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0화
엘리제, 카미유, 카이로스, 그리고 카심.
그들이 오토를 찾아 이 세계로 올 수 있었던 것은, 성좌들의 황제 덕분이었다.
며칠 전.
오토의 실종에 따른 대책회의 당시 대학살의 서가 스스로 빛나는 이상 현상이 벌어졌다.
사람들은 오토가 대학살의 서를 빠져나올지도 모른다고 기대했지만, 아니었다.
대학살의 서에서 빠져나온 자는, 오토가 아닌 너무나도 거대한 존재였다.
누구도 그의 본질을 바로 보지 못했고, 그 형체조차 제대로 알 수가 없었다.
다만, 한 가지만큼은 확실했다.
대학살의 서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저 존재가 어지간한 신보다 더 격이 높은 존재라는 것을.
단 한 사람.
“그, 그대는!”
카이로스만은 그의 정체를 알아보았다.
그는 황제들의 황제.
성좌의 전당에서도 가장 높은 격을 차지하는, 전 우주의 과거 현재 미래를 통틀어 유일무이한 황제였다.
- 이 뺀질뺀질한 사기꾼 놈 같으니.
그가, 황제가 분노를 토해내었다.
- 감히 짐에게 사기를 쳐?
그는 매우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황제여.”
카이로스가 황제에게 물었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인가.”
- 오호라. 네놈은 카이로스로군. 반란의 군주여. 너 역시 언젠가 성좌의 전당에 거하게 되리라.
“그보다.”
카이로스는 자신이 사후에 성좌들의 전당에 거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에는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왜?
누가 뭐래도 지금 중요한 건 오토였으니까.
“대체 녀석과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오?”
- 그 교활한 사기꾼 놈이 감히 짐과 계약해 힘을 빌려놓고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 그게 무슨 말이오?”
- 놈이 짐과 계약을 맺어 놓고 도망쳤다.
황제가 오토와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주었다.
- 감히 짐과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어겨?
그런 황제의 말에 카이로스의 얼굴이 실시간으로 환해졌다.
카이로스가 말했던 유일한 방법.
우주의 법칙마저 거스를 수 있는 존재와의 강제적인 계약이 맺어져 있다면, 오토를 다시 이 세계에 나타나게 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계약한 상대는 무려 황제들의 황제.
성좌들의 전당에서도 가장 격이 높은 존재였기에,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했다.
- 카이로스, 반란의 군주여.
황제가 카이로스에게 말했다.
- 네가 짐을 대신해 그 사기꾼 놈이 계약을 이행할 수 있도록 해 줄 수 있겠나?
“물론이오.”
카이로스가 냉큼 대답했다.
“황제께서 도와주신다면 그게 뭐가 어려운 일이겠소?”
- 좋다.
황제의 형상이 대학살의 서를 펼쳐 자신의 권능을 새겨 넣었다.
- 그 사기꾼 놈이 있는 세계의 좌표와 시간이다. 가서 놈을 찾아 여기로 데려오면 될 것이다.
“알겠소. 내 그리하리다.”
- 사기꾼 놈을 도와주는 것 같긴 하다만…… 짐과의 계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것. 괘씸하지만 이렇게라도 하는 수밖에.
황제는 그 말을 남기고는,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남은 대학살의 서에는 황제가 남긴 오토의 좌표와 시간대가 적혀 있었고, 차원이동의 권능이 담긴 마법진이 그러져 있었다.
“찾을 수…… 있는 겁니까?”
엘리제가 조심스레 카이로스에게 물었다.
그런 그녀의 얼굴에는 환희에 가까운 기대감이 떠올라 있었다.
그야말로 절망적인 상황이었는데,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보이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물론이다.”
카이로스가 씨익 웃었다.
“저 황제는 성좌들의 전당에서도 가장 격이 높은 존재이니, 틀림없을 거다.”
“……!”
“우린 뺀질이 놈을 찾으러 가기만 하면 된다.”
그런 카이로스의 말에 모든 이들의 얼굴에 화색이 떠올랐다.
다시 못 볼 줄 알았는데, 이렇게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오다니.
“역시 뺀질이로군.”
카이로스가 감탄했다.
“저 황제를 상대로 사기를 치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여우는 도망갈 굴을 여러 개 파놓는다고 하지 않더냐? 뺀질이 놈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황제와 계약을 해 놓은 모양이다.”
그런 카이로스의 말에 엘리제뿐 아니라 주변 인물들 모두 탄성을 터뜨렸다.
“허허. 과연 오토 녀석이로다.”
“역시.”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것은 명백한 오해였다.
황제와의 계약 이행에 관한 내용은 오토조차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것.
당시엔 마신 라미레스를 상대하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궁여지책을 낸 것일 뿐이었는데…….
평소 워낙 비열하고 교활한 계략을 즐겨 사용하던 오토의 행실(?)이 여러 사람들로 하여금 오해하게끔 만든 것이다.
“뺀질이를 데리러 갈 테니, 다들 준비해라. 뺀질이가 어디 있을지 모르니, 단단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카이로스가 모두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러자 엘리제, 카미유, 카심 등등 모든 이들의 얼굴에 결연한 표정이 떠올랐다.
이번 작전은 이 세계가 아닌 이계로 가서 오토를 데려오는 위험천만한 것.
그들 입장에서는 어떤 위협이 도사랄지 모르는 미지의 세계로 가는 것이었으니, 만반의 준비를 갖추는 건 당연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며칠 후.
엘리제, 카미유, 카이로스, 그리고 카심은 완전무장을 갖추고 차원이동마법을 발동시켰다.
오토를 찾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이계로 향한 것이다.
* * *
“아……!”
김도진은 그제야 자초지종을 이해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급한 대로 황제와 맺었던 계약.
당시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맺었던 그 계약이, 본의 아니게 전화위복이 된 셈이었다.
“도대체 이 세상은 어떻게 생겨먹은 곳이냐?”
카이로스가 퉁명스레 말했다.
“그 망할 놈의 지하철을 타려다가 길을 잃어서 몇 시간을 헤맸다.”
카이로스가 지하철역을 찾는 것부터 탑승, 환승까지 있었던 일련의 과정들을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이 세계에 대한 지식이라고는 대학살의 서에 적힌 몇 가지가 전부였던지라, 지하철 하나를 타는 것조차 어려웠던 것이다.
“무슨 강철로 된 쇳덩어리들이 땅을 내달리질 않나, 하늘에는 거대한 새가 날아다니질 않나. 그 핸드폰이라는 건 도대체 뭐에 쓰는 물건이냐? 마법책 같은 거냐?”
카이로스는 이쪽 세상에 궁금한 게 많은 모양이었다.
“전하, 사람들이 자꾸 저희를 둘러싸고 같이 사진을 찍자고 했습니다. 대체 사진이 뭡니까?”
카심이 오토에게 물었다.
“맞다. 많은 남성들이 나와 그 사진이라는 걸 찍기를 원했다. 어르신이 말씀하신 그 작은 마법책으로 내 모습을 담는 것 같더군. 급해서 거절했지만, 당황스러운 기억이었다.”
엘리제도 고개를 끄덕였다.
“몇몇 사람들이 저를 알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카미유가 눈살을 찌푸렸다.
생판 남은 이계인들이 자신을 알아보았다는 게 어지간히도 찝찝했던 게 분명했다.
“큭……!”
김도진은 엘리제, 카이로스, 카미유, 그리고 카심이 여기까지 오는 동안 무슨 일을 겪었을지 떠올리고는 자기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저쪽 세계의 사람들에게 이곳 지구가, 대한민국이 얼마나 낯설었을까.
게다가 영지전쟁을 플레이해 본 사람이라면 카이로스와 카심은 몰라도 인기 캐릭터인 엘리제 카미유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코스프레를 한 양덕후쯤으로 여겼을 게 분명했다.
지금쯤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그들을 찍은 사진이 나돌아다니며 화제가 되었으리라.
“아무튼, 얘긴 나중에 나누고 어서 가자. 시간이 없다.”
카이로스가 회중시계를 들여다보며 김도진을 잡아끌었다.
“시간이 없다고?”
“2시간밖에 안 남았다. 그 안에 돌아가지 못하면 끝이다.”
“그게 무슨 말인데?”
“그 안에 돌아가지 못하면 네놈의 존재가 우리 세계에서 영원히 지워질지도 모른다. 그럼 차원이동마법으로도 돌아갈 수가 없게 된다는 말이다.”
“……!”
“나중에 다시 오더라도 일단 2시간 안에 돌아가서 뺀질이 네놈의 존재가 지워지는 것부터 막아야 된다.”
카이로스의 말에 따르면, 대학살의 서를 통한 차원이동에는 몇 가지 제약이 따른다고 했다.
“그러니까 뺀질이 네놈이 길을 안내해라. 네놈은 이곳 사람이니까 길을 잘 찾을 것 아니냐.”
“아, 알겠어.”
김도진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제가 업어 드리겠습니다.”
카미유가 김도진을 들쳐업었다.
김도진은 지난 며칠 동안 극도로 쇠약해져 있어서, 걷는 것조차 힘들었기 때문이다.
“근데 어디로 가면 돼? 2시간밖에 안 남았다며.”
“여기다.”
“잠실? 석촌호수공원이네? 여유 있어. 1시간이면 돼.”
“이런 빌어먹을! 우린 10시간이 넘게 걸렸거늘!”
카이로스가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 10시간 동안 석촌호수공원에서 김도진이 있는 곳까지 불과 몇 십 킬로미터도 채 되지 않는 거리를 헤맸던 걸 생각하니 이가 갈렸던 것이다.
“가자. 이제 돌아가는 거다.”
엘리제가 카미유의 등에 업힌 김도진의 손을 살포시 잡아 주었다.
“고마워, 날 찾으러 와 줘서.”
김도진이 엘리제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 * *
번쩍!
“아……!”
김도진은, 아니 오토는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고 감회에 젖었다.
잘츠부르크 가문의 풍경이 보였다.
돌아온 것이다.
영혼을 담아내는 그릇인 육체 역시 게이머 김도진이 아닌 오토 드 스쿠데리아로 돌아와 있었다.
“다들…… 고맙습니다.”
오토는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을 찾으러 와 준 엘리제, 카미유, 카이로스, 그리고 카심을 향해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당연한 거다.”
엘리제가 오토를 향해 다가섰다.
“우리를 위해, 우리의 세계를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지 않았나. 우린 그저 은혜를 갚았을 뿐이다.”
“하하…….”
“보고 싶었다.”
“나도 많이 보고 싶었어.”
오토와 엘리제의 시선이 서로 뒤엉켰다.
지난 며칠이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불과 며칠이었을지언정, 오토와 엘리제에게는 마치 1,000년처럼 느껴지던 영겁의 고통이었다.
“사랑해.”
“사랑한다.”
오토와 엘리제의 입술이 포개졌다.
씨익!
카이로스와 카미유가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을 위해 뒤로 돌아서 주었다.
“그래도 무사히 돌아와서 망정이지 큰일 날 뻔했구먼. 끌끌.”
카이로스가 웃으며 지난 2시간 동안의 그 긴박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저도 못 돌아오는 줄 알았습니다.”
카미유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는 듯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난 2시간.
별일 없을 것 같았던 귀환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우주의 법칙이 오토를 시샘이라도 했던 걸까?
차원이동장소로 향하는 동안 하필 퇴근시간이 겹쳐 차가 어마어마하게 막혔고, 지하철이라는 이동수단 안에는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아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심지어, 지하철이 연착되고 폭우가 내리는 바람에 제때 차원이동장소에 도착하지 못할 뻔했다.
마지막 순간 다 같이 전력질주하지 않았더라면, 돌아오지 못하고 꼼짝없이 지구에 발이 묶였으리라.
“카심 경도 정말 수고가 많았…….”
카미유가 카심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카심 경……?”
카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설마.’
카미유는 이번만큼은 아닐 거라고 믿고 싶었다.
“저, 전하?”
카미유가 떨리는 목소리로 엘리제와 키스를 나누던 오토에게 말했다.
“잠깐 멈춰 보십시오.”
“쪽쪽. 쪽쪽쪽.”
“아무래도 큰일 난 것 같습니다. 지금 키스나 하고 계실 때가 아니란 말입니다.”
“쪽쪽쪽.”
“전하!”
오토와 엘리제는 카미유의 호통에 입맞춤을 그만두고 서로 떨어져야만 했다.
“아 왜!!!”
오토가 카미유를 향해 빽! 하고 소리를 질렀다.
엘리제와 그간의 그리움에 대한 회포를 푸는데, 그걸 방해받으니 짜증이 확 치밀어 올랐던 것이다.
“카심 경이…… 안 보입니다.”
“뭐?”
“차원이동을 해 온 직후부터 안 보입니다.”
그런 카미유의 말에 오토, 엘리제, 카이로스가 어이가 없다는 듯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누가 카심 아니랄까 봐!
이 세계를 넘어 다른 세계에서까지 낙오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오토 일행은 곧바로 카심을 찾으러 갈 수가 없었다.
다음 차원이동까지는 무려 10년을 기다려야 했기에, 부득이하게 기다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모두가 카심을 그리워했지만, 그의 생사를 걱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카심이라면 지구에서도 훌륭하게 잘 살아남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다.
어쩌면 찾으러 가기 전에 자력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었다.
카심은 늘 그랬으니까.
“영원히 함께하자. 오래오래 행복하게.”
“으응.”
오토와 엘리제는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고,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다.
오토는 케레스로부터 황위 계승 서열 1위의 자리를 이양받았다.
그렇게 대륙에 새로운 황가가 탄생했다.
스쿠데리아 가문.
변방 중의 변방인 시골 영지의 영주 출신이 전 대륙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대제국의 황제로 즉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쿤타치 가문까지 물려받은 오토는, 오토 쿤타치 스쿠데리아가 되어 황제로서 이오타 제국을 경영하게 되었다.
오토의 통치 아래 대륙에는 태평성대가 찾아왔다.
그 어떤 국가도 감히 범접하지 못할 강력 군사력과, 모든 성물들 위에 군림하는 초월 등급의 성물인 절대군림을 가진 오토는 크고 작은 분쟁을 모두 억제하고 중재하며 그 역할을 다했다.
제위에 오른 지 2년째 되던 어느 가을날.
“발길질하는 것 좀 봐. 헤헤헤.”
오토가 불룩 솟아오른 엘리제의 배에 귀를 가져다 대며 헤벌쭉 웃었다.
“그렇게 좋은가? 오늘만 벌써 세 번째다.”
“그럼! 좋지!”
사랑의 결실을 맺은 오토와 엘리제는 곧 태어날 아기를 기다리며 하루하루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우리 꼬물이가 빨리 나왔으면 좋겠어. 빨리 보고 싶어. 헤헤헤.”
“나도 마찬가지다.”
“그럼, 우리 꼬물이 잘 놀고 있어? 아빠 일하러 다녀올게?”
오토는 늘 바빴다.
쏟아지는 서류 더미에 깔려 죽지 않기 위해 매일 같이 야근하며 격무에 시달려야만 했다.
대제국의 황제란 자리란 그 책임과 의무가 결코 가볍지 않아서, 도무지 쉴 틈이 없었던 것이다.
“분신은 인권 없냐? 어?”
“안 해!”
“우리가 무슨 노예냐!”
“분신 인권 보장하라!”
“보장하라!”
오죽했으면 업무를 분담하던 오토의 분신들마저 노조를 결성, 파업을 선언했을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토는 일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야 해. 우리 아기가 살아갈 미래를 위해서.’
오토는 오직 그 생각 하나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러나 혼자만의 힘으로 그 모든 일들을 다 처리할 수는 없는 법.
“카미유.”
“예, 여기 있습니다.”
“당장 전 대륙에서 인재들을 잡아 와!! 출신 성분 같은 건 상관없어! 일 잘하는 놈은 닥치는 대로 잡아들여!”
오토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자신의 업무를 대신해 줄 신하들을 대거 등용해서 부려먹기로 했다.
이오타 제국의 공무원들은 매일 같이 야근에 시달렸고, 늙어 죽는 그날까지 은퇴하지도 못하고 뼈 빠지게 일해야 했다.
개중에는 업무에 지쳐 도망치는 신하들도 있었으나, 얼마 가지 않아 붙잡혀 오곤 했다.
그러나 오토가 일 잘하고 청렴한 신하들에게는 후한 대접을 해 주었기에, 노동착취 논란은 불거지지 않았다.
그렇게 오토는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악덕황제로서, 제위 기간 동안 역사상 유례가 없는 태평성대를 이룩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랑들과 오래오래 행복한 삶을 살았다.
-끝-
#<에필로그>
오토와 엘리제는 슬하에 다섯 명의 딸과 하나의 아들을 두었고, 오래오래 행복한 삶을 영위하다 자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날한시에 눈을 감았다.
그들은 눈 감는 그날까지 아름다운 사랑을 나누었고, 단 하루도 떨어지지 않았다.
카미유 쿤타치 스쿠데리아는 평생을 오토의 곁에 머물며 그의 기사로 살았다.
그는 오토가 서거한 바로 다음 날 마치 잠들듯 평온하게 생을 마감했다.
카이로스는 죽을 때까지 공처가로 살았으며, 작은 교단을 만들어 교리를 전파하고 아내 아리엘과 함께 불쌍한 이들을 돕는 데 일생을 바쳤다.
그는 살아생전 성인으로서 추앙받았다.
카심은 지구에 낙오된 후 9년 만에 자력으로 돌아왔으며, 툰드리아의 왕으로서 존경받는 군주가 되었다.
단, 즉위 기간 동안에도 종종 실종되었다고 한다.
#<작가후기>
그간 [-99레벨 악덕영주가 되었다]를 사랑해 주신 모든 독자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늘 그렇지만, 작품을 끝낼 때마다 아쉬움만 남는 것 같습니다.
후련함보다는 먹먹함만 느껴지네요.
상업 글쟁이로서 보다 많은 독자 여러분께 큰 즐거움과 웃음을 드리고 싶은데, 그게 맘 같지 않아 그저 답답하고 송구할 따름입니다.
저는 두어 달쯤 심신을 재정비한 후 내년 봄쯤 신작을 낼 예정입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작품으로 찾아뵙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꼭 다시 만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때까지 모든 독자 여러분들께서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그럼,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저는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 담화공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