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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277화 (278/401)

제277화

오토는 예상하지 못한 득템으로 인해 잠시나마 기분이 좋아졌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잠시에 불과했다.

오토는 언데드 군대를 만들어 내기 위한 자국민 학살에 진심으로 분노해 있었기에, 이내 곧 냉정을 되찾았다.

루비의 활용 방법 같은 건 나중에 고민해 볼 일이었고,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어서 여길 빠져나가야 돼.’

저 멀리 카미유와 카심이 고전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크으윽!”

“으윽!”

카미유와 카심은 시커멓게 몰려든 언데드들과 정신없이 싸우는 중이었다.

그들이 아무리 강하고, 명속성 에너지를 다룰 수 있다고 한들 결국 두 사람일 뿐이었다.

수천여 명의 언데드들이 덤벼드는데 싸워 이길 수 있을 리 없었다.

“가자!”

오토는 즉시 카미유와 카심이 있는 곳으로 텔레포트했다.

그리고….

“길을 열 테니까 빨리 와.”

“길을 열 테니까 빨리 와.”

“길을 열 테니까 빨리 와.”

뒤이어 오토의 분신들이 나타나 덤벼드는 언데드들을 가로막았다.

오토가 트릭스터의 재간 권능을 이용해 분신을 만들어 낸 것이다.

“가자!”

오토가 즉시 축지법을 발동했다.

“모두 후퇴합니다! 후퇴!”

그러자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마정석 폭탄을 설치하던 마검사들이 일제히 합류했다.

슉! 슈욱!

축지법의 효과를 받은 오토 일행은 몰려드는 언데드들을 뿌리치고, 눈 깜짝할 사이에 부패한 훈련소를 빠져나왔다.

“막아!”

오토가 분신들로 하여금 부패한 훈련소 입구를 막게끔 했다.

“걱정 말고 가!”

“걱정 말고 가!”

“걱정 말고 가!”

분신들은 비록 오토만큼 강하지는 않았지만, 언데드들을 잠시 막아주기에는 충분했다.

‘그래, 그래야지.’

오토는 언데드들이 부패한 훈련소를 빠져나오는 걸 바라지 않았다.

이곳은 에르제베트 왕국의 영토.

부패한 훈련소를 빠져나온 언데드들이 활개 치고 돌아다닌다면, 오토 일행으로서는 그들을 토벌할 수 없었다.

또한, 저 언데드들은 부패여왕 바토리의 병사들이 될 터.

‘그렇게 놔둘 순 없어.’

저 언데드들은 사악한 마법에 의해 저렇게 되었을 뿐, 처음부터 괴물이 아니었다.

그저 이 일대 규모 작은 마을에 살던 평범한 사람들이었을 뿐.

그들이 훈련소 밖으로 나와 살육을 벌이고, 나아가 바토리의 노예로서 전쟁터에 나가게끔 놔둘 순 없는 노릇이었다.

촤라락!

오토가 검을 휘둘렀다.

화아아악!

석화의 권능을 품은 오러 블레이드가 물결처럼 뻗어나가며, 부패한 훈련소 입구에 장벽을 세웠다.

오토는 그런 뒤 일행과 함께 계속해서 내달렸다.

그렇게 부패한 훈련소와 약 1.5킬로미터쯤 떨어졌을 무렵.

콰아아아아앙-!!!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지고.

우르르르르르-!!!

지축을 뒤흔드는 지진이 일어나는가 싶더니, 부패한 훈련소가 있던 지역의 땅이 푹 꺼졌다.

마검사들이 설치한 고성능 마정석 폭탄들이 일제히 폭발하면서, 지하에 있던 부패한 훈련소를 완전히 무너뜨린 것이다.

“부디.”

오토는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며, 옷깃을 여미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편히 잠들길.”

압도적인 폭력과 사악한 의지에 의해 언데드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이 안식을 취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 * *

부패한 훈련소가 파괴되었다는 소식은 바토리에게도 즉시 전해졌다.

부패여왕에게 있어 아퀴나스와 그가 운영하는 부패한 훈련소의 가치는 엄청나게 큰 것이었고, 그만큼 보고가 빠르게 올라오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었다.

“이이… 이이이…!!!”

썩은 진물이 줄줄 흘러내리는 바토리의 얼굴이 더욱 끔찍하게 일그러졌다.

“이…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이냐… 부패한 훈련소가… 파괴되다니… 아퀴나스의 생사를 알 수가 없다니… 어디 이게 말이나 되느냐는 말이다….”

신하들은 말이 없었다.

“…….”

“…….”

“…….”

그들은 그저 침묵을 지킨 채 바토리의 명령만을 기다릴 뿐이었다.

왜?

그들은 모두 언데드들이었으니까.

부패여왕으로 부활한 바토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에르제베트 왕국의 주요 대소신료들을 모조리 언데드로 만드는 일이었다.

고위급 귀족들과 관료들을 모조리 언데드로 만들어 버림으로써, 바토리는 끔찍하고 기괴한 언데드임에도 불구하고 정권을 유지하는 게 가능했던 것이다.

물론 이 사실이 만백성에게 알려지면 곤란했으므로, 바토리는 평소 신하들에게 갑옷과 가면으로 온몸을 가릴 것을 지시했다.

지난번 전쟁에서 패한 것에 대한 책임으로, 늘 전투준비태세를 유지하겠단 마음가짐을 보여야 한다는 핑계를 대면서.

“이게 무슨 개 같은 상황이라는 말이냐… 이 무슨!!!”

바토리는 연신 분노를 토해내었지만, 언데드들은 그저 조용히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과거에는 자유의지를 가지고 의견을 내었다면, 지금은 그저 바토리가 묻는 말에만 대답하는 권속에 불과했으므로.

‘도대체 누가 부패한 훈련소를 파괴한 것이지?’

바토리는 고민했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부패한 훈련소의 위치는 철저한 기밀사항인 데다가, 방어하는 병력도 많았다.

그런데 아퀴나스를 포함한 그 많은 언데드들이 사라지고, 부패한 훈련소가지 파괴되었다?

상식적으로 도무지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었다.

있다면 한 가지.

“설마 그 개 같은 자식이… 또 과인의 일을 방해했다는 말인가…?”

지금 이 순간 바토리의 뇌리에 떠오르는 사람은 단 한 명.

씨익-

그 특유의 얄미운 미소를 짓고 있는 오토의 얼굴이 떠올랐다.

“오토 드 스쿠데리아… 이 개 같은 새끼야아아아아아아아-!!!”

터져 나온 쌍욕이 어전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증거 하나 없었지만, 바토리는 이번 사건의 범인이 오토라고 확신했다.

바토리가 아는 모든 정보들을 떠올려 봐도 이런 사건을 저지를 만한 인물은 오직 오토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내 반드시… 복수하리라… 반드시….”

바토리는 피맺힌 원한을 토해내며, 어전을 떠나 왕궁 지하로 향했다.

“부패한 여왕은 죽음을 잉태할 것이니….”

바토리의 입에서 고대의 사악한 주문이 흘러나왔다.

그러자 바토리의 육체가 변이하며, 몸뚱이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이윽고 바토리는 썩은 육체를 가진 거대한 거미로 변이하기에 이르렀다.

아퀴나스의 죽음으로 인해 더는 모병관들을 만들어 낼 수도 없고, 고위급 언데드들을 발굴해 낼 수 없으니 거대한 거미로 변이해 알을 낳으려는 것이다.

‘더 이상 전투에는 참여할 수 없지만… 이것밖엔 방법이 없구나.’

거대한 거미로 변이한 이상 바토리는 이곳 왕궁 지하에서 꼼짝할 수가 없게 되었다.

왜?

알을 낳아 언데드 괴물들을 부화시켜야 했으니까.

이는 아퀴나스를 잃었을 때 바토리가 취할 수 있는 궁여지책에 가까웠지만, 지금으로서는 이게 최선이었다.

아퀴나스가 없으면 언데드들을 만들어내는 게 한계가 있었을뿐더러, 고위급 언데드들도 만들어 내는 게 불가능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 * *

후비적!

“으으… 으으으!”

이오타 왕국으로 복귀한 오토가 괴로워했다.

“왜 그러십니까?”

“귀가 너무 간지러워서. 으윽.”

“…….”

“가서 내 욕 그만들 좀 하라고 해.”

“알긴 아십니까?”

“그럼 몰라? 나 욕하는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어. 으으으.”

오토는 자신이 여러 사람들로부터 미움을 받고 있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았다.

‘앞으로도 그러겠지.’

또한, 계속해서 욕을 먹으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여태 대립했던 적들 중 살아남은 이들은 잊을 만하면 오토를 욕하고 있을 테고.

앞으로 대립하게 될 적들 또한 오토를 욕하게 되리라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근데 누군지 알고 가서 욕 좀 그만하라고 말을 합니까?”

“그건 그러네.”

오토가 카미유의 말에 동의했다.

어디 한둘이어야지…….

‘일단 아퀴나스를 제거했으니까… 바토리가 지금쯤 거미로 변이했겠지?’

오토는 아퀴나스가 전사하면 바토리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일단 바토리가 전장에 나설 가능성은 이제 없고.’

오토가 아는 부패여왕 바토리의 전투력은 가히 어마어마했다.

솔직히 오토, 카미유, 카심, 카이로스, 그리고 바그람이 한꺼번에 달려든다 한들 바토리를 이길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러나 부패한 거미여왕으로 변이한 바토리는 병력을 생산하느라 왕궁 지하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게 되고, 오토의 입장에서는 전투에서 큰 부담이 덜해지는 셈이었다.

‘이제부터 언데드 괴물들을 생산하겠지. 수도의 시민들을 잡아먹으면서.’

오토는 부패한 거미여왕에 의해 잡아먹힐 에르제베트 왕국의 백성들이 불쌍했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들을 구해 줄 수가 없었다.

그나마 아퀴나스와 모병관들이 죽음의 병사들을 만들어 내는 것에 비하면 인명피해가 3분의 1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게 유일한 위안이었다.

‘슬슬 준비해야겠지.’

오토는 부패한 거미여왕으로 변이한 바토리와 그녀가 잉태할 언데드 괴물들을 상대할 방법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고, 지금부터 그에 대비할 작정이었다.

“일단 좀 쉬고. 어휴.”

하지만 그 전에 한 며칠 정도는 휴식을 취할 생각이었다.

우르크 평원 사건부터 지금까지 수도 없이 사건·사고에 휘말리는 바람에 피로가 쌓여서 좀 쉬어 줄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 * *

오토는 고작 이틀을 쉬었을 뿐이었다.

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았다.

밀린 행정업무도 해야 했고, 오크 왕국을 건설 중인 바그람을 지원해야 했으며, 반 에르제베트 동맹에 가입한 나라들의 외교관들을 만나야 했고, 또한 개인 수련도 해야만 했다.

어디 그뿐인가?

오토는 사업도 진행해야 했다.

“쿄쿄쿄! 어떻습니까요? 쿄쿄쿄!”

고블린 상인 에고가 새롭게 건설된 공장을 오토에게 보여 주었다.

그 공장은 치매 치료제인 <다이애닌>을 대량생산하는 곳이었고, 앞으로 이오타 왕국에게 캐쉬카우를 만들어 줄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기도 했다.

마침 에르제베트 왕국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을 계기로 원료 공급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서, 공장은 아주 활발하게 돌아가며 다이애닌을 생산하는 중이었다.

“시제품입니다요. 쿄쿄쿄.”

“오?”

“어떻습니까요?”

에고가 오토에게 치매 치료제 다이애닌 시제품을 보여 주며 의견을 물었다.

다이애닌에는 이오타 왕국의 문장과 쿤타치 가문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고, 개발자인 알퐁달 어르신의 초상화도 그려져 있었다.

또한, 뒤에는 알퐁달 어르신이 다이애닌을 개발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도 매우 상세하게 적혀 있기도 했다.

“좋습니다.”

오토는 다이애닌의 포장지에 새겨진 문장들, 알퐁달 어르신의 초상화, 그리고 뒷면에 적힌 이야기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이로써 다이애닌이 팔릴 때마다 이오타 왕국, 쿤타치 가문, 그리고 알퐁달 어르신의 위대한 업적이 자연스럽게 세상에 알려질 것이었기 때문이다.

‘어르신의 의지, 제가 잇습니다.’

오토는 돌아가신 알퐁달 어르신을 떠올리며,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다만 한 가지 걱정이 있었다.

‘치매로 고통받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구나.’

알퐁달 어르신은 이 세계에서 치매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랐다.

하지만 다이애닌의 원료가 워낙 비싸서, 저렴하게 공급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게 문제였다.

아무리 대량생산을 한다고 한들 원료부터가 비싼데, 저렴하게 공급한다는 건 이오타 왕국의 재정적 부담만 늘릴 뿐이었다.

‘어떻게 싸게 공급하지?’

오토가 그런 고민을 할 때.

“전하.”

“네?”

“이제 슬슬 비즈니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가 되었습니다요.”

“비즈니스요…?”

“다이애닌은 매우 비싼 약입니다요.”

“그래서요?”

“소인이 방법을 좀 생각해 보았사옵니다요. 쿄쿄쿄.”

“그게 뭐죠?”

“우선은…….”

에고의 입에서 소지자들이 다이애닌을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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