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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347화 (348/401)

#제347화

- 말도 안 돼……!

트리톤은 평범한 골렘이 아니라, 인간이 탑승하는 형태의 기체였다.

즉, 기체를 조종하는 파일럿이 존재한다는 뜻.

트리톤을 조종하는 파일럿들은 북부제국군 내에서도 엘리트 중의 엘리트 취급을 받았다.

트리톤은 아무나 탈 수 없는 기체였다.

조종하려면 조작 방법뿐 아니라 마나의 감응도도 중요하고, 검술과 마법에도 두루두루 능해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트리톤의 파일럿들은 자연스럽게 마검사일 수밖에 없었다.

검과 마법을 일정 수준 이상의 경지까지 능숙하게 다룰 줄 알아야만 트리톤의 파일럿이 될 수 있는 것.

그런데 그런 트리톤 파일럿의 시각에서, 오토는 그야말로 불가사의한 존재였다.

북부제국의 내로라하는 기사들조차 트리톤과는 일대일로 맞상대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상대는 고작 검 한 자루로 트리톤이 휘두르는 수십 톤의 대검(大劍)을 두 동강 내버렸다.

검의 날카로움이야 그렇다 쳐도, 트리톤이 휘두르는 검에 실린 운동에너지를 떠올려 보면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 네놈의 정체가 무엇이냐!

“글쎄.”

오토가 용골검(龍骨劍) 쿠란을 휘두르며 트리톤을 향해 뛰어들었다.

“궁금하면 저승에 가서 물어보던가.”

오토가 거침없이 검을 휘둘렀다.

- ……!

파일럿이 황급히 두 팔을 휘저어 오토를 후려치려 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쩍, 쩌억!

오토의 검이 트리톤의 두 팔에 달린 방어용 장갑(裝甲)을 갈랐다.

- ……!

파일럿은 좀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도대체 얼마나 높은 경지에 올라야만 달랑 검 한 자루만으로 트리톤을 이렇게 몰아붙일 수 있단 말인가?

화르르르르르르……!!!

오토의 검에서 오러가 마치 불꽃처럼 터져 나왔다.

오러 파이어.

오러 블레이드의 상위 기술로서, 드높은 경지에 오른 자들만의 특권.

검술에 대한 이해와 마나를 다루는 숙련도가 극에 달해야만 깨달을 수 있는 게 오러 파이어.

그리고 그 위력은 강철로 이루어진 트리톤을 찢어발기기에 충분했다.

촤라라락!

오토의 검에 뿜어져 나온 오러 파이어가 트리톤의 외부 장갑을 휩쓸었다.

카강!

캉캉캉캉캉캉!

트리톤의 외부 장갑이 마치 종잇장처럼 갈기갈기 찢겨져 나갔다.

번쩍!

오토의 검이 번뜩이고.

서걱!

트리톤의 한쪽 다리가 잘려나갔다.

쿠웅!

무너지는 트리톤.

촤라락!

오토의 검이 트리톤의 가슴팍을 갈랐다.

쩌억!

그러자 트리톤의 탑승부가 갈라지며, 안에 타고 있던 파일럿이 드러났다.

“내려.”

오토가 파일럿을 향해 명령했다.

“…….”

파일럿은 고민했다.

‘조종사는 절대 항복하지 않는다!’

트리톤 파일럿은 북부제국에서도 최고급 인력으로 대우받는 엘리트였고, 최소한 소령 이상의 영관급 장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러니만큼 어떤 상황에서든 최우선적으로 구출하고, 협상해서 데려와야 할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훗날의 이야기일 뿐.

지금 이 시기 트리톤 파일럿은 항복은 물론 적에게 사로잡혀서는 절대로 안 되는 인물이었다.

왜?

보안이 중요했으니까.

트리톤 조종법은 오직 북부제국만이 알고 있는 특급 군사기밀.

만약 파일럿이 항복하거나 생포라도 당한다면 그 특급 군사기밀이 새어나가게 될 터.

그래서 파일럿들은 절대로 항복하지 않도록 강한 세뇌교육을 받을뿐더러, 가족들까지 볼모로 붙잡혀 있었다.

평소 엄청난 대우와 각종 특혜를 받는 대신 적에게 붙잡혔을 때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교육받고, 또 그렇게 할 수밖에 없도록 되어 있었던 것이다.

“로마노프에 영광 있으ㄹ…….”

파일럿의 손이 자폭 버튼으로 향했다.

버튼을 누르면 트리톤의 엔진이 즉시 폭발하면서, 대폭발을 일으킬 터.

그럼 파일럿은 물론이고 오토 또한 무사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어딜.’

오토의 두 눈이 위험하게 빛났다.

“곱게 내려.”

오토가 명령했다.

“예…….”

그러자 파일럿이 자폭 버튼으로 옮겨가던 손을 슬그머니 내려놓았다.

파일럿이 자폭을 시도하리라는 것을 모를 리 없는 오토가 순간적으로 영혼강탈의 권능을 사용해 그의 정신을 지배해 버린 것이다.

* * *

트리톤을 단신으로 상대할 수 있는 건 비단 오토뿐만이 아니었다.

오토 말고도 이 전장을 휘저으며 트리톤들을 상대하는 강자가 있었다.

케레스.

잘츠부르크 가문의 아들이자 엘리제의 오빠인 그 역시도 트리톤을 단신으로 상대하는 게 가능했다.

“이런 무거운 쇳덩이로 어딜!”

케레스는 자신을 공격해 오는 트리톤의 공격을 요리저리 피하면서, 오러를 마치 폭격처럼 퍼부어대었다.

쾅쾅쾅쾅쾅!!!

그런 케레스가 뿜어낸 오러 폭격에 수십 톤 무게의 트리톤이 뒤로 밀리다 쿠웅! 하고 나자빠졌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잘츠부르크 가문의 기사들 역시 삼삼오오 모여서 트리톤을 요리하는 진풍경을 연출해내었다.

‘저게 잘츠부르크 가문의 저력인가.’

카미유는 케레스와 잘츠부르크 가문 기사들의 대활약에 진심으로 감탄했다.

트리톤은 어지간한 기사들 같았으면 수십여 명이 덤벼들어도 승부를 장담하지 못할 괴물이었다.

하지만 잘츠부르크 가문의 기사들은 적게는 셋, 많게는 다섯 명 정도면 충분히 트리톤들을 상대해내었다.

수백 년 역사를 가진 검의 명가(名家)가 가진 저력은 가히 무시무시했다.

괜히 잘츠부르크 가문이 아라드 제국의 검이자 대륙의 방패라는 평가를 받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물론 카미유 역시 트리톤을 혼자서 상대할 수 있는 강자이긴 마찬가지였지만.

쿵쾅쿵쾅!

트리톤 한 기가 카미유를 향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왔다.

‘느려.’

카미유가 한 줄기 빛살이 되어 쏘아졌다.

번쩍! 번쩍! 번쩍!

광속검이 트리톤을 유린했다.

쿠웅! 쿵!

트리톤은 카미유의 속도에 대응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유린당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파지지지지직!

광속검에 실린 명속성의 마나가 트리톤의 마공학 엔진에 부하를 일으키면서, 움직임이 매우 둔해졌다.

서걱!

쿵!

카미유는 트리톤의 한족 다리를 깔끔하게 잘라내면서, 전투를 마무리 지었다.

이미 전투불능이 된 트리톤을 더는 공격할 이유도 없었고, 괜히 다가갔다가 자폭 공격에 휘말리기라도 하면 곤란했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도망쳐라!”

“후퇴하라! 신속히 후퇴하라!”

“나, 나도 데려가! 제발!”

북부제국군은 키이우 왕국군의 공세를 버티지 못한 채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도망치기에 급급했다.

그야말로 대패.

호기롭게 시작했던 첫 번째 전투에서 수백 대의 트리톤을 잃은 것으로도 모자라 최소 수만 명의 피해를 입었으니, 북부제국군으로서는 후퇴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겼다! 우리가 이겼다!”

“키이우 왕국! 만세!”

“만세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전장에 승리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펄럭!

오토는 대학살의 서를 펼쳐서 죽은 전사자들의 영혼에너지를 끌어 모았다.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한 만큼, 대학살의 서에 흡수되는 영혼에너지의 양이 어마어마하게 많았다.

하지만 오토는 웃지 않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죽어야 할지.’

죽은 북부제국군 장병들 역시 누군가의 가족일 터.

마냥 좋아하기엔 죽은 적들의 수가 너무 많았다.

승리한 것은 기쁘되, 이렇듯 전쟁을 벌여야 한다는 게 오토는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오토는 쿠란을 검집에 갈무리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제 시작이야.’

아직 전쟁은 시작도 안 했다.

이제 막 첫 발걸음을 떼어놓았을 뿐,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이 죽어나갈 터.

이렇듯 북부제국의 침공을 미리 예측하고 대응해서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으면 세계대전으로 번지면서 더욱 큰 피해가 일어날 터.

‘내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빠르게 전쟁을 종식시키는 것뿐이다.’

오토는 마음을 독하게 먹고 미련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죽여야 한다면, 죽일 수밖에.

그게 오토와 주변 인물들의 행복을, 삶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

* * *

전투가 끝난 후.

“절대 가까이 다가가지 마라!”

“조심해야 한다!”

무력화된 트리톤들은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었다.

언제 파일럿들이 자폭 버튼을 눌러 트리톤을 폭파시킬지 모르기에, 키이우 왕국의 장교들은 장병들로 하여금 절대 가까이 가지 못하도록 했다.

그리고 그런 트리톤들을 처리하는 건 오롯이 오토의 몫이 되었다.

누군가 접근했다가 까딱 자폭 버튼이라도 눌린다면 큰일,

문제는 평범한 사람들로서는 파일럿이 자폭 버튼을 누를지 말지 알 수가 없었다는 것.

그러다 보니 무력화된 트리톤들은 오토가 처리하는 수밖에 없었다.

오토는 투시 권능을 이용해서 트리톤 안에 있는 파일럿이 뭘 하는지 훤히 들여다볼 수 있었으므로, 자폭에서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내가 무슨 폭발물 처리반이냐고오…….’

오토는 아무래도 마검사들이 쓰는 야시경의 성능을 대폭 업그레이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모든 트리톤들의 처리를 자신이 도맡아 하는 불상사가 생길 것 같았기 때문이다.

“흠. 얘는 그냥 자살해 버렸네. 쯧쯧.”

오토는 투시 권능을 이용해 트리톤 안을 살펴보고, 파일럿이 독약을 깨물고 죽은 걸 확인한 뒤 조종석을 열었다.

그나마 스스로 목숨을 끊은 파일럿은 양반이었다.

“어휴. 이 독사 같은 새끼.”

어떤 파일럿은 자폭 버튼에 손을 올려놓은 채 눈에 불을 켜고 누군가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기도 했다.

만약 투시 권능 없이 섣불리 접근했다간 무슨 꼴을 당했을지 떠올려 보면, 정말이지 아찔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찌른다.’

오토는 검에 오러 파이어를 일으킨 뒤 자폭 버튼을 누르려던 파일럿을 향해 쭉 내질렀다.

푸욱!

그러자 마치 화살처럼 뻗어나간 오러가 트리톤의 장갑을 뚫고 자폭 버튼을 누르려던 파일럿의 머리통을 꿰뚫었다.

그렇게 오토는 일일이 무력화된 트리톤들을 살펴본 뒤에야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그렇게 노획한 트리톤이 총 17기.

물론 손상이 심해서 당장 사용할 순 없겠지만, 마공학 엔진이 손상되지 않은 이상 수리하면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 법도 했다.

“야.”

“예, 주인이시여.”

오토가 세뇌된 파일럿을 돌아보았다.

“너, 지금부터 트리톤 조종법에 대해서 가르쳐.”

“알겠습니다, 주인이시여.”

“정비 방법은 모르지?”

“저는 파일럿이라 간단한 정비밖에는 모릅니다.”

“알겠어.”

오토는 파일럿으로 하여금 트리톤의 조종 방법을 가르치게끔 하는, 아주 획기적인 발상을 내놓았다.

그것은 스스로 만들어 낸 변수였고, 계획에는 없었던 일이었다.

북부제국의 침공에 맞서 트리톤을 파괴할 생각만 해봤지, 노획해서 굴린다는 생각은 미처 해 보지 못했던 것이다.

애초에 게이머 김도진이 오토 드 스쿠데리아로 플레이할 때는 트리톤의 노획 같은 건 아예 해 본 적도 없기도 했고.

하지만 막상 해보려고 하니 못할 것도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트리톤을 조종하려면 검과 마법에 대한 지식이 필수지?”

“예, 주인이시여.”

“좋네.”

오토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검과 마법에 능숙해야 한다?

그 말인즉슨, 트리톤을 조종하려면 마검사여야 한다는 뜻.

정말 공교롭게도, 오토는 검과 마법에 능한 기사들을 수백 명쯤 신하로 두고 있었다.

오토는 검과 마법의 명가 쿤타치 가문의 혈통을 이은 자.

쿤타치 가문의 마검사들은 기본적으로 북부제국의 트리톤 파일럿들보다 몇 배는 뛰어난 실력자들.

그렇다는 말은…….

‘마검사의 급을 조금만 낮추면 트리톤 파일럿 수천여 명을 양성하는 건 일도 아니다.’

오토에게는, 정확히는 쿤타치 가문은 트리톤 파일럿을 양성해낼 만한 능력이 차고 넘쳤다.

“설마 노획한 트리톤들을 운용하시려는 겁니까?”

카미유가 흠칫 놀라며 물었다.

이에 오토가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못할 이유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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