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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254화 (255/401)

제254화

바그람은 영웅이라 불릴 만한 인물이었다.

오크 군주로서, 바그람은 뛰어난 지혜와 현명함을 갖춘 성군이었다.

또한, 강력한 무력을 지닌 전사이기도 했다.

그런 바그람은 오크치고는 매우 뛰어난 이성과 자비를 갖춘 인물이었기에, 인간들을 돕는다는 매우 과감한 결단도 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하여간 끝내주게 멋있는 놈이라니까.’

오토는 그런 바그람을 진심으로 존경했다.

실제로, 바그람은 매우 인기 많은 캐릭터였다.

커다란 덩치와 강인한 외모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는 물론.

시나리오 자체도 상당히 재밌고, 성장했을 때의 고점도 매우 높은 편에 속했다.

거기에 더해 인간적이고 영웅적인 면모까지.

인기가 없고 싶어도 없을 수가 없는, 호감형 캐릭터가 바로 바그람이었다.

“인간들을 어떻게 도와주면 되나? 취익?”

바그람이 오토에게 물었다.

“우선.”

오토가 지도를 펼쳐 보였다.

“여기. 보이지. 맥라렌 왕국.”

맥라렌 왕국은 에르제베트 왕국의 남부에 자리한 소국(小國)으로서, 옛 로우레딘 왕국 땅과도 꽤나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다.

“지금 여기도 공격 받고 있을 거야. 아마 붉은 망치 부족일 것 같은데.”

“취익?”

“일단 여기를 도와주자. 그럼 우리 이오타 왕국군이 우르크 평원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되거든? 그럼 연합군을 결성할 수 있게 돼.”

맥라렌 왕국을 통해 옛 로우레딘 왕국의 땅과 우르크 평원을 연결하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그래야만 이오타 왕국군이 우르크 평원으로 쉽게 진출할 수 있고, 에르제베트 왕국을 쉽게 압박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췩. 알겠다.”

바그람은 오토의 설명을 단번에 알아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중요한 게 있어.”

“취익?”

“우리 적은 붉은 망치 부족이 아니라는 거.”

“그게 무슨 소리인가? 취익?”

바그람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맥라렌 왕국을 도와주기 위해서는 붉은 망치 부족과 싸워야 한다.”

“그건 맞지.”

“취익?”

“근데, 붉은 망치 부족은 우리 적이 아냐. 붉은 망치 부족이 왜 맥라렌 왕국을 공격했겠어?”

“설마.”

바그람의 표정이 굳었다.

“악마의 자식들이 붉은 망치 부족에도 있는 건가?”

“엄청 많지.”

“취, 취익!”

“붉은 망치 부족의 족장도 악마의 자식일걸?”

“취이이이이이익?!”

“붉은 망치 부족의 오크들은 그저 이용당하는 것뿐이야. 악마의 자식들에게. 우리 임무는 단순히 맥라렌 왕국을 도와주는 게 아니라, 붉은 망치 부족을 악마의 자식들한테서 해방시켜 주는 거야. 그렇게 되면, 맥라렌 왕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붉은 망치 부족과의 관계도 좋아질 것이란 말인가? 취익?”

“바로 그거야.”

오토는 바그람이 철석같이 알아듣자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취익?”

“난 네가 천둥 발굽 부족의 족장으로 남길 바라지 않아.”

“그게 무슨 말인가? 췩?”

“난 네가 모든 오크들을 아우르는 존재가 되었으면 해.”

“취, 취익?!”

“왕위에 올라.”

오토가 바그람의 어깨에 손을 올려놓았다.

“지금 오크들에게는 하나의 구심점이 필요해. 각자 여러 부족으로 흩어져서 싸우는 대신, 똘똘 뭉칠 필요가 있어. 부족사회로는 안 돼. 왕국을 세워야지.”

“왕국이라… 취익.”

바그람은 오크 왕국을 세워야 한단 오토의 말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 듯했다.

“나에게 그럴 능력이 있는지 모르겠다. 취익.”

“있어. 걱정 마.”

오토는 바그람을 믿었다.

‘야망은 없지만 능력은 차고 넘치지.’

바그람은 권력욕이 거의 없다시피 한 오크였지만, 그 뛰어난 능력으로 오크들의 지도자가 되기에 충분했다.

지금이야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만.

“넌 그렇게 될 거야.”

“취익!”

“내가 그렇게 만들어 줄게.”

오토는 바그람의 어깨를 툭! 치고는 발걸음을 옮겼다.

“우리 부족은 앞으로 인간들과 친하게 지낼 것이다! 취익!”

바그람은 오토의 조언에 따라 인간들, 그러니까 맥라렌 왕국을 도와줄 것을 선언했다.

“족장의 말에 따르겠습니다! 취이이익!”

“취익! 족장의 말씀이라면 얼마든지! 취이이익!”

부족민들은 바그람의 말에 군말 없이 따랐다.

오토의 말대로, 차우차우와 아스트라의 도끼의 주인이 된 바그람의 통솔력은 가히 절대적이어서 부족민들을 설득할 필요도 없었다.

지금 천둥 발굽 부족민들은 바그람이 하자고 하면, 그 어떤 명령이든 따를 기세였다.

실제로도 그랬고.

“취익! 빨리빨리 움직여라!”

“취이익! 식량을 더 실어라! 취익!”

천둥 발굽 부족은 맥라렌 왕국을 도와주기 위해 즉시 전투 준비에 나섰다.

부족 자체가 워낙에 규모가 큰 부족이었기에, 전쟁을 나서려면 며칠 정도는 준비기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한편, 오토도 이오타 왕국에 전령을 보내 군대를 움직일 준비를 했다.

에르제베트 왕국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우르크 평원을 장악할 필요성이 있었고, 그에 따라 이오타 왕국군 역시도 해야 할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다.

* * *

한편, 천둥 발굽 부족이 전쟁을 준비하는 동안 오토 일행은 개인 수련 시간을 가졌다.

오토, 카미유, 카심 세 사람 모두 천둥산에서 마나의 비약적인 상승을 이뤄낸 상황.

그런 만큼 전투력을 점검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

그래서 오토 일행은 서로 돌아가면서 대련하며, 스스로를 갈고 닦는 시간을 가졌다.

그러던 중.

“어?”

저 멀리 엘리제가 다가오는 것을 본 오토의 얼굴에 반가움이 떠올랐다.

정신없이 살다 보니 어느새 엘리제가 찾아올 때가 된 것이다.

“어서 와~~~”

오토가 엘리제를 반겼다.

두려움에 벌벌 떨었던 첫 만남과 비교해 보면, 그야말로 장족의 발전이었다.

“수련하고 있었던 건가?”

엘리제가 오토를 향해 기특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엘리제가 가장 좋아하는 오토의 모습은, 다른 무엇도 아닌 열심히 땀 흘리며 수련하는 거였다.

강한 오토를 원하는 게 아니라, 강해지기 위해서 스스로를 갈고 닦으며 발전하는 그 모습 자체를 좋아했던 것이다.

그래서 엘리제는 오토가 수련하는 모습을 볼 때면 늘 누나 같은 미소를 짓곤 했다.

“보기 좋다.”

엘리제가 오토를 칭찬했다.

“에이, 뭘.”

오토는 엘리제의 칭찬에 괜히 멋쩍어져서,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치, 칭찬받았다!’

오토는 엘리제가 해 주는 칭찬이 이 세상에서 제일 좋았다.

엘리제는 이 세계의 최강자.

그런 사람으로부터 칭찬을 받는다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거기에 약혼한 사이기도 하고.

“먼 길 오느라 고생했어.”

“딱히 고생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 없다.”

“그래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엘리제가 오토를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못 본 사이에 무슨 일 있었나?”

“응?”

“마나의 총량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게 느껴진다.”

“하하… 하하하하.”

오토는 역시 엘리제란 생각을 했다.

그야말로 대단한 안목이었다.

천둥산에서 마나의 증가를 이룬 걸 귀신같이 알아보다니.

“그게 느껴져?”

“마나를 다루는 데 능숙해지다 보면, 상대방이 지닌 마나의 양을 대략적으로 느낄 수가 있게 된다.”

“아하?”

“수련, 계속할 건가?”

“해야지.”

오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 날 때 바짝 해 둬야 하니까.”

“도와주겠다.”

“응!”

오토가 자신 있게 대답했던 이유는, 마나의 총량이 늘어난 만큼 할 수 있는 게 더욱 많아졌기 때문이었다.

“먼저 와라.”

“사양하지 않을게.”

오토는 망설임 없이 검을 뽑아들고, 엘리제를 향해 덤벼들었다.

스으으으!

석화·중독 광선은 애초에 통하지 않았다.

엘리제의 마법 방어력이 워낙에 높다 보니 마나만 낭비할 뿐이었다.

‘이것도 안 통하나?’

오토는 엘리제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영혼강탈의 권능을 사용해 보았다.

엘리제의 정신을 지배하는 건 바라지도 않았다.

아주 잠깐, 찰나의 순간만이라도 집중력을 흩어 놓기를 바란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통하지 않았다.

엘리제는 영혼 강탈의 권능을 사용한 오토와 눈이 마주쳤음에도 불구하고, 한 점 흐트러짐도 없었다.

오히려 피해를 입은 건 다름 아닌 오토였다.

“헉!”

오토는 자신의 영혼이 오히려 엘리제에게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엘리제의 정신력과 강인한 내면은, 감히 다른 존재가 침범하는 걸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영혼 강탈에 실패한 대가는 확실했다.

퍼억!

“컥!”

엘리제의 검에 등짝을 얻어맞은 오토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크윽.”

오토가 고통스러워하며 몸을 일으켰다.

“좋은 시도였다만. 통하지 않는 상대도 있는 법이다.”

“…알아.”

“다시 와라.”

오토는 칼립소의 권능은 아예 사용하지 않기로 하고, 다시 엘리제에게 덤벼들었다.

‘이번엔 다를 걸.’

순간 오토가 세 명으로 늘어났다.

트릭스터의 권능을 사용해 분신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팟!

오토는 무호흡 텔레포트까지 써가면서, 세 방향에서 엘리제를 압박했다.

그러나…….

촤락!

엘리제가 검을 휘둘렀다.

펑!

퍼엉!

두 개의 분신이 폭발하고.

스릉!

엘리제의 검이 진짜 오토의 목 언저리에 닿았다.

“…….”

오토는 어이가 없어서 할 말을 잃어버렸다.

‘이게 말이 돼?’

이렇게까지 쉽게 파훼 당할 일인지.

“진정한 강함은.”

엘리제가 말했다.

“나 자신. 그리고 나 자신이 쥔 검에서 나온다.”

“…아.”

“네 권능들은 분명히 강력하다. 하지만 권능에만 의존한다면, 진정한 강자와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없다. 네 스스로가 먼저 강해져야 한다. 그래야 네가 가진 권능들도 빛을 발휘하는 거다.”

오토는 엘리제의 일침에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혼란스러웠다.

솔직히, 오토는 엘리제의 말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어렵게 생각하지 마라.”

엘리제가 혼란스러워하는 오토에게 조언했다.

“가진바 무력부터 갈고닦아라. 그러다 보면 길이 보일 거다.”

“알겠어.”

오토는 엘리제의 조언을 가슴 깊이 새겼다.

“그럼, 다시 갈게.”

마음가짐을 달리 먹은 오토가 다시금 엘리제를 향해 덤벼들었다.

* * *

오토는 엘리제와 밤새도록 대련했다.

쾅!

펑펑펑! 퍼엉!

오토와 엘리제의 대련은 요란했다.

대련 자체가 워낙에 격렬하다 보니 일대를 완전히 초토화시켜 버렸던 것이다.

그렇게 새벽이 지나고 동이 틀 때쯤.

촤락!

오토의 검이 엘리제의 소맷자락을 베고 지나갔다.

“어?”

오토는 자신이 해 놓고도 너무나도 놀랐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신없이 검을 휘둘렀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엘리제의 소맷자락을 베는 데 성공해 있었을 줄이야.

[알림: 축하드립니다!]

[알림: 무적검술의 성취가 올랐습니다!]

[알림: <무적검술>의 성취가 6성에 도달했습니다!]

상태창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사라졌다.

‘늘었다.’

오토는 자신이 또다시 한계를 넘어섰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어?’

새로운 마나의 운용법에 대한 개념이 머릿속에 저절로 떠오르며, 그게 자연스럽게 이해가 되었다.

불현듯 찾아온 깨달음.

한 차원 높은 경지를 개척해내자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스으으으…!!!

검이 시퍼런 오러를 뿜어내는가 싶더니, 이내 곧 날카로운 칼날 모양으로 형상화되었다.

검신(劍身)을 감싼 오러가 칼날의 형상을 취했다는 것은 대단히 큰 의미였다.

오러 블레이드.

단순히 검이 오러를 머금는 것을 넘어서, 그 강력한 힘을 뿜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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