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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390화 (391/401)

#제390화

마법을 이용해 소음, 진동, 냄새를 없앤 오토 일행은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천만한 암살자가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곳 지저세계는 그 어떤 빛도 존재하지 않는 암흑천지.

그러나 오토가 가진 투시 권능은 이 시커먼 암흑천지에서도 사물과 지형지물을 명확히 알아볼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렇다는 말은, 오토 일행이 아가르타들보다 전술적으로 압도적인 우위에 서게 되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오랜 지저세계 생활로 시력이 퇴화되어 버린 아가르타들은 오토 일행을 감지할 수 없지만, 반대로 오토 일행은 아가르타들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피해서 지나갈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 …….

그 증거로 오토가 지렁이 형태의 아가르타, 즉 알렉스 국왕과 소통하는 개체의 곁을 지나쳤음에도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그 아가르타는 오토가 바로 곁을 룰루랄라 지나치는 것을 전혀 감지하지 못한 채 그저 우두커니 있을 뿐이었다.

“와아!”

“저런 괴물의 눈을 속일 수 있다니.”

“과연 전하시다!”

마검사들은 오토의 뛰어난 마법 실력에 크게 감탄했다.

그들 역시 기사이면서 마법사이기에 기척을 숨기는 마법 정도는 할 수 있었지만, 이 정도는 엄두도 낼 수가 없었다.

일행끼리 소통은 가능하되, 기척을 완벽히 지운다는 것은 단순해 보이지만 어마어마하게 고차원적인 마법이었기 때문이다.

“눈이 아예 퇴화하지 않은 개체들도 있으니까 아예 안심할 순 없다. 그런 개체들이 나타나면 미리 알려줄 테니까, 그때 대비하도록.”

“예, 전하.”

그렇게 오토 일행은 전령 아가르타의 곁을 스쳐 지저세계 깊숙한 곳으로 나아갔다.

말이 지저세계지, 대륙 지하는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땅굴로 이루어져 있었다.

또한, 지저세계는 지열(地熱)로 인해 어마어마하게 더웠다.

물론 오토 일행은 마법을 이용해 체온을 조절하는 게 가능했지만, 그마저도 한계는 있었다.

섭씨 70도가 넘어가는 곳에서 한 번에 수십 킬로미터씩 움직인다는 건 정말이지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일이었다.

그나마 오토가 축지의 권능을 사용해 이동속도가 공간도약만큼이나 빨랐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었다면 일행은 이미 지쳐 쓰러졌을 게 분명했다.

“잠시 대기.”

“대기.”

오토는 투시 권능을 이용해 이 미로와 같은 땅굴에서 길을 찾고, 또한 경비 역할을 하는 아가르타의 개체들의 위치를 미리 파악하는 등 일행을 이끌었다.

덕분에 오토 일행은 들키지 않고 지저세계 깊숙한 곳에 자리한 아가르타들의 수도 샴발라까지 순조롭게 이동할 수 있었다.

오토 일행은 이동하면서 벽 곳곳에 마정석 폭탄을 설치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만에 하나 쫓기게 되면 단단한 암석으로 된 지반을 무너뜨려서 아가르타들이 쫓아오지 못하도록 미리 안배를 해 두었던 것이다.

“맙소사.”

카미유는 샴발라의 모습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아가르타들의 수도 샴발라는 지하로 가라앉은 고대의 도시에 시뻘건 용암이 흐르는 불의 도시였다.

물 대신 용암과 유황이 흐르는 곳.

사람 대신 끔찍한 괴물들이 득실득실한 곳.

그것이 바로 아가르타들의 수도 샴발라의 풍경이었다.

“지금부터는 조심해야 돼.”

오토가 일행에게 경고했다.

“여기는 시력이 퇴화하지 않은 개체들이 많으니까.”

“그렇습니까?”

“용암의 붉은 빛 때문에 시력을 유지하고 있는 개체들이 좀 있어.”

오토는 과거 게임을 통해 이곳 샴발라를 공략할 때를 떠올렸다.

알렉스 국왕이 오토에게 탈탈 털리긴 했지만, 그 역시 100인의 군주들 중 하나.

그로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이곳 샴발라 공략 이벤트가 발생한다.

샴발라 공략은 알렉스 국왕을 플레이하는 게이머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이벤트였으므로, 상당히 연구도 많이 되고 공략법도 꽤나 상세히 알려져 있었던 것이다.

“이쪽으로.”

“예, 전하.”

오토는 자신이 아는 모든 공략법들을 활용해 아가르타들의 수도인 샴발라에 침투, 군주인 바칼이 자리한 곳으로 향했다.

* * *

지저세계의 지배자인 아가르타의 군주 바칼은 샴발라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동굴에 웅크리고 있었다.

과거 아가르타의 마지막 황제였던 바칼은 <요르문간드>라 불리는 거대한 뱀과 융합한 상태로, 사실상 드래곤이나 다름없는 존재.

그런 바칼로부터 성물을 탈취한다는 건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

“내가 바칼을 상대하는 동안 성물을 훔쳐서 도망치자.”

“예?”

카미유는 오토의 말에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인상을 와락 구겼다.

“그건 너무 위험합니다. 전하께서는…….”

“아.”

오토가 아차 싶단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말을 잘못했네. 내가 분신을 만들어서 바칼을 유인할 테니까, 그 사이에 성물을 훔쳐서 튀자고.”

“그런 뜻이었습니까?”

“내가 미쳤어? 그런 괴물을 혼자서 상대하게?”

물론 몸 상태가 정상이었다면 충분히 해 볼 만했다.

그러나 마신 라미레스와의 싸움에서 얻은 후유증이 아직도 심각한데, 그런 무리수를 둘 수는 없었다.

아가르타의 군주 바칼은 단언컨대 이 대륙에서 가장 위험하고 강력한 생명체.

조건만 맞으면 어지간한 나라의 군대 1개 군단 정도는 눈 깜짝할 사이에 궤멸시켜버리는 게 가능한 존재가 바로 바칼이었다.

그런 괴물을 일대일로, 그것도 이곳 지저세계인 샴발라에서 맞선다는 건 그야말로 자살행위.

분신을 이용한 양동작전을 통해 바칼을 유인하고, 그러는 사이 성물을 탈취해 얼른 도망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훌륭한 전술입니다.”

“나는 언제나 훌륭하지.”

오토가 씩 웃으며 말하던 그 순간.

스륵, 스르륵!

또다시 오토의 몸이 투명해졌다가 선명해졌다.

마치 당장에라도 신기루처럼 이 세계에서 사라질 것처럼…….

“저, 전하.”

카미유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응?”

“옥체가 또다시…….”

“나중에 얘기해.”

“하지만…….”

“시간 없어. 나가서 얘기해도 되잖아.”

“……알겠습니다.”

카미유는 왠지 모르게 오토가 이 대화를 회피하는 것 같단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물론 지금은 적진 한복판이고, 한가하게 담소나 나눌 때가 아니란 것에는 카미유도 동의했다.

그러나 오토의 반응에는 분명히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었다.

놀라는 기색도 없었고, 뭔가 대화를 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작전에 집중하기 위해서라지만, 평소 오토답지 않았던 것이다.

‘뭔가 있다.’

카미유는 오토가 뭔가를 숨기고 있음을 직감했다.

“가자.”

그때, 오토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륵, 스르륵!

오토의 몸이 분열하더니, 이내 곧 여러 명의 분신들이 나타났다.

“우린 이쪽으로.”

오토의 본체가 카미유와 마검사들을 성물이 보관되어 있는 장소로 이끌었다.

“쳇.”

“죽으란 거야~ 뭐야~”

“우리가 뭔 총알받이야~?”

“에라이.”

오토의 분신들이 투덜거리며 바칼이 자리한 방향으로 움직였다.

- ……누구인가.

동굴 안에서 조용히 웅크리고 있던 바칼이 눈을 떴다.

그는 몸길이가 거의 100미터에 달하는 지저세계의 지배자이자 폭군.

그 압도적인 체급과 흉포함은 그야말로 재앙에 가까웠다.

“저, 저런 거랑 싸우라고?”

“미친.”

“분신 인권 따윈 개나 줘 버린 거냐!”

바칼의 앞에 선 오토의 분신들의 두 다리가 후들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에라, 모르겠다!”

분신 하나가 바칼을 향해 뛰어오르며 검을 휘둘렀다.

“야 이 미친놈아!”

“으아아악!”

“냅다 공격하면 되냐고!”

분신 하나의 돌발행동으로 인해 갑작스레 전투가 벌어졌다.

- 감히.

바칼이 웅크리고 있던 몸을 일으키며 분신들의 공격에 반응했다.

그러는 사이.

“여기! 이쪽으로!”

오토 일행은 성물이 보관되어 있는 신전으로 향했다.

- ……네놈들은.

- 어떻게 인간들이 이곳 샴발라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말인가?

신전 앞을 지키던 아가르타들은  오토 일행을 발견하고 크게 놀랐다.

아가르타 문명이 지저세계로 가라앉은 이후 이곳 샴발라까지 온 지상의 생명체는 단 하나도 없었다.

아가르타들로서도 아주 오래 전 자신들의 조상이 인간이었다는 것만 알지, 실제 인간을 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카미유.”

“예, 여기 있습니다.”

“다 죽여.”

오토가 명령을 내렸다.

“명령, 받들어 모시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카미유와 마검사들이 신전을 지키는 아가르타들을 향해 덤벼들었다.

* * *

신전 앞을 지키는 아가르타들은 무시무시한 괴물답게 강했지만, 오토 일행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애초에 신전 앞을 지키는 아가르타들은 일종의 제사장이자 신관들이었기에, 전투력이 강력한 개체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금쯤 아가르타의 주력 병력들은 알렉스 국왕이 유도한 대로 신성 아즈란 성국으로 가서 함정에 빠져있을 터.

사실상 빈집털이나 다름없는 작전이었기에, 신전 앞을 지키는 아가르타들을 처치하는 건 손쉬운 일이었던 것이다.

오토는 카미유와 마검사들이 아가르타들을 처치하는 동안 신전 깊숙한 곳으로 가서 그곳에 보관되어 있는 성물들과 마주했다.

황금색 호박으로 장식되어 있는 목걸이가 지진을 일으키는 권능이 담긴 천지개벽.

그리고 그 옆에 놓인 팔찌가 생명체의 유전정보를 조작하는 권능이 담긴 진화의 돌이었다.

‘이건 필요 없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진화의 돌은 어마어마하게 위험한 물건이었다.

생명체의 유전정보를 조작한다는 것은 자칫 잘못했다간 어마어마한 부작용을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끔찍한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었다.

아가르타들이 다른 생명체들을 이용해 괴물을 만들어낼 때나 쓰는 거지, 오토에게는 딱히 필요 없는 성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거.’

오토는 진화의 돌을 대충 인벤토리에 넣은 뒤 초월급 성물의 재료가 되는 절대군림의 재료인 천지개벽을 손에 넣었다.

‘이제 완성이다.’

아라드 제국 황제의 보관은 이미 진품으로 바꿔치기 해 놓았고, 태풍의 핵과 강철심장도 오토의 손에 있었다.

남은 건 하나.

로웨나에게 흐르는 그녀의 피.

그 속에 잠재되어 있는 붉은 루비인 시산혈해만 얻는다면, 초월 등급의 성물이 완성되리라.

“빨리 튀자.”

오토가 카미유를 돌아보았다.

“분신들이 시간을 벌어주는 동안 튀어야지.”

“예, 전ㅎ…….”

쌔앵!

카미유는 오토가 저 멀리 달려 나가는 걸 보고 순간 벙찐 표정을 지었다.

“…….”

“…….”

“…….”

마검사들도 어이가 없다는 듯 그런 오토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간 북부제국과의 전쟁을 치르며 근엄하고, 진지하고, 위엄 있는 모습만 보여주다가 오래간만에 본래 성격(?)이 나온 모양.

“지금 혼자 살겠다는 겁니까? 예?”

카미유가 버럭 소리치며 오토를 뒤쫓았다.

마검사들도 그런 카미유를 뒤따라 전력으로 질주했다.

성물을 탈취하는 데 성공한 이상 1분 1초라도 빠르게 이곳 샴발라를 벗어나는 게 상책이었던 것이다.

오토 일행은 축지 권능에 힘입어 지저세계의 용암도시 샴발라를 빠르게 빠져나갔다.

그렇게 탈출은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우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샴발라 전체가 무너져 내릴 듯한 진동이 발생했다.

와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콰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이윽고 거대한 생명체가 동굴을 빠져나와 무시무시한 속도로 오토 일행을 추격해 오기 시작했다.

- 감히!!!

분노에 찬 호통이 오토 일행의 뒷통수를 때렸다.

- 성스러운 성물을 훔쳐 달아나게 놔둘 것 같은가!!!

어느새 오토의 분신들을 처치한 바칼이 자신의 왕좌, 그러니까 동굴 속에 자리한 둥지를 빠져나온 것이다.

- 아무도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다!

뒤이어 바칼의 머리가 8등분으로 쩍! 하고 갈라져 마치 꽃처럼 개화했다.

그런 바칼의 머리는 그야말로 기괴하고, 또한 끔찍했다.

갈라진 머리 사이사이로 수천여 개의 날카로운 이빨들이 번뜩이는 모습이란, 정말이지 소름 돋는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무시무시한 모습조차 이어진 바칼의 공격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스으으으으으으으으!

8등분으로 갈라진 머리의 중심부에 붉은 에너지가 맺혔다.

“ㅈ…… ㅈ됐다.”

오토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바칼의 머리가 저렇듯 갈라지고 붉은 에너지가 맺힌다는 건…….

“모두 도망쳐!!!”

오토가 버럭 소리치던 그 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바칼의 머리에서 시뻘건 용암이 뿜어져 나와 오토 일행을 향해 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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