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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257화 (258/401)

제257화

맥라렌 왕국의 국왕 알렌은, 소식을 듣자마자 즉시 요새로 달려왔다.

안 그래도 오크들의 침공으로 인해 대규모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던 참에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었기 때문이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본국을 도와주신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별말씀을.”

오토는 알렌과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알렌 국왕은 오토가 천둥 발굽 부족과 동맹을 맺고 우르크 평원을 안정시키려 한다는 말을 듣고 크게 놀랐다.

오크들과 평화협정을 맺는 건 지난 수백 년 동안 그 어떤 왕도 엄두도 내지 못하던 일이었다.

오죽했으면 저 강대국인 에르제베트 왕국조차 우르크 평원에 쳐들어가는 것을 부담스러워했을까.

“오크들은 위험한 종족이 아닙니다. 그들은….”

오토는 알렌에게 오크들이 얼마나 괜찮은 종족인지, 거의 2시간 동안이나 이야기해 주었다.

“그,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오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천둥 발굽 부족이 우르크 평원의 패권을 차지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싸울 필요가 없습니다. 다 같이 힘을 합쳐 에르제베트 왕국을 무너뜨리면 됩니다.”

“오오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오토가 알렌 국왕에게 물었다.

“하겠습니다.”

알렌 국왕 입장에서, 오토의 제안은 거절할 이유가 단 하나도 없었다.

젊은 국왕인 알렌은 약소국인 맥라렌 왕국을 나라다운 나라로 만들고 싶은 욕망과 열정이 있는 인물.

에르제베트 왕국의 간섭과 억압에 대한 반감이 엄청나던 알렌으로서는 오토의 제안이 오히려 반가웠던 것이다.

“안 그래도 에르제베트 왕국에 외교관을 보내 지원군을 보내달라고 빌던 참이었습니다.”

알렌이 이를 갈았다.

“하지만 바토리 국왕은 지원군을 보내줄 생각이 없다 말했습니다. 본국의 피를 말리기 위해 일부러 여유를 부리는 것이겠지요.”

“맞습니다.”

“본국이 불평등한 조약을 자처하고, 조공을 더 많이 바치게끔 하려는 수작임을 모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에르제베트 왕국에 다시 외교관을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에르제베트 왕국으로 보낸 외교관에게 돌아오라고 하겠습니다.”

“현명하십니다. 아, 그리고.”

오토가 덧붙였다.

“전하의 곁에는 바토리의 개들이 여럿 있습니다.”

“예…?”

“크리스티앙 백작과 몰린 자작 등은 사실 에르제베트 왕국으로부터 몰래 후원을 받고 있을뿐더러, 기밀을 빼돌리는 간첩입니다.”

“……!”

“여기, 증거자료입니다.”

오토가 알렌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보시고, 판단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런 쳐 죽일 놈들이…!!!”

알렌은 오토가 내민 증거자료들을 보고 불같이 분노했다.

오토가 언급한 이들이 평소 친(親) 에르제베트 왕국 성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았지만, 설마하니 몰래 후원을 받은 것으로도 모자라 간첩질까지 저지르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이자들은 귀환하자마자 즉시 처형하도록 하겠습니다. 으득!”

“현명하십니다.”

오토가 알렌을 응원했다.

“진정한 개혁을 위해서라면, 쓰레기들은 싹 쓸어버리셔야죠.”

“물론입니다.”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오토가 알렌을 향해 악수를 청했다.

“제가 더 잘 부탁드립니다.”

알렌이 오토가 내민 악수를 받으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부터 시작이지.’

당연한 말이겠지만, 오토는 여기서 멈출 생각이 단 1도 없었다.

맥라렌 왕국을 시작으로, 에르제베트 왕국의 주변 국가들을 하나하나 포섭해나갈 생각이었다.

에르제베트 왕국이 유지해 오던 균형을 깨고, 주변국들을 자기편으로 만들어버릴 계획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곧 사방이 적인 게 얼마나 무서운지 깨닫게 될 거다.’

오토는 에르제베트 왕국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 * *

오토는 맥라렌 왕국과 동맹을 맺은 것을 계기로, 이오타 왕국군을 우르크 평원에 투입시켰다.

맥라렌 왕국은 이오타 왕국군이 우르크 평원에 들어갈 수 있도록 흔쾌히 길을 열어주었다.

어차피 한 배를 타게 된 이상 이오타 왕국군을 막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한편, 바그람은 붉은 망치 부족을 흡수하고 내부에 숨어 있던 오르쿠스들을 모조리 색출해낸 뒤 처형시켜버렸다.

그리고 그게 시작이었다.

오토와 바그람은 시계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오크들에게 공격받던 약소국들을 도와주었다.

그런 뒤 약소국들을 공격하던 오크 부족들을 차례차례 복속시켜나갔고, 세력 내에 침투해 있던 오르쿠스들도 모조리 제거해 버렸다.

그뿐만 아니라 약소국들과 동맹을 맺고, 에르제베트 왕국을 적대하게끔 만들어 버리기도 했다.

전투뿐 아니라 외교적인 측면에서 계속해서 승리를 거두면서, 반 에르제베트 세력을 규합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 바토리는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쯤이면 놈들이 외교관을 보내 와서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고도 남을 시간인데?’

작정하고 갑질하려고 벼르고 있었건만, 올 때가 됐는데도 안 오니 바토리 입장에선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저, 전하.”

때마침 보고가 올라왔다.

“주변국들에서 외교 서신을 보내왔습니다.”

“뭐라? 서신? 지금 서신이라 했느냐?”

바토리의 얼굴에 분노가 떠올랐다.

외교관을 보내 싹싹 빌어도 모자랄 판국에 서신이라니, 바토리의 입장에서는 아주 기가 찰 노릇이었다.

“그 배은망덕한 놈들이 서신을 보내왔다, 이 말이더냐?”

“그, 그러하옵니다.”

“이런 괘씸한!!!”

바토리가 버럭 분노를 토해내었다.

“그놈들이 정신이 나가도 단단히 나간 모양이로구나! 절대 지원군을 보내지 마라! 절대로!”

“그, 그것이….”

“……?”

“주변국들이 보내온 서신에 따르면… 지원군을 보내주지 않아도 된다고 하옵니다.”

“뭐, 뭐라?”

바토리가 제 귀를 의심했다.

현재 주변국들은 오크들의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서, 에르제베트 왕국의 지원군이 꼭 필요했다.

그런데 지원군을 보내주지 않아도 된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그게 무슨 소리냐!”

바로 그때.

“전하!”

정보국장이 뛰어 들어와 바토리에게 보고했다.

“비상사태입니다! 전하!”

“비상사태…?”

“아무래도 오르쿠스들의 정체가 탄로 난 것 같습니다!”

“뭐라!”

“천둥 발굽의 족장 바그람이 오르쿠스와 진짜 오크를 구별하는 방법을 알아내어 그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고 하옵니다!”

“……!”

“정보를 주고받던 오르쿠스들과의 소식이 계속해서 두절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바그람이 우르크 평원의 정세를 움직이던 배후가 본국임을 눈치챈 것이 분명하옵니다!”

하지만 나쁜 소식은 비단 그뿐만이 아니었다.

“바그람이 주변국들을 공격하던 오크 부족들을 복속시키고, 엄청난 속도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사옵니다. 심지어, 주변국들과 동맹까지 맺고 있다고 하옵니다!”

“도, 동맹을… 맺어? 오크와 인간이?”

“그러하옵니다, 전하.”

“이 무슨…!”

인간과 오크가 서로 동맹을 맺는다?

지난 수백 년 동안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 벌어진 거였다.

“첩보에 의하면 그 동맹을 주선한 장본인이…….”

“……?”

“오토 드 스쿠데리아라 하옵니다.”

“뭣이!!!”

기어코 바토리의 입에서 벼락과도 같은 고함이 터져 나왔다.

정말이지 터무니없었다.

외교의 달인인 와지르 대공으로도 모자라서, 이제는 국왕인 오토 드 스쿠데리아까지 말도 안 되는 외교력을 발휘할 줄이야?

“그러니까… 오토 드 스쿠데리아가… 천둥 발굽 부족을 구워삶아 자기편으로 만들고… 그것으로도 모자라서… 그 배은망덕한 놈들과 동맹을 맺게 만들었다… 그 말인가?”

“그, 그러하옵니다.”

“이이… 이이이…!!!”

바토리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부르르 떨었다.

‘과인이… 오토 드 스쿠데리아를 잘못 보았구나. 애송이라 얕잡아 봤던 게 이리 큰 화근이 될 줄이야.’

바토리는 그제야 오토가 비범한 인물이라는 걸 깨달았다.

아직 젊은 군주임에도 불구하고, 생각했던 것 이상의 능력을 갖춘 강적이라는 걸 비로소 실감한 것이다.

“대책, 대책을 마련하라.”

바토리가 명령했다.

“어서 대책을 마련하란 말이다!”

바토리의 마음은 다급했다.

변종 오크인 오르쿠스들을 이용해 우르크 평원의 정세를 뒤에서 조종하고, 주변 약소국을 입맛에 맞게 압박하던 게 에르제베트 왕국의 방식이었다.

하지만 그 방법이 더는 먹히지 않게 된 이상 에르제베트 왕국의 입장에선 정말이지 큰일이 난 상황이나 다름없었다.

안 그래도 이오타 왕국이라는 신흥강국이 나타나 거슬리던 참에, 왕국의 남쪽 국경이 불안해지게 되는 것이다.

만약 천둥 발굽 부족이 우르크 평원의 패권을 차지하고, 이오타 왕국을 중심으로 하는 반 에르제베트 왕국 연합이라도 결성된다면?

오싹!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안 그래도 아라드 제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입장에서, 그런 일이 터진다면 나라가 갈기갈기 찢겨져 나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 * *

바토르는 즉시 비상사태임을 선포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만에 하나 우르크 평원의 오크 부족들이 하나로 통합되기라도 하면, 에르제베트 왕국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는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곧 맹추위가 찾아올 터인데! 지금 전쟁을 일으킬 순 없소!”

“지금 전쟁을 일으키지 않으면 우르크 평원의 오크들이 앞으로 본국을 위협할 것이오! 그땐 이곳저곳 방어할 곳이 너무 많아진단 말이오!”

“차라리 성난 늑대 부족을 움직여서….”

바토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신하들은 갑론을박을 벌이며 치열하게 의견을 다퉜다.

사안이 워낙에 중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바토리는 신하들의 다양한 의견을 일일이 귀담아듣고, 나름의 결론을 내리기 위해 고민했다.

이번 한 번의 선택이 에르제베트 왕국의 국운(國運)을 결정지을 테니, 섣부른 결단을 내린다는 건 어불성설.

최대한 고민하고, 또 고민해서 신중할 필요성이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시간도 부족했다는 것.

지금 이 순간에도 천둥 발굽 부족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고, 반 에르제베트 왕국 동맹에 가담하는 주변국들도 늘어나는 중이었다.

오래 고민할 시간적 여유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장장 24시간이 넘어가는 마라톤 회의 끝에, 바토리는 결단을 내렸다.

“지금 즉시 전투준비태세를 발령하라.”

바토리의 선택은 다름 아닌 전쟁이었다.

“지금은 겨울이고, 곧 눈이 내릴 것이다. 아라드 제국에서도 섣불리 전쟁을 일으키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이 기회다. 우리 군의 피해가 크더라도, 지금 즉시 우르크 평원으로 군대를 보내 성난 늑대 부족을 지원하겠다. 성난 늑대 부족은 천둥 발굽 부족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 군과 손을 잡을 테니.”

그게 바토리의 선택이었다.

성난 늑대 부족이 천둥 발굽 부족이 세력을 확장하는 걸 그냥 놔두고 볼 리 없을 터.

우선 급한 대로 성난 늑대 부족과 동맹을 맺어 우르크 평원에 대한 지배력을 지켜내겠단 의도였다.

“지금이 유일한 기회다! 신속히 군대를 출동시켜라! 이 전쟁은 최대한 빠르게 끝내야 한다! 시간이 생명임을 잊지 말라! 알겠는가!”

“예! 전하!”

“또한!”

바토리가 벌떡 옥좌에서 일어났다.

“이번 전쟁은 과인이 직접 친정(親征)에 나서서 군을 지휘할 것이다!”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바토리는 직접 나서서 국왕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기로 했다.

바토리 또한 뛰어난 실력을 가진 강자이기도 했고.

그로부터 며칠 뒤.

눈이 펑펑 내리던 어느 날.

척! 척! 척! 척!

에르제베트 왕국군이 우르크 평원을 향해 남하하기 시작했다.

그로써 본격적인 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우르크 평원의 패권을 둘러싼 여러 세력들 간에 피 튀기는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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