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336화 (337/401)

#제336화

해군기지로 좀 더 깊숙이 침투한 오토는 지나가던 대위 하나를 기습해서 기절시키고, 영혼강탈의 권능으로 정신지배를 걸었다.

“관등성명.”

“육군 제1군단 제1기갑여단…….”

대위는 오토의 정신지배에 걸려 자신의 관등성명뿐 아니라 아는 정보를 모두 불었다.

“가서 네 군복 여분 있는 거 가져와.”

“예, 주인이시여.”

세뇌당한 장교는 자신의 군복을 가져다주었고, 오토는 그것을 입고 좀 더 과감하게 북부제국의 기지를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잔챙이라 그런지 모르네.’

한낱 대위가 총사령관의 참모들 중 핵심 인물의 행방을 안다는 것도 말이 안 되었기에, 오토는 좀 더 돌아다녀 보기로 했다.

‘여기가 사령부인가.’

어느덧 해군기지 안에 자리한 육군과 해군의 합동 사령부에 도착한 오토는, 은근슬쩍 안으로 침투했다.

“충성!”

대위 계급장과 군복을 입고 있어서 그런지, 오토를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완전히 깊숙한 곳까지는 못 들어가겠지.’

사령부 내에서도 진짜 고위급 장교들이 드나드는 곳은 특정 인물들만 출입이 가능할 테니, 이 이상 깊숙이 침투하는 건 불가능할 터.

하지만 오토는 그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았다.

스윽.

청소도구를 보관해 두는 곳으로 숨어든 오토는, 즉시 투시 권능을 발휘해 사령부 내부를 속속들이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이 새끼들 군인 맞아?’

오토는 사령부 내 장교들이 하라는 근무는 안 하고 보드카를 마시며 포커를 치고 있는 걸 보고 혀를 내둘렀다.

“우웨에에에에에엑!”

심지어 포커를 치던 중 테이블 위에 토하는 놈도 있었고, 집무실 안에서 바지를 내리고 오줌을 갈기는 놈도 보였다.

‘이거 완전 당나라 군대잖아?’

오토는 북부제국군의 군기 빠진 모습에 아주 기가 질려 버렸다.

‘하긴. 원래 이런 놈들이긴 하지.’

그러나 게임을 통해 접했던 북부제국의 실상을 떠올려 보니, 놀랄 일도 아니기는 했다.

게임 영지 전쟁 속에서도 북부제국군의 군기는 개판 5분 전으로 매우 유명했다.

어마어마한 기술력과 군사력으로 무장했지만, 장교들부터 말단 병사들까지 전반적으로 군기가 빠진 게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었던 것이다.

그 원인은 북부제국 특유의 문화 때문이었다.

북부제국은 매우 추운 지역에 자리한 나라이다 보니 독한 술을 퍼마시는 문화가 있었고, 그런 만큼 알콜중독자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게다가 문명화된 야만부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호전적인 민족성 때문에, 통제가 매우 어려웠다.

“이 새끼가!”

“커헉!”

“어딜 이등병 주제에!”

“죄,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군생활이 끝나?”

“으아아악!”

사령부 내부를 지키는 병사들의 막사를 보니, 후임병들에 대한 구타와 가혹행위가 버젓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러니 바실리가 스트레스를 받지.’

북부제국군의 유일한 약점이라 한다면, 전쟁 수행 도중 엉뚱한 곳에서 이런저런 사건·사고가 터진다는 것.

그 원인은 중증 알콜중독자들인 장병들이 저지르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대부분이었다.

‘신경 끄자. 어차피 이런 놈들인데.’

오토는 청소도구함에 숨어 계속 사령부 내부를 관찰했다.

그러던 중.

‘저기다!’

오토는 익숙한 인물들을 발견하고 눈을 빛냈다.

빅토르비치.

북부제국군 총사령관의 참모들 중 하나가 때마침 근처를 지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 * *

사령부 내부로 들어온 빅토르비치는, 보안구역이 아닌 자신의 개인 집무실에 들렀다 화장실로 향했다.

‘지금!’

오토는 재빨리 발걸음을 옮겨 빅토르비치를 뒤따랐다.

때마침 화장실에 아무도 없어서, 빅토르비치를 제압하기에 더 없이 좋은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빅토르비치는 적이 자신을 노리고 있는 것도 모른 채 별생각 없이 화장실로 향했고, 대변기가 설치되어 있는 칸으로 들어갔다.

그러던 순간.

“흡!”

오토는 화장실 칸 안으로 들어간 빅토르비치를 뒤따라 들어가서,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읍읍! 읍읍읍!”

“얌전히 있어.”

“읍읍! 으으으읍!”

“내 눈을 봐라.”

오토가 힘으로 빅토르비치를 꽉 누르고는, 그와 눈을 마주쳐 영혼강탈의 권능을 발휘했다.

“……!”

빅토르비치는 나름 정신력을 발휘해 영혼을 강탈당하지 않으려 저항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는 기사로서 특별히 강한 강자도 아니었고, 장교로서 유능한 인물인지라 정신지배에 저항할 수단이 마땅치 않았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

“뭐야?”

“어떤 놈들이 사령부 화장실에서 개 같은 짓거리를 저질러?”

“어쭈? 이런 역겨운 자식들이?”

담배를 문 채 화장실을 찾았던 하급 장교들이 오토와 빅토르비치의 힘싸움 소리를 듣고 반응했다.

‘망할!’

발걸음 소리들을 들은 오토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빅토르비치의 제압에 집중하느라 밖까지는 살필 수가 없었는데, 그 사이에 북부제국군들이 나타날 줄이야.

쾅쾅쾅!

북부제국군 병사들이 오토와 빅토르비치가 있는 화장실 칸 문을 두들겼다.

“이 더러운 새끼들! 나와!”

“감히 사령부 건물 내에서 뭐 하는 짓거리냐!”

절체절명의 위기.

‘얌전히 굴어!’

‘예, 주인이시여.’

천만다행스럽게도, 문이 부서지기 직전 정신지배가 끝났다.

그리고…….

“이 새끼들 얼굴 좀 보자.”

화장실 옆 칸으로 간 소위 하나가 오토와 빅토르비치가 있던 칸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았다.

그 결과.

“헉?!”

소위가 뒤엉켜 있는 오토와 빅토르비치를 보고 기겁했다.

장성급 장교이자 총사령관의 참모 중 하나인 빅토르비치와 젊고 잘생긴 대위가 뒤엉켜 있다면…….

“뭐야? 왜 그래?”

“야! 안에 뭔데 그러냐?”

덜컥.

문이 열리고.

“흠흠.”

오토에게 정신지배를 당한 빅토르비치가 헛기침을 하며 모습을 드러내었다.

“추, 충성!”

“충성!”

하급 장교들이 얼굴이 시퍼렇게 질린 채 황급히 경례를 올려 붙였다.

‘……씨발.’

오토도 슬그머니 칸을 나섰다.

‘비, 빅토르비치 장군님이 젊은 장교와?!’

‘둘이 같은 칸에서?!’

‘맙소사.’

멋대로 상황을 오해해 버린 하급 장교들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안절부절못했다.

“음. 그러니까.”

빅토르비치가 민망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여기서 본 것은 잊어주게. 그렇지 않으면…… 자네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밖에 없을 테니.”

북부제국군은 군기가 빠졌을 뿐만 아니라 고위급 장교들의 부정부패도 매우 심각한 나라.

빅토르비치쯤 되는 고위급 장교에게 잘못 찍히면, 단순히 군복을 벗는 게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시체로 발견될 수도 있었다.

혹은 전투 중 가장 위험한 지역에 배치되어 고기방패 신세가 될 수도 있었고.

“저, 저희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맹세코 아무것도 못 봤습니다!”

하급 장교들은 경례를 올려붙인 채 필사적으로 소리쳤다.

만에 하나 입 한번 잘못 놀렸다가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좋군.”

빅토르비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자네들이 입조심을 해 줄 거라고 믿겠네.”

“예! 장군님!”

“그럼, 어서들 가 보게. 여기서 본 것들은 잊고.”

“감사합니다! 충성!”

하급 장교들이 도망치듯 우르르! 화장실을 떠난 직후.

“으어어어어.”

오토는 털썩, 주저앉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쿵쾅쿵쾅!

어찌나 놀랐으면, 심장이 다 벌렁거릴 지경.

“괜찮으십니까?”

빅토르비치가 오토에게 물었다.

“어, 괜찮아.”

오토는 식은땀을 닦고는, 빅토르비치에게 말했다.

“앞으로 평소처럼 조심히 행동하되, 내 말에 적극 협조하기만 하면 돼. 알겠지.”

“예, 주인이시여.”

위험천만한 순간이 지나가긴 했지만, 어쨌거나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건물 전체를 들여다볼 수 있는 압도적인 투시 능력.

거기에 인간의 정신을 지배해 세뇌시킬 수 있는 영혼강탈의 권능.

이 두 가지 권능만으로도 오토는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첩보원이나 다름없었다.

* * *

빅토르비치를 세뇌시키는 데 성공한 오토는, 한동안 북부제국의 해군기지에 머무르며 계속해서 자신의 권속들을 늘려나갔다.

빅토르비치가 제아무리 총사령관의 참모라고 한들, 그 혼자만으로는 모든 정보를 제공하기가 힘들 터.

그래서 오토는 빅토르비치와 함께 권속을 10명까지 늘려 버렸다.

북부제국군의 핵심이 되는 장교들 중 상당수를 세뇌시켜서,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노예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그게 한계였다.

주르륵!

“어?”

오토는 10명째 권속을 만들던 중 코피가 철철 흐르는 경험을 했다.

‘이게 한계네.’

영혼강탈은 생각보다 육체적, 정신적 부담이 어마어마한 기술이었다.

‘권속을 더 늘리면 세뇌가 깨질 거다. 여기서 멈춘다. 쩝.’

아쉬웠지만, 오토는 입맛을 다시며 북부제국의 해군기지를 벗어났다.

만에 하나 세뇌가 풀리기라도 한다면 역정보에 당할 수도 있었으므로, 무리하기보다는 안정적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게 더욱 중요했기 때문이다.

“빅토르비치 준장 포함 영관급 이상 장교들 10명을 포섭했으니까, 여러분들은 당분간 여기서 첩보 임무를 수행하시면 됩니다.”

“예, 전하.”

“조만간 본국을 통해서 대량의 마정석 폭탄을 들여올 예정이니까, 대기하면서 비밀기지를 구축해 주세요. 해안 동굴 같은 곳에.”

오토는 그 명령을 내리고 북부제국의 해군기지를 떠나 다시 대륙으로 향했다.

* * *

대륙으로 돌아온 오토는 잘츠부르크 가문으로 가지 않았다.

오토가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본가(本家), 쿤타치 가문이었다.

콘라드는 오토가 왔단 소식에 만사를 제쳐놓고 달려 나왔다.

“오오!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냐! 미리 말이라도 해 줄 것이지! 크핫핫핫핫!”

“이래저래 바쁘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하하하.”

“갑자기 온 이유가 무엇이냐? 설마…….”

“예.”

오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적황제의 마지막 권능을 얻으러 왔습니다.”

“오오오!”

콘라드는 오토의 말을 듣고 엄청나게 흥분했다.

이제 성역에 남아 있는 무적황제의 권능은 단 하나.

그 마지막 권능을 얻으면, 오토야말로 무적황제의 진정한 후예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과거 대륙을 통일했던 신화적 존재인 무적황제의 재림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알겠다! 내 기다리마!”

오토는 즉시 성역으로 들어가 마지막 남은 석상 앞에 섰다.

마음의 검을 얻는 자, 신조차도 벨 수 있을 것이다.

두 눈을 안대로 가린 기사.

자세는 검을 쥐고 있는 것 같은데, 막상 기사의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검을 움켜쥐고 있기라도 한 듯이.

저벅저벅.

오토는 거침없이 맹인 기사의 석상 앞을 지나쳐, 안쪽으로 쭉 발걸음을 옮겼다.

안쪽에는 특별한 게 없었다.

무시무시한 던전 같은 게 있기는커녕, 그저 텅 빈 광장에 불과했다.

오토의 발걸음이 텅 빈 광장의 중심부에 자리한 원형의 발판 앞에 멈췄다.

원형 발판 정중앙에는 뭔가를 끼워 넣으라는 듯 열쇠구멍 같은 게 뻥 뚫려 있었다.

“가장 무능한 군주의 가장 볼품없는 검.”

오토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혼잣말하며 허리춤에서 부지깽이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발판 정중앙에 자리한 열쇠구멍에 부지깽이를 힘껏 밀어 넣었다.

그 결과.

스으으으으!

부지깽이가 소용돌이치는 기류로 변하더니, 대학살의 서가 두둥실 떠올랐다.

이윽고 소용돌이치는 기류로 변한 부지깽이가 대학살의 서에 스며들었다.

“나와라, 무형(無形)의 검이여.”

오토가 대학살의 서에서 무형검(無形劍)을 뽑아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