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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365화 (366/401)

#제365화

오토의 분신들은 와이번을 타고 각각 로웨나, 테르테미안, 그리고 파라곤을 만나 지원 병력을 요청했다.

“지원 병력이라…….”

테르테미안은 지원 요청에 미온적이었다.

“내 세력이 약해지면 누이와 동생 놈이 기회를 틈타 날 노릴지도 모르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토, 정확히는 분신이 테르테미안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전하뿐 아니라 로웨나 대공과 파라곤 대공에게도 지원군을 요청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음!”

“그리고 말입니다…….”

오토가 테르테미안의 귓가에 속삭였다.

“북부제국의 해군기지 공략 때 로웨나 대공과 파라곤 대공의 병력들을 소모시킬 생각입니다.”

“……!”

“대공 전하의 지원 병력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에 배치시켜서 온전히 전력을 보존할 수 있겠지요.”

“그, 그런 깊은 뜻이!”

테르테미안이 감탄했다는 듯 말했다.

생각해 보니 매우 좋은 작전이었다.

공평하게 지원군을 부르되 손을 잡기로 한 테르테미안의 군대는 병력을 보존할 수 있도록 하고, 반대로 로웨나와 파라곤의 병력을 소모시킨다면?

테르테미안 입장에서는 로웨나와 파라곤과 싸우지 않고도 전력의 우위를 꾀할 수 있을 터.

“역시 자네는 대단하군.”

테르테미안이 존경스럽다는 듯 오토를 바라보았다.

“안 그래도 북쪽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하루가 멀다고 놀라기 바빴네. 저 강대한 북부제국을 상대로 역사에 남을 대승을 몇 번이나 거둘 줄이야.”

“과찬이십니다.”

“정말 든든하구먼! 크핫핫핫!”

테르테미안은 오토가 자기 사람이라는 것에 크게 안도했다.

만약 오토가 로웨나나 파라곤과 손잡았을 걸 생각하면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수차례 전쟁을 치르며 크고 작은 전투에서 전승을 기록한 위대한 지휘관을 적으로 두었으면 얼마나 두려웠겠는가?

“그럼 지원군은…….”

“10만 병력을 보내 주겠네.”

“감사합니다.”

“누이와 동생 놈은…….”

“똑같이 10만으로 하겠습니다.”

“알겠네.”

그렇게 오토는 테르테미안으로부터 북부제국의 본토를 공격할 병력을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테르테미안 대공 전하가 10만의 지원군을 보낼 예정이랍니다.”

“그럼 나도 10만으로 하지.”

“감사합니다.”

오토는 파라곤에게도 똑같이 10만의 병력을 뜯어냈다.

어느 안전이라고.

이미 오토에게 코가 단단히 꿰인 테르테미안과 파라곤은 애초에 지원군을 거절할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오토가 누구의 편에 서느냐에 따라 아라드 제국의 황제가 바뀔 텐데, 부탁을 거절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아.”

한편, 가위바위보에서 진 오토의 분신은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가축처럼 로웨나의 영토로 향했다.

오토의 분신이니만큼 로웨나에 대한 거부감이 엄청나게 커서, 도무지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가위바위보에서 패배한 이상 명령을 거부할 방법도 없었으므로, 그 분신은 로웨나와 만나 접대(?)를 해야만 했다.

“누, 누님. 저 왔습니다.”

“동새에에에에엥!”

로웨나는 오토를 보자마자 한달음에 달려와 품에 안겨 왔다.

“어쩐 일이야? 한창 바쁠 텐데?”

“전쟁이 잠깐 소강상태를 맞아서 휴가를 냈습니다. 누님이 뵙고 싶어서요.”

“정말~?”

“그럼요.”

“아아……!”

로웨나가 몸을 부르르! 떨면서 전율했다.

그 바쁜 오토가 시간을 내어 자신을 보러 와 주었단 사실에 감동을 넘어 희열마저 느낀 것이다.

“조심해, 동생.”

“네?”

“1분 1초도 놔주지 않을 테니까.”

“아하하하하…….”

“가자.”

로웨나가 오토를 잡아끌었다.

‘이 미친 주인놈아! 이게 사람이 할 짓이냐! 시켜도 이런 걸 시키는 게 말이 되냐고!’

오토의 분신은 속으로 절규했다.

* * *

오토의 부름을 받은 로웨나, 테르테미안, 그리고 파라곤은 즉시 10만의 병력을 북부로 보냈다.

그렇게 총 30만의 병력은 이오타 왕국의 해군 수송선을 타고 흑해를 건넜다.

그렇게 해군기지 근처에 도착한 30만 아라드 제국군은 잠시 대기했다.

그러는 사이.

“작전을 개시하라.”

“예, 전하.”

오토는 상륙에 앞선 사전작업에 들어갔다.

피유우우우웅― 펑!

하늘 높이 솟아오른 신호탄이 공중에서 폭발하며 어둔 밤하늘을 붉은 불꽃으로 수놓았다.

그리고 얼마 뒤.

펑펑! 퍼엉! 펑! 펑펑펑! 펑!

북부제국의 해군기지 곳곳에서 대폭발이 일어났다.

병영, 대포들이 방열되어 있는 포대, 방어선, 초소 등등에서 어마어마한 대폭발이 일어나며 일대를 초토화시켰다.

오토와 정보국 소속 요원들이 설치해놓은 마정석 폭탄이 터지며, 방어 시설을 무력화시켰던 것이다.

“함포를 발사하라.”

“예, 전하.”

뒤이어 이오타 해군 함대가 북부제국의 해군기지를 향해 일제히 함포를 발사해 화력을 더했다.

“상륙하라.”

“예, 전하.”

오토는 북부제국군의 해군기지가 쑥대밭이 되자마자 즉시 아라드 제국군을 상륙시켰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 어떤 피해도 없이, 무혈입성한 아라드 제국군은 파죽지세의 기세로 북부제국군의 해군기지를 유린했다.

“후, 후퇴하라!”

“후퇴하라!”

본토를 방어하기 위해 모여 있던 북부제국군은 그런 아라드 제국군의 상륙을 감당하지 못하고 해군기지를 내주고 말았다.

흑해를 장악당한 해군기지라도 지켜내야 본토를 방어할 수 있었지만, 오토는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북부제국의 수도로 진격하라. 굳이 수도를 점령할 필요는 없다. 천천히 진격해서 압박하기만 하면 된다.

“예, 전하.”

그로써 북부제국군 양쪽에서 수도를 압박당하는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이 사태는 흑해 건너 야만부족의 영토에 주둔해 있던 본대가 돌아와야 막을 수 있을 테지만, 그건 어림도 없었다.

왜?

바다를 건너갈 방법이 없었으니까.

이오타 왕국의 해군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이상 북부제국군이 흑해를 건너간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북부제국으로서는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구도가 연출된 것이다.

“후우.”

오토는 해군기지를 점령하자마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남은 건 하나.

이제 야만부족의 영토에 주둔 중인 북부제국의 본대를 쳐부수면, 이 전쟁은 끝이었다.

사실상 연합군이 승리했고, 북부제국은 패망한 것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물론 그 마지막, 최후의 전투가 결코 쉽지는 않을 테지만.

“돌아가자. 여긴 알아서 하게 놔두고.”

“예, 전하.”

오토는 다시 흑해를 건너 대륙으로 향했다.

마지막으로 북부제국군의 본대를 쳐부숴 이 전쟁의 대미를 장식할 준비를 위해서.

* * *

연합군 진영으로 귀환한 오토는 북부제국군의 주둔지를 포위한 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트리톤들의 개조와 도색 작업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면서, 불규칙적으로 포탄을 퍼부어 대었다.

예컨대, 이런 식이었다.

밥을 먹다가 문득 생각나서 포격 명령을 내리고.

양치를 하다가 또 한 번.

밤에 자다 뒤척이는 바람에 깨면 또 포격 명령을 내리고.

날씨가 좋으면 좋다고 쏘고, 스트레스 받는다고 쏘고, 아침에 일어나서 기분 좋다고 또 쏘고.

무슨 심심풀이 땅콩처럼, 틈만 나면 포격 명령을 내렸다.

그런 오토의 행동은 북부제국군 입장에서는 아주 죽을 맛이었다.

포격이 언제 어느 때 떨어질지 몰라서 하루 24시간 중 24시간을 긴장하고 있어야 했기에, 그들의 정신적 피로는 날이 갈수록 쌓여만 갔던 것이다.

“……전생에 악마셨습니까.”

카미유는 그런 오토의 악랄함에 질렸다는 듯 혀를 내둘렀다.

“악마는 무슨. 전쟁 다 이렇게 하는 거지.”

오토는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았다.

적의 피로를 유발해 비전투손실을 일으키는 것은 전술 중에서도 가장 구사하기 어려운, 상급의 노하우였으니까.

게다가 오토의 입장에서는 부담도 없었다.

어차피 마정석이야 차고 넘치도록 공급되니, 포탄이 무제한이라서 부담 없이 내킬 때마다 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그만해! 이 개새끼들아!”

“제발…… 제발 그만…… 제발 그만해…….”

북부제국군 입장에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차라리 규칙적이라면 좀 나을 텐데, 언제 포격이 시작될지 모르니 북부제국군 장병들의 스트레스는 가히 어마어마했다.

언제 어느 때 포탄에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를 유발했고, 하루하루 북부제국군의 피를 말려갔다.

오죽했으면 목을 매달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장병들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지경이었다.

그런데도 오토는 공격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곧 식량이 떨어질 텐데 굳이 공격할 필요가?”

오토는 북부제국군을 철저히 말려 죽일 작정이었다.

비전투손실을 극대화한다는 것은 아군 피해만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아니었다.

막상 전투가 벌어졌을 때 북부제국군의 손실 또한 줄어들 게 분명했다.

지칠 대로 지친 북부제국군 장병들이 전의를 잃고 금세 항복하거나 제대로 된 반항조차 못할 테니, 전투가 제대로 성립할 리 없었다.

즉, 오토는 싸우기도 전에 적들을 혼수상태로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는 사이.

쿵! 쿵! 쿵! 쿵!

트리톤들이 도착했다.

이오타 왕국의 문장이 새겨지고, 검은색으로 도색된 수천 기의 트리톤들이 연합군 진영에 들어서던 순간.

“오오오오!”

“우리도 트리톤이 있다!”

“와아!”

연합군 장병들은 5,000기가 넘는 트리톤들의 행군을 구경하며 감탄했다.

북부제국군만 보유하고 있던 전략 병기인 트리톤은 연합군 장병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었다.

트리톤 단 1기만 날뛰어도 수십여 명이 쥐포처럼 납작해지는데, 두려워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달랐다.

트리톤들이 추가된 이상 연합군은 북부제국과 대등한 전투가 가능했다.

그리고 그게 오토가 북부제국군을 공격하지 않고 계속해서 비전투손실을 유발하며 대기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트리톤들이 도착한 직후.

“카미유.”

“예, 전하.”

“회의 소집해.”

“알겠습니다.”

오토가 비로소 전략 회의를 소집했다.

연합군 수뇌부들은 드디어 오토가 공격 명령을 내릴 것이라 기대했다.

트리톤들이 추가되었으니, 더는 뜸을 들일 필요는 없을 터.

이제 트리톤들을 앞세워 쳐들어간다면, 북부제국군이 궤멸되리라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이제는 최후의 일격으로서 북부제국의 숨통을 끊어놓을 일만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드디어 북부제국과의 전쟁이 끝나겠구려.”

“다들 고생하시었소.”

“취익, 고생했다.”

“얼른 집으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연합군 수뇌부들이 전쟁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생각에 싱글벙글하던 순간.

“총사령관 각하께서 드십니다.”

오토가 전략 회의가 열리는 회의장에 나타났다.

이번 전쟁을 이끈 불패의 지휘관이 모습을 드러내자 연합군 수뇌부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차렷 자세를 취했다.

총사령관으로서 오토의 권위는 가히 절대적.

이렇듯 공적인 자리에서라면 누구든 오토에게 존경을 표하고, 극진히 예우하기 마련이었다.

그간 오토가 쌓은 업적이란 역사서의 한 장을 차지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위대했기에, 다들 그만한 대우를 해 주었던 것이다.

“머지않아 전쟁이 끝날 예정입니다.”

오토가 자리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최후의 전투가 남았으니까, 그 전투가 끝날 때까지는 군기를 유지해 주십시오.”

곧 전쟁이 끝날 것이란 오토의 말에 연합군 수뇌부들이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뜸이 들 대로 들었으니, 북부제국군을 끝장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다.

“현 시간부로.”

오토가 말을 이었다.

“병력을 철수할 준비를 시작합니다. 언제 어느 때고 후퇴할 수 있도록.”

그 순간.

“음?”

“그, 그게 무슨.”

“아니! 갑자기 철수라니?”

연합군 수뇌부들이 술렁였다.

오토의 입에서 철수와 후퇴란 말이 나올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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