우리 오크들은 이렇게 서로 싸우기만 해야 하는가.’

우르크 평원에서 가장 거대한 두 개의 세력 중 하나인 천둥발굽 부족의 족장으로서, 바그람의 고민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중 가장 큰 고민은, 수백 년 동안 계속된 내전이었다.

오크들은 이곳 우르크 평원에 자리를 잡은 이후 서로 화합하기는커녕, 서로 끝도 없이 싸워 대며 동족상잔의 비극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나마 10년 전에는 크고 작은 부족들 간에 평화로운 분위기가 조성된 적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어떠한 사건이 벌어지면서, 우르크 평원은 다시 피 튀기는 싸움이 벌어지는 분쟁지역으로 돌변하고 말았다.

바그람은 천둥발굽 부족의 족장으로서, 이러한 정세를 매우 개탄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수백 년 전 인간들에 의해 이곳 우르크 평원으로 쫓겨났으면, 같은 종족끼리 서로 화합해도 모자랄 판국이었다.

그런데 허구한 날 서로 싸워 대기 일쑤이니 그 답답함이란 이루 표현할 길이 없을 지경이었다.

“투리안. 취익. 내 동생아. 너는 어찌하여. 췩.”

바그람이 자신의 친동생을 떠올리며 한탄하던 중.

“잠깐 얘기 좀 할까.”

“……!”

바그람은 홀연히 나타난 금발의 미남자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인간?!’

바그람의 손이 번개처럼 도끼를 찾던 그때.

“진정하고.”

금발의 미남자가 자신의 허리춤에서 검을 풀어 바닥에 내려놓았다.

“싸우러 온 게 아냐.”

“으음.”

바그람은 매우 놀랐지만, 금발의 미남자가 보란 듯 무기를 내려놓는 걸 보고 움직임을 멈췄다.

인간도 마찬가지겠지만, 오크들 사이에서 무기를 내려놓는다는 건 싸울 의지가 없음을 표현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정체가 무엇이냐. 취익.”

바그람이 물었다.

“진실을 알려 주러 온 사람.”

오토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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