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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298화 (299/401)

제298화

결국, 바토리는 악마들에 의해 지옥으로 끌려들어가고 말았다.

저항은 불가능했다.

오토가 8개의 다리 중 6개를 잘라 버린 덕분에, 발버둥조차 치지 못한 채 악마들에 의해 끌려들어간 것이다.

“꺄아악!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처절한 비명만을 남긴 채…….

“그래, 그게 네가 가야 할 곳이지.”

오토는 바토리가 지옥으로 끌려 들어간 것을 확인하고 혼잣말했다.

그간 바토리가 저지른 짓을 생각하면, 꽤 괜찮은 최후라고 오토는 생각했다.

바토리와 같은 악인이 지옥에 가지 않는다면, 그건 너무 불공평한 일일 테니까.

“도대체 어디로 보내 버리신 겁니까?”

카미유가 오토에게 물었다.

“지옥.”

“정말 지옥인 겁니까?”

“응.”

오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어느 세계의 어느 지옥인지는 모르겠는데. 지옥은 맞아.”

“…….”

“으. 좀 피곤하네.”

살짝 현기증이 든 오토가 눈살을 찌푸리며 어지러워했다.

‘윽. 진짜 빡세네. 고작 바토리 하나 보내 버리는데 이렇게 부담이 큰 게 맞아?’

조금 전 오토가 바토리를 지옥으로 보낼 수 있었던 것은, 대학살의 서에 수록되어 있는 금지된 마법 중 하나였다.

이른바 ‘지옥의 부름’이라 부르는 이 마법은, 강제로 차원의 문을 열어서 적들을 진짜 지옥으로 보내 버리는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마법이었다.

과거 처음으로 이 마법을 개발했던 마법사는, 한 시대를 피로 물들이며 자신의 적들을 지옥으로 보내 버렸다고 했다.

‘끝내는 자기 자신도 지옥으로 끌려 들어가게 됐지만.’

물론 희대의 흑마법사답게, 그의 최후는 비참했다.

하지만 오토는 지옥의 부름을 사용한 걸 후회하지 않았다.

자국민들을 희생시켜 언데드 군대를 만든 것으로도 모자라 수도를 초토화시키고, 수십만 명의 자국민 학살을 저지른 바토리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일단 좀 쉬자.”

오토가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왕궁을 사령부로 쓰고, 수도 재건에 힘쓰자고.”

“예, 전하.”

그렇게 100인의 군주 중 하나인 바토리가 지옥으로 끌려 들어가는 비참한 최후를 맞음으로써, 전쟁은 막을 내렸다.

그건 충분히 큰 사건이었다.

이오타 왕국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이 에르제베트 왕국을 무너뜨리면서, 대륙 서쪽 지역의 정세와 기존 질서를 완전히 뒤바꿔 버렸기 때문이다.

* * *

전쟁이 끝나고, 연합군은 에르제베트 왕국의 영토를 사이좋게 나눠 가졌다.

오토는 연합국에 속한 세력들이 만족할 만한 영토 분할을 제시했고, 그들은 그걸 흔쾌히 받아들였다.

사실 주변 세력들의 입장에선 애초에 영토를 크게 확장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대부분 약소국인 주변 세력들의 입장에서는, 욕심을 부려 봤자 오히려 손해만 볼 뿐이었다.

무리해서 영토를 확장한다 한들, 점령지를 장악하고 관리할 만한 군사적·경제적 역량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토는 주변 세력들이 그간 에르제베트 왕국에 의해 통제당하고 압박받고 있던 교역로 문제를 해결해 줌으로써, 그들을 만족시켜 주었다.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건 다름 아닌 오크들이었다.

“우르크 평원서부터 여기까지.”

오토가 지도를 가리키며 바그람에게 설명했다.

“이러면 대륙으로 뻗어나갈 수도 있고. 교역로도 확보되고. 비옥한 지역이니까, 농사를 짓기에도 좋아.”

“취, 취익?!”

바그람은 오토가 할당해 준 영토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우르크 평원을 벗어나지 못할 줄 알았던 오크들이, 당당하게 대륙으로 진출할 수가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신 문제가 있어.”

“취익?!”

“여기 살던 백성들은 이주시켜 줄 거야. 갑자기 오크들과 인간들이 섞여 살게 되면 이런저런 문제가 터질 테니까.”

“그것은 나 또한 동의하는 바이다. 취익.”

“하지만 앞으로는 인간들과 어울려 살아가야 돼.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사이좋게 지내야 할 거야.”

“그건 걱정 마라. 취익.”

바그람이 가슴을 탕탕 두드리며 말했다.

“오토 너도 잘 알겠지만, 우리 오크들은 인간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사납고 무서운 종족이 아니다. 동족들은 내가 잘 교육하겠다. 취익.”

“그럼 나도 우리 백성들이 오크들에 대한 선입관을 가지지 않을 수 있게끔 신경 쓸게.”

사실 신경 쓰겠다고 말했지만, 오토가 할 일은 딱히 없었다.

오토가 화합의 성서를 가지고 있는 이상 이오타 왕국의 백성들이 오크들에게 적대감을 드러내거나, 종족차별을 할 일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낯설고 두려워하기야 하겠지만, 막상 오크들을 겪어 보고 나면 큰 문제 없이 잘 어울릴 게 분명했던 것이다.

“취익! 좋다! 우리 우르크 왕국은! 췩! 인간들과 잘 지낼 것이다! 취익! 그리고!”

“응?”

“앞으로도 혈맹으로서 이오타 왕국을 도울 것이다! 취익! 이오타 왕국의 적은 우리 오크들의 적이다! 취익!”

“좋아, 좋아.”

오토가 미소를 지었다.

‘역시 호인이라니까.’

바그람은 동맹으로서도 친구로서도 매우 든든한 인물.

이런 훌륭한 군주를 아군으로 두게 되었으니, 오토의 입장에서는 더없이 든든할 수밖에.

“그럼, 앞으로도 잘 부탁해.”

“취익. 나도 잘 부탁한다.”

오토와 바그람은 서로 악수를 나누며, 앞으로도 함께할 것을 결의했다.

그렇게 자잘한 영토 분할이 끝나고.

“아라드 제국은 어찌할 생각이냐?”

와지르 대공이 오토에게 물었다.

그는 전쟁이 끝나자마자 황급히 에르제베트 왕국의 수도로 달려와서 영토 분할에 대한 실무를 담당했고, 모두가 만족할 만한 합의안을 작성해 내었다.

자칫 전후(戰後)에 또 다른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여지를 원천봉쇄할 수 있었던 데에는 와지르 대공의 공이 가장 컸던 것이다.

“음.”

오토는 아라드 제국과 어떻게 할 것이냐는 와지르의 물음에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전쟁에서 아라드 제국군의 활약은 그야말로 눈부셨다.

그들이 가히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에르제베트 왕국의 서쪽 국경을 초토화시켜 준 덕분에 연합군이 수도를 포위할 수가 있었기에, 사실 이 전쟁의 1등 공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것이다.

때문에, 영토 분할에 있어 아라드 제국이 주장할 수 있는 권리 역시 어마어마했다.

에르제베트 왕국의 영토 절반을 내놓으라고 해도 연합군 입장에서는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오토가 지도를 가리키며 말했다.

“수도까지 아라드 제국에 내줄 생각입니다.”

“수도까지 포기하겠단 말이냐?”

“그래야 만족할 것 같은데요?”

“그렇긴 하다만.”

와지르 역시 오토의 의견에 동의했지만, 그리 마음에 들어 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왜?

에르제베트 왕국의 수도를 내준다면, 아라드 제국의 힘이 더욱 막강해질 테니까.

이오타 왕국의 입장에선 기껏 에르제베트 왕국을 쳐부쉈더니 이제는 아라드 제국과 국경을 마주하게 되는, 더욱 부담스러운 상황이 만들어진 꼴이었다.

죽 쒀서 개 줬다는 말이 딱 어울릴 정도로.

만약 로웨나와 우호 관계를 맺어둔 게 천만다행이라면 천만다행이었다.

“여길 내주면 앞으로 골치 아파질 텐데?”

“어쩔 수 없죠. 로웨나도 챙겨갈 건 챙겨가야 할 테니까.”

“쩝. 확실히 이번에는 나로서도 방법이 없구나.”

와지르 대공 역시 오토의 의견에 동의했다.

에르제베트 왕국의 수도를 내어주기가 죽기보다 싫었지만, 아라드 제국 쪽에서 먹겠다고 하면 막을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 * *

오토는 즉시 로웨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제가 잘 생각해 봤는데, 누님께서 여기까지 가져가시는 게 맞을 것 같네요.”

오토가 미리 선을 그어 둔 지도를 로웨나에게 보여 주며 말했다.

“본국에 수도를 넘겨주겠다는 거야~? 동생~?”

“이번 전쟁에서 아라드 제국군의 역할이 그만큼 컸으니까요.”

“호호호!”

로웨나가 웃었다.

“괜찮아~”

“예?!”

“여기까지만 가져갈게.”

로웨나가 다시 선을 그었다.

“어?”

오토는 로웨나가 그은 선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고, 고작 이것만 가져가시겠다고요?”

“응.”

오토가 놀란 이유는 간단했다.

로웨나가 그은 선 안에는 에르제베트 왕국의 수도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래 봤자 에르제베트 왕국의 영토 3분의 1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땅덩어리를 가져가긴 했지만, 그래도 수도와 그 주변을 남겨뒀다는 건 꽤나 놀라운 일이었다.

어지간한 나라 하나만큼의 영토를 포기한 것이다.

“이건…….”

오토는 로웨나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에르제베트 왕국의 수도와 그 옆에 자리한 비옥한 곡창지대인 ‘지믈라 평야’는 그 가치가 어마어마했기 때문이다.

“선물이야.”

로웨나가 오토에게 말했다.

“서, 선물이요?!”

“응. 내가 아끼는 동생한테 주는 선물.”

오토는 그 말을 듣고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그냥 주지 마… 무섭게 왜 이래….’

로웨나가 통 크게 영토를 양보한 것 자체는 좋았지만, 문제는 그 의도.

지금 로웨나의 양보는 사실상 사채 빚을 강제로 떠넘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일단 잘해 준 다음에, 자기 뜻대로 따라주지 않으면 입에 거품을 물고 상대방을 들들 볶을 게 분명했던 것이다.

“누님. 이건 너무 과합니다.”

오토가 거절했다.

준다고 넙죽 받았다간 체할 수도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저는 선물 같은 건 필요 없습니다.”

“왜?”

로웨나의 표정이 언뜻 무서워졌다.

“설마… 내 성의 표시가 싫은 거야?”

“저, 절대 아닙니다!”

오토가 황급히 로웨나를 달랬다.

주르륵!

한 줄기 식은땀이 등골을 타고 흘러내렸다.

자칫 로웨나의 심기를 거슬렀다간…….

오싹!

오토는 상상만 해도 끔찍해서, 흠칫 몸을 떨었다.

에르제베트 왕국군 3만 명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매장시켜 버린 인간 도살자를 상대로 그 비위를 상하게 한다는 건 자살행위나 없었다.

비단 오토 개인의 목숨뿐 아니라 이오타 왕국민들의 목숨마저도 위험해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 왜 거절하는 건데? 왜? 왜 내가 주는 선물을 안 받아? 어째서?”

로웨나가 눈을 희번덕거리며 오토를 압박했다.

슬슬 광기가 치밀어 오르는지, 희번덕거리는 두 눈에 독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누님.”

오토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슬쩍 로웨나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저한테 이렇게 큰 선물을 주시면 누님 입장이 곤란해지시잖아요.”

“으, 으응?”

“이 정도 영토를 양보하면 황제 폐하도 의아하게 생각하실 테고, 동생 분들도 가만히 있지 않으실 텐데 제가 어떻게 이 영토를 받겠어요.”

“……!”

“저는 누님이 곤란해지시는 걸 원하지 않아요. 이 영토를 저한테 주셨다간 아라드 제국 내에서 누님의 정치적 입지가 약해질지도 모릅니다.”

“그, 그런… 거였어?”

로웨나가 돌연 얼굴을 바꾸었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치밀어 오른 광기를 참지 못하고 오토를 잡아먹을 듯 몰아세우더니, 이제는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감동받은 표정을 지었던 것이다.

‘으윽! 이 싸이코!’

오토는 그런 로웨나가 너무나도 무서웠다.

사랑하는 대상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소유욕은 물론, 눈 깜짝할 사이에 기분이 천국과 지옥을 오갈 정도로 죽 끓는 듯한 감정변화에 치가 떨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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