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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327화 (328/401)

제327화

까막이를 타고 키이우 왕국으로 가는 길.

“쪽쪽!”

“쪽쪽!”

뒷좌석에 탄 케레스와 쿠사키나는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고삐 풀린 망아지들 같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발정기를 맞이한 한 쌍의 짐승들 같다고 해야 할까.

둘 다 짐승이긴 마찬가지였지만, 어쨌거나 케레스와 쿠사키나는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아 좀!”

오토가 팍! 인상을 쓰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츄릅츄릅.”

“쭈와압.”

케레스와 쿠사키나는 오토가 뭐라고 하는 줄도 모른 채 열정적인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그 와중에 케레스의 손과 쿠사키나의 손이 상대방의…….

“그만해!!!”

보다 못한 오토가 빽! 소리를 질렀다.

이대로 내버려두었다간 비행 도중 뭔가 사고(?)가 터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아니! 적당히들 좀 하세요! 적당히!”

오토가 으르렁거렸다.

“아예 내려서 어디 여관방이라도 하나 잡아 드려요? 예? 이따 도착해서 하던지! 남들 다 있는데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미, 미안.”

케레스가 얼굴을 붉히며 오토에게 사과했다.

“너무 흥분돼서 이성을 잃었어. 신경 안 쓰이게 할게.”

“죄송해요. 조용하게 할게요.”

그 와중에 그만두겠다고는 말 안 하는 게 압권이었다.

“아니이.”

오토가 몰려드는 피곤함에 얼굴을 감싸쥐며 말했다.

“두 분 그동안 떨어져 있느라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압니다. 많이들 힘드셨겠죠. 욕구불만이기도 하실 테고요. 근데…….”

오토가 말을 하다 멈췄다.

“쪽쪽!”

“쪽쪽!”

케레스와 쿠사키나가 다시 뽀뽀를 나누고 있었다.

“포기하십시오.”

카미유가 오토에게 조언했다.

“말해서 들을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런 거 같네.”

케레스는 욕구에 충실한 바보.

쿠사키나 역시 야만부족 출신답게 상당히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여성.

이런 남녀를 붙여 놓았으니, 눈이 마주칠 때마다 불꽃이 튈 수밖에.

안 그래도 목숨을 걸고 밀회를 이어오다가 이제야 마음 편하게 단둘이 있을 수 있게 됐으니, 욕구가 통제가 안 될 법도 했다.

곁에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여간 고역이 아니었지만.

“에휴.”

결국, 오토는 말리기를 포기하고 대학살의 서를 펼쳤다.

그리고는 케레스와 쿠사키나가 있는 안장 뒤쪽의 시야와 소리를 아예 차단해 버렸다.

앞으로 몇 시간은 더 날아가야 하는데, 이대로 두었다간 보고 싶지 않은 장면과 듣고 싶지 않은 소리를 고스란히 볼지도 모른단 불안감이 들었던 것이다.

“괜히 이어 줬나…… 후우.”

오토가 마법을 사용하고는 회의감에 찌든 표정으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저렇게까지 행복하라고 이어준 건 아닌데…….”

“좋은 일 하신 거잖습니까.”

카미유가 웃으며 오토를 토닥였다.

“그냥 좀 놔두십시오. 얼마나 보고 싶었으면 저러겠습니까.”

“그렇긴 한데. 뭔 발정 난 고양이들도 아니고. 에휴. 속도위반이라도 하면 어쩌려고.”

“하하…….”

“몰라. 난 할 만큼 했어. 만약에 소문이라도 나면 그땐 둘 다 콱! 내 손으로 보내 버릴 거야.”

오토는 그렇게 말하고는 눈을 감았다.

키이우 왕국까지는 적어도 몇 시간은 더 비행해야 했으므로, 잠시 눈을 좀 붙이기로 한 것이다.

* * *

그렇게 도착한 키이우 왕국.

“오셨습니까.”

크바르는 오토 일행을 아주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다시 만나 뵙게 되어…….”

벌러덩!

크바르가 뜬금없이 자빠지며 슬랩스틱 코미디를 선보였다.

“풉.”

“크윽!”

“푸하하하!”

오토 일행은 크바르의 기습적인 몸개그에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뜬금없긴 했는데, 넘어지는 광경이 굉장히 극적으로 웃겨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재밌긴 한데.’

오토는 크바르의 몸개그를 보고 속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제 점점 재미없어지겠지. 어휴.’

크바르의 각종 코미디는 처음에는 재밌지만, 너무 남발하는 경향이 있어서 나중엔 아무도 반응을 해 주지 않는 지경까지 갈 예정이었다.

희극인으로서 더는 무대에 올라 공연할 수 없다는 욕구불만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개그를 남발하게 된 것인데, 이게 누적되다 보면 뭘 해도 재미가 없고 식상해지기 마련이었다.

원래 인간은 자극에 익숙해지는 동물이니까.

“좀 어떠세요?”

오토가 물었다.

“예, 뭐.”

크바르가 뒤통수를 벅벅 긁으며 대답했다.

“지원해 주신 덕분에 일은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만…….”

“로셴 백작 때문이죠?”

오토가 크바르가 할 말을 넘겨짚었다.

크바르가 왕권을 장악해 나가는 과정에 있어 가장 걸림돌이 되는 존재가 로셴 백작이었기 때문이다.

“맞습니다.”

크바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피곤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전하께서 해 주신 말씀 때문에 최대한 좋게 해결해 보려고는 하고 있는데, 로셴 백작이 워낙…….”

“부패가 심하죠.”

“예.”

“끌어안자니 다른 귀족들의 반발이 심하고. 그냥 버리자니 제 말이 걸리고. 맞죠?”

“정확합니다. 조언해 주시면, 새겨듣겠습니다.”

“얼마든지 해 드려야죠. 차근차근 얘기하죠.”

“예.”

“아, 그리고…….”

오토가 뒤에서 딱 달라붙어 있는 케레스와 쿠사키나를 힐끔 쳐다보고는, 크바르에게 속삭였다.

“저 두 분한테 방 하나 내주세요. 지금 당장.”

“예……?”

“급하답니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급하데요.”

“……알겠습니다.”

크바르는 무슨 말인지 정확히 알아듣지 못했지만, 눈치껏 케레스와 쿠사키나에게 밀폐된 공간을 마련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둘이 어찌나 찰떡같이 들러붙어 있었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크바르의 눈에도 적절한 조치가 필요해 보였던 것이다.

* * *

자리를 옮긴 후.

“……그러니까.”

크바르가 오토에게 지금 상황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는 왕위에 오른 후 키이우 왕국을 좀먹던 쓰레기들을 쓸어 버리고, 매우 빠르게 왕권을 장악해 나갔다.

오토가 지원해 준 마검사들, 그리고 골리앗과 가고일들 덕분에 그 과정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압도적인 무력을 보유하고 있다 보니 숙청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던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

중앙귀족들은 대부분 숙청에 성공했지만, 영지를 가지고 있는 지방귀족들이 발목을 잡았다.

지방귀족들은 대부분 독립영지를 가진 세력가들이었고, 막강한 군사력을 휘두르는 군벌이었다.

그들을 밑도 끝도 없이 무력으로 찍어 눌렀다가 키이우 왕국이 내전에 휩싸이리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

북부제국의 침공에 맞서 전쟁을 준비해야 할 시기에 내전이라도 벌어진다면 키이우 왕국의 멸망은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었다.

최대한 빨리 왕권을 휘어잡고 전쟁에 대비해야 하는데, 엉뚱한 곳에서 발목이 잡혀 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부정부패가 심하다는 명분을 들고 나갔었는데…….”

“로셴 백작의 부정부패가 더 심했죠?”

“예. 지방귀족들의 부정부패도 심하지만, 로셴 백작은 정말이지…… 후우.”

크바르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남들이 해 먹은 것들에 비해 족히 10배는 해 먹은지라 어떻게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겠죠. 지방귀족들 입장에서는 부정부패를 가지고 뭐라 할 것 같으면 로셴 백작의 목부터 치라고 할 테니까.”

“맞습니다.”

“그렇다고 로셴 백작의 목을 치자니 제가 했던 말이 걸리고요.”

“그것도 맞습니다.”

부정부패를 명분 삼아 지방귀족들을 숙청하자니 로셴 백작의 목부터 쳐야 하고.

그렇다고 로셴 백작을 치자니 그가 둘도 없는 애국자(?)란 오토의 말이 걸리고.

크바르 입장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로셴 백작은 애국자가 맞습니다.”

“어째서…….”

“사실 그게 애국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부정부패를 저지르다 보니 장기적으로 국익이 도움이 되는 일들을 많이 했거든요.”

“…….”

“지금이야 티가 안 나지만.”

오토가 아는 로셴 백작은 희대의 부패한 귀족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어마어마한 애국자이기도 했다.

로셴 백작은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를 통해 엄청난 부정부패를 저지르긴 했지만, 그게 키이우 왕국의 무역에 엄청난 도움을 주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로셴 백작의 주력 분야인 방산비리 역시 키이우 왕국에는 엄청나게 큰 도움이 되고 싶었다.

비리와 돈세탁을 위해 기획한 신무기 개발 사업이 예상과는 달리 대박을 터뜨리면서, 알게 모르게 군사력이 엄청나게 강해져 있었던 것이다.

소 뒷걸음치다가 쥐 잡은 격이었지만, 그래도 결과만큼은 아주 좋았다고 할 수 있었다.

‘진짜 애국자긴 해.’

게다가 로셴 백작은 북부제국이 쳐들어오면, 국외로 도망치지 않고 끝까지 남아 크바르를 도와줄 인물이기도 했다.

비록 탐욕스럽지만, 애국심 하나만큼은 뛰어난 인물이었던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어떡하긴요.”

오토가 피식 코웃음을 쳤다.

“이럴 땐 로셴 백작을 죽여야죠. 그래야 지방귀족들도 벌벌 떨죠.”

“예? 하지만 로셴 백작은 반드시 살려 둬야 한다고…….”

“그래도 일단 죽여야죠. 그래야 명분이 바로 서고, 지방귀족들을 제압할 수 있죠.”

“무슨 말씀이신지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크바르 전하께선 가만히 있으시면 됩니다.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요.”

“음?”

“일단 아라드 제국군이 들어올 수 있게 허락만 해 주시죠.”

“알겠습니다.”

국내 문제에 외세를 끌어들이는 것은 절대 해선 안 될 행위였지만, 크바르는 흔쾌히 오토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애초에 크바르를 옹립하고, 왕권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도와준 사람이 오토였던 데다가 북부제국의 침공에 대비하는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오토를 철석같이 믿고 있기도 했고.

“1주일 내로 로셴 백작을 죽이겠습니다.”

오토가 말했다.

* * *

그날 밤.

오토는 까막이를 타고 로셴 백작의 저택으로 날아가, 그의 침실에 몰래 숨어들었다.

수없이 많은 기사들과 경비병들이 로셴 백작의 저택과 침실 주변을 지키고 있었지만, 오토의 침투를 막아내지는 못했다.

왜?

텔레포트가 있었으니까.

팟!

침실에 침투한 오토가 부지깽이로 로셴 백작의 배를 쿡쿡 찔렀다.

“어떤 놈이 감히…… 히익?!”

잠결에 눈을 뜬 로셴 백작이 오토를 발견하고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치, 침…… 읍! 읍읍!”

“쉿.”

오토가 로셴 백작의 입을 틀어막고 속삭였다.

“조용히 해. 뒈지고 싶지 않으면.”

“읍읍! 읍읍읍!”

“사업가잖아? 조용히 얘기하자고. 일 얘기를 하러 온 거니까.”

“읍?”

일 얘기란 말에 로셴 백작이 잠잠해졌다.

‘하여간 돈은 오지게 밝혀요.’

오토는 로셴 백작이 잠잠해진 걸 보고 어이없어 하면서도 그를 풀어주었다.

어차피 조용히 대화를 나눌 예정인지라 굳이 붙들고 있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 그대는.”

로셴 백작이 오토를 한눈에 알아보고는 입을 열었다.

“이오타 왕국의 오토 드 스쿠데리아 국왕 전하 아니십니까?”

“맞습니다.”

오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로셴 백작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그냥 만남을 요청하셨더라면 만사를 제쳐 놓고 달려갔을 터인데, 어찌 이런 방식으로…….”

“그야.”

오토가 대답했다.

“로셴 백작, 당신을 죽여야 하니까요.”

“예???”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오토가 말했다.

“일주일 뒤에 죽어 주셔야겠습니다.”

“……!”

“일주일이면 충분하겠죠?”

오토의 말을 들은 로셴 백작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알겠습니다.”

로셴 백작이 선선이 고개를 끄덕였다.

“1주일 뒤에 죽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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