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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245화 (246/401)

제245화

게임 영지 전쟁의 핵심 아이템이 되는 성물은 물건만 있는 게 아니었다.

성물의 형태는 매우 다양했다.

벽돌이 될 수도, 석상이 될 수도, 배가 될 수도 있었다.

또한, 동물이나 사람의 형태를 가진 성물도 있었다.

즉, 성물은 단순한 물건이 아닌 아주 신비한 힘이 담겨 있는 무언가를 통틀어서 가리키는 말이었던 것이다.

“차, 차우차우를 찾으러 가자고? 같이? 취익?”

“응.”

오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천둥산 꼭대기에 잠들어 있다니까?”

“하, 하지만. 취익.”

바그람의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천둥산은 접근이 불가능하다. 취익. 중턱까지면 몰라도. 췩. 꼭대기에 도달하는 건….”

“가능해.”

“취익?”

“방법이 있어.”

“취, 취익! 그게 정말인가! 췩!”

바그람의 눈이 크게 떠졌다.

“정말로 천둥산 꼭대기에 갈 방법이 있는 거냐! 취익!”

“있지.”

오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쉽진 않겠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냐.”

“취이이익!”

“어때? 해 볼래?”

오토가 바그람에게 제안했다.

“취이익! 좋다! 차우차우가 있다는데! 취익! 당연히 도전해야지! 취익!”

“좋아.”

오토가 흡족하다는 듯 미소를 피워 올렸다.

“그럼 며칠 이따 가자. 바로 갈 순 없고. 준비가 좀 필요하니까.”

“취익! 알겠다!”

“대신 조건이 있어.”

“취익?”

“차우차우를 찾는 걸 도와주는 대신 우리랑 동맹, 아니 혈맹을 맞는 거야. 절대 서로를 배신하지 않는.”

“취익!”

그러자 바그람이 대답했다.

“우리 오크들은 절대로 은혜를 잊는 종족이 아니다. 취익. 이미 우리 오크들은 너에게 큰 은혜를 입었다. 이미 우린 혈맹이다. 차우차우까지 찾아줄 필요까지도 없다. 취익.”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면 나로서는 정말 고맙지.”

“취익. 정말이다. 네가 아니었다면 악마의 자식들을 구분해 내지 못했을 것이다. 췩. 그러니 혈맹을 맺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취익.”

오크들은 드워프들만큼이나 의리에 죽고 사는 종족.

드워프들과 마찬가지로, 한번 은혜를 입었으면 절대 잊는 법이 없었다.

상대가 그 누구라 할지라도.

“좋아.”

오토가 미소를 지었다.

“그럼 우리 이오타 왕국과 너희 천둥발굽 부족은, 앞으로 혈맹으로서 좋은 관계를 이어 나가는 거야.”

“취익, 물론이다. 그리고.”

바그람이 덧붙였다.

“나 천둥발굽 부족의 족장 바그람은. 취익. 너, 이오타 왕국의 국왕 오토 드 스쿠데리아를 친구로 인정한다. 취익, 췩. 다른 인간들은 믿을 수 없어도, 너만큼 믿을 수 있다. 취익.”

“한잔 하자.”

오토가 바그람을 향해 잔을 내밀었다.

“취익. 좋다.”

바그람이 오토가 내민 잔에 자신의 잔을 가져다 대었다.

건배.

벌컥벌컥!

오토와 바그람은 잔에 든 맥주를 단숨에 비우며, 친구의 인연을 맺은 걸 기념했다.

수백 년 만에 처음으로 인간과 오크가 친구가 된 것이다.

* * *

다음 날.

오토는 바그람과 그 친위대원들과 함께 남쪽으로 향했다.

두두두두두두두두!!!

남쪽으로 향하는 오토 일행은 그야말로 폭주한 불도저와 같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뀌익!”

“뀌이이익!”

천둥발굽 부족은 <스팀보어>라 불리는 거대한 멧돼지를 길들여 탈것으로 타고 다녔다.

그런 스팀보어들의 덩치는 어지간한 들소만큼이나 컸고, 그 돌파력은 가히 탱크와도 같았다.

천둥발굽이라는 부족의 명칭도 스팀보어를 타고 내달릴 때 나는 소리가 마치 천둥과 같다 해서 지어진 거였고.

단점이라면 지구력이 영 좋지 못했다.

스팀보어들은 30분 이상은 달릴 수가 없었다.

30분을 달리면 적어도 5분에서 10분 정도는 쉬어 줘야 해서, 장거리 여행에는 그리 적합하지 못했다.

그래서 오토는 그냥 와이번을 타고 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몇 시간 전.

“취, 취익?!”

와이번을 타고 가자는 오토의 말에, 바그람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와이번을 타고 가자는 거냐? 취익?”

“그게 빠르잖아.”

“취, 취익.”

바그람은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안절부절못했다.

그건 바그람의 친위대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괜찮아. 일단 타 봐.”

“취, 취익.”

오토는 오크들이 괜히 낯설어서 그런다고 생각하고, 그들을 일단 와이번에 태웠다.

하지만 그건 명백한 실수였다.

“취, 취이이이익!”

“취이이이이이이이익!”

오크들은 고소공포증이 엄청나게 심했다.

토하고, 기절하고, 심지어 두려움에 오줌을 줄줄 싸는 등 비행 시작 1분 만에 모두 전멸해 버리고 말았다.

“제, 제발 내려주면 안 되겠나? 취익? 취이이이이익?!”

심지어, 바그람마저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벌벌 떨었을 정도.

‘고소공포증은 그냥 종특이구나.’

오토는 오크라는 종족이 타고난 고소공포증 환자들이라는 걸 깨닫고, 비행을 포기했다.

억지로 와이번에 태워서 사고가 날 바에야 차라리 스팀보어를 타고 육로로 이동하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이틀을 달려 도착한 곳은, 우르크 평원 남부에 자리한 <기괴한 숲>이었다.

기괴한 숲은 이름 그대로 매우 기괴한 숲이었다.

온갖 종류의 악령들, 그리고 식물형 몬스터들이 득실대는 던전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실제 게임상에서도 던전 역할이었다.

바그람으로 플레이하다 보면, 이곳 기괴한 숲에서 사냥하며 레벨을 올리고 아이템도 파밍하게 된다.

게다가 천둥산 꼭대기까지 가려면, 반드시 이곳 기괴한 숲에서 특정 아이템을 얻어야만 했다.

오토가 바그람을 괜히 이곳 기괴한 숲에 데려온 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만큼 기괴한 숲은 바그람에게 있어 매우 중요한 장소였다.

“취익. 이곳은 위험한 곳이다.”

바그람은 행선지가 기괴한 숲이었단 걸 깨닫자마자 오토를 돌아보았다.

“나도 알아.”

“취익?”

“우리가 찾아야 할 것들이 있어.”

“그게 뭐냐? 취익?”

“일단 가보면 알아. 숲 중심부까지 가야 하니까, 빨리 가자.”

“취익, 알겠다.”

마음 같아선 와이번들을 타고 숲 중심부까지 가고 싶었지만, 그건 불가능했다.

기괴한 숲은 우거진 나무가 숲 전체를 뒤덮고 있는 데다가, 어떤 곳은 마치 동굴처럼 나무들이 뒤엉켜 있었다.

게다가 숲 전체에 기이한 마력이 흐르고 있어서, 와이번들이 제대로된 비행을 하지 못했다.

즉, 숲의 초입부터 뚫고 들어가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숲에 들어간 오토 일행은, 불과 30분도 채 되지 않아 공격을 받았다.

촤락!

촤라라라라라락!

도무지 그 숫자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흡혈박쥐들이 오토 일행을 습격해 왔던 것이다.

* * *

오토가 기괴한 숲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사이.

덜그럭, 덜그럭.

와지르 대공은 마차를 타고 이동하고 있었다.

이오타 왕국의 외교관으로서 순회공연을 시작한 와지르 대공은, 에르제베트 왕국의 주변 세력들을 차례차례 회유하고 포섭해 나갔다.

근거는 확실했다.

에르제베트 왕국이 이오타 왕국과의 무역 분쟁에서 완패를 당하고 쩔쩔 매는 모습을 보인 덕분에, 주변 세력들은 와지르 대공의 설득이 꽤나 구미가 당기는 눈치였다.

그간 에르제베트 왕국의 횡포가 이만저만이 아니었기에, 주변 세력들로서는 이때다 싶어 이오타 왕국 쪽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냈던 것이다.

물론 주변 세력들에는 에르제베트 왕국이 심어 놓은 인물들이 많았다.

그들은 대놓고 매국노이거나, 혹은 두려움 때문에 에르제베트 왕국에 친화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끌끌.”

와지르 대공은 지난 며칠 동안의 행적을 떠올리며, 가소롭다는 듯 울었다.

‘어지간히도 많이 심어 놨더군, 바토리. 끌끌. 아주 제법이야.’

와지르 대공은 누가 에르제베트 왕국이 심어 놓은 간첩인지, 누가 에르제베트 왕국에 친화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애초에 정치·외교·행정의 달인은 와지르 대공으로서는 에르제베트 왕국이 어떤 식으로 주변 세력들을 조종하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왜?

지금 에르제베트 왕국이 주변 세력들을 제어하는 방식이 과거 와지르 대공이 직접 쓴 논문에서 자세히 다뤘던 내용이었으니까.

그걸 바토리는 매우 훌륭한 방법으로 실천해내고 있었다.

와지르 대공마저 감탄할 만큼.

‘확실히 수완은 대단하다만. 끌끌끌.’

하지만 와지르는 그런 바토리가 가소롭다는 듯 여유롭기만 했다.

‘아무리 큰 경제력을 가지고 있다 한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주제에 그렇게 강압적인 외교를….’

바로 그때.

“히이이이이이잉!”

“히이이이잉!”

말들이 부르짖는가 싶더니 마차가 멈춰 섰다.

와지르 대공은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마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쏴아아아아아!

밖에는 거센 비가 쏟아지고 있었고, 정체불명의 기사들이 마차를 둘러싸고 있었다.

“흠.”

와지르 대공은 상황을 파악하고는, 흥미롭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입니까?”

여성치곤 거대한 덩치를 지닌 여성이 와지르를 뒤따라 마차에서 내렸다.

180센티미터가 넘는 키.

100킬로그램이 넘는 근육질 몸매.

키가 엄청나게 큰 것은 아니었지만, 어지간한 남자들조차 감히 명함도 내밀지 못할 압도적인 체급이었다.

“아무래도 이 늙은이가 뒈지길 바라는 앙큼한 여왕이 하나 있는 모양일세. 끌끌끌.”

“그렇습니까?”

거구의 여성.

올리브가 슥 나섰다.

“…….”

“…….”

“…….”

마차를 둘러싼 정체불명의 기사들이 아무 말 없이 쇠몽둥이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날이 선 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왜?

날이 서 있는 무기를 사용하면 사고사로 위장하기 어려워지니까.

“몽둥이라.”

올리브가 가소롭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소매를 걷어붙였다.

“감히 본 시녀장 앞에서 몽둥이를 들었다라.”

와지르가 올리브에게 말했다.

“거 살살하게, 살살. 굳이 험한 꼴까지는 보지 말고.”

“알겠습니다.”

“끌끌. 그럼 이 늙은이는 기다리겠네.”

와지르 대공은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마차 안으로 들어가 품속에서 시가를 꺼내 불을 댕겼다.

“후우.”

뿌연 시가 연기가 자욱하게 뿜어졌다.

“어지간히도 마음이 급했나 보군. 끌끌끌. 이런 악수를 두다니. 이러면 이 늙은이가 더 집요하게 자넬 괴롭히고 싶어지질 않겠나. 끌끌.”

그러는 사이.

툭!

투둑!

올리브의 상의가 부풀어 오른 근육을 버티지 못하고, 여기저기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꿈틀꿈틀!

부풀어 오른 올리브의 팔뚝이 마치 살아 있는 듯 요동쳤다.

“모두.”

올리브가 한 발걸음을 떼어 놓았다.

쿠웅!

그러자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뒤흔들리는 듯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반으로 접어 주마.”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올리브가 총알과도 같은 속도로 튀어나가 가장 앞에 있던 적을 냅다 들이받았다.

올리브에게 들이받힌 적은, 외마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저 멀리 날아갔다.

그리고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즉사.

단 한 번의 몸통박치기에 황천길로 가 버린 것이다.

“……!”

“……!”

“……!”

그 광경을 본 기사들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올리브에게 들이받혀 죽은 기사는, 갑옷째로 찌그러지고 함몰되어 있었다.

심지어 몸이 기괴한 각도로 꺾여 있기까지 해서, 이게 현실인지 아닌지 구분이 가지 않을 지경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들이받았기에 판금갑옷으로 무장한 기사를 단 한 방에 이런 꼴로 만들어 버린단 말인가?

하지만 놀라기엔 아직 일렀다.

덥석!

올리브가 한 손으로 다른 기사의 투구를 움켜쥐더니, 손아귀에 힘을 더했다.

그 결과.

퍽.

투구가 찌그러지더니, 이윽고 기사의 머리가 터져 버렸다.

손아귀 힘만으로 사람 머리를 터뜨려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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