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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249화 (250/401)

제249화

번쩍!

우르르릉… 콰아앙!!!

천둥산은 이름 그대로 천둥·번개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산이었다.

아직 본격적인 등산을 시작하기 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산 중턱에서부터 쉴 새 없이 벼락이 내리치고 있었다.

그래서 와이번을 타고 천둥산 꼭대기까지 가는 건 불가능했다.

쉴 새 없이 벼락이 내리치는 하늘을 비행하는 건 매우 위험한, 사실상 자살행위였다.

제아무리 와이번이라 할지라도 벼락을 맞게 되면 최소한 기절하는 걸 피할 수 없을 테고, 재수 없으면 즉사하는 수도 있었다.

그래서 오토 일행은 뚜벅뚜벅 걸어서 천둥산을 올라야만 했다.

등산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천둥산은 그리 높은 산이 아니고, 그렇다고 지형이 험준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산의 각도 또한 무난해서, 체력적인 부담이 큰 것도 아니었다.

물론 등산로가 개척되어 있지 않아서 등반 난이도가 매우 높기는 했지만, 오토 일행에게 있어 그런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오토 일행은 평범한 사람들의 범주를 넘어선 강자들. 등산로의 유무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등산이 힘든 건 오직 벼락 때문이었다.

번쩍!

쾅!

본격적으로 산에 오르기 시작한 오토 일행의 코앞으로 번개가 내리쳤다.

쩍!

쩌어억!

커다란 고목이 반으로 쪼개지며, 활활 불타올랐다.

“……!”

“……!”

“……!”

일행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천둥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등산 시작부터 코앞으로 번개가 떨어질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제 산기슭에 불과했다는 것.

아직 중턱에 도달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가까운 곳에 번개가 떨어질 줄이야.

번쩍!

쾅!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시작에 불과했다.

몇 걸음 더 걸었는데, 또다시 번개가 내리쳐 커다란 아름드리나무를 쪼개 놓았다.

“다들 망토 걸쳐, 망토. 걱정하지 말고.”

오토가 가장 먼저 <고무고무 망토>를 걸치더니,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바로 그때.

번쩍!

쾅!

또다시 내리친 번개가 오토를 강타했다.

“으갸갹!”

오토는 살짝 주춤하며 어질어질 어지러워했지만, 심한 타격을 입지는 않았다.

번개를 맞았음에도, 마치 고무로 된 망치로 살짝 얻어맞은 것 같았다.

“봤지? 망토 입으면 괜찮아. 좀 어질어질하긴 한데. 살짝 그런 거니까. 한 100대 연속으로 맞는 거 아니면 아무렇지도 않을 거야.”

오토가 별것 아니라는 듯 으쓱 말했다.

“오오오!”

“오오!”

“취이이익!”

동료들은 오토가 고무고무 망토의 사용법을 보여 주자 크게 감탄했다.

망토가 무려 번개를 막아 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제아무리 뛰어난 방어구를 입는다 한들 번개를 맞고도 멀쩡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매혹목의 수액을 이용해 만든 고무고무 망토는, 번개뿐 아니라 전기와 관련된 모든 공격 마법에 대한 내성이 있었다.

오토가 괜히 천둥산 공략에 앞서 그 역겨움을 참고 매혹목 수액을 채취한 게 아니었던 것이다.

“다들 안심하고 움직여. 번개 맞으면 호들갑 떨지 말고, 빨리 정신만 차리면 돼.”

오토는 그렇게 말하고는,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 * *

고무고무 망토를 입은 덕분에, 오토 일행의 등산은 매우 순조로웠다.

번쩍!

우르릉… 쾅!

쉴 새 없이 천둥·번개가 내리쳤지만, 오토 일행 중 다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가끔 번개에 맞아 잠깐 기절하거나 어지러워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고무고무 망토를 입은 덕분에 모두 무사했다.

그렇게 산 중턱에 도달했을 즈음.

번쩍! 번쩍! 번쩍! 번쩍! 번쩍!

빗발치는 번개의 양이 족히 10배는 늘어났다.

천둥산이란 이름에 걸맞게, 높이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내리치는 번개의 양이 많아졌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거대한 수사슴들이 나타나 오토 일행을 향해 푸릉푸릉 콧김을 뿜어내었다.

벼락뿔 수사슴.

오직 이곳 천둥산에만 서식하는 이 변종 사슴들은, 어지간한 맹수보다 강력할뿐더러 매우 호전적인 괴물들이었다.

게다가 덩치 또한 사슴의 범주를 넘어서서, 거의 버팔로만큼이나 거대했다.

이미 육체적 스펙이 곰도 때려잡고도 남는 수준이었지만, 벼락뿔 사슴이 진짜 무서운 이유는 따로 있었다.

파직!

파지지지지직!

벼락뿔 수사슴들이 오토 일행을 향해 전류를 뿜어내었다.

수사슴들의 뿔에서 뿜어져 나온 전류는 번개만큼이나 강력…… 하기는 개뿔.

“간지러워라.”

오토는 벼락뿔 수사슴들이 뿜어내는 전류를 맞고도 끄떡도 하지 않았다.

고무고무 망토를 입고 있어서, 전기 계열 공격에는 거의 면역이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푸릉!”

“푸르르릉!”

화가 난 벼락뿔 수사슴들이 콧김을 내뿜으며 오토 일행을 향해 돌진해왔다.

“응~ 느려~”

오토는 매우 여유롭게 벼락뿔 수사슴들의 돌진을 피해내고는, 검을 휘둘렀다.

서걱!

벼락뿔 수사슴 한 마리의 뿔이 잘려 나갔다.

“푸릉? 푸르르르릉!!!”

뿔이 잘린 벼락뿔 수사슴이 놀라 도망쳤다.

“굳이 죽일 필요는 없고. 뿔만 잘라서 챙겨. 귀중한 재료니까.”

오토의 말대로, 잘린 벼락뿔 수사슴의 뿔은 매우 진귀한 재료템이었다.

파직!

파지직!

이미 잘렸음에도 불구하고, 벼락뿔 수사슴의 뿔은 계속해서 전류를 뿜어내고 있었다.

[벼락뿔 수사슴의 뿔]

오직 천둥산에만 서식하는 벼락뿔 수사슴의 뿔.

천둥산에서 내리치는 번개의 힘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서, 거의 영구적으로 전류를 뿜어내는 게 가능하다.

매우 희귀한 재료로서, 여러 아이템을 제작하는 데 이용된다.

오토가 벼락뿔 수사슴의 뿔을 채취(?)하는 걸 본 동료들은, 너도 나도 사슴들에게 달려들었다.

“푸릉? 푸르릉?”

“푸, 푸르르릉!”

벼락뿔 수사슴들은 매우 당황했지만, 할 수 있는 게 없다시피 했다.

오토 일행이 워낙 강자들이라, 단순히 체급만 앞세우는 것으로는 답이 없었던 것이다.

뿔에서 뿜어져 나오는 막강한 전류라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아쉽게도 오토와 그 동료들이 입은 고무고무 망토의 성능이 너무나도 훌륭했다.

벼락뿔 수사슴들로서는 그야말로 날벼락은 맞은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 결과.

“푸, 푸르르릉!”

“푸르르르릉!”

오토 일행에게 덤벼들었던 벼락뿔 수사슴들은, 뿔이 잘리거나 뚝! 부러진 뒤에야 겨우 도망칠 수 있었다.

사실 그것만 해도 천만다행이었다.

만약 뿔뿐만 아니라 가죽이나 고기도 쓰임새가 있었다면, 벼락뿔 수사슴들은 결코 목숨을 부지할 수 없었을 게 분명했다.

왜?

그랬다면, 오토가 가죽과 고기를 포기할 리 없으니까.

벼락뿔 수사슴들로서는 자신들의 가죽과 고기가 크게 쓸모가 없단 사실에 감사해야 했다.

물론 벼락뿔 수사슴들이 그 사실을 알 리 없었지만.

‘하여간 바그람이 개꿀이라니까.’

오토는 헐레벌떡 도망치는 벼락뿔 수사슴들을 바라보며,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바그람의 메인 시나리오는 첩보 스릴러에 가까웠다.

하지만 기괴한 숲부터 천둥산까지의 여정은 레벨업을 통한 개인의 성장.

그리고 기괴한 숲과 천둥산의 특산물(?)들을 파밍해서 얻은 재료템들로 이런저런 아이템을 맞추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스토리도 재밌는데 레벨업 구간도 확실하고, 아이템 파밍하는 재미도 있지. 바그람이 재밌긴 재밌어.’

바그람이 어째서 게임 영지 전쟁의 주인공 캐릭터들 중 인기가 많은 편에 속하는지, 오토는 100퍼센트 공감할 수 있었다.

“자자.”

오토가 동료들을 재촉했다.

“꼭대기까지 이대로 쭉 무난할 예정이니까, 너무 긴장들 하지 말고 가자고.”

고무고무 망토가 있는 한 천둥산 공략은 식은 죽 먹기였으므로, 오토는 발걸음도 산뜻하게 계속해서 등산을 이어나갔다.

* * *

오토 일행이 천둥산 꼭대기를 향해 가는 동안, 우르크 평원의 정세는 갑자기 급변했다.

우르크 평원에 사는 여러 오크 부족들이 갑작스레 전쟁을 일으키고, 주변 인간들의 영토를 공격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오, 오크들의 습격이다!”

“오크들이 쳐들어왔다!”

우르크 평원에 자리한 요새들은, 난데없는 오크들의 습격을 받고 눈 깜짝할 사이에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세계의 오크들은 기본적으로 전투력이 강한 종족이었다.

전사가 아닌 평범한 오크라 할지라도 인간 기사 정도의 전투력을 지니고 있었고, 전사 계급의 오크라면 그보다 2~3배는 강했다.

그런 오크들이 불시에 쳐들어왔으니, 인간들의 요새가 함락당하는 건 그야말로 시간문제에 불과했다.

게다가 오크들이 지난 10년 동안 우르크 평원에서 한 발자국도 나온 적이 없어서, 인간들이 방심하고 있기도 했고.

덕분에 오크들에게 요새를 함락당한 작은 나라들은 즉시 전투준비태세를 발령하고 대응에 나섰고, 와지르 대공 암살 미수 사건에 대한 신경을 끌 수밖에 없었다.

와지르 대공 암살 미수 사건이 제아무리 크다고 한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그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우르크 평원에서 가장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2개 부족 중 하나인 <성난 늑대> 부족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주변 작은 나라들은 바짝 긴장했다.

게다가 성난 늑대 부족은 천둥 발굽 부족보다 그 숫자가 3배는 많아서, 단일 세력으로서는 가장 많은 전사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만약 성난 늑대 부족의 침공을 받는다면, 주변의 작은 나라들로서는 국가의 존망을 걸고 싸워야 할 터.

상황이 그러다 보니 남부에 자리한 주변국들은 에르제베트 왕국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이오타 왕국과의 분쟁과 와지르 대공 암살 사건으로 인해 에르제베트 왕국에 등을 돌리려다가, 오크들이 침공해 오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만약 성난 늑대 부족이 대규모 침공을 해 오기라도 한다면, 에르제베트 왕국의 도움이 없이는 절대로 막아내지 못할 테니까.

“계속해서 오크들이 공격하도록 유도하라.”

바토리는 이 소식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으면서, 오크들의 움직임을 뒤에서 조종했다.

그게 에르제베트 왕국의 방식이었고, 바토리가 가장 잘하는 계략이었다.

바토리는 에르제베트 왕국, 주변국들, 그리고 우르크 평원의 오크들 간의 균형을 매우 훌륭하게 조율해낼 줄 알았다.

사실 에르제베트 왕국의 남부 지역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전투들의 배후에는 바토리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 배은망덕한 놈들이 간담이 서늘해져서 과인의 앞에 와 무릎을 꿇고 싹싹 빌 때까지, 더욱 몰아붙여라.”

“예, 전하. 그런데….”

“……?”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우르크 평원 남부의 천둥 발굽 부족이 움직이질 않고 있사옵니다.”

“뭐라?”

바토리의 인상을 찌푸렸다.

천둥 발굽 부족은 우르크 평원에서 두 번째로 큰 세력이었고, 당연히 에르제베트 왕국의 간첩인 오르쿠스들이 다수 침투해 있었다.

때문에, 바토리는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천둥 발굽 부족을 움직이는 게 가능했다.

천둥 발굽 부족에서 존경받는 장로들 몇몇이 오르쿠스였기에, 손쉽게 족장을 구워삶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바토리는 이를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바그람은 역대 족장들 중에서도 가장 영리하고 이성적인 놈이라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조금 더 지켜보도록 하여라.”

그저 바그람이 조종하기 까다로운 상대라고 여겼지, 오르쿠스들의 존재가 들켰다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우르크 평원에는 인간 간첩들을 파견하는 게 불가능해서, 소식이 느리고 정보가 부정확한 경우가 꽤 있었다.

우르크 평원이 지나치게 폐쇄적인 땅이었기 탓이었다.

“그리고.”

바토리가 덧붙였다.

“이번 공작이 끝나면, 바그람을 제거하도록. 놈은 제어하기가 어려워서 즉시 움직일 수 없으니.”

“예, 전하.”

살짝 위험부담이 있긴 했지만, 바토리는 충분히 해볼 만한 공작이라고 생각했다.

역사적으로도 변종 오크인 오르쿠스가 족장이 된 적이 아예 없지는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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