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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362화 (363/401)

#제362화

오토는 극한의 효율과 실리는 추구하는 성향을 지닌 지휘관.

그런 오토가 버티기에 들어간 북부제국군을 상대로 병력을 꼬라박을 일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게다가 오토는 흑해에 해군 함대를 배치해 놓았을 뿐 아니라 북부제국의 해군기지에 여러 명의 첩보원들을 심어놓기도 한 상황.

또한, 툰드리아의 왕으로 있는 카심이 오토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기도 했다.

즉, 이제는 오토가 웅크리고 있는 북부제국을 여기저기서 때릴 차례였던 것이다.

문제는 오토의 공격이 단순히 때리는 게 아니라, 송곳으로 푹! 하고 찌르는 것과 같았다는 것.

“슬슬 툰드리아에 연락해.”

오토가 말했다.

“그만 데리고 놀고, 싹 정리한 다음에 북부제국의 본토를 공격하라고.”

“예, 전하.”

오토는 카심으로 하여금 북부제국의 본토를 공격하도록 했다.

북부제국 입장에서는 툰드리아로부터 침공(!)을 당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테니, 어마어마한 재앙이 펼쳐질 게 분명했다.

운만 조금 따라준다면, 툰드리아의 이종족 연합군이 북부제국의 수도를 위협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했다.

왜?

지금 북부제국은 대륙 침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빈집털이를 당하기에 딱 좋은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아냐. 내가 직접 가야지.”

“예?”

“기다려 봐.”

오토가 대학살의 서를 펼쳐들더니, 어릿광대의 재간 권능을 이용해 분신을 만들어 냈다.

“가서 카심이랑 좀 놀다가, 툰드리아에서 북부제국군을 몰아내면 통신장치를 확보하고 바실리한테 통신 걸어.”

“히히히!”

오토의 분신이 신난다는 듯 웃었다.

“그다음에 바실리를 한껏 골려주라는 거지?”

“바로 그거지.”

“히히! 재밌겠다!”

오토의 분신은 신이 나서 막사를 나가 와이번을 잡아타고 툰드리아로 향했다.

“…….”

카미유는 그 광경을 보고 어이가 없다는 듯 오토에게 물었다.

“분신이 그렇게 오래 유지되는 거였습니까?”

“한 달 정도는 유지될걸?”

“맙소사.”

“혹시 모르니까 여기도.”

오토는 분신을 하나 더 만들어내어 연합군 진영에 남겨두었다.

“넌 여기서 이런저런 일이나 좀 하고 있어.”

“쳇.”

오토의 분신이 입을 삐죽였다.

“쳇은 뭐가 쳇이야? 분신 주제에!”

“뉘예, 뉘예. 시키는 대로 합죠.”

분신이 빈정거리더니 오토의 책상으로 가 지휘관으로 해야 할 업무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우린 가자.”

“예, 전하.”

다음 순간.

번쩍!

오토와 카미유가 사라졌다.

* * *

오토는 공간 도약을 이용해 즉시 흑해에 있는 아군 함대에 도착했다.

“오셨습니까.”

드레이크가 오토를 맞이해 주었다.

“슬슬 준비해야겠어.”

“해전입니까?”

“응.”

오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바탕 크게 전투를 벌일 거야. 역사에 길이 남을 해전이 되겠지.”

“오오오!”

“쉽지 않은 싸움이 될 테니까, 준비 단단히 해. 탄약 넉넉하게 싣고.”

“알겠습니다.”

드레이크는 오토의 말을 듣고 즉시 함대에 속한 모든 군함에게 전투준비태세를 발령했다.

“작전은 언제 시작합니까?”

“3주 뒤.”

“지금 당장이 아닙니까?”

“지금 붙으면 우리 쪽 피해가 어마어마할 거야.”

“……!”

“봤잖아? 북부제국의 해군 군함들이 마공학 엔진을 탑재한 강철선이라는 거. 10대 때려도 1대 맞으면 우리 군함이 침몰할 거야.”

“그건 그렇습니다.”

“어차피 지금 바로 치는 건 이겨도 의미가 없어. 뜸이 들 때까지 기다려야지.”

“뜸이라 하심은…….”

“북부제국에 총동원령이 내려진 상황이야. 수십만이 징집될 거고, 전쟁 물자들도 어마어마하게 많이 생산해내고 있지.”

“……!”

“아직은 때가 아니야. 우리 쪽에서도 준비할 게 있고.”

오토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기다리겠습니다.”

드레이크가 미소를 지었다.

오토에 대한 드레이크의 믿음은 가히 절대적.

오토가 3주를 기다리라고 했으면, 그럴 만한 이유가 반드시 있을 터.

드레이크는 그저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오토가 말한 그 역사적인 해전이 다가올 때까지.

“준비하고 있어. 나도 준비하러 갈 테니까.”

“어디 가십니까?”

“수확하러 가야지.”

“예?”

“씨를 뿌려 놨으면 수확을 해야 하지 않겠어?”

오토는 그렇게 말하고는 드레이크의 쾌속선을 타고 흑해를 건너 북부제국의 영토로 향했다.

“전하를 뵙습니다.”

“전하를 뵙습니다.”

“전하를 뵙습니다.”

오토가 향한 곳은 북부제국의 해군기지 근처에 있는 이오타 왕국 정보부의 비밀기지였다.

북부제국군에 심어 놓은 고위급 간첩들로부터 정보를 받고, 그것들을 분석하던 곳 말이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오토가 정보국 소속 요원들을 모아놓고 그들의 공로를 치하했다.

확실히, 그들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벌써 1년째 집에도 못 가고 춥고 습한 해안 동굴 안에서 정보를 분석하고, 첩보활동을 벌이는 등 사람답지 않게 살아왔으니…….

“곧 전쟁이 끝납니다. 그러니까 몇 주만 더 고생해 주세요. 이제부터 정보 수집이나 분석은 중단합니다. 이제부터 작전에 돌입합니다.”

오토의 그 말에 정보국 요원들의 표정이 환히 빛났다.

그간 이 칙칙하고 어두운 해안동굴에서 첩보활동을 벌이려니 좀이 쑤셔서 슬슬 미쳐가던 상황이었는데, 작전을 펼친다니 오래간만에 사람 사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음지 생활은 끝났습니다. 곧 북부제국의 해군기지에 침투에 작전을 벌일 테니까, 다들 준비해 두세요.”

“예! 전하!”

요원들이 우렁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전하.”

카미유가 오토에게 말했다.

“우리 요원들의 처우는…….”

“최소한 자작 이상의 작위를 내리고, 훈장도 주고, 특진도 시켜 주고 해야지. 당연히.”

“좋습니다.”

“물론 전쟁이 끝난 뒤에.”

오토는 요원들의 노고를 결코 잊지 않았다.

그들이 북부제국의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주지 않았다면 이번 전쟁에서 결코 이길 수 없었을 터.

게다가 이번 작전이야말로 북부제국에게 치명타를 가할, 전쟁을 끝낼 결정적인 분수령이 될 예정이기도 했고.

“이번 작전은…….”

오토가 요원들을 모아 놓고 입을 열었다.

“북부제국의 해군기지와 군함들에 폭탄을 설치하고, 화물선과 수송선들을 나포하는 겁니다.”

“……!”

“이번 작전으로 인해 우리 군이 흑해를 장악할 예정이고, 북부제국은 철저히 몰락할 겁니다. 자세한 작전 내용은…….”

그로부터 며칠 후.

오토와 카미유는 정보국 요원들과 함께 북부제국의 해군기지로 침투했다.

침투 과정은 식은 죽 먹기처럼 쉬웠다.

이미 북부제국의 고위급 장교들을 세뇌시켜서 간첩으로 심어놓은 덕분에, 오토 일행은 굳이 쥐새끼처럼 숨어 들어갈 필요가 없었다.

미리 준비해둔 북부제국군의 군복을 입고, 장교단으로 위장해서 대놓고 들어가기만 하면 되었던 것이다.

“주인님을 뵙습니다.”

“주인님을 뵙습니다.”

“주인님을 뵙습니다.”

마중 나와 있던 오토의 노예들이 극진한 예를 올렸다.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래? 예는 필요 없고, 작전이나 잘 수행해.”

“예, 알겠습니다.”

간첩들의 도움으로, 오토 일행은 북부제국군의 군함들에 손쉽게 마정석 폭탄을 설치할 수 있었다.

군함을 보강하거나 수리한다는 명목하에 작업자들로 위장한 마검사들이 마정석 폭탄을 설치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오토는 북부제국의 해군기지 곳곳에도 마정석 폭탄을 설치했다.

그렇게 북부제국의 대륙 침공의 핵심 시설이라 할 수 있는 해군기지는 하나의 거대한 폭탄 덩어리로 변해갔다.

그러는 사이.

“차렷! 신병들은 이곳에서 대기하라!”

“곧 대륙으로 건너갈 것이다!”

총동원령에 의해 징집되어온 북부제국군 신병들이 속속들이 해군기지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하루에도 몇만 명씩 신병들이 모여들었고, 이제 갓 공장에서 생산된 따끈따끈한 트리톤들도 수백 대씩 해군기지에 도착했다.

“수송선에는 굳이 폭탄을 설치할 필요 없어. 끌려온 신병들에 불과하니까, 전쟁이 끝나면 고향으로 돌아가겠지.”

“예, 전하.”

오토의 목표는 철저히 북부제국군의 군함들이었다.

본인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전쟁터로 끌려온 신병들까지 차가운 흑해 밑바닥으로 수장시켜 버릴 생각까지는 없었다.

물론 해전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침몰하는 수송선들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굳이 산사람들을 생으로 수장시켜 업보를 쌓을 필요는 없었다.

단지 후속 병력과 보급을 끊어 북부제국이 더는 전쟁을 수행할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으려는 것이지, 학살이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토는 3주 동안 북부제국의 해군기지에서 머물며 온갖 작전을 수행함으로써, 북부제국군 내에 치명적인 시한폭탄을 설치하는 데 집중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오토 일행은 군함을 정비하는 척 침투해서 함포들에 조작까지 가했다.

함포가 포탄을 발사하는 게 아니라 안에서 터지도록 장난질을 쳐놓은 것이다.

덕분에 북부제국군의 군함들은 함포를 발사하는 순간 폭발이 일어날 테고, 그대로 흑해 밑바닥으로 가라앉을 게 분명했다.

즉, 해전이 벌어지는 순간 스스로 폭발하는 시한폭탄이 되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 공작들은 1년도 더 전부터 간첩을 심어놓고, 정보국 비밀기지를 만들고, 마정석 폭탄들을 가져다 놓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렇게 3주의 시간이 지나고.

“모두 승선하라!”

“신병들은 신속하게 승선할 수 있도록!”

척! 척! 척! 척!

수십만 북부제국군 신병들이 수송선에 탑승하기 시작했다.

“가자.”

“예, 전하.”

오토는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카미유와 함께 다시 드레이크의 함대로 이동했다.

* * *

오토는 드레이크와 합류한 즉시 해전을 준비했다.

“곧 북부제국군의 수송선들이 함대의 호위를 받으면서 흑해를 건널 거야.”

“드디어……!”

드레이크의 얼굴에 결연한 표정이 떠올랐다.

드레이크 역시 지난 1년 동안 이곳 흑해에 머물며 해전을 준비해 온 터라 지루함에 극에 달해 있었다.

그간 북부제국군이 흑해를 건널 때마다 멀리서 지켜봐야 했으니, 그로서도 답답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더는 참을 필요가 없었다.

곧 역사에 길이 남을 해전이 시작될 테고, 신나게 함포를 발사할 일만 남았으니…….

“움직인다.”

투시 권능으로 저 멀리 수평선 너머를 지켜보던 오토가 입을 열었다.

“옵니까?”

“곧.”

“알겠습니다.”

이윽고 이오타 왕국의 해군 함대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날씨부터 바꾸겠습니다.”

“알아서 해, 알아서.”

오토는 해전만큼은 철저히 드레이크에게 맡겼다.

아무리 불패의 지휘관이라고는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육지에서의 이야기.

해군을 지휘하는 것은 철저히 드레이크의 몫이었다.

스으으으!

드레이크는 해적영주들로부터 빼앗은 성물들은 이용해 흑해에 각종 기상이변을 만들어내었다.

그러자 짙은 해무(海霧)가 깔리고, 풍랑이 휘몰아치고, 거센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때문에, 북부제국의 해군 함대는 이오타 왕국의 함대가 접근하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날씨가 조금 안 좋아졌거니 하고 계속해서 항해했을 뿐…….

반대로, 이오타 왕국의 함대는 악조건 속에서도 아주 정확하게 항해했다.

각 군함을 지휘하는 함장들이 투시 권능이 담긴 야시경을 끼고 있었기에, 날씨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것은 이오타 왕국의 함대에게 전술적으로 엄청난 유리함을 가져다주었다.

나는 보이고, 적은 안 보인다?

무조건 유리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

“가깝습니다. 적들이 곧 사정권에 들어올 예정입니다.”

드레이크가 오토에게 보고했다.

“나한테 굳이 보고할 필요 없어. 하던 대로 해.”

“예, 전하.”

드레이크는 오토가 신뢰를 보내자 슬며시 웃더니, 전 함대에 명령을 내렸다.

“함포를 방열하라!”

“함포, 방열!”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함대가 일제히 뱃머리를 돌리고 함포를 방열했다.

촤아아아아아아아!

북부제국군의 해군 함대가 아무것도 모른 채 이오타 왕국의 함대를 스쳐 지나갔다.

시야 확보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인지라 불과 100미터 밖에서 이오타 왕국의 해군 함대 함포를 방열하는 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3, 2, 1! Fire!”

“Fire!”

다음 순간.

펑펑! 펑펑펑! 펑펑! 펑! 펑! 펑펑펑! 펑펑! 펑! 펑! 펑펑펑! 펑펑펑! 펑! 펑펑펑! 펑펑! 펑펑펑! 펑! 펑펑펑!

이오타 왕국의 해군 함대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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