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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341화 (342/401)

#제341화

“예? 저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네.”

“31살입니다만.”

카심이 대답했다.

“31살? 정말로 31살이 맞나?”

“예.”

“고향은?”

“쿤타치 공국입니다.”

“부모님은? 두 분 다 살아 계신가?”

“멀쩡히 잘 살아 계십니다.”

“부모님 머리색과 눈 색은?”

드루이드의 왕 갈리온은 카심의 신상에 대해 아주 집요하게 캐물었다.

‘뭔데? 취조해?’

오죽 했으면 옆에 있던 오토가 눈살을 찌푸릴 정도.

“저어.”

오토가 끼어들었다.

“대화 도중에 끼어들어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질문이 지나치십니다.”

갈리온이 아무리 드루이드들의 왕이고, 카심이 오토의 신하라지만 계속 민감한 질문을 던지게 내버려둘 순 없는 노릇이었다.

지극히 사적인 영역의 질문을 계속 던져대니, 국왕인 오토로서는 카심이 난감해하지 않도록 제지하는 수밖에.

“아, 미안하오.”

갈리온이 사과했다.

“나도 모르게 마구 질문을 던져 버렸구려. 불쾌했다면 내 사과하리다.”

“아닙니다. 하하.”

카심이 땀을 삐질 흘리며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근데 왜 저에 대해 그리 자세히 물으십니까?”

“아, 그게.”

갈리온이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무리 봐도 내 어릴 적 잃어버렸던 조카가 생각나서 물어보았소.”

“예……?”

“내겐 형님이 한 분 계셨는데, 오래전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였다오.”

“아.”

“당시 형님 부부의 시신은 발견됐지만, 갓난아기였던 조카의 시신만은 끝내 찾지 못했지.”

“…….”

“그대를 보니 돌아가신 형님과 형수님을 너무 닮아서 그만 실례를 하고 말았소이다. 어찌 그리 많았는지…….”

갈리온이 형과 형수, 그리고 조카가 생각난다는 듯 슬쩍 눈시울을 붉혔다.

“카미유.”

“예, 전하.”

오토가 카미유에게만 작게 속삭였다.

“카심 모르게 좀 알아봐.”

“예?”

“이상하잖아.”

오토가 눈을 가늘게 뜨고 갈리온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카심을 쳐다보며 말했다.

“생각을 해봐. 평소에 다른 동물들이나 이종족들이랑 얼마나 친해.”

“아.”

“까막이랑 펭이는 그렇다 쳐. 저번에 보니까 천둥 발굽 부족이 타는 멧돼지도 잘 타고. 말도 잘 타고. 동물이나 이종족이라면 안 가리고 다 친해지잖아.”

“그건 그렇습니다.”

“뭔가 출생의 비밀 같은 게 있지 않겠어?”

오토는 카심이 드루이드의 왕 갈리온의 조카일지도 모른다고 강하게 의심했다.

그간 카심의 행적들과, 그 기이한 친화력의 비결이 어쩌면 혈통에 있을 확률이 매우 농후했던 것이다.

“그리고 봐봐. 드루이드들이 대체로 눈 색깔이나 머리색이 은색이고 회색에 가깝잖아.”

“아?”

“당장 옷만 갈아입혀 놓으면 드루이드라고 생각할걸?”

“알겠습니다. 제가 따로 카심 경의 가족과 접촉해 보겠습니다.”

카미유는 오토의 그럴듯한 가설에 동의하며, 정보를 수집해 보기로 했다.

* * *

“그런데 어찌 대륙인들이 우리 드루이드들을 찾아왔소?”

“아, 예.”

오토가 갈리온의 물음에 답했다.

“현재 북부제국이 툰드리아 침공을 준비하고 있어서, 그것 때문에 상의를 드릴까 해서 찾아왔습니다.”

“음! 그 문제라면 안 그래도 우리 드루이드들이 주시하고 있었소이다! 북부제국의 동향이 심상치 않으니 여러 이종족들에게 지켜보라 경고한 바가 있지.”

“예, 그건 펭족의 왕에게 전해 들었습니다.”

“그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 우리 드루이드들이 툰드리아 곳곳에서 활동하며 여러 이종족들을 설득하고 있소.”

“그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음?”

“반드시 동맹을 맺어야 합니다. 이미 북부제국의 침공은 시작됐습니다. 북부제국은 지금 접경지대에 비밀기지를 설치해 놓고, 침공 준비에 나선 상황입니다.”

오토가 지도를 펼쳐 북부제국의 비밀기지가 자리한 곳을 가리켰다.

“벌써 비밀기지를 설치했단 말이오? 조짐이 보인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미 침공은 시작됐습니다.”

“그럼 지금 당장 그곳을 공격…….”

“아닙니다.”

오토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 북부제국의 비밀기지를 건드렸다간 오히려 벌집을 들쑤셔 놓는 수가 있습니다. 그들의 침공을 앞당기는 도화선이 될지도 모릅니다.”

“으음!”

“우선 지켜보되, 한시라도 빨리 툰드리아의 이종족들로 하여금 연합군을 결성하게끔 해야 합니다. 그래야 북부제국의 침공을 저지할 수 있습니다.”

“듣고 보니 그대의 말이 백번 옳구려.”

갈리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비밀기지를 건드렸다가 북부제국이 당장 쳐들어온다면 큰일이니 말이오.”

“맞습니다.”

“지켜보되. 미리 대비해야 한다?”

“정확합니다.”

오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각 이종족들이 서로 힘을 합쳐서 연합군을 결성하고, 미리 함정을 파두고 기다린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좋은 전략이오.”

“여기 카심 경을 비롯한 본국의 마검사들이 도와드릴 것입니다.”

오토가 카심을 가리켰다.

‘적임자지.’

카심이라면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해 툰드리아 이종족들을 화합시켜 연합군을 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게 분명했다.

어지간한 드루이드 이상으로 친화력이 좋은 카심이니만큼, 툰드리아는 온전히 그의 작전 지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카심 경.”

“예, 여기 있습니다.”

카심이 오토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갖췄다.

“현 시간부로 이곳 툰드리아에서 드루이드들을 도와 이종족들의 화합을 도모하고, 동맹 결성에 이바지하십시오.”

“예, 전하.”

“또한, 향후 이종족들과 함께 북부제국의 침공에 맞서 툰드리아를 방어하는 데 최선을 다하십시오.”

“명령,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오토를 올려다보는 카심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드디어! 이렇게 큰 임무를 맡다니!’

카심의 가슴이 벅차올랐다.

지금 오토가 내린 명령은 한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정말이지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커다란 임무.

부담감이 상당할 테지만, 카심은 오히려 기뻤다.

카심은 늘 오토에게 자신의 능력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기에, 이번 임무가 오히려 반가웠던 것이다.

“좋습니다.”

오토가 미소를 지었다.

“카심 경에게 미리 해야 할 일들을 알려 줄 테니까, 참고해서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세요.”

“예! 전하!”

오토는 드루이드들의 마을에 머무르는 동안 카심에게 자신이 아는 모든 정보를 알려 주었다.

각 이종족 왕들의 성격,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인물관계 등등 이곳 툰드리아의 주요 인물과 정세 등등등.

게이머 김도진이 아니라면 누구도 알 수 없는 정보들까지 모조리 알려 줌으로서, 카심이 임무를 잘 수행해낼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그로부터 이틀 뒤.

“그럼, 잘 부탁해요. 카심 경.”

“예! 전하!”

“귁! 귁귁귁!”

오토는 카심과 마검사들을 뒤로하고, 툰드리아를 떠나 다시 대륙으로 향했다.

까막이를 타고 대륙으로 향하는 오토의 마음은 한결 가볍기도 했지만, 또한 무거웠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는 끝났다. 남은 건 그들 몫이다.’

오토는 북부제국의 침공을 경고하고, 동맹을 결성하고, 그에 대비하는 방법들을 알려 주었다.

지금부터는 이 세계 사람들의 몫.

더는 오토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이제 나만 준비하면 된다.’

오토는 무의식적으로 허리춤에 찬 쿠란을 어루만졌다.

‘강해져야 한다. 북부제국의 침공까지 최대한 무력을 키워야 해.’

그간 대륙 곳곳을 떠돌아다니며 이런저런 일들을 진행시키느라 정작 개인 수련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던 게 사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모든 준비를 끝낸 이상 더는 움직일 이유가 없었다.

‘돌아가면 오직 검과 마법만 수련한다.’

오토는 그런 생각을 가슴에 품은 채 대륙으로 향했다.

* * *

카미유는 대륙에 도착하자마자 즉시 카심의 부모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결국 숨길 수 없게 되었군요.”

카심의 어머님은 한참 동안이나 침묵을 지키더니, 기어코 출생의 비밀을 털어놓았다.

“카심은 사실 저희의 자식이 아닙니다.”

“아.”

“키이우 왕국에 여행을 갔을 당시 바다에 떠내려온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갓난아이가 어떻게 그 추운 바다에 떠 있을 수 있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더군요. 알고 보니 커다란 해달이 아이를 안고 있었던 것이지만요.”

“…….”

카미유는 아기 카심이 해달을 타고 바다를 건너왔단 이야기를 듣고 그만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러니까, 카심은 갓난아기 때부터 동물들과 기이할 정도로 뛰어난 친화력을 지니고 있었던 인물이었던 것이다.

“우리 부부는 카심을 정말이지 정성들여 키웠소이다. 마검사가 되고 싶어 하기에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고, 결국 쿤타치 공국의 자랑스러운 마검사가 될 수 있도록 했소.”

“압니다.”

카미유가 카심의 아버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아들이 비로소 제 혈통을 찾았다니, 나는 정말 기쁘오.”

“저도요.”

카심의 부모님은 매우 좋은 사람들이었고, 아들이 진정한 혈통을 찾은 것에 대해 진심으로 기뻐해 주었다.

“그럼 이 소식은 일단 저희만 알고 있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두 분은 카심 경을 키워 주신 진짜 부모이시니, 나중에 카심 경이 돌아오거든 그때 직접 말씀해 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카미유가 카심과 그의 부모님을 배려해서 그렇게 말했다.

“카미유 경의 배려에 감사드리오.”

“정말 감사해요.”

카미유는 곧장 잘츠부르크 가문에 머물던 오토를 찾아가 카심이 사실 드루이드의 혈통이었음을 알려 주었다.

“……아기 때 해달을 타고 바다를 건너왔다고?”

오토는 한편으로는 측은하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무슨 놈의 갓난아기가 해달을 타고 바다를 건너온단 말인가?

“일단 카심 경에게는 당분간 말해 주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걸 말해 주는 건 키워 주신 부모님의 몫 아니겠습니까?”

“그건 그래.”

오토도 카미유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럼 그 일은 일단락됐고. 당분간 나 찾지 마.”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폐관수련할 거야. 엘리제랑 같이.”

“……!”

“북부제국이 침공해 올 때까지 먹고 자고 수련할 거야. 그때까지는 모든 걸 내려놓을 거고.”

“알겠습니다.”

카미유는 오토의 말에서 어떠한 의지를 읽어내었다.

‘진심이시다.’

카미유는 오토의 눈이 마치 불타는 것처럼 번뜩이는 걸 보고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오토의 성격상 단순히 북부제국의 침공에 맞선다는 이유로 모든 걸 내려놓고 수련만 한다고 말할 리 없었기 때문이다.

“뭘 걱정하시는 겁니까?”

“응?”

“북부제국의 침공에 대한 대비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잖습니까.”

“그건 그렇지.”

“그런데도 폐관수련까지 하시면서 수련에 집중하시려는 이유가 뭡니까?”

“……그건.”

오토는 카미유의 날카로운 질문에 잠시 머뭇거렸다.

“북부제국만 막으면 다가 아니니까.”

“예……?”

“마신(魔神)을 상대해야 하니까.”

“마신이라면…… 대마왕 같은 걸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니.”

오토가 고개를 저었다.

“그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는데. 딱히 생각나는 단어가 없어서.”

“……?”

“그걸 못 막으면 엘리제가 죽을 거야.”

그게 오토가 폐관수련을 해가면서까지 강해지려는 이유였다.

북부제국의 침공과 함께 닥쳐올 거대한 위협.

본래 시나리오대로라면, 엘리제는 북부제국과 함께 나타난 마신과 공멸(共滅)할 운명.

그걸 막기 위해서는 오직 개인의 무력을 키우는 수밖에는 없었던 것이다.

“이젠 내가 엘리제를 지켜주려고.”

오토가 희게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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