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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363화 (364/401)

#제363화

쾅, 콰앙!

북부제국의 함대는 짙은 해무(海霧)를 뚫고 항해하던 도중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았다.

이오타 왕국의 함대가 짙은 안개와 빗속에 숨어서 쏜 일제사격은, 눈 깜짝할 사이에 북부제국군의 함대에게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었다.

아무리 마공학 엔진과 강철로 이루어진 선체를 가진 철갑선이라 한들, 무방비 상태에서 포탄 세례를 맞았으니 그 대미지는 가히 엄청났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조준! 3! 2! 1! Fire!”

“Fire!”

이오타 왕국의 해군 장병들은 신무기인 게이볼그까지 쏴 대며 북부제국군의 함대를 노렸다.

물론 철갑선이니만큼 트리톤처럼 1~2방에 마공학 엔진을 파괴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군함의 외부 장갑이 워낙에 두꺼워서, 1~2방으로는 어림도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4~5방 정도면 충분히 외부 장갑을 뚫고, 마공학 엔진을 파괴하는 게 가능했다.

정말이지 불평등한, 북부제국군 입장에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전투가 펼쳐졌다.

퍼엉!

펑! 펑펑! 펑!

이오타 왕국의 함대는, 북부제국군 함대를 일방적으로 두들겨 팼다.

북부제국군은 어떻게든 반격을 시도하기 위해 함포를 방열하고 대응에 나섰지만, 그것은 제 발등을 찍는 행위에 불과했다.

“3! 2! 1! Fire!”

“Fire!”

북부제국군이 처음으로 반격에 나서던 순간.

퍼엉!

퍼어어어어어엉!

함포들이 어마어마한 폭발을 일으키며, 북부제국군 군함을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지난 한 달 동안 오토와 이오타 왕국의 요원들이 함포가 스스로 폭발을 일으키게끔 조작해 놓았기에, 공격이 아닌 자살이 되어 버린 것이다.

개중에는 마공학 엔진에 폭탄이 심어져 있는 경우도 있었기에, 공격조차 해 보지 못한 채 스스로 폭발해 침몰하는 군함도 한두 척이 아니었다.

“물이 찬다!”

“타, 탈출하라! 곧 침몰한다!”

북부제국군의 해군 장병들은 침몰하는 군함에서 황급히 탈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는 않았다.

쏴아아아아아아!

거센 비가 휘몰아쳤다.

스으으으으으으!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짙은 안개가 자욱했다.

휘이이이이이이!

그 와중에 큰 파도와 소용돌이가 여기저기 휘몰아치는 바람에, 구명정에 탄 북부제국의 해군 장병들은 그저 하늘에 목숨을 맡긴 채 벌벌 떨어야만 했다.

펑! 펑펑! 펑!

펑펑펑! 펑!

그러는 동안에도 이오타 해군의 포격은 멈추지 않았다.

쏘고, 쏘고, 또 쏘고.

정말이지 무자비하고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그야말로 일방적인 공격이었다.

그렇게 약 2시간쯤이 지났을 무렵.

“전하. 적 군함들을 모두 제압하였사옵니다.”

드레이크가 오토에게 한쪽 무릎을 꿇고 보고했다.

“승전을 축하드립니다, 전하.”

“승전을 축하드립니다.”

오토는 이오타 왕국의 해군 장교들에게 극진한 예를 받으며, 해전에서 승리한 왕이 되었다.

역사상 가장 큰 대승을 거둔, 위대한 전투를 설계하고 진행한 군주가 된 것이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오토가 신하들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지금부터 적 수송선들과 화물선들을 나포합니다. 불필요한 희생은 최대한 줄이되, 항복하지 않고 반항하는 자들에 대해서는 자비를 베풀지 마세요.”

“예! 전하!”

오토는 그렇게 말한 뒤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카미유를 돌아보았다.

“가자.”

“어디 가십니까?”

“적의 기함(旗艦)으로.”

“모시겠습니다.”

카미유와 마검사들이 오토를 호위했다.

* * *

오토는 카미유, 그리고 마검사들과 함께 쾌속선을 타고 적의 기함으로 향했다.

“충성! 전하를 뵙습니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마검사들이 오토를 향해 일제히 경례를 올려 붙었다.

사실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가장 먼저 이루어진 일이 북부제국의 기함을 나포하는 거였다.

북부제국 로마노프 해군의 대장선은 <노틸러스>라 불리는 철갑선으로서, 그곳에는 해군 사령관이 탑승하고 있었다.

미리 침투해 있던 마검사들은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함장실을 장악하고, 해군 사령관을 제압한 뒤 체포했다.

즉, 이미 북부제국의 기함은 전투가 시작됨과 동시에 사령탑으로써의 역할을 상실했던 것이다.

“꿇어라.”

“크윽!”

해군 사령관이 마검사들에 의해 오토의 앞에 무릎 꿇려졌다.

“로젠스키라고 했던가?”

오토가 해군사령관을 향해 물었다.

“……그렇소.”

“항복할 텐가, 아니면 죽을 텐가.”

“그냥 죽겠소.”

로젠스키는 미련 없이 죽음을 선택했다.

무적함대를 자처하던 북부제국의 함대를 불과 2시간 만에 말아먹은 지휘관에게는 달리 선택권이 없었다.

포로가 된다 한들 황제인 바실리가 그를 용서할 리 없을 테고, 설사 용서를 받는다 해도 오명을 뒤집어쓴 이상 해군 제독으로서의 명예가 저 심해 밑바닥까지 처박힌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내 무능으로 인해 수만 명의 해군 장병들이 물고기밥이 되었소. 어찌 목숨을 부지하려 들겠소.”

“호오.”

오토는 그런 로젠스키의 반응이 마음에 들었다.

만약 포로 대우를 요구한다거나 투항을 요청했다면, 오토는 망설이지 않고 그를 처형했을 터였다.

하지만 명예를 알고, 자신의 책임을 통감하며 스스로 죽음을 자처하는 모습을 보여 주니 왠지 모르게 살려 주고 싶었다.

“오늘의 패전은 그대의 책임이 아닐 텐데.”

“……그게 무슨 말이오?”

“우린 몇 년 전부터 그대들의 침공을 예상하고, 준비해 왔다.”

“……!”

“오늘 우리의 승리는 실시간으로 북부제국군의 위치와 동향을 파악하고, 날씨를 조작하고, 함포가 기능 고장을 일으키도록 만들고, 마공학 엔진에 폭탄을 설치했다.”

“마, 맙소사.”

“이 전투, 아니 전쟁은 처음부터 승패가 정해져 있었다. 귀관의 패배 또한.”

오토의 말을 들은 로젠스키 제독은 마치 사기라도 당한 기분이었다.

이미 패전이 예고되어 있는 전쟁이었다니…….

북부제국의 대륙 침공을 몇 년 전부터 눈치채고 대비하고 있었다니…….

오싹!

소름이 등골을 타고 흘러내렸다.

몇 세대는 앞선 기술력을 앞세워 대륙을 초토화시킬 줄 알았는데, 사실은 처음부터 대륙의 손아귀에서 놀아났다고 생각하니 문득 두려워진 것이다.

“어쩔 수 없는 패배를 당했는데도 스스로 목숨을 끊을 텐가?”

“그렇소.”

로젠스키 제독의 결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아무리 불리한 전투였다고 할지언정 나는 해군 함대를 지휘하는 제독이오. 핑계는 필요하지 않소이다. 이곳 북해에 죽어 간 장병들과 함께 남겠소.”

“오호…….”

“욕보일 게 아니라면 이만 보내 주시오.”

“허락하지 않겠다.”

“……!”

“카미유.”

오토가 카미유를 돌아보았다.

“예, 여기 있습니다.”

“로젠스키 제독을 구금하고, 잘 예우하라.”

“예, 전하.”

“또한.”

오토가 덧붙였다.

“지금 즉시 북부제국에 우리 기사들을 보내 로젠스키 제독의 일가친척들을 탈출시킬 수 있도록.”

“명령, 받들겠습니다.”

그런 오토와 카미유의 대화에 로젠스키 제독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말은 안 했지만, 그가 처형당하겠다고 말한 이유는 가족들 때문이기도 했다.

분노한 북부제국의 황제 바실리가 가족들에게 연대책임을 물을 게 두려워서라도 전사하거나 혹은 적의 손에 처형당해야 하는 입장이었던 것이다.

“저, 전하. 왜 그런 결정을…….”

“죽어 간 장병들에 대한 그대의 속죄는.”

오토가 로젠스키 제독에게 대답했다.

“로마노프 해군이 아닌 이오타 해군의 해군 제독으로서 갚아라.”

“……!”

“그것마저 거부하겠다면, 더는 권유하지 않겠다.”

오토의 말에 로젠스키 제독은 한동안 고민하더니,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다만…… 본국, 아니 로마노프 제국에 대한 공격 명령에는 따를 수 없습니다.”

“허락한다.”

오토는 로젠스키 제독을 굳이 기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을뿐더러, 조국을 공격하라는 가혹한 명령을 내리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로젠스키 제독이 북부제국군들의 항복을 이끌어 낼 얼굴마담이 되어 주길 원했고, 전쟁이 끝난 후 전후처리에 앞장서 주길 바랐을 뿐…….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로젠스키 제독이 오토를 향해 한쪽 무릎을 꿇고 예를 올렸다.

* * *

한편, 북부제국의 황제 바실리는 본국으로부터 매우 좋지 못한 소식을 전해 듣고 반쯤 넋이 나가 있었다.

북부제국의 후방.

툰드리아 침공에 나섰던 제6군단이 이종족 연합군에 의해 대패했다고 했다.

문제는 그게 시작에 불과했다는 것.

“폐, 폐하. 이종족 연합군이 본국의 국경을 초토화시키고, 수도를 향해 진격하고 있다고 하옵니다.”

바실리는 그 보고를 듣는 순간 훅! 하고 끼쳐 오는 현기증에 그만 쓰러질 뻔했다.

툰드리아 공략마저 실패하고, 본토가 공격당한 것으로도 모자라 수도까지 위험하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무려 100년을 준비해 온 전쟁이었는데, 단 한 번도 승리다운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연전연패하는 게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았던 것이다.

이대로라면 바실리야말로 북부제국의 역사상 가장 무능한 황제로 기록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폐하, 흑해를 건너오고 있는 해군 함대로부터 통신 요청이 들어왔사옵니다.”

그때, 그나마 바실리에게 위안을 주는 소식이 들려왔다.

수십만 병력과 수천 대의 트리톤들을 태우고 해군기지를 출발한 함대로부터 통신이 걸려 왔다는 것은, 곧 추가 병력이 도착했다는 뜻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추가 병력만 도착하면…… 모조리 쓸어버리리라. 모조리.’

바실리는 오직 그 생각으로 통신을 받았다.

문제는 통신을 걸어 온 사람이 해군 총사령관 로젠스키 제독이 아니었다는 것.

그는 익숙한, 낯이 익은 인물이었지만 결코 그의 신하가 아니었다.

통신을 걸어 온 자는, 단 한 번도 실제로 만난 적은 없었지만 바실리가 이 세상에서 가장 증오하는 사람이었다.

- 아이고오.

오토가 바실리를 향해 이죽거렸다.

- 우리 폐하께서 몰골이 말이 아니시네. 한 달간 마음고생이 꽤나 심하셨나 봐?

“네, 네놈은…… 네놈은……!”

안 그래도 투명하리만치 하얀 바실리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다 못해 시퍼렇게 물들었다.

절대 통신이 걸려 오지 말아야 할 인물로부터 통신이 또 걸려 올 줄이야…….

- 추가 병력을 아주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나 봐?

“어떻게…… 네놈이 어떻게 노틸러스호를…….”

바실리는 너무나도 놀라서 말조차 제대로 잇지 못했다.

노틸러스호로부터 걸려 온 통신에 오토가 등장했다는 것은, 바실리에게는 최악의 상황임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화가 나는 게 아니라, 공포가 앞서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본국의 함대는 어디 있는가…… 무적함대는 어디에 있느냐는 말이다…….”

바실리가 정신 나간 사람처럼 오토에게 물었다.

- 글쎄.

오토가 히죽, 웃으며 바실리의 속을 긁어놓았다.

- 어디 갔을까? 니 장병들과 트리톤들이?

“네놈이…… 네놈이이…… 악!”

바실리가 피를 토하듯 오토를 향해 으르렁거리다가, 돌연 뒤로 훌쩍 넘어갔다.

“커헉!”

쓰러진 바실리의 입에서 시뻘건 피가 콰아아! 하고 터져 나왔다.

“폐, 폐하! 폐하!”

“폐하! 괜찮으시옵니까? 폐하!”

“어서 폐하를 뫼시어라!”

“군의관, 군의과아아아아안!”

결국, 바실리는 오토의 조롱에 피를 토하고 쓰러지기에 이르렀다.

심적인 충격이 너무나도 커서, 도저히 버티지를 못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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