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70화
전, 후, 좌, 우.
광범위하게 북부제국군을 포위한 연합군은 마치 성난 파도처럼 몰아쳤다.
그 선봉에 연합군 트리톤들이 있었다.
쿵쾅쿵쾅!!!
콰아앙!!!
쿤타치 가문 출신의 마검사들이 조종하는 수천 기의 트리톤들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북부제국군의 트리톤들을 들이받았다.
쾅! 콰아앙!
트리톤들끼리의 전투는 가히 장관이었다.
강철 거인들이 서로 검을 휘두르거나 주먹다짐을 벌이는 광경이란 그야말로 박진감이 넘쳤다.
트리톤들끼리 충돌할 때마다 귀청을 찢어발길 것 같은 굉음이 울려 퍼지고, 충격파가 사발팔방으로 뻗어 나갔다.
그러는 사이.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수천 마리의 거대한 멧돼지들이 북부제국군 진영을 냅다 들이받았다.
콰앙!
콰아아앙!
충돌 순간.
번쩍!
우르릉, 콰앙!
파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강한 전류가 뿜어져 나와 북부제국군을 덮쳤다.
오크 군주 바그람이 이끄는 천둥 발굽 부족이 그 어마어마한 돌진력으로 북부제국군의 진영을 무너뜨렸다.
“취이이이이익! 명예로운 오크 전사들이여! 적들을 모조리 쓸어버려라! 취이이이이익!”
전설의 신수 차우차우를 탄 바그람이 아스트라의 도끼를 휘두르며 대활약했다.
“취이이이이이익!”
“모조리 쓸어버린다! 취이이이익!”
천둥 발굽 부족을 중심으로 한 오크 전사들은 전투자극제를 투여한 북부제국군을 상대로도 엄청난 전투력을 발휘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갈기갈기 찢어 버려라! 취이이익!”
바그람의 동생 투리안도 거대한 늑대인 우르크 울프 무리를 이끌고 북부제국군을 덮쳤다.
“크르르르르르!”
“컹컹! 컹컹컹! 컹!”
오크 전사를 태운 우르크 울프들은 비록 돌파력은 약했지만, 난전 상황에서의 전투력은 가히 압권이었다.
이 성난 늑대들은 북부제국군 진영에 난입해 일대를 눈 깜짝할 사이에 아수라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하지만 그게 시작이었다.
“히이이이잉!”
“히이이잉! 푸르릉!”
명마 중의 명마인 타타르 품종의 말을 탄 이오타 왕국의 기병들이 북부제국군을 휩쓸었다.
천둥 발굽 부족, 성난 늑대 부족에 이오타 왕국군의 기병들까지.
북부제국군의 진영이 부서지는 한순간에 불과했다.
“으악!”
“으아아아아악!”
북부제국군 장병들은 그런 연합군 기병대의 발굽 아래 무참히 짓밟혀야만 했다.
트리톤들이 연합군 트리톤들을 상대하는 상황인지라, 북부제국군은 기병들의 돌격 앞에 철저히 무력했다.
아군 트리톤들이 발이 묶인 이상 북부제국군으로서는 연합군의 기병대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연합군 기병대가 북부제국군의 진영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붕괴시키는 동안 보병들의 돌격이 이루어졌다.
그 선봉은 장벽 너머 혹한의 땅에서 살아가는 강인한 야만부족들이었다.
그들은 개개인이 엄청난 전투력과 내구력을 지니고 있을 뿐더러, 성물의 힘으로 인해 역사상 가장 강력해진 상태.
다섯 명이면 트리톤 한 기를 고철덩어리로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닌 이들이니만큼, 보병돌격의 선봉에 그들이 서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혹한의 자손들이여! 우리 영토를 침범한 자들을 처단하라!”
“우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라그나르의 외침과 함께 야만부족전사들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북부제국군을 향해 질주했다.
“이오타의 군대여!”
카미유의 외침이 전장에 울려 퍼졌다.
“가자! 적들을 모조리 쓸어버려라!”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오타 왕국군이 봇물 터지듯 대장벽을 빠져 나와 북부제국군을 향해 돌격했다.
“대제국 아라드의 군대여! 돌격, 돌격하라!”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북부대공 지안카를로가 지휘하는 아라드 제국군 역시 이오타 왕국군을 뒤따라 북부제국군 진영을 향해 진격했다.
* * *
전장의 서쪽.
크바르와 로셴 백작이 지휘하는 키이우 왕국군은, 성난 파도처럼 북부제국군을 덮쳐 갔다.
“쏴라! 적 트리톤들을 집중적으로 노려라!”
“발사하라!”
숙련된 게이볼그 사수들을 앞세운 키이우 왕국군은, 북부제국군 트리톤들을 하나하나 요격하며 전진해 나갔다.
“모조리 죽인다!”
“단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키이우의 복수다!”
북부제국군에 대한 키이우 왕국군의 분노는 가히 상상을 초월했다.
키이우 왕국은 북부제국군에 의해 수도가 초토화되는 시련을 겪은 나라.
그런 그들이니만큼 북부제국에 대한 복수심은 강할 수밖에 없었고, 거기에 더해 사기가 높은 군대이니만큼 그 전투력은 단연코 압권이었다.
그간 북부제국군의 침공을 막아내기만 하다가 비로소 공격에 나섰으니, 키이우 왕국군의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 높기만 했다.
한편, 북부제국군의 동쪽으로 파고든 아라드 제국군의 전투력도 강력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대륙 최강대국인 아라드 제국의 군대는 그 숫자가 정말이지 압도적일뿐더러, 장병들의 질적 수준은 물론 장비도 매우 좋았다.
또한, 아라드 제국은 뛰어난 기사들이 무수히 많은 국가.
강력한 기사들을 수만 명 이상 보유한 국가답게, 그들의 전투력은 명불허전이었다.
괜히 세계최강대국으로서 대륙에 군림해 온 게 아니라는 듯, 아라드 제국군은 전투자극제를 투여한 북부제국군 장병들도 충분히 상대해내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 대부분은 로웨나, 테르테미안, 그리고 파라곤의 세력에 속한 군대.
그런 군대이니만큼, 그 전투력 또한 평범한 아라드 제국군과는 차원을 달리할 정도로 강력했다.
그렇게 서쪽에서는 키이우 왕국군, 동쪽에서는 아라드 제국군이 북부제국군을 휩쓸어가는 사이.
전장의 북쪽.
“툰드리아의 평화로운 종족들이여!”
“귁! 귀이이이이익!”
까막이를 탄 카심과 펭이가 툰드리아 이종족 연합군을 이끌고 북부제국군을 공격했다.
말하는 곰, 거대한 펭귄, 하얀 여우, 바다사자, 늑대 등으로 이루어진 툰드리아 이종족 연합군은 다양한 능력을 지닌 군대.
그들은 툰드리아의 천연자원을 침탈하고자 침공해 온 북부제국에 맞서 이 전쟁에 참전했고, 오토의 부름을 받아 이 전쟁에 참전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그런 툰드리아 이종족들의 핵심은 다름 아닌 드루이드들이었다.
여러 종족들을 한데 화합시켜 주는 드루이드들은, 툰드리아 연합군에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들.
그리고 카심은 그런 드루이드들의 왕으로서, 툰드리아 연합군을 지휘해 대활약을 펼쳤다.
“우어어어어! 우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그 와중에 사스콰치, 그러니까 노르딕 산에 서식하던 설인은 트리톤을 맨주먹으로 박살내고 팔 다리를 뽑아 버리는 괴력을 선보이며 일인군단의 위엄을 선보였다.
그 와중에 신성 아즈란 성국 성기사들의 활약은 가히 눈부셨다.
“신의 이름으로 치유되리라!”
“일어나십시오! 저희가 돕겠습니다!”
성기사들은 굳건한 방어력으로 연합군 장병들을 보호하고, 축복을 걸어주고 치유의 권능 선보이는 등 탱커 역할과 의무병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내었다.
그런 성기사들이 곳곳에서 활약해 준 덕분에, 연합군은 병력 손실은 크게 줄어들었다.
아즈란 성국은 비록 거리가 너무 멀어 군대를 투입하지는 못했지만, 핵심 성기사들을 수천 명이나 보내줌으로써 오토에 대한 은혜를 다했던 것이다.
그렇게 전투는 북부제국군을 사방팔방에서 포위하고, 섬멸에 나선 연합군의 압도적인 승리 구도로 전개되었다.
이 모든 게 오토의 전략, 전술이 낳은 결과였다.
대장벽에서 공성전을 벌여 북부제국군을 깊숙이 끌어들이고, 그 틈을 타 아군 병력을 소환해 적들을 절대로 빠져나갈 수 없는 지옥의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것.
오직 오토만이 구상할 수 있고, 실현 가능한 위대한 계획이었다.
몇 년 전부터 오직 이날만을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 온 결과물들이 지금 최후의 전투에서 빛을 발한 것이다.
* * *
오토는 성벽 위에 머물지 않았다.
총사령관임에도 불구하고, 오토는 몸소 전투에 뛰어들었다.
“전하께서 함께하신다!”
“전하를 호위하라!”
“우리는 패배할 수 없다!”
“국왕 전하께서 우리를 지켜주신다!”
오토는 존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연합군의 사기를 한껏 끌어올려 주었다.
오토는 신흥 강국 이오타의 젊은 군주이자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무인이었으며, 또한 전지전능한 권능을 휘두르는 마법사였다.
또한, 드래곤의 자손이이라 알려져 있기도 했다.
게다가 그 어떤 전쟁이나 전투에서도 단 한 번도 패배해 본 적 없는 불패의 지휘관이자 승리의 화신이었다.
오토 드 스쿠데리아가 지휘하는 군대는 절대 패배하지 않으며, 반드시 승리한다는 것은 이제 대륙인들에게 있어 진리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러니 오토의 참전이 갖는 의미란 이 전투의 승리를 담보하고, 보장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단순히 전장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아군에게 천군만마와 같은 힘을 부여하는 오토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 놓고 가만히 있는 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오토는 총사령관으로서 몸소 전투에 참전해 전투를 직접 지휘했다.
투시 권능을 켠 오토는 마치 1,000개의 눈이 있는 사람처럼 전장 전체를 살피며, 그에 따른 적절한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그 지휘는 무적황제의 다섯 가지 권능 중 대규모 전면전에 특화된 야만용사의 함성을 통해 이루어졌다.
“더 밀어붙여라! 충분히 뚫어낼 수 있다! 힘을 내라! 나의 권능이 너희들에게 무한한 힘을 부여할 것이니!”
오토의 입에서 흘러나온 목소리가 대학살의 서를 통해 증폭되어 전장 전체를 떨쳐 올랐다.
아군을 강화시켜 주는 용맹의 함성.
그리고 적에게 강한 슬로우 효과를 거는 야만의 함성까지.
오토는 아군 버프 효과와 적 디버프 효과를 동시에 구사하며 전투를 지휘해나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일어나라! 여기서 쓰러지지 마라! 고향의 가족들을 생각하라! 내가 힘을 주겠다! 일어나 싸워라!”
불굴의 함성이 울려 퍼질 때마다 쓰러진 연합군 장병들이 벌떡 일어났다.
버프와 디버프에 이어 아군 회복 효과까지.
야만용사의 함성 권능을 십분 발휘한 오토의 능력이란, 전장의 지배자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그러나 오토의 활약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가라! 내가 보호하겠다!”
“좌측을 더 공격하라!”
“물러서지 마라! 트리톤들은 아군을 보호하라!”
전장 곳곳으로 흩어진 오토의 분신들이 연합군 장병들을 능수능란하게 지휘하며 사기를 높이고, 효율적인 전술을 구사할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런 오토의 대활약으로 북부제국군은 차츰차츰 무너져 내렸다.
곳곳에서 연합군이 북부제국군을 학살하는 구도가 연출되었다.
이대로라면 승리는 연합군의 차지가 될 것이라는데 누구도 이견을 제시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렇다면…….
‘곧 곳곳에서 소규모 교전이 벌어질 거다.’
오토는 전투 속의 전투를 떠올렸다.
북부제국군이 이대로 무너질 리 없었다.
북부제국군 진영에 속한 외계종족도 이대로 무너지진 않을 터.
이 전투의 분수령은 강자들끼리의 대결이 될 것이 분명했다.
‘나를 노리는 놈들도 많겠지. 적들의 최정예 병력들이 내게 올 거다.’
오토는 자신이 북부제국군의 최우선적인 표적이 되리라는 것을 알았고, 그것은 곧 현실이 되었다.
쿵쾅쿵쾅쿵쾅―!!!
수십여 대의 강화 트리톤들이 기이한 에너지를 뿜어내며 오토가 있는 방향을 향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외계종족이 빙의한 그 트리톤들은, 가히 압도적인 체급을 앞세워 연합군 한복판으로 파고들었다.
콰앙!
콰아아앙!
연합군 트리톤들이 일시에 쓸려나가더니, 저 멀리 나가떨어져 고철덩어리가 되어 나뒹굴었다.
“전하! 옵니다!”
카미유가 오토를 향해 소리쳤다.
“받아.”
오토가 명검 쿠란을 카미유에게 던져 주었다.
“제게 왜 전하의 검을…….”
“난 이게 있으니까.”
오토가 대학살의 서로부터 무형의 검을 쑥 뽑아들었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휘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
무형검.
그것은 그 무엇이든 베어낼 수 있는 의지의 검이자 무적황제의 다섯 가지 권능 중에서도 가장 무시무시한 위력을 자랑하는 마검(魔劍)이었다.
플라즈마 에너지로 이루어진 정신기생체조차도 소멸시킬 수 있는, 영혼을 소멸시키는 멸겁(滅劫)의 권세였다.
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쿵쾅―!!!
강화 트리톤들이 거의 지척에 다다른 그때.
꽈악!
오토가 자신을 향해 덤벼드는 강화 트리톤들을 향해 무형검을 힘껏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