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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339화 (340/401)

#제339화

오토와 카미유는 급한 대로 까막이를 타고 툰드리아로 향했다.

“까악! 까악!”

까막이는 맹추위에 괴로워했지만, 그래도 잘 참고 견뎌 주었다.

와이번은 추위에 약한 생명체였지만, 주인인 카심을 구하러 가는 길이니만큼 어느 정도 무리를 감수한 것이다.

오토는 그런 까막이에게 틈날 때마다 포션을 먹여 체온을 유지해 주고, 가끔은 마법을 이용해 추위를 견딜 수 있게끔 해주었다.

그렇게 쉴 새 없이 날아서 도착한 툰드리아.

“귁! 귁귁귁!”

펭족의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펭이가 오토와 카미유를 맞이해 주었다.

“야, 펭아. 어떻게 된 거야?”

“귁! 무슨 일이 있었냐면…….”

펭이가 카심 실종 사건에 대해 오토에게 이야기해주었다.

“드루이드들을 만나러 가다가 설녀들을 만났고, 전투 중에 사라졌다고?”

“귁! 귁귁귁!”

“맙소사.”

오토는 솔직히 카심의 실종사건을 이해할 수 없었다.

‘백시현상이야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사라질 테고. 공간감이 사라지는 거지 소리가 안 들리진 않을 텐데. 심지어 카심 정도 되는 강자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카심의 실종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았다.

‘일부러 실종되는 거 아냐? 기연 같은 거 찾아서?’

오죽했으면 그런 의심마저 들었다.

카심이 실종된 게 어디 한두 번인가.

스리슬쩍 실종된 척 위장하고 혼자 기연을 날름 독식하기 위해 도망쳤다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물론 카심이 그럴 리는 없을 테지만…….

“하여간 팔자란 게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네. 틈만 나면 사라지는 걸 보면.”

“동감합니다.”

카미유도 오토의 말에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귁! 카심 걱정된다! 계속 찾아봤지만 안 보인다! 귁귁!”

“있어 봐. 까막이가 체력을 회복하면 공중에서 정찰할 테니까.”

“귁! 귁귁귁!”

오토는 까막이를 위해 펭족의 마을에서 하루 정도를 머물며 휴식을 취했다.

“귁! 귀하가 오토 드 스쿠데리아 국왕 전하로군! 귁귁!”

“예, 펭족의 왕이시여.”

“반갑소! 귁귁! 내 아들놈을 챙겨줘서 정말 고맙소이다! 귀익!”

“아닙니다. 당연히 돕고 살아야죠.”

“귀익?”

“왕께서 동맹을 긍정적으로 검토하셨다 들었습니다. 과연 현명하십니다.”

“귁! 귁귁! 북부제국의 침공이라면 당연히 도와야 하는 것 아니겠소? 귀익!”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귀익! 걱정 마시오!”

오토는 펭이의 아버지와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도 카심이 펭이를 데리고 있어준 덕분에 펭족의 협조는 쉽게 얻어냈네. 다행이다.’

물론 툰드리아는 대세에 큰 지장이 있는 지역은 아니었다.

게임 영지 전쟁에서도 툰드리아는 일종의 외전 컨텐츠로서, 그리 중요하게 다뤄지지는 않았으니까.

애초에 툰드리아는 북부제국의 침공으로부터 영토를 방어해내는 게 전부.

그 이후에는 대륙과의 어떠한 접점도 없어서, 사실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지역이었다.

하지만 기왕 이렇게 된 거, 동맹을 맺으면 툰드리아의 피해를 줄일 수 있을뿐더러 북부제국에게도 상당한 피해를 안겨 주는 게 가능할 터.

동맹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

겸사겸사 들러 동맹을 맺어두는 것도 결코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귀엽기도 하고.’

툰드리아의 이종족들은 대부분 동물의 형상을 취하고 있거나 이족보행하는 수인(獸人)들.

이런 아름답고, 귀엽고, 평화로운 이종족들이 북부제국의 침공에 고통받게 내버려둘 순 없었다.

당장 펭족의 왕자인 펭이와 오랜 시간 함께 한 마당에 그들을 외면할 수도 없었고.

* * *

다음 날 아침.

오토는 카미유, 그리고 펭이와 함께 까막이를 타고 카심 수색 작전에 나섰다.

우웅!

오토는 계속해서 체온 보존 마법을 걸어 줌으로써, 까막이가 추위에 버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 추운 툰드리아에서 비행한다는 건 까막이에게 엄청난 부담이었고, 그럼에도 비행을 감행한다는 건 일종의 동물학대나 다름없는 것.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데려온 것이었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까막이를 배려했던 것이다.

‘이 근방이라고 했었나?’

카심이 실종됐다는 지역에 도착한 직후.

스으으으!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들었다.

‘백시현상.’

세상이 온통 하얗게 물드니 점, 면, 선이 사라졌다.

그러니 공간감이 무너지면서, 하늘과 땅을 구분할 수 없는 것.

“까악, 까아악!”

당황한 까막이가 울부짖었다.

“괜찮아.”

오토가 까막이의 목덜미를 어루만져 주며, 투시 권능을 부여했다.

“까악?!”

공간감을 잃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땅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던 까막이가 다시 힘껏 날아올랐다.

스으으!

오토는 펭이와 카미유에게도 자신의 투시 권능을 나누어 줌으로써, 그들이 백시현상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드워프들이 만든 야시경만으로는 백시현상을 극복하는 게 불가능했기에, 오토 직접 권능을 부여한 것이다.

“지금부터 수색하는 거야. 투시 능력에 적응되면 수색은 어렵지 않아.”

“예, 전하.”

“귁! 귁귁귁!”

오토 일행은 투시 능력을 이용해서, 공중정찰을 실시했다.

투시 능력은 백시현상 속에서도 사물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게 해주었고, 보이지 않는 곳까지 볼 수 있게 해주었으며, 원한다면 작은 사물을 확대해서 조사할 수도 있었다.

수색에 있어서 이만한 능력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것이다.

* * *

“……여긴.”

한편, 낯선 천장 아래에서 눈을 뜬 카심이 벌떡 일어나 자세를 다잡…….

퍽!

“아악!”

카심이 제 머리를 움켜쥐고 괴로워했다.

얼음으로 된 천장이 너무 낮아서, 그만 머리를 부딪치고 말았던 것이다.

“으으으!”

카심은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주변을 경계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전투 중 낙오했고. 펭이와 마검사들을 찾아 헤매다가…… 아.’

카심은 그제야 자신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떠올렸다.

설원(雪原)을 헤매던 중 발을 잘못 디뎠는데, 하필 그곳이 빙판이었는지 끝도 없이 추락했던 게 기억났다.

그런 뒤 차가운 물속에 풍덩! 빠졌던 게 마지막 기억이었다.

‘용케도 살아났…… 응?’

카심은 자신이 벌거벗고 있는 걸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왜 옷이? 벗겨져 있어? 내 옷은…… 히이이익?!’

카심은 주변을 둘러보던 중 뭔가를 발견하고 그만 심장이 멎어버릴 뻔했다.

누군가 동물의 털가죽을 뒤집어쓴 채 곤히 잠들어 있었다.

문제는 그 곤히 잠들어 있는 사람의 성별이…….

‘여자?!’

털가죽을 이불처럼 덮고 있는 사람은 남성이 아닌 여성이었고, 슬쩍 드러나는 어깨를 보니 그녀 역시 발가벗고 있는 것 같았다.

“……흐응.”

인기척을 느꼈는지, 털가죽을 덮고 잠들어 있는 여성이 슬며시 눈을 떴다.

“헉!”

카심이 황급히 자신의 중요 부위를 가렸다.

“깨어나셨군요.”

그녀가 카심을 보고 말했다.

“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어째서 저와 이런 곳에…….”

“그보다.”

여인이 슬며시 웃었다.

“안 추우세요?”

“그, 그건.”

사실 엄청 추웠다.

덜덜덜!

이런 얼음굴 안에서 벌거벗고 있으니 추위로 인해 온몸이 찢어질 듯 아팠다.

“들어와요.”

여인이 슬쩍 털가죽을 열어 주며 카심을 유혹(?)했다.

“그러고 계시면 정말 죽을지도 모르니까.”

“하, 하지만…….”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잖아요.”

“그럴 순 없습니다.”

카심이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처음 보는 분과 벌거벗은 채 맨살을…….”

“생존을 위해서입니다.”

“……!”

“저는 미야라고 해요. 이곳 툰드리아의 드루이드죠. 우연히 근처를 지나다 당신이 추락하는 걸 봤어요. 바다에 빠진 당신을 건지고, 체온이 떨어지는 걸 막기 위해 옷을 벗겼죠.”

“……!”

“급하게 뛰어드느라 제 옷도 젖어버렸지 뭐에요? 후훗.”

미야가 고혹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젖은 옷을 입고 있으면 체온이 더 빠르게 떨어져요.”

“그, 그건 알고 있습니다.”

“옷이 다 마르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해요. 그러니 들어오세요.”

“…….”

“툰드리아에 사는 드루이드 여인이라 정절을 모르는 건 아니니까, 그런 오해는 안 하셔도 됩니다.”

카심은 갈등했지만, 너무 추웠기에 하는 수없이 털가죽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스윽.

미야가 털가죽 안으로 들어온 카심을 품었다.

“헉?!”

“놀라지 마시고요. 좋네요. 마침 추워지려는 참이었는데.”

“그, 그래도 이건…….”

“전 피곤해서 한숨 더 잘게요. 당신도 조금 더 자두도록 하세요. 여길 벗어나려면 체력을 보존해야 할 테니까.”

“아, 예!”

미야는 그렇게 말하더니, 카심을 끌어안은 채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제, 젠장!’

속 편한 미야와는 다르게, 카심은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여인의 맨살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데다가, 품에 안긴 미야의 잠든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건 생존을 위한 거다. 절대 야하거나 그런 게 아니다. 미야 님은 내 생명의 은인. 미야 님의 호의에 감사하자. 절대 야한 생각은 금물이야.’

카심은 혹시나 자신의 이성을 잃거나, 혹은 신체 일부분이 반응할까 봐 전전긍긍했다.

그래서 카심은…….

‘찬란한 영광 아래 이오타의 국기 펄럭이니 국왕 전하의 위엄이 영토를 아우르고…….’

카심은 눈을 질끈 감은 채 이오타 왕국의 국가(國歌)를 부르며 자신을 다스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 * *

같은 시각.

“이 인간 대체 어디로 사라진 거야? 땅으로 꺼졌나? 아니면 하늘로 솟았어? 미치겠네, 진짜.”

오토가 투덜거렸다.

투시 능력까지 발휘해 몇 시간 동안 일대를 샅샅이 뒤졌는데도, 카심은커녕 개미 새끼 한 마리 발견하지 못했다.

“별일이야 있겠습니까.”

카미유가 오토를 위로했다.

“차분히 찾아보다 보면 반드시 돌아올 겁니다, 카심 경은.”

“믿지, 믿는데. 그렇다고 아예 신경을 꺼 버리자니 찜찜하잖아. 그래도 아끼는 신하인데.”

“이해합니다.”

“잠깐.”

오토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

“이거, 카심 경한테 채울까?”

오토가 바지를 슥 걷어 올려 보였다.

“아!”

카미유가 오래간만에 보는 발찌를 보고 탄성을 내질렀다.

쫓기는 자의 발찌.

엘리제가 오토에게 채웠던, 추적하는 자의 나침반과 한 세트를 이루는 아이템이었다.

카심은 심심하면 낙오하거나 실종되는 인물.

어쩌면 쫓기는 자의 발찌와 추적하는 자의 나침반이 가장 필요한 사람은 오토와 엘리제가 아니라 카심일지도 몰랐다.

“어차피 이거 이제 필요도 없는데. 카심 경한테 채우면 안 되나?”

“좋은 생각 같습니다. 아가씨께서만 허락하신다면.”

“허락하지 않을까?”

이제 와서 엘리제가 오토의 위치를 감시하고, 도망칠 걸 걱정한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근데 그땐 왜 그랬지? 돌아가면 꼭 물어봐야지. 그때 왜 그랬냐고.’

생각해 보니 엘리제 성격에 이런 무시무시한 아이템을 왜 강제로 채웠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튼, 너무 심려치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그건 그런데.”

오토가 입을 삐죽였다.

“이 인간 어디서 또 기연 얻고 꿀이나 빨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카심 경이 아무리 기연을 자주 접하는 사람이라지만, 그것도 다 천신만고 끝에 겨우 살아 돌아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겠지?”

“예, 전하.”

“이렇게 걱정시켜 놓고 꿀이나 빨고 있는 거면…… 으득!”

오토가 이를 갈았다.

“그땐 진짜 가만 안 둬, 아주. 한 1년은 감봉시켜 버릴 거야.”

“고정하십시오.”

“그냥 해 본 말이야. 이제 쉴 만큼 쉬었으니까, 다시 수색작전 시작하자.”

“예, 전하.”

오토 일행이 다시 카심을 찾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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