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분명 이 말도 전하겠지
(12/159)
13화. 분명 이 말도 전하겠지
(12/159)
13화. 분명 이 말도 전하겠지
2022.04.14.
들릴 듯 말 듯하게 중얼거리긴 했는데, 다 들렸다. 내가 자기 뜻대로 놀아나지 않자 화가 나서 본색을 드러내려는 건가?
제자가 당황하는 걸 보자마자 신이 나서 마구잡이로 움직이던 입이 멈추었다.
나는 아무것도 듣지 못한 척 물을 따라 마시다가 괜히 소박한 꽃나무를 바라보며 혼잣말했다.
“꽃 예쁘다.”
* * *
“요화야.”
집에 들어가자마자, 마당에서 서성거리던 어머니가 쏜살같이 달려왔다. 게다가 표정에 수심이 가득했다.
“어머니? 왜 그러세요?”
평소와 다른 그 모습에 내가 놀라 물었으나, 어머니는 오히려 내 모습을 이리저리 살피며 물어보았다.
“너 린화한테 이상한 부탁을 했다면서? 전하와 무슨 일이 있는 거니?”
안 그래도 13황자를 상대하느라 온몸에 진이 쪽 빠져서 돌아왔는데. 오자마자 이런 추궁을 당하니 머리가 다 어지럽다. 린화가 다 고자질한 건가?
“네? 린화가 뭐라던데요?”
그래도 일단 차분하게 물어보자, 어머니는 내가 누군가에게 맞고 들어오기라도 한 양 어두워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가 아침이 되어도 돌아오지 않으면 선안에게 얘기를 전해 달라 했다고.”
“린화…… 이 입 가벼운 자식!”
나는 욕을 뱉었다.
린화는 나를 싫어하니, 부모님에게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설마 죄다 고자질해 버릴 줄이야!
어머니는 내가 린화를 욕하자마자 바로 내 입술을 콱 움켜잡아버렸다.
“동생한테 자식이라니. 린화가 왜 네 자식이야?”
“고자질이나 하잖아요.”
“린화는 네가 걱정돼서 그런 거지.”
“걔는 그냥 내가 싫어할 일을 한 거거든요?”
회귀 전에도 린화와 나는 사이가 나빴다. 평생 나쁜 건 아니다. 어느 시점을 계기로 사이가 좋아지기는 한다. 하지만 그전까지 우리는 사이가 나쁜 자매였다.
사이가 나쁘다고 해서 서로를 독살하거나 암살하려 들 정도는 아니지만, 최대한 정성을 다해 상대에게 엿을 먹이려 들 정도는 되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온 힘을 다해 나와 린화가 서로를 싫어한다는 걸 모르는 척하려 애쓰신다.
어머니에게 있어서 나는 선택권 없이 남장하고 살아가는 가엾은 딸이고, 린화는 기적처럼 찾아온 마지막 딸이다. 둘 다 어머니에겐 소중한 자식들이니, 나름대로 애쓰시는 거였다.
“어쨌든. 너 전하와 정말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지?”
내가 툴툴대고 있자니, 어머니가 손바닥을 짝 쳐서 주의를 환기하고 물어보았다.
“너 전하를 뵈러 갈 때도 이상한 말을 했잖니. 전하가 네게 홀렸으면 좋겠다며.”
“아 어머니. 그건 그냥 비유한 거예요.”
내가 무어라고 더 말해도 어머니는 의심스러운 시선을 거둘 것 같지 않았다. 결국은 나는 소득 없는 말다툼을 그만두고 돌아섰다.
어느 집채 뒤에 개웃 고개를 내밀고 있던 린화가 눈이 마주치자 쏜살같이 달아나는 게 보였다.
‘저 망아지!’
이를 아득아득 갈면서 나는 내 처소로 돌아갔다.
* * *
여드레의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그 여드레간의 시간 동안 의외로 제자는 별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밤의 대화가 아예 없던 것처럼, 평소처럼 내게 수업을 받고 적당히 거리를 두며 예의를 지켜보았다.
별달리 나를 도발하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마지막에 ‘그리 나오시겠다?’라고 중얼거린 것 때문에 괜히 신경 쓰였는데.
그냥 홧김에 한 말이었을까? 별생각 없이?
하지만 그렇게 좋게좋게 생각하고 넘어가기에는 회귀 전에 본 제자의 철두철미한 행적들이 신경 쓰인단 말이지…….
하지만 막상 이러는 나 역시, 제자를 눈으로만 신경 쓸 뿐 언동에 별달리 변화를 주진 않았다.
말로는 13황자를 연모해 보아도 괜찮겠다고 했지만, 날 죽이던 그의 모습이 눈앞에 생생한데. 다른 여인들에게 대하듯 가볍게 농을 던지긴 힘드니까.
기회가 온다면 온 정신을 긁어모아서 그에게 마음이 가는 척해보겠지만.
어쨌든 그런 기회가 오기 전까지는 별수 없었다. 회귀 전처럼 지내는 수밖에.
* * *
그렇게 평화롭게 지내다가 6황자에게 초대를 받은 날이 되자, 나는 가기 싫은 마음에 온몸이 비틀렸다.
회귀 전이라면 13황자와 6황자, 2황자의 감정싸움이 슬슬 시작되고 있을 땐데, 이번 삶에서는 그런 건 하나도 없고 내가 6황자를 감당해야 한다니.
6황자가 내게 품은 마음이 원한이 아니라 고마움이라지만, 회귀 전에도 가까운 사이가 아니다 보니 불편하고 어색하긴 매한가지였다.
그래도 이런 마음을 감추고서, 나는 수업을 평소보다 조금 일찍 마친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제자는 내가 오늘 성환궁에 가는 걸 기억하는지 아닌지, 별소리 없이 배웅해주었다.
“모레 뵙겠습니다, 전하.”
나는 어째서인지 문밖까지 따라 나와 준 제자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서, 월무궁과 이어진 길고 좁은 길을 지나갔다.
그러다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멈추어서 잠시 옷매무새를 정돈한 뒤, 다시 6황자의 성환궁으로 찾아갔다.
성환궁 앞으로 가자, 13황자의 월무궁과 달리 덩치 좋은 태감 네 사람이 문지기 노릇을 하는 게 보였다.
그들에게 내 이름을 말해야 하나, 생각하면서 다가가자 다행히 그중 하나가 내가 자기소개를 하기도 전에 알아서 얼굴을 알아보고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다.
“13황자 전하의 이국사시군요. 금일 요시초에 6황자 전하와 만나기로 약조하였다 들었습니다. 들어오시지요.”
회귀 전에는 6황자의 태감이 내게 이렇게 사근사근하게 군 적이 없다. 13황자 건으로 화가 난 6황자가 내 뺨을 서른대 때린 이후, 나와 그는 서로 얼굴을 보기도 꺼렸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환대를 받으며 그의 처소에 들어가다니.
“이쪽으로 오십시오.”
태감을 따라 들어가고 있자니, 지붕과 담벼락 사이에 줄을 높이 걸고 그곳에 등롱을 달아 붉을 밝힌 마당의 전경이 보였다. 마당에 잡초가 들쑥날쑥한 13황자의 처소와는 완전히 달랐다.
확실히. 황자 황녀 시절에는 어머니가 힘이 없으면 대우가 아주 다르구나. 어머니가 서비도 되지 못하고 사망한 13황자와 정비인 겸빈을 모친으로 둔 6황자의 처지가 하늘과 끝처럼 다르네.
나는 혀를 차면서 내부를 둘러보다가, 태감이 다 알겠다는 듯이 날 바라보는 걸 발견하고서 얼른 표정을 관리했다.
하지만 태감은 이미 내 속내를 알아서 오해하고는 슬그머니 말해왔다.
“요 씨 가문의 소가주이신 데다 일찍 과거에 급제한 대인 같은 분이 다 무너져가는 월무궁에 함께 파묻히다니, 말도 안 되지요. 우리 6황자 전하께서는 도량이 넓고 인재를 아끼는 분이십니다. 대인 같은 분을 얻는다면 6황자 전하께서도 참 기쁘실 텐데요.”
하지만 이런 말은 동의하기도 난감하고 반박하기도 난감한지라, 나는 별말 없이 미소 짓기만 했다.
다행히 태감이 더 입을 열기 전에 안쪽 커다란 집채의 문이 열리더니 6황자가 “아. 왔군!” 하고 아는 척을 해주었다.
“슬슬 올 때가 되었는데 오지 않아서 무슨 일이 있나 했지.”
나는 태감에게 안내해주어서 고맙다고 눈인사를 한 뒤 얼른 6황자 쪽으로 걸어갔다.
“궁이 너무 넓어서요. 여기저기 볼 게 많다 보니 걸음이 늦어졌나 봅니다.”
나는 입에 발린 소리를 하며 6황자를 따라 커다란 방 안으로 들어갔다.
잘 대접해 준다고 하기에 지나치게 가벼운 분위기일까 봐 염려했지만, 다행히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커다란 상이 중앙에 있고 그 주위로 편안해 보이는 의자 세 개가 놓여 있었다.
곁에는 음식 시중을 들어줄 태감들이 서 있고, 곁방에 발을 쳐놓고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도 있지만 잔칫집 분위기까진 아니었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연한 일을 하고 초대받자니 부끄럽지만요.”
“당연한 일이라니. 나나 둘째 형님이 얼마나 사냥대회 일을 고마워했는데. 대인이 아홉째 동생을 구하지 못했더라면 나나 둘째 형님이나 황후마마를 뵐 낯이 없었을 거야.”
권세 좋은 6황자와 2황자도 황후 눈치는 보이나 보구나.
여기서 맞장구를 치자니 6황자를 비웃는 것처럼 들릴까 봐, 나는 말 없이 미소 짓고서 가장 낮은 자리에 앉았다.
“둘째 형님은 또 왜 이리 안 오시나 모르겠군.”
“곧 오시겠지요. 그런데 이거 정말 맛있어 보이는군요. 무엇입니까?”
“귤을 튀긴 거라네. 맛이 색다르지 않나?”
나는 6황자와 별 의미 없는 대화를 나누면서도 말실수를 조금이라도 하지 않기 위해, 말을 할 때마다 몇 번이나 머릿속으로 상대의 말을 분석해냈다.
그러고 있자니 드디어 2황자도 나타났다.
“내가 너무 늦게 왔군.”
2황자 역시 회귀 전에는 친하게 지낸 사이가 아닌지라, 나는 벌떡 일어나서 어색하게 인사했다.
하지만 친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일 텐데도, 2황자는 내 어린 시절을 다 지켜본 인자한 노인처럼 웃으면서 내 어깨를 두드렸다.
“요 대인, 잘 지냈는가?”
아니 당신 나랑 몇 살 차이 난다고 그런 표정이야?
나는 속으로는 떨떠름하게 여기면서도 온 힘을 다해 입을 양옆으로 벌리고 반가운 척 굴었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분 전하 덕에 신이 오늘 아주 호사를 누리게 되겠군요.”
“요 대인은 싹싹하군. 소심한 열셋째와는 전혀 달라.”
2황자가 픽 웃고서 앉으라 손짓했다. 내가 다시 가장 낮은 자리에 앉자, 2황자는 가장 상석으로 가서 앉았다.
“요리를 내거라.”
6황자가 지시하자, 주위에 서 있던 태감들은 커다란 그릇에 덮어둔 뚜껑을 벗겼다. 뚜껑을 벗기자 희미하게 풍기던 음식 냄새가 강하게 올라오며 저절로 침이 꿀꺽 넘어갔다.
6황자가 약속대로 잘 대접할 생각이긴 하구나. 이왕 불편한 자리에 왔으니 그래, 밥이라도 잘 먹고 가자.
아래에 궁인도 몇 없이 늘 홀로 다니는 13황자를 떠올리자 조금 불편한 마음이 들긴 하지만…… 괜찮겠지. 어차피 나중엔 걔가 황제가 되잖아?
나는 좋지 못한 동정을 빠르게 떨쳐내고 젓가락을 쥐었다.
“요 대인은 문과에서 급제하였던가?”
“네, 6황자 전하.”
“그런데 이번에 보니 말 타는 솜씨가 아주 대단하더군. 그렇지 않습니까, 형님?”
“나 역시 놀랐네. 다들 요 대인의 옥 같은 얼굴과 학문만 칭찬하였는데. 뭘 모르고 한 소리들이었어.”
“상황이 급하다 보니 얼결에 재주를 부리게 되었을 뿐입니다. 두 분 전하께서 그리 칭찬해주시니 몹시 부끄럽습니다.”
사실 부끄럽진 않다. 내가 얼굴이 잘난 것도 학문이 뛰어난 것도 말을 잘 타는 것도 모두 사실 아닌가. 식사하고 싶은데 계속 말을 걸어대는 건 좀 부담스럽지만.
그러나 두 황자는 의외로 수다를 좋아하는지 계속해서 말을 주고받았다.
“솔직히 요 대인. 난 부황께서 자네를 열셋째의 스승으로 보내는 걸 보고 놀랐다네.”
“정확히는 황후마마께서 보내신 거지.”
“물론 그렇지요, 형님. 하지만 부황께서도 동의하셨으니 발령이 난 게 아닙니까.”
“그건 그래. 황후마마께도 깊은 뜻이 있으시겠지만 나도 놀라긴 했다.”
“다들 요 대인이라면 응당 권화학에 들어가 교육받고 태자화 쪽으로 빠지리라 여겼을 겁니다. 성적이 우수한 급제자들이라면 대부분 그렇게 하니까요. 한데 제대로 발령을 받기도 전에 이국사, 심지어 열셋째의 이국사로 빠지다니요.”
6황자가 한 말은 회귀 전 내 생각과 아주 흡사하네.
권화학은 교부에 있는 교육 기관으로, 성적이 우수하거나 특별한 재능이 있는 자들은 그 안에 들어가 교육을 받게 된다.
그 대가로 하급 관리부터 시작하는 대신 중급 관리직인 사태직, 오자직, 육화직으로 관리길을 시작하게 되지.
이런 상황이다 보니, 난데없이 13황자의 스승이 된 나로서는 도무지 좌천이라고만 보이는 그 보직을 감사히 여길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이국사 자리는 명예만 있고 실속이라고는 쥐뿔도 없는데, 심지어 황위와 거리가 하늘과 끝만큼 먼 구박댕이 13황자의 스승이라니.
“하지만 어쩌겠나. 열셋째가 요 대인을 스승으로 청한 것도 아닌걸.”
“그래도 요 대인을 아끼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열셋째가 알아서 거절이라도 해야지요.”
“황후마마께서 내린 지엄한 명령을 그 애가 무슨 수로?”
“그것도 그렇군요. 하지만 그 때문에 요 대인만 수렁에 빠지지 않았습니까.”
“훗날을 생각하면 안타깝지.”
나는 말 없이 빈 접시에서 젓가락만 움직였다.
안 그래도 불편하던 분위기였는데. 대화 흐름이 13황자를 무시하는 쪽으로 흘러가자 맛있는 음식 냄새를 맡아 가까스로 생겨난 입맛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13황자를 편들고 싶어서는 아니다. 하지만 아직 13황자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았는데, 나이 어리고 힘없는 동생을 저렇게 무시하며 조롱하는 행태가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누가 타인을 뒷말할 때는 거기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곤란하다. 심지어 저 둘은 비와 빈 소생의 잘 나가는 황자들 아닌가.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13황자를 무시하는 발언이 더욱 거세지자, 나는 그래도 스승으로서 한마디 해야겠다 싶어서 참지 못하고 반박하고 말았다.
“열셋째 전하의 곁에 있으면 권력과는 멀어지겠지만 괜찮습니다. 저는 어차피 권력에 큰 욕심이 없고, 그저 가문에 누가 되지 않을 정도면 되니까요.”
“그 요 씨 가문의 후계자인 자네가?”
말도 안 된다는 듯 2황자가 웃는다.
뭐 회귀 전 기준으로는 말도 안 되긴 하지. 하지만 꼭대기에 올랐다가 독살당하고 나면 이렇게 사람이 욕심이 없어지게 된다. 무사안일하고 평화롭게 사는 게 얼마나 좋은데?
“그럼요. 저는 권력보다 13황자 전하의 곁에 있는 게 좋습니다.”
하지만 적당히 인사치레라 여기고 넘어가면 될 텐데. 이 두 잘난 형님은 내 입에서 어떻게든 동생 흉을 듣고야 싶은지, 히죽히죽 웃으면서 꼬치꼬치 물어왔다.
“열셋째의 어디가 그렇게 맘에 들어서 그러나?”
“권력보다 열셋째 곁에 있는 게 좋나?”
분위기상 13황자 칭찬을 한두 개 정도 하지 않으면 물러나지 않을 태세였다.
그렇지만 힘이 없을 땐 뛰어난 머리도 숨겨야 하는 법이다. 이런 상황이라도 13황자의 영민함을 칭찬할 수는 없었다.
결국 나는 머리를 굴리다가, 모두가 인정할 만한 13황자의 장점을 말해주었다.
“열셋째 전하께서는 꽃보다도 더 곱고 수려한 용모를 지니셨지요. 저는 열셋째 전하와 마주 앉아 수업하는 게 좋습니다.”
그런데 말을 하고서 보니 2황자와 6황자의 표정이 아주 기이했다. 둘 다 입을 쩍 벌리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다 잠시 뒤, 두 황자는 배를 잡고 아예 웃음을 터트렸다.
“과연 화음 제일의 바람둥이로군. 사내이면서 사내의 용모까지도 칼 같이 보다니!”
“그게 자네가 행복한 기준이라면야. 열셋째만 한 선택지가 없지요.”
“그렇지 그렇지.”
놀림거리가 된 것 같지만 차라리 이게 낫겠지. 13황자 흉을 듣는 것보다는?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가 강렬한 시선을 느끼고서 고개를 들자, 뜻밖에도 6황자 뒤에서 음식 시중을 드는 태감 한 명이 나를 빤히 보고 있었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자 얼른 시선을 내린다.
‘왜 저래?’
순간 기분이 나빴다가, 나는 놀라운 사실을 떠올렸다. 저 태감…… 회귀 전에 봤어!
13황자의 측근이잖아! 젠장!