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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367화 (368/401)

#제367화

연합군은 철수 준비를 마치고 언제든 후퇴할 수 있도록 대기했다.

슬슬 북부제국군이 치고 나올 때가 되었으므로, 빠른 후퇴를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것이다.

그런데 북부제국군은 바짝 웅크린 채 움직이지 않았다.

오토는 그런 북부제국군의 의도를 바로 간파했다.

“들어오라 이건가.”

오토가 저 멀리 북부제국군 진영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지금 북부제국군은 무조건 좋든 싫든 치고 나와야 하는 상황.

지금쯤이면 바실리가 성물의 힘을 이용해 마신과 그의 권속들을 소환했을 텐데, 꼼짝도 안 하는 게 심히 수상쩍었다.

“적들이 나올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엘리제가 오토에게 말했다.

“그런 것 같아.”

오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대놓고 들어오라는 건데…… 우리 쪽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지. 우리의 전장은 북부 대장벽이 되어야 하니까.”

“어떻게 하나?”

“기다려야지.”

오토에게도 북부제국군을 강제로 끌어낼 방법 같은 건 없었다.

그저 저들이 제 발로 뛰쳐나오기만을 기다릴 뿐.

“어차피 나올 수밖에 없어. 식량에 한계가 있으니까.”

“얼마나 남았을 것 같나?”

“어디 보자…….”

오토가 정보국 요원들에게서 건네받은 기밀 자료를 들춰보며 대답했다.

연합군은 북부제국군이 식량과 탄약을 얼마나 지니고 있는지조차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쯤 되면 북부제국군의 숟가락 개수도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실제로 알려고 들면 충분히 알아낼 수 있기도 했고.

“이제 딱 3일치 정도 남았을 것 같은데?”

“3일치라…….”

“곧 나올 거야. 굶어 죽느니 일단 진출해서 싸움을 걸려 할 테니까. 전투자극제를 쓴다고 해도 한계가 있으니까.”

“전투자극제?”

“마약이야.”

오토가 대답했다.

“수명을 대가로 전투력을 상승시켜주는 약물.”

“아.”

“아마 그걸 단체로 투여하고 치고 나올 거야. 식량의 양을 보면…… 늦어도 3일 안에는 나오겠지.”

아무리 전투자극제를 투여한다고 한들 먹을 식량이 없다면 전쟁을 계속 수행할 수 없을 터.

지금 당장 뛰쳐나온다 하더라도 최소한 1주일 치 이상의 식량은 필요할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흐으……!”

오토가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건가?”

엘리제가 오토의 표정을 보고 기겁했다.

그녀 역시 오토가 이럴 때면 뭔가 사악한 술수를 꾸민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된 것이다.

“북부제국군이 진출해서 가장 먼저 하는 게 뭘까?”

“그건…….”

“우리 식량부터 빼앗으려고 들겠지?”

“아!”

“우리도 후퇴하는 과정에서 그걸 다 챙길 순 없을 거고.”

후퇴란 매우 힘든 작전이었다.

게다가 이 많은 대군이 한꺼번에 움직이려면 챙길 게 한두 가지가 아닐 테고.

“우리야 보급 걱정은 없으니까…… 식량을…….”

“……?”

“쉬고 있어! 나 잠깐 다녀올게!”

오토는 그렇게 말하고는 막사를 빠져나갔다.

* * *

“……그러니까.”

카미유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식량에…… 똥을 심어 두란 말씀이십니까? 지금?”

“응.”

오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딱 3일 치 식량만 남기고, 나머지는 안에 똥을 잔뜩 넣어 둬.”

“대체 왜 그런…….”

“북부제국군이 후퇴한 우리 식량을 빼앗았을 때를 대비한 거야.”

“……!”

“신나서 식량을 먹으려다가 안에서 똥이 나오면 얼마나 기분이 더럽겠어? 히히히!”

“맙소사.”

카미유는 오토의 이야기를 듣고 질렸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보통의 지휘관들이라면 식량을 빼앗길 걸 대비한다면 미리 불태우거나 폐기처분하지, 똥 같은 걸 섞어서 적에게 줄 생각은 안 하기 때문이었다.

“아, 뭐 해. 빨리.”

“알겠습니다.”

카미유는 오토의 명령에 따라 병사들을 시켜 식량과 똥을 섞었다.

수십만 명이 모여 있는 병영인지라 인분은 차고도 넘겼기에, 그 작업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히히히!”

오토가 작업 과정을 지켜보며 히죽거렸다.

“거 장병들도 보는 앞에서 체통 좀 지키십시오.”

“알겠어, 알겠다고. 쳇.”

오토가 카미유의 잔소리에 입을 삐죽였다.

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었기에, 오토는 짐짓 근엄한 척 연기를 했다.

세간에 알려진 오토와 실제 오토의 괴리감은 가히 어마어마했다.

이 세계 사람들은 오토가 근엄하고, 지혜롭고, 또한 자비로우며, 대단한 신사라 오해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간 오토가 쌓아 올린 업적을 생각해 보면 대륙의 젊은 사자란 이미지가 떠오르지 걸핏하면 떼를 쓰고 낄낄대는 철부지가 떠오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어지간히 화가 나겠습니다. 북부제국의 입장에서는.”

“그러라고 이러는 거야.”

오토가 씩, 웃으며 말했다.

“그래야 마음이 더 급해질 테니까. 그럴수록 우리가 유리해질 테고.”

“동의합니다.”

“흑해 너머 쪽은 어떻대?”

“수도를 포위한 상태로 적들의 군사시설 위주로 파괴하고 있다고 합니다.”

“음. 좋아.”

“이미 북부제국의 본토는 점령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우리가 마지막 전투만 이긴다면.”

오토가 대답했다.

“그러면 정말 북부제국도 끝나는 거지.”

“맞습니다.”

“부디 이겨야 할 텐데.”

오토가 문득 걱정스럽다는 듯 혼잣말했다.

‘아는 게 없으니까 계속 불안하네.’

외계 종족인 마신과 그의 권속들에 대해서는 오토조차도 아는 게 없었다.

게임 영지 전쟁의 시나리오상에서도 엘리제와 마신의 전투는 제대로 묘사되지 않았고, 바실리로 플레이한다 해도 해당 이벤트는 간략하게 넘어가는 부분이었다.

결과만 알지 그 과정에 대해서는 오토조차도 아는 바가 없었기에, 미지의 영역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 *

그로부터 이틀 뒤.

“전하! 적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오토는 카미유의 보고를 받고 다급히 막사를 뛰쳐나갔다.

저 멀리 북부제국군이 움직이는 게 보였다.

그것은 명백한 공격의 징조였다.

식량이 떨어진 북부제국군이 더는 참지 못하고 연합군을 공격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는 게 분명했다.

“트리톤들을 전진 배치시키고 포탄을 발사해. 최대한 적의 공세를 늦춰야 하니까.”

“예, 전하.”

연합군 역시 북부제국군의 진출에 발맞춰 움직였다.

펑펑! 펑펑펑! 펑! 펑펑펑! 펑! 펑펑! 펑펑펑! 펑펑펑! 펑펑! 펑!

연합군은 북부제국군 진영을 향해 쉴 새 없이 포를 쏴 대며 후방을 향해 천천히 후퇴했다.

그러던 중.

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

북부제국군 트리톤들이 연합군 진영을 향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왔다.

“저건……!”

오토는 순간 달려오는 트리톤들이 뭔가 심상치 않다는 걸 깨달았다.

달랐다.

북부제국군의 트리톤들은 외형부터가 더욱 무시무시해져 있었고, 덩치는 1.5배는 커져 있었으며, 기이한 에너지를 내뿜었다.

‘설마 트리톤들도 외계 종족에 빙의한 건가?’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북부제국의 외계 종족은 육체가 있는 존재들이 아니라, 일종의 기생체.

인간이 아닌 트리톤에도 충분히 빙의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만약 저 트리톤들이 아군 진영을 휘젓기라도 한다면…….

오싹!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평범한 트리톤들만 해도 재앙 그 자체.

그보다 강력한 이계의 존재가 깃든 트리톤이라면 두말할 것도 없었다.

“아군 강철군단은 적들의 공격을 막아라!”

오토가 버럭 소리쳤다.

쿵! 쿵! 쿵! 쿵!

그러자 연합군 트리톤 수천 기가 일제히 모습을 드러내며 북부제국군의 트리톤들과 맞섰다.

콰아아앙!

콰아아아아앙! 콰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아앙!

이윽고 북부제국군 트리톤들과 연합군 트리톤들이 서로 충돌하며 한바탕 전투가 벌어졌다.

그것은 마치 신화 속 거인들의 싸움과 같았다.

최소 수십 톤에서 수백여 톤에 달하는 강철 골렘들이 서로 맞부딪히는 광경이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그러나 오토는 그 광경을 순수하게 감탄하며 지켜볼 수가 없었다.

콰앙!

와장창!

북부제국군의 트리톤 한 기가 아군 트리톤들 수십여 대를 날려 버리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니 다급한 마음이 앞섰다.

- 고철덩어리들 주제에 어딜 감히.

북부제국의 트리톤들은 연합군 트리톤들은 마치 아이 다루듯 너무나도 손쉽게 해치웠다.

일단 체급에서부터 압도적인데, 출력 또한 족히 2배 이상 차이 나는 것 같았다.

‘위험하다!’

오토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이대로라면 아군 트리톤들이 전멸하는 건 시간문제일 터.

촤라락!

오토가 대학살의 서를 펼쳤다.

“일어나라.”

야만용사의 권능이 대학살의 서를 통해 증폭되어 연합군 트리톤들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자 아군 트리톤들의 전투력이 크게 올라감과 동시에, 파괴되었던 부분들이 저절로 수복되었다.

야만용사의 권능은 파손된 트리톤마저 자동으로 수리하는 신비로운 힘을 부여했던 것이다.

“서로 죽여라.”

오토는 내친김에 적들로 하여금 서로 싸우게 하는 권능까지 발휘했다.

- 이, 이런……!

- 크으윽!

그러자 북부제국군 트리톤들이 의지와는 상관없이 서로를 향해 공격을 퍼부어대었다.

그러는 사이.

“트리톤들은 아군을 보호하면서 천천히 빠져라! 전군! 후퇴하라! 신속히 후퇴하라!”

오토는 최전방에서 연합군의 후퇴를 지휘했다.

‘트리톤들을 노획해 둔 게 신의 한 수였다.’

다시 생각해 봐도 잘한 판단이란 생각밖엔 들지 않았다.

만약 트리톤들을 노획해서 전선에 투입하지 않았더라면, 북부제국의 공세 앞에서 버틸 수 없었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게이볼그 사수들은 적 트리톤들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라!”

오토의 명령에 게이볼그 사수들이 일제히 방아쇠를 당겼다.

슈우우우우우웅― 펑!

슈우우웅― 퍼어엉!

게이볼그의 탄두들이 북부제국의 트리톤들을 향해 날아갔다.

그런데.

- 어림없다.

- 그런 장난감 따위에 당할 것 같은가.

놀랍게도, 외계 종족이 빙의된 트리톤들은 게이볼그의 공격도 거뜬히 방어해내었다.

게이볼그 한두 방으로는 강화된 트리톤들을 파괴하는 게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렇다는 말은, 탁 트인 지형에서 북부제국군과 싸우기란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했다.

최후의 전장을 이곳 야만부족의 영토가 아닌 대장벽으로 정한 오토의 판단이 옳았던 것이다.

“신속하게 후퇴하라! 어서!”

오토는 계속해서 아군의 후퇴를 독려하며, 연합군 병력을 뒤로 물렸다.

북부제국군의 공세를 멈출 때까지.

* * *

북부제국군의 공세는 성공적이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겼다! 이겼어!”

“놈들이 후퇴한다!”

북부제국군 진영에서 처음으로 승리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연합군이 주둔하던 지역을 점령한 북부제국군은, 잠시 공세를 멈췄다.

“식량, 식량을 수급하라.”

“예, 폐하.”

바실리는 전투가 끝나자마자 연합군이 놔두고 간 식량들부터 노획하고자 했다.

장병들을 위한 식량이 바닥이 난 상황.

공세를 펼치는 것도 중요했지만, 우선 식량부터 수급하는 게 급선무였다.

“폐하, 적들이 급히 퇴각하느라 각종 보급품과 식량을 많이 놔두고 갔다고 하옵니다.”

“그런가?”

“탄약도 많이 남겨두었을뿐더러, 상당히 많은 양의 식량도 남겨두었다고 하옵니다.”

“즉시 우리 장병들에게 보급하라.”

“예, 폐하.”

연합군이 놔두고 간 보급품과 식량 덕분에, 북부제국군은 더는 진격하지 않고 잠시 숨을 골랐다.

그런데.

펑! 퍼엉!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펑……!!!

난데없이 북부제국군 진영에서 커다란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폐, 폐하! 적들의 탄약고가 폭발했사옵니다!”

“뭐, 뭐라?”

“적들이 탄약고에 미리 폭탄을 심어 둔 것…….”

바로 그때.

퍼어어어어어어엉―!!!

더욱 큰 폭발이 일어나며 엄청난 충격파가 바실리가 있는 곳까지 휘몰아쳤다.

“크윽……!”

바실리가 기사들의 부축을 받으며 간신히 몸을 지탱하던 그때.

“폐하! 적들이 남겨두고 간 식량이…… 먹을 수 없는 것이라 하옵니다.”

“그건…… 그건 무슨 소리인가.”

“적들이 식량과 인분을 비벼 놓아서 도저히 섭취할 수가…….”

“으으…… 으으으…… 커헉……!!!”

바실리가 또다시 피를 토해내며 뒤로 넘어갔다.

탄약고 폭발에 이어 인분과 뒤섞인 식량이라니?

“오토 드 스쿠데리아…… 이 개 같은 놈…… 네놈이 끝까지 짐을……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쓰러진 바실리의 입에서 악에 받친 증오와 분노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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