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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274화 (275/401)

제274화

서둘러 달려간 아도니스의 고향 마을은 이미 모병관과 죽음의 병사들에 의해 습격을 받는 중이었다.

규모가 꽤 큰 마을이었기 때문인지, 아도니스의 고향 마을에는 모병관이 무려 다섯 명이나 배치되어 있었다.

또한, 검은 군복을 입은 죽음의 병사들의 숫자도 앞선 마을보다 훨씬 많았다.

아예 대대급 규모의 군대를 파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노인과 여자와 아이들은 모두 죽여라!”

“누구도 살아나가지 못하게 하라!”

“목격자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죽음의 병사들은 모병관들의 지휘에 따라 마을을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도망칠 수 없도록 봉쇄했다.

그런 뒤 명령에 따라 노인과 여자와 아이들은 모두 죽이고, 남자들은 생포해서 모병관들에게 데려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화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죽음의 병사들은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곳곳에 불을 질러서 혹시나 숨어 있을 생존자들을 불태워 죽이기까지 했다.

철두철미한 계획하에 실행된 학살이었고, 피도 눈물도 없는 무자비한 살육이었다.

“바토리… 넌 내가… 어떻게 해서든 죽여 버릴 거다.”

오토는 마을이 불타는 걸 보고 진심으로 또다시 분노했다.

이 참혹한 살육전은 죽음의 병사들을 만들어 내기 위한 것으로, 국왕인 부패여왕 바토리에 의해 저질러진 자국민 학살이었다.

실제로, 지금 바토리는 에르제베트 왕국 곳곳에서 학살을 벌이며 언데드 병력들을 생산해내는 중이었다.

언데드 병력들은 인간 병사에 비해 전투력이 훨씬 강할뿐더러, 유지비도 아예 들지 않는데다가, 날이 덥든 춥든 개의치 않고 전투를 치를 수 있었다.

심지어 지치지도 않을뿐더러, 고통을 느끼지도 않으며, 밤에도 대낮처럼 전투를 치르는 게 가능했다.

즉, 바토리의 입장에서는 군사력을 늘리기 위해 언데드 병력을 만들어 내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문제는 대놓고 만들었다간 반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

그래서 바토리는 감옥에 가둬둔 죄수들, 국경지대에 자리한 크고 작은 마을들, 그리고 시골 영지들을 집중적으로 노리는 중이었다.

마치 적군이 습격해 온 것처럼 모든 사람들을 몰살시키고 불태워서 흔적을 지워 가면서 병력을 생산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에르제베트 왕국의 호국영령이던 아퀴나스가 있었고.

“한 나라의 왕이라는 작자가… 어떻게 자국민들을 이렇게 무참히 학살하고 괴물로 만들 수 있어… 어떻게….”

오토가 어찌나 화가 났느냐 하면, 분노에 의해 손발을 덜덜 떨고 있을 지경이었다.

적들에 의한 학살도 지켜보고 있노라면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끔찍하기 짝이 없는데, 국왕의 의지로 자국민에 대한 학살이 자행되고 있는 걸 보니 이성을 잃기 직전이었다.

“물러나… 있어.”

오토는 그렇게 말하고는, 홀로 아도니스의 고향 마을로 향했다.

“…….”

“…….”

카미유와 카심은 그런 오토를 말리지 않았다.

걱정되긴 했다.

그러나 아무리 분노했다고 한들 오토가 아무 생각 없이 혈혈단신 홀몸으로 적진에 뛰어들 리 없었다.

그래서 카미유와 카심은 오토를 믿고, 잠자코 지켜보았다.

아도니스의 고향 마을 입구에 다다른 오토는, 검을 뽑지 않았다.

‘무의미하지.’

오토가 검을 뽑지 않은 이유는, 직접 검을 휘두르며 발로 뛰어 봤자 아도니스의 고향 마을에 사는 사람들을 구하는 게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마을 규모가 꽤 커서, 아무리 열심히 싸운다 해도 모두를 구하는 건 불가능했다.

게다가 여기서 대놓고 전투를 벌였다가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또 다른 적들을 불러들이는 수가 있었고.

그래서 오토는 조용히 대학살의 서를 꺼내 펼쳤다.

스으으!

대학살의 서는 언제든 그 전지전능한 권능을 발휘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듯이 빛을 뿜어내었다.

우르크 평원에서 벌어졌던 전투들에서 영혼 에너지를 듬뿍 흡수한 덕분이었다.

“네놈은.”

“여기가 어디라고.”

죽음의 병사들이 무기를 움켜쥐고 다가왔지만, 오토는 개의치 않았다.

촤라라락!

대학살의 서가 저절로 펼쳐지고.

“천벌을… 내린다.”

오토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혼잣말했다.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의 이름으로.”

다음 순간.

번쩍!

마른하늘에 새하얀 섬광이 빗발치고.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쾅… 콰아앙!!!

수백여 발의 번개가 내리쳐 모병관들과 죽음의 병사들의 정수리를 강타했다.

“……!”

“……!”

카미유와 카심은 경악했다.

단 하나의 주문으로 아도니스의 고향 마을을 습격하던 적들을 동시에, 단 1초 만에 죽여 버릴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 * *

오토가 내린 천벌은 모병관들과 죽음의 병사들에게 정확하게 내려졌고, 그들은 단 한 순간에 소멸해 버리고 말았다.

“이, 이게 무슨!”

“갑자기 왜 번개가….”

마을 사람들은 난데없이 내리친 벼락들이 사악한 언데드들을 해치우자 어리둥절해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내 곧 언데들이 사라진 원인을 깨달았다.

저벅저벅-

대학살의 서를 펼쳐 든 오토가 마을로 걸어 들어오는 걸 보았기에…….

“아이고, 용사님!”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흑흑흑!”

“고맙습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오토가 언데드들을 해치운 장본인이라는 걸 깨닫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

오토는 그들에게 차마 안심하란 말조차 할 수가 없었다.

바로 전까지만 하더라도 가족, 친구, 이웃이 무참하게 학살당하던 사람들에게 안심하라고 말한들 무슨 소용일까.

“지금 이 마을에서 지도자 격인 분과 대화하고 싶습니다.”

그러자 운 좋게 살아남은 촌장이 오토에게 다가와 말했다.

“이 늙은이가 이 마을의 촌장입니다….”

“지금 즉시 마을 사람들을 이끌고 아라드 제국의 국경지대로 가세요. 그리고 아라드 제국으로 망명하세요. 이곳은 위험합니다.”

“하지만 용사님. 이곳은 저희 삶의 터전입니다. 그리고 우리 왕국의 군대에….”

“아직도 모르시겠습니까?”

오토가 답답하다는 듯 촌장에게 말했다.

“에르제베트 왕국도 언데드들과 한패입니다.”

“……!”

“여기 있어 봤자 위험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목격자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저들은 다시 이 마을을 습격해 올 예정입니다.”

“마, 맙소사.”

“길게 설명할 시간이 없습니다. 시신을 수습할 시간도 없으니까, 마을 사람들로 하여금 급한 대로 꼭 필요한 물건들만 가지고 아라드 제국으로 망명할 수 있도록 이끄십시오. 제가 해 드릴 수 있는 건 여기까지입니다.”

“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오토가 촌장에게 물었다.

“혹시 아도니스와 그 가족들은 어디 있습니까?”

“아도니스라면… 목동 아도니스 그 아이를 찾으십니까?”

아도니스는 이 마을 최고의 미남이라, 촌장이 모를 리가 없었다.

“그것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음. 하지만 아도니스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닙니다.”

“예…? 설마.”

“아도니스는 얼마 전 아라드 제국의 침공 당시 전사했습니다.”

촌장의 말에 의하면, 아도니스는 아라드 제국군이 국경을 침공해 왔을 당시 에르제베트 왕국군에 징집되었다고 했다.

그후 국경수비대 소속 정찰부대에 배치되어 임무를 수행하던 아도니스는, 국경을 넘어온 아라드 제국군에 의해 전사했다고 했다.

“마, 맙소사.”

오토는 촌장의 말을 듣고 너무나도 놀라 그만 경악하고 말았다.

아도니스가 전사했다니.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니.

‘로웨나와 아도니스가 만나는 시기가… 건국기념연회가 끝난 직후. 로웨나가 국경지대를 순찰하다가 목동인 아도니스를 보고 첫눈에 반했지.’

어떤 이유에서인지, 로웨나가 국경지대를 순찰하지 않아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덕분에 로웨나라는 연인이자 군주이며, 또한 후원자를 만나지 못한 아도니스를 일개 목동으로서 이 마을에 남게 되었을 테고.

그 후 로웨나가 오토를 도와 에르제베트 왕국의 후방을 흔들고자 국경을 침공해 오면서, 아도니스는 촌장의 말대로 군대에 징집되었고, 그 결과 정찰임무를 수행하던 중 전사하는 불상사가 벌어진 것이다.

이는 명백한 나비효과이고, 또한 변수였다.

아도니스가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 되어 버린 이상 로웨나가 집착하는 대상은 오토가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로웨나의 세력에서 전략·전술을 구사할 사람이 없어진 것이고, 오토에게 대적할 수 있는 머리 좋은 사람이 하나 사라진 거였다.

‘도대체 뭐가 문제였지? 왜 로웨나가 건국기념연회가 끝나고 국경순찰을 돌지 않은 거야?’

오토는 혼란스러웠다.

딱히 나비효과가 벌어질 만한 계기가 떠오르지 않아서, 로웨나와 아도니스의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를 도저히 추론해 내기 힘들었던 것이다.

그러던 그때.

‘잠깐만.’

문득 든 생각이 있었다.

‘로웨나가 나한테 호감을 품게 된 계기가 건국기념연회니까.’

오토가 아는 로웨나는 첫눈에 반한 상대에게 바로 감정을 품지 않는다.

적어도 며칠은 의식하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호감을 품은 상대만을 생각하기 마련이었다.

아도니스와의 만남 역시 처음에는 그냥 잘생긴 청년이구나, 하고 별생각 없이 넘어간다.

그러나 며칠이 지난 뒤에는 자신이 아도니스에게 첫눈에 반했다는 걸 떠올리고, 그를 찾아 나선다.

그런 로웨나의 행동패턴을 떠올려 보면…….

‘나를 보고 감정을 품게 돼서, 연회가 끝나고 내 생각을 하느라 국경지대를 순찰하러 나가지 않았다면?’

아귀가 맞아떨어졌다.

애초에 오토가 엘리제를 만난 것도 변수.

아라드 제국의 건국기념연회에 참석했던 것도 변수.

즉, 이게 다 오토가 아도니스보다 먼저 로웨나를 만났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변수가 변수를 낳아 나비효과가 발생되어 버려서, 군주 캐릭터인 로웨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아도니스라는 캐릭터가 시나리오에서 삭제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 * *

아도니스의 죽음을 확인하고, 마을 사람들이 대피하는 동안 오토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이제 본국으로 복귀하십니까?”

카미유가 오토에게 물었다.

“잠깐만.”

오토는 생각에 잠겨 있느라 바로 복귀를 결정하지 못했다.

“기회인 거 같아서. 이대로 돌아가기엔 좀 아쉬워.”

“예…?”

“어쩌면 지금이 바토리의 힘을 빼놓을 좋은 기회일 수도 있어.”

오토가 그렇게 판단한 이유는, 이 일대에 바토리의 권속 중 하나인 아퀴나스가 활동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퀴나스는 단순히 모병관들을 만들어 내는 존재가 아니었다.

그는 부패여왕 바토리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암살해야 할 1순위 자원이었다.

왜?

아퀴나스에게는 모병관들이 모집해 온 죽음의 병사들의 잠재력을 극대화시키는 능력이 있었으니까.

죽음의 병사가 살아생전 정말 뛰어난 재능과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면, 아퀴나스를 그걸 증폭시켜서 더욱 강력한 고위급 언데드 유닛으로 업그레이드시켜 주는 게 가능했다.

즉, 아퀴나스야말로 부패여왕 바토리에게 고급 유닛들을 만들어 내주는 핵심 중의 핵심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제거해야 돼.’

때마침 아퀴나스가 가까운 곳에 있을 게 분명했으므로, 오토는 이 기회에 그를 제거하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여기서 아퀴나스를 제거하는 데 성공하기만 한다면, 장차 에르제베트 왕국과의 전쟁에서 더욱 유리해질 것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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